번 호 : 7704 / 8091 등록일 : 2000년 07월 10일 00:03
등록자 : 주니아씨 조 회 : 1498 건
제 목 : [알림] 비/명/을/찾/아/서... 를 읽으시기 전에...
안녕하세요....지렁입니다..^^
제가 지금 중편 하나를 올릴려고 해요..
제목은 "비명을 찾아서...."
이 글을 어떻게 봐 주실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제가 하고 싶은 이 말을 꼭 읽고 비명을 찾아서를 읽어주세요..
우선..
비명을 찾아서는 100% 픽션이며 내용의 현실성을 놓고
고민하시거나.. 저에게 문의멜을 주신다던가....
아니면, 심각한 분위기를 잡으시면서 의논하고자 하지 말아주세요..^^
이 소설은 정말 픽션일 뿐입니다.
픽션이라는 말은.. 쓴 자의 머릿속에서 온전히 뛰쳐 나왔다는 말이죠...
두번째로..
비명을 찾아서는 5월 중순부터 구상을 했었습니다.
따라서 얼마 전 있었던 모 그룹의 일과는 전혀 무관한 일로
조금의 연관성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이 점도.. 유념해 주세요...
세번째로....
비명을 찾아서를 쓰면서..
저는 가능한한 객관적인 입장에 서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천성이 문희준이 팬이라..
조금 다른 멤버 팬 분들이 읽으시면서..
눈쌀 찌푸리는 면도.. 아마 있을 겁니다.
그렇다 해도..
전 다른 멤버들에게 사적 원한이 있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고의로 그렇게 쓰려했던 것도 아니구요..
네번째로..
비명을 찾아서는 극히 개인적인 저의 발상일 뿐입니다.
앞서와 동일한 말일지는 모르겠지만..
한마디로 픽션이라는 의미죠..
그져... 가상의 일이라고 생각을 해주세요..
물론, 이 글이 팬픽이라는 장르이기에..
이 글은 문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소설은 소설로 봐 주세요...
가상 소설일 뿐이고..
제가 그저 무심코 생각해 낸 이야기일 뿐입니다.
마지막으로..
비명을 찾아서를 끝까지 읽어주세요..
처음만 읽으시고..
뭐 이런게 있어!!! 하시지 마시고..
끝까지... 읽어주신다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바로 끝에 있으니까요...
그럼..
글을 읽으시려고 이 것을 열어보신 분은..
조금의 각오를 하시고..^^;;;
위로 올라가 주세요..
웬지 거창하게 들리지만.
솔직한 심정으로
이 글을 공개한다는 것이 많이 겁이 나서 그렇답니다..^^
...늘 행복하시구..
지렁이었습니다..^^*
번 호 : 7705 / 8091 등록일 : 2000년 07월 10일 00:03
등록자 : 주니아씨 조 회 : 1592 건
제 목 : [소설] 비/명/을/찾/아/서... # 1
읽으시기 전에...
앞서 올린 소개글을 읽고 오셨나요?
아니라면 소개글을 먼저.. 꼭!! 읽어주세요...^^
=-=-=-=-=-=-=-=-=-=-=-=-=-=-=-=-=-=-=-=-=-=-=-=
비.명.을.찾.아.서..............
* Prologue *
『 ....그 날따라 희준오빠는 이상해 보였어요.....
물론 평소때도 희준오빠의 콘서트에 임하는 태도는 일반 방송때보다 틀린
것은 사실이지만요... 그날 희준오빠는..뭐랄까.... 마지막에 이르른 사람들이
보이는 것같은.. 그런 철저함으로 무장을 하고 있는 듯..했어요..
특히, 99년 918때 실패를 했던 영혼의 앙코르 무대에 오른 희준오빠는 뭔가
굉장히 괴로워 보였어요.. 얼굴도 춤추기 이전부터 창백하게 질려 있었구요..
그러다가... 맨 마지막.... 오빠는 충도 추지 않구요.. 그냥 우리를 바라만 보는
거였어요.. 한 30초..정도요.... 그냥.. 마냥 바라만 보는 거였어요.....
그리고는........ 오빠가 입고 있던 연미복에 칠해진 가짜 피보다 더 짙은...
검붉은 핏덩어리를 쏟아내며.. 그렇게 쓰러..져..갔어요..........
...........그게 희준오빠를 마지막으로 본 거였어요................ 』
-2000.815 HOT 잠실 콘서트 현황기사 중
어느 팬과의 인터뷰 중에서...
『...2000년 8월 15일 저녁 8시경..
인기그룹 HOT의 리더, 문희준씨가 공연도중 피를 토하고 쓰러지며 그대로
혼수상태로 빠져 인근병원의 중환자실로 이송되었습니다.
문희준씨의 갑작스런 발작으로 815 잠실 콘서트는 중단되었고, 티켓의 돈을
모두 되돌려주며 공연이 취소되어 큰 혼란을 빚고 있습니다.
문희준씨의 이러한 갑작스런 발작에 대해 SM 기획사측에서는 아무런 답변도
거부한 상태로....(중략)
.....문희준씨가 이송된 병원 앞은 10대 소녀팬들로 진을 치고 그 일대 교통에
마비가 올 정도로............(중략)
.......이상, S*S의 김상희기자였습니다. 』
『.....2000년 8월 20일 새벽 2시.....
815공연도중 갑작스럽게 혼수상태로 빠져들었던 HOT의 리더, 문희준씨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문희준씨는 이전부터 불치병을 가진 상태로.. 누구보다 815공연의 성공을
원하고 있었고........(중략)
............그의 죽음으로 수많은 10대팬들의 혼란을 가져올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중략)
..일단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이상, S*S의 김상희 기자였습니다...』
『 .....2000년 9월 1일..
SM과 남은 HOT 맴버들의 공식 기자회견이 **백화점 소강당에서 있었습니다.
이번 공식 기자회견에서 밝힌 그들의 의사는, 평소 HOT 맴버들 중 한사람이라
도 빠지면 더이상 무대에는 서지 않는다던 그들의 말과는 또다른 것으로써
많은 사람들의 반발을 사기는 했으나, 어이없이 죽어간 HOT의 진정한 리더,
故문희준씨를 기리는 의미에서 음반과 활동을 펼 것이라는 그들의 의사에
수많은 사람들의 눈시울을 적시는 광경을 낳았습니다.
요번 나올, 故문희준씨 추모엘범의 주제는 "자유"이며 타이틀 곡은
문희준씨가 작고하기 전 남긴 곡으로, 엘범에 수록될 곡들 7곡은, 문희준씨가
남긴 곡 중 3곡과 나머지 멤버들이 한곡씩 넣은 것으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밝혔고, 그 "자유" 엘범이 나올 시기는 2000년 11월 말경으로 잡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중략).. 각자의 소견을 말하는 순간순간에도 믿기지 않는다는 멤버들의 말과
그들의 눈물이.. 그들을 남기고 떠난 문희준씨와 그들과의 우정이 얼마나 깊고
끈끈했는지를 보이고 있었으며, 또한 자신이 새운 기획사 SM의 후계자로 생각
하고 있었던 문희준군을 잃어버려, 자식을 잃은 것보다 슬폈다며 눈물을 보인
이수만 사장의 모습은, 요사이 비리로 얼룩져버린 기획사와 소속 연예인들의
모습사이에서 참으로 아름다운 모습으로 비추어졌습니다.(중략)
이상, 그들이 11월 말에 내놓을 문희준씨 추모 엘범을 기대하며..
김상희 기자였습니다........... 』
=-=-=-=-=-=-=-=-=-=-=-=-=-=-=-=-=-=-=-=-=-=-=-=-=-=-=
비.명.을.찾.아.서..............
* 1 *
2003년 8월....
"...승임아!!!! 아직 자는 거니?!?!?!? 언제까지 그렇게 자고만 있을꺼니!!!"
아침부터 터져나오는 시끄러운 모친의 잔소리에, 승임은 그만 더 자고 싶었던
것을 자리를 박차고 벌떡! 일어나고 말았다.
"..아우씨.. 간만에 쉬는 날이란 말예요!!!!!!"
승임은 얼마 전 쇼커트로 잘라버린 머리를 벅벅 긁으면서 있는데로 목소리를
높여서 바락바락 악을 쓰며 말을 하고는 다시 이불을 칭칭 감으며 침대로
얼굴을 박았다.
"쉬는 나알?!?!?!? 누가 들으면 평소에 돈다발이나 벌어오는 줄 알겠다!!!
그래, 쉬는 날 좀 빨리 일어나서 집안일 좀 거들면 손이 발이 된다니????"
..솔직히 돈다발을 벌어오는 것이 아니기는 하지만.........
"..에이씨!!!"
더이상 누워있었다가는, 뭐 유명인사 뒷꽁무니나 따라다니는 연예부 기자
주제에 여유가 늘어졌다는 둥, 그딴거 집어치우고 공장들어가는 편이 돈이 더
많을 것이라는 둥의 늙은 모친의 잔소리가 쏟아질 것을 알고 있었기에 승임은
그만 일어나서, 커다란 박스티 아래에 흰 반바지를 하나 걸치며 방문을 열고
나갔다.
"..저,저!! 눈꼽 낀거 보래!!! 빨리 씻지 못해???"
"..예예~~ 마님..==*"
승임은 말만 그렇게 꼬박꼬박 하면서 냉큼 냉장고 문부터 연다.. 그리고는
오늘 아침 배달되어 왔을 법한 500cc 우유팩을 쪽 뜯으며 식탁에 앉아 그대로
후루룩 마시기 시작했다.
"..우유 너무 많이 마시지 마라.. 아침 못먹는다.."
"..알았어여~~"
하지만 그렇게 말은 잘하면서도 우유팩 하나를 쪽 뜯으면 그 밑창을 봐야 속이
풀리는 승임이었기에, 모친은 그저 한숨만 픽 내쉬며 보글보글 끓고 있는
찌게에 파를 썰어 신경질적으로 밀어넣고 계셨다.
"..엥? 얘들 또 나와? 지들 리더 죽은 지가 언젠데 아직까지 활동 고고~~
인거야? 웃겨..."
천직이 기자였기에 아침에 일어나면 항상 부친보다 먼저 신문을 들추는 승임
이었고, 거기다 지금 현제 하고 있는 일이 연예부 기자여서인지 승임은 언제나
연예란부터 들추는 습관이 있었다. 그리고 8월 10일자 신문 연예란에는 대문짝
만하게 HOT "자유" 3집 발매실시라는 기사가 떠 있었다. 어김없이 그들의 먼저
떠난 리더, 문희준의 추모 엘범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말이다...
"보자... 얘들 중에.. 이재원인가 하는 애가 나랑 갑이었지?
그럼 다들 졸업하지 않았나? 군대는 안가나? 군대는???"
그네들의 나잇살들을 헤아려보던 승임은 눈쌀을 곱게 일그러뜨리며 중얼
거렸고, 이내 생각도 하기 싫다는 표정으로 다음 기사란으로 시선을 돌려
버렸다.
"...얼굴없는 작곡가 캐스퍼의 곡이 연달아 1위 행진...."
신문에는 기사와는 동떨어지게도 월트 디즈니사의 유령 케릭터, 캐스퍼의
사진이 실려 있었고, 내용은 얼마 전부터 곡을 주기 시작한 신출내기 캐스퍼
라는 작곡가에 관련된 기사였다.. SM과 대성의 가수들에게 곡을 주기 시작한
캐스퍼라는 작곡가의 곡이 연달아 1위를 했고, 세간이 이를 궁금해 하나, 그
작곡가는 엄청난 추남이라는 당치도 않은 이유를 들어 얼굴과 기타 프로필
공개를 꺼리고 있다는 장난스런 기사였다.
"...핏... 하여간 웃기는 동네야.."
승임은 우유를 들이키며 신문을 접어 틱! 하니 던져버리고는 하품을 늘어지게
했다... 어느새 우유는 그 밑동을 들어내고 있었다.
"..이 돼지!!! 우유 다 먹지 말랬지~!~!~!~!~!"
여동생 하나가 막 일어났는지 나와서는 승임의 손에 들린 우유팩을 낚아채
가더니 이렇게 소리를 빽~! 지른다.
"....시끄럽다.."
그러나 천생이 연예계 기자..김승임.. 아무렇지도 않은 철판 정신으로 그
소리를 무참히 씹어버린다...
"..아.. 승영아.."
그리고는 씻으려는 것인지 욕실로 향하던 승임은 갑자기 떠오른 생각에 동생
이름을 부르며 시선을 돌렸다.. 아직까지 고2인 여동생은 새침하게 톨아진,
쪽 째진 눈을 하고는 승임을 노려보며 무언으로 "왜!!!"를 외치고 있었다.
"..너 HOT 문희준 추모엘범 다 샀지? 나 것 좀 볼 수 있을까?"
왜 갑자기 궁금함이 들었는지 모른다.
원래 그세계란 장사가 되는 쪽으로 삼품을 몰아간다는 심리를 모르는 것이
아닌 승임이었지만, 사람 죽은지 3년 째 되었는데, 아직까지 저렇게 울궈먹고
있다는 거.. 그게 참으로 불쾌함으로 다가왔던 모양이었다...
"건 모할라고?"
"..좀 들을라고~~~ 빨 줘바바~!~!~!"
=-=-=-=-=-=-=-=-=-=-=-=-=-=-=-=-=-=-=-=-=-=-=-=-=-=-=
번 호 : 7706 / 8091 등록일 : 2000년 07월 10일 00:03
등록자 : 주니아씨 조 회 : 1400 건
제 목 : [소설] 비/명/을/찾/아/서... # 2
비.명.을.찾.아.서..............
* 2 *
2000년 8월 15일 815 잠실 콘서트 도중 문희준 혼수상태로 빠짐
2000년 8월 20일 문희준 사망
2000년 9월 1일 SM과 나머지 멤버들의 기자회견
2001년 1월 15일 추모엘범 "자유" 발매시작
2001년 1월 20일 K*S에서 HOT 4멤버로 컴백
2001년 8월 15일 활동을 마치고 휴식기로 들어감
2002년 3월 15일 추모엘범 "자유" 2집 발매
2002년 3월 20일 K*S에서 컴백
2002년 11월 15일 휴식기 들어감..
2003년 8월 10일 추모엘범 "자유" 3집 발매.....
승임은 버릇대로 손톱을 물어뜯었다.
아침에 본 기사의 찝찝함으로 인해 쉬는 날인데도 신문사로 달려와 보관
중일 것이라 생각되던 HOT에 대한 자료를 조사해 보았다.
물론 그 멤버들의 현재 상황도 조사해 보았다.
안승호는 2001년 동국대 연영과를 졸업했고, 아직까지 미국국적자로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활동 중이고, 따라서 병역의무가 없었다.
장우혁은 2002년 경기대 연영과를 졸업했고, 다시금 받은 신체검사에서
천식장애자로 판명되어 병역의무에서 제외되었다.
강타 또한 2002년 동국대 연영과를 졸업, 현재 동국대 대학원에 진학해
있었다.
이재원의 경우 2003년, 올해 경기대 연영과를 졸업, 병역의 경우,
체중미달로 제외되었다.....
그리고 그들은 아직까지, HOT라는 인기그룹으로 가요계를 뒤흔들며
활동 중이었다. 그들의 리더는 이미 죽고 없는데 말이다....
물론 문희준이 죽고 리더는 안승호가 맡은 상태였다....
승임은 가만히 미간을 찌푸리며 볼팬 뚜껑 끝으로 관자놀이를 꾸욱 눌러
본다. 뭔가 냄새가 솔솔 나기는 하는데 뭐가 어떻게 나는건지는 잘은 모르
겠어서 정신이 다 멍할 지경이었다.
그렇게 정신없어 하던 승임은 자신이 아침 깨에 주먹을 휘둘러 동생에게
강탈해온, 오늘 나온다던 3집까지 팬클럽에 있었기에 어제 우송받은 그 따끈
따끈한 음반까지 죄 꺼내놓고 살펴보았다.
음반의 디자인은 동일했다.
까만 바탕에 하얀 국화 한송이...
그리고 투명한 효과를 살려 HOT 자유..라고 쓰여진 제목과 아래에 정자체로
쓰여진 故문희준 추모엘범..이라는 글자가 보였다.
자켓 안에 사진들은 다른 멤버들의 현제의 사진과, 문희준의 죽기 전의
사진들이 수록되어 있었다.
..밝게 웃고 있는 문희준의 사진 테두리로.. 죽은 영정에 두르는 검은 띠가
눈에 참으로 거슬렸다.........
"..아... 김승임씨 아냐?"
"...어? 국장님.."
한참을 그런 문희준의 사진을 들여다 보고 있던 승임은 문가에서 난 조그만
인기척에 돌아보니 국장이 손에 커피잔을 든체 어기적 거리며 들어서고 있었
다. 마음씨 좋은 국장은 언제나 일요일에도 나와 기자들이 올린 서류를 정리
하고 다듬어 주곤 했었고, 그런 국장을 일요일 오후에 사무실에서 만난다는
것은 승임으로써는 별 놀라운 일이 아니였지만, 입사한지 얼마되지 않은 신출
내기 기자가, 별다른 일 없이 일요일에 사무실에 앉아있다는 것이 국장에게는
놀라운 일이었던지 승임을 향해 악의없는 웃음을 환하게 지어주었다.
"..뭘 하고 있었어?"
"..아.. 뭣 좀 알아볼려고 잠시 들렸어요...^^ 헤헤.."
승임이 차마 HOT 자료를 볼려고 왔다는 말은 할 수 업었기에 그렇게 대강
얼버무렸으나, 승임의 책상위에 올려져 있던 HOT 의 음반 자켓들을 본
국장은 이미 알겠다는 듯 씽긋 웃고 있었다.
"HOT 좋아해? 승임씨?"
"헤... 동생이 좋아해서..^^;;;;"
승임은 다시금 삐질거리며 웃어넘긴다. 솔직히 10대가수를 여태까지 좋아하
고 있다는 것은..조금은 챙피한 일 같았다.
"..흠.. 그럼.. 승임씨가 해 보겠어?"
"..네? 뭘요?"
잠시 승임을 바라보던 국장이 이렇게 말을 하며 씽긋 웃어보인다.
"..10일뒤가 문희준 작고한지 3년 되는 날이잖아.. 故문희준 추모글..
작게 기사로 올려보지 않겠어?"
...그 작은 제의를.....
..........승임은 어쩌면 받아들이지 말았어야 했는지도 모른다...........
=-=-=-=-=-=-=-=-=-=-=-=-=-=-=-=-=-=-=-=-=-=-=-=-=-=-=
비.명.을.찾.아.서..............
* 3 *
솔직히 HOT라는 가수들에게 승임은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물론 자신의
고 1 시절, 서태지와 아이들이 은퇴를 하고 등장한 새로운 아이돌이었기에
자신의 주위 아이들은 좋아라고 미쳐 돌아갔지만 승임은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차라리 신승훈이나 김경호같은 가수들이 더 좋던 승임이었기 때문
이었다.
대학을 들어와 2학년 되던 해, 문희준이 죽었을 때도 승임은 별 관심이
없었다. 차라리 그 해에 있었던 남북 정상회담의 결과로 가져온 대학생들이
북한 방문이 어떻게 될 것인가에 더 관심이 있었다.
그리고 문희준이 죽고 남은 멤버들이 이때까지의 맹세를 저버리면서까지
추모집을 내 놓은 것에 대해서도 별 관심이 없었다. 그리고 그 추모집이
3집에 이르기까지 승임의 관심사에서 멀었었다.. HOT는.......
그런데 별안간 떨어진 것이 다름 아닌, 그러한 HOT의 죽은 리더에 관한
추모사라니.... 조금은 얼떨떨한 기분이었다...
동생녀석에게 조언을 구하자니, 녀석도 추모엘범의 문희준 곡이 너무 좋아서
팬 한거라 그 전의 일들은 잘 모른다고 말을 했기에 답답한 심정은 여전했다.
"..휴... 할 수 없지.. N시대 아니겠어? 통신과 인터넷의 위력을 좀 빌려봐
야지..뭐...."
승임은 그런 생각을 하고, 야밤의 시간을 빌려 한 통신의 에쵸티 팬클럽으로
접속을 했다....
문희준이 죽으면서 팬클럽의 임원진들이 전부 물갈이 되었고, 그것은 통신의
팬클럽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었던 모양이었다.
그리고 문희준이 죽은 후, 그들은 임원진을 거의 일년에 한번 갈아치우는
등의 모습을 모여, 꽤나 혼란스러운 실황을 그대로 보이고 있었다.
승임이 접속한 그 팬클럽도, 3집이 나오는 것을 맞아, 임원진을 새로 뽑는다
는 공지를 올리고 있었고, 또한 그러한 혼란한 틈바구니에서 클럽자체는
수많은 휘청거림을 보이고 있었다.
글들도 과관이었다..
3년이나 죽은 문희준을 울궈먹는 에셈과 나머지 멤버들을 비난한 글..
3년이나 죽은 문희준때문에 하고 싶은 음악도 못하고 묶여 있는
나머지 멤버들이 가엽고 그렇기에 문희준이 싫다는 글들...
엘범의 노래에 관한 글들은 거의 없을 정도로 패가 갈려 싸움을 하는 형국을
취하고 있었다. 이것이야 말로...
죽은 자가 더 억울한가.. 남아서 다친 자가 더 억울한가를 따지는 것과도
같은 것이었다. 당사자들만이 알 것을 가지고 가타부타 싸우고 있는 나이어린
아이들... 승임은 자신도 모르게 혀끝이 끌끌차지는 것이.. 씁쓸한 기분을
져버릴 수 없었다...
이러한 상태로는 문희준이 생전에 어떤 인물이었는지, 아니면 지금 현재에
어떤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지 아니, 현제 HOT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 길이 없었다..
승임은 하는 수 없이 작은 문답방에 글을 하나 남겼다.
......HOT 와 문희준의 2000년 8월 15일 이전의 모습을 자세히 알고
싶어요......
라는 타이틀로.....
그리고 다음 날, 다시 들어간 그 통신에 기다리는 것은 그 문답방에 쏟아진
각종, 문희준에 대한 찬양론, 내지는 비판론..등.. 별로 쓸모없는 것들이 대부
분이었다. 그리고....
..알 수 없는 이가 보낸 메일 한통..
그것은 김승임이 여태까지 가지고 있었던 HOT와 문희준에 대한 사고를
바꾸게 하는 개기가 되어버렸다.
『안녕하세요... 석지녕이라는 사람입니다.
물론, 단도직입적으로 저는 죽었다는 문희준씨의 팬입니다.
우선, 제가 운영하는 HOT.., 아니, 문희준씨 개인 팬클럽 싸이트
비명을 찾아서...(www.bimyung.co.kr)로 가보시고 저와 이야기를
했으면 합니다.....
물론 이 싸이트를 가 보시고 저와 하는 생각이 틀리시다면..
저에게 다시 연락을 주시지 않으셔도 무방합니다.
아니라면 연락주세요....
저의 폰 넘버는.. 01*-95**-**23입니다.....
그럼.... 석지녕이었습니다...... 』
=-=-=-=-=-=-=-=-=-=-=-=-=-=-=-=-=-=-=-=-=-=-=-=-=-=-=
번 호 : 7708 / 8091 등록일 : 2000년 07월 10일 00:04
등록자 : 주니아씨 조 회 : 1363 건
제 목 : [소설] 비/명/을/찾/아/서... # 4
비.명.을.찾.아.서..............
* 6 *
자신이 근무하는 신문사로 돌아온 승임이 자신의 신문사에 등록된, 정확히는
2002년의 자료를 불러내어 살펴보며 인상을 찡그렸다.
...별로 크게 확산되지는 않았던 기사...
바로, 작곡가 캐스퍼의 음반을 거꾸로 뒤집었을 때, 나타났다는 에쵸티 노래
한 소절에 관련된 내용이었다..
그것도... 문희준의 영혼..........
그것은 한 작은 연예신문의 귀퉁이에 실리고 끝이 났지만.. 결코 가벼히 넘길
문제가 아니라는 것은 승임 또한 이해하는 바였다.
작곡가 캐스퍼가 같은 소속사의 가수에게 주었다는 곡... 승임은 바로 레코드
점에서 그 테입을 사오는 길이었다.
『..그 곡은 SM 소속의 신인 가수, ***의 곡 중, 환호성..이라는 곡으로
곡 중, 중간 전주부분부터 약 30초간을 뒤집으면..』
"..아니였담 봐라.. 뿌드득.."
신곡이 아니라 길거리에서 파는 테입도 아니였기에 승임은 거금 5000원을
들여야 했고, 포장을 뜯자마자, 드라이버로 나사를 풀어, 필름을 거꾸로 되감
으며 중얼거렸다.
"..그나저나.. 30초라면 표절건으로도 걸릴만 한데.. 이상하네.."
거꾸로 뒤집은 필름을, 볼팬 끝에 끼워 돌돌 말아넣으며 승임은 다시금 중얼
거렸다...
..조금 비슷한 음절이 하나 나왔다고 해서 표절이라며 대단한 것인냥 떠들어
대는 한국 사회..
아무리 뒤집어서 나오는 것이라지만.. 30초라면 대단한 먹이감이었다.
"..어라.. 승임씨 뭐하는거야?"
볼팬 끝에 끼운 테입이 다 감기는 것을 본 승임이 마무리로 다시금 드라이버
로 해체한 테잎을 손보고 있을 때, 지나가던 동료 기자가 엉뚱한 짓을 하고
있는 승임을 향해 웃음기 묻은 말투를 날린다.
"..아..아뇨.. 그거이.. 헤헤헤헤..^^;;"
차마 문희준의 음악을 찾을라고 5000원 들은 테잎을 뒤집는다는 말은
못하고 있던 승임에게 동료기자는 이미 알았다는 듯 피식 웃어보인다.
"...거꾸로 뒤집어서 재생되는 음절에 관한 것은 표절이 아냐...
건 알고 있지?"
"...에......^^;;;;;?????"
"..쯧쯧.. 공식화 된게 2001년 겨울 깨잖아.. 기자 맞아? 승임씨?"
뒷통수를 맞는다는 것이 이런 기분일까... 싶은 승임이었다.
「..이젠 내맘 알겠니... 어둠이 되었지만....」
이어폰을 끼고 있던 승임은 놀라며 이어폰을 귀에서 뽑아버렸다.
소름이 온몸에 돋아 있었다.
이건 음악을 뒤집어서 비슷한 정도가 아니였다. 흐릿하지만 분명히 들리는
영혼의 가사...
그것도..... 문희준이 쓰러진 그 구절의 또렷한 가사........
이 일에 관해 그나마 변명이랍시고 늘어놓은 SM 쪽은, 아마도 장르가,
스페이스 테크노라서 그럴것이라며 말을 하고 있었다.
또한, 그 환호성이라는 곡이 공식화 되지 않았고, 그 곡을 실은 가수 또한
그 해에 대뷔한 신인이었기에 크게 관심을 끌지 못했다면 아마도 당연한 것...
그것 또한 웃긴 것이.. 스페이스 테크노라면... 문희준이 만들었다는.. 문희준
고유의 장르였다. 별이 쏟아지는 느낌의 몽환적인 테크노.....
승임은 찝찝한 기분을 숨길 길이 없었기에 바로 인터넷에서 가장 큰 MP3
사이트로 가서, 캐스퍼의 곡들을 다운 받기 시작했다.
"....문희준은 살아있다...
......SM 전속 작곡가 캐스퍼는 얼굴을 밝히길 꺼려한다...
......그 캐스퍼는..죽은 문희준의 고유 장르인 스페이스 테크노로 곡을
짓는다.......?"
뭔가 손에 닿을 듯한 기분이었다...
그리고 랜선임에도 별로 성능 좋지 못하기로 유명한 신문사의 통신 사양으로
느림을 감수하고 받아낸 그 MP3 파일에서 승임은 또 하나 재미있는 것을 발견
했다...
"...좀 더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왔어요.."
캐스퍼의 음악들을 들으며, 이것저것 음악 소스들에 관련된 자료를 찾는다고
밤새 인터넷을 헤매던 승임은 다시금 지녕의 작업실 겸, 숙소라는 원룸을
찾아오게 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문을 연 순간, 들린 것은 아마도 승임 또한 하루종일 지겹게 들었던 HOT
자유 3집....
"...들어와요..^^"
여전히 유유자적을 가장한 지녕의 모습...
「..아하핫!!! 그래서 나랑 놀면 이렇게 변한다니까!!!!」
지녕의 원룸에서 좋은 것은 딱 3가지가 있었는데, 그 중에 하나가 40인치
액정 TV 였고, 하나가 컴퓨터 사양이었으며(고가의 서버사양 컴터를 구비
하고 있었다...) 마지막이 죽여주는 스테레오였다.
생생하게 온 집안을 울리는 문희준의 장난기 어린 목소리.....
그것은 분명, HOT 자유 3집에 보너스로 추가되었다는, 생전, 문희준과 다른
맴버들과의 녹음실 현황이었다. 2000년 5집을 녹음하던 상황이었다나..
그런 것 따위, 다시 듣고 싶지 않아, 그 트랙만은 승임은 두번 듣지 않았던
것이었다. 물론, 첫번째 들을 때도, 문희준의.. 우리 영원히 함께 하자~~
얘들아!!! 하는 부분을 듣고는 바로 넘겨버렸지만.. (그게 아마도 두세마디
만에 나온 말이었으니..결론적으로 조금도 자세히 듣지 않았다는 결론이
다..ㅡㅡ;;)
「쿠헤헤... 북한 애들 봤냐? 뉴 밀레니엄을 맞아서 북한도 변하긴 했더라
~~ 그 뻘건 꽃단 사람은 없두만..케케케..」
승임이 쇼파에 가서 자리를 잡았을 때, 지녕은 커피 한잔을 가볍게 부어서
가져다 주었고, 승임은 별로 듣고 싶지는 않았지만, 지녕이 결코 볼륨을
줄이지 않아 그 대화 현황이라는 것을 듣고만 있어야 했다.
"...지녕씨가 말을 하고 싶었던 건..
그 캐스퍼라는 작곡가가 문희준이라는 말을 하고 싶었던 건가요?"
밤새 캐스퍼의 음악을 다운 받아서.. 뒤집어 재생하는 프로그램으로 뒤집어
들으면서.. 느낀 것이라고는 만약 그 캐스퍼라는 작곡가가 문희준이고,
자신이 생각하는 우연의 일치가 만약 문희준이 고의로 만들어낸 상황이라면
문희준은 생각치도 못하게 천재라는 것이었다.
「김정일 생각보단 잘생겼더라구~~ 우얼~~~~
그 사람도 한 유머러스 한다는데 함 가서 누가 더 말빨 있는지
대보잘까?」
여전히 시끄러울 만큼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문희준의 음성...
듣자하니 그것은 정말 2000년 여름의 상황이 맞는 듯, 2000년 남북 정상
회담에 관련된 내용인 듯..했다.
"...저와 우리 싸이트 아이들은.. 다 캐스퍼를 문희준일거라고 생각해요.."
뚫어져라 공중을 응시하면서 희준의 목소리를 듣고 있던 지녕이 시선을 풀며
씽긋..웃어보인다..
「..우얼.... 진짜 더워~~~ 이래서 어디 815 공연 하겠어?
애들 죄 일사병으로 쓰러지는 거 아냐???」
「.. 공연 밤에 할껀데 무슨.....」
「열대야 라는 게 있잖아!! 열.대.야!!」
"...캐스퍼가 문희준이라.. 조금 믿기는 상황이긴 해요..."
"...믿기는 상황이 아니라..그는 문희준군이 맞아요....ㅡ"ㅡ "
이상하게 오늘따라 말 수가 적고 단도직입적이고 더 신경질틱한 지녕의
반응에 승임은 잠시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다.
「케케케..하긴.. 애들보다 춤추고 날뛰어야 하는 우리가
더 걱정이다.. 형!~!! 그 잠실 스타디움에 대형 에어컨디션~~ 이라는거
달면 안댑니까????」
「..탁..」
「..미친 넘... 발음꼴에.. 쯧..」
「왠 발음~~?? 그럴 순 없는겁니까?」
「..기획사를 아예 말아먹어라.. 자식아!!!」
별로 영양가 없는 잡담...
죽.은.문.희.준.의.다.시.는.들.을.수.없.는.음.성.이라는 것을 제외한다면
듣고 있을 가치가 없는 썰렁함이 가득한 키들거림들......
그런 것을 지녕은 눈이 빠져라 듣고 있었다.
"..뭣하러 저런건 들어요..."
왠지 문희준이 죽지 않았다는 것을 외치고 다니는 지녕이 저러한, 문희준은
죽었음을 확인사살 시키는 것에 대해 집착을 보이는 것이 아이러니해진
승임이 버럭 짜증을 내며 말을 했고, 지녕은 그런 승임을 보며 도리도리
고개를 저어댔다.
"..저기...저기에 뭔가 이상한게 있는데..
뭐가 이상한건지.. 감이 안와요...."
지녕이 미간사이를 흉하게 일그러 뜨리며 말을 했고, 승임은 헛숨을 들이
키며 지녕을 바라본다...
...지녕의 모든 것은... 아마도 문희준이 죽지 않았음을 찾아줄 증거로 곤두서
있었다.. 정녕..그랬다.....
「..으흐.. 더워라... 뭐 시원하게 해 줄 쿨한 일 없어?」
「..귀신 이야기라도 해주랴?」
「귀신 이야기 말고~!~! 뭐... 누구 음악에 귀신 들렸다더라..
누구 뮤비에 귀신 나온다더라.. 이런거~~~~」
「그게 귀신 이야기지 뭐냐... 헐헐..」
「...그런가..」
「웨.. 니가 함 해보지 그러냐? 이 여름을 시원~~ 하게~~~」
「하핫... 안승호~~~ 그러는 니가 함 해바라
난 심장이 약해서..헷헷헷... 뭐.. 전설의 고향 뒤집은 음악을
소스로 써보는 건 어때???」
「케케케.. 지 심장이 약하대!!!!」
「형 심장이 약하면 누가 강심장이라는 거야!!! 하하하하하!!!!」
「이 쉐리들!!!!! 앗... 만화할 시간이다아아아아!!!!!
너희들!!! 피카츄 아녔음 죽었어!!!!!!」
「앗!! 안돼!! 형!!! 나 오후 뉴스 볼꺼란 말야!!!!」
「쓰읍!!! 감히 막내가 어딜 큰형에게 덤비냐!!!!」
「안대안대!!! 형은 저기가서 우유나 더 마셔..
난 오늘 뉴스 바야대!!!!!!」
한참 엎치락 거리는 소리들...
뉴스가 켜져 있는 티비앞으로 다들 달려가는 소리들..
그 앞으로 다가왔는지 조금 선명히 들리는 뉴스 앵커의 목소리와 더불어
희준이 체널을 돌려버리는 듯, 다른 만화영화 주제가가 들려오는 소리들...
그러다 이내, 그 대화 현황이라는 트랙의 끝이 났다....
"..어디가 이상한거지......"
이내... 안승호의 음악이 재생되는 속에서 지녕이 거칠게 갈색의 단발을
긁어대고 있었다.....
=-=-=-=-=-=-=-=-=-=-=-=-=-=-=-=-=-=-=-=-=-=-=-=-=-=-=-=-=
비.명.을.찾.아.서..............
* 7 *
결국은 지녕도 승임도 그 대화에서 이상한 점..이라는 것을 찾아내는
작업에서 단분간 물러서기로 결론을 보았다.
"...제가 생각할 때는... 지녕씨.. 저에게 흘려주신 근거이외에도
다른 많은 것들을 숨기고 계시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더 알려주실 생각은 없으세요?"
지녕이 신경질적으로 그 씨디제생기를 꺼버리는 동안, 식어버린 커피를
홀짝거리던 승임이 조심스레 물어왔고, 지녕은 그런 승임을 돌아보더니
픽... 하니 새어나가는 듯한 미소를 띄어보이는 것이다.
"....제가 홈을 만든지도... 2년이 넘은 것 같네요..
그 2년동안.. 별별 사람들 다 만났었고요......"
조금의 근거를 더 알려달라는 승임의 질문과는 동떨어진 대꾸를 던지며
지녕은 주방으로 들어가 머그컵에 커피를 잔뜩 부어왔다.
"...저희 홈은... 그래도 일단은 비밀유지가 우선이예요.
가 보셨겠지만.. 일부의 서비스를 제외한 것은 비회원에게는
제공되지 않을만큼 철저히 비밀스럽게 운영되고 있죠...
하지만.. 아마도 HOT의 팬이라면.. 아마도 저희 홈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는 게..저와 저희 애들의 생각이예요..
특히, 반 문희준파 아이들에게는.. 저희 홈은 거의 미치광이
병적 문희준 스토커들이 만들어낸 우스운 홈일 뿐이니까요.."
지녕이 말하는 것을.. 승임은 이해할 수 있었다..
..결국은.. 홈 외부의 사람들을 100%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승임씨가 HOT 팬클럽에 질문을 올리셨을 때..
처음보는 아이디고해서.. 죄송하지만 살짝.. 좀 알아봤어요...^^"
지녕이 에헤헤..하는 서글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물론 그 의미 또한 뭔지 승임은 알 수 있었다. 승임, 그녀 또한 지녕에 대해
나름대로는 알아보았기 때문에......
..석지녕..
그녀는 한국 보안 협회의 회원임과 동시에.. 전자정보 범죄 발발시, 제 1차
수배대상이 되는 블랙리스트에 명단이 올라있는 인물이기도 했다.
그 정도가 아니였다면.. 아마도 홈을 2년간 지켜올 수도 없었겠지.....
그리고 생각해 보면.. 지녕의 말이 옳을 경우, 즉 문희준이 살아있다고
가정을 했을 때.... 저런 능력을 가진 지녕이 함락시키지 못한.... SM..이라는
한낫 기획사의 파워는 어느 정도까지 되는지.. 승임으로써는 상상도 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전 저희 국장님이 故문희준군 추모 기사를 짧막하게 쓰라고 하시기
전까지는 문희준.. 그리고 HOT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는....
그런 사람이었는 걸요.."
"..알아요..^^ 넥스트와 김경호, 그리고 언더그라운드 락 그룹 후원 팬클럽
회원이시더군요..^^"
젠장.. 옷이라도 벗고 앉은 기분이 들었다. 너무 밑지는 장사 아닌가..ㅜㅜ;;;
"....저희 홈에 회원으로 벌써 가입시켜드렸어요..
그만큼 승임씨를 믿는다는 이야기고...
그리고.... 승임씨의 힘이 필요하기도 해요...."
지녕이 가만히.. 허리를 굽혀 깊은 눈으로 승임을 바라보았다.
"..저희 홈에는.. 안타깝게... 저널리스트가 없어요....."
청보라색 칼라랜즈를 낀 지녕의 눈이 새파랗게 얼어있었다고 생각을 했었
는데...... 승임은 오늘은 왠지 그 눈이 아주 깊게..깊게... 그런 깊이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가 입으로 구지 말씀드리지 않아도...
홈에 가시면 충분히 문희준군이 살아 있다는 근거따위는..
널리고 널렸답니다.
...물론...... 5개월 전 SM 기획사에서 찍은 직찍도 있어요..^^
...여전히 이뿌더라구요..울 희준군.. 헤벌쭈욱....^___________^**"
저런 대단한 사람도 좋아하는 가수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이 팔불출이구만...
승임은 입을 헤..벌리며 멍한 표정을 지으면서, 그 사이 벌어진 입술 새로
흘러내리는 무색무취무미한 액체를 손등으로 쓰읍..하고 닦아내는 지녕을
바라보며 고개를 가로 흔들다가.. 순식간에 피가 싸하니 얼어붙는 기분이
들었다.
"...5......5개월 전....지..직찍..이라고요.......?"
3년전에 죽은 문희준의.. 5개월 전 직찍.....
이미 부식되어 해골을 찍은 것이 아니라면..........
.............이런 걸 특종이라고 해야 하는 것인가....................
....그리고.. 지녕도 아마.. 이런 승임을 원하고 있는 것일거라는 기분이
들었다.....
지녕이 별로 동의도 구하지 않고 가입을 해 놓았다는 비명홈에 들어간
승임은, 하루동안에 너무도 많은 것들을 알아낼 수 있었고, 때문에 무척이나
섬득한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특히...... SM 에서 일을 했다는(물론 지금은 거의 강제로 퇴사했다고 한다.)
어느 팬이 찍은 5개월 전 문희준은.........
승임은 그 사진을 다운 받아 출력을 해놓고 한참을 들여다 보고 있어야 했다.
녹음실 안에서 녹음을 하는 HOT 다른 맴버들을 바라보고 있는 문희준....
이제는 더이상 카리스마적이라거나... 얼굴이 좀 더 작아 보여야 한다거나..할
필요성을 못 느끼는지... 단발보다 좀 더 긴 머리카락을 하얀 곱창으로 묶어
놓은 문희준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녹음실 안에서 자신의 추모 음반을 녹음하고 있는 다른 맴버들을 바라보며...
승임은 다른 홈의 회원들이 남긴 글들을 읽으며..문희준은 확실히 살아있다
는 확신을 하게 되었다.
..물론 현실로는 아직 눈으로 본 것이 아니기에 100% 다 신뢰할 것은 아니
였지만.. 이정도로 팬들의 가슴속에.. 3년 이상 생생하게 살아 있는 문희준이
라는 존재는.... 아마도 현실에서도 그렇게 무대위에서 허무하게 죽어간
문희준과 동일인물은 아닐 것이라는 기분이 들었던 것이었다.
홈 전체를 매운 문희준..문희준.......
승임은...... 그를 알기 위해 돌아다닌 3일만에....
문희준이라는 평소에는 결코 관심조차 없었던 일개 10대들의 인형같은 인기
그룹의 리더라는 인간이...... 그렇게도 인간적으로 호감이 가는.. 그러한
존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가수를 떠나..
..연예인을 떠나.....
......죽었다는 허울을 떠나..........
문희준은 누구나 한번쯤은 뒤돌아 보게 만드는 매력을 가지고 있었던 것
이었다.....
생전(?)에도 그다지도 도도하게 싸가지 없었다는 HOT의 리더......
탈많고... 어쩌면 정말 기획사의 소모성 짙은 인형에 불과했을 대중가요
그룹의 리더.......
......이젠..........
...........그의 죽음(?)이라는 것이 파생한 이 모든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
번 호 : 7709 / 8091 등록일 : 2000년 07월 10일 00:04
등록자 : 주니아씨 조 회 : 1365 건
제 목 : [소설] 비/명/을/찾/아/서... # 5
비.명.을.찾.아.서..............
* 8 *
2003년 8월 14일.....
"..예.. S 주간지 연예부기자 김승임이라고 합니다.
요번 8월 20일, 故문희준씨의 추모 기사를 맡은 기잔데요..
HOT 의 다른 맴버들과 짧은 인터뷰를 할 수 있을까..해서
이렇게 문의전화를 드렸습니다만....."
구구절절이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가며 SM 쪽은 멤버들과의 개인적인
인터뷰를 거절하고 있었다. 물론, 승임은 이런 결과를 예상하고 있었지만,
막상 닥치자 조금은 우스워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뭐.. 아끼던 리더가 죽은 날인데 어떻게 그 멤버들이 맘 편히 추모 기사의
인터뷰에 응할 수 있겠느냐는 둥... 3년이 지났지만 아직 맘이 편한 것은
아니라는 둥... 승임은 그 말들을 다 듣고 있기도 짜증이 나서 그만.. 아..네..
알겠어요.. 하고는 신경질적으로 전화를 확 끊어버렸다.
"흐음......"
승임은 볼펜뚜껑으로 머리밑을 두어번 긁적거리더니 픽..하는 웃음을 지어
보였다.
"..적어도 동료애라도 남아 있다면.. 날 만나는 주겠지!!!"
자신의 무대뽀 정신은 아마도 이럴때 쓰라고 하늘이 준 것이 아닐까..싶은
생각을 하며 승임은 작은 핸드백에 물건을 쓸어넣으며 국장님을 향해 잠시
외출 좀 하겠다고 외친 후 회사를 나오고 있었다.....
엘범의 발매는 시작되었지만 그들의 첫 방송은 8월 15일로 잡혀 있었고,
따라서 아는 선배기자의 말로는 멤버들은 각자의 집에서 현재는 지내는
중이며 장우혁은 어제 구미 집으로 내려갔다는 소식을 접할 수 있었다.
3일이었지만.. 승임이 알아본 봐로는 문희준은 장우혁과 토니안..이렇게
동년배 아이들과 꽤 마음이 잘 맞았던거 같고, 또한 팀의 막내인 이재원이
그를 많이 따랐던 것으로 보였다.
솔직히 그래서 나이어린 이재원을 만나볼까..생각도 했었지만.. 현 근황
소식에 의하면... 이재원은 문희준이 죽은 이후, 어떠한 말도.. 입밖으로 꺼낸
적이 없으리만치... 세상과 담을 쌓았다고도 불릴 정도로 폐쇄적인 생활을
하고 있었고... 강타 또한, 공석 이외의 자리에서는 어떠한 말도 꺼내지 않기
로 유명했다...
그렇게 따지면.. 마음이 잘 맞고 친했다는 장우혁과 토니안을 만나는 편이..
어쩌면 어필하기가 더 쉬울 수도 있다는 결론이 나는데.. 특히나.. 둘 중
하나가 부재된 상황이고..... ..들어보니.. 토니안은 지금 강남의 모 나이트
클럽에 모습을 들어낸 모양이었다...
튕긴다면 집안 망신이겠지만..... 한참 놀때의 승임은 단 한번도 부킹에
실패해 본 적이없었다... 무...물론 반 이상이 친구들 덕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겠지만....ㅡㅡ;;;;28-25-32의 볼륨감 있는 몸매는.. 그래도 학교 다닐때는
볼만하다는 소리도 들었던 몸이시란 말이닷..ㅡㅡ+
승임은 친구넘 하나를 꼬셔 빨간 스포츠 카를 하나 빌리고 강남의 그 나이트
로 무작정 밟기 시작했다.. 물론.. 그날 저녁에 깨질 돈의 액수를 생각하니
오금이 저리기도 했지만.. 여차하면 지녕에게 은행이라도 털어달라고 부탁을
해 보자는 심산으로 머릴 흔들어 버리고는 다시 한번, 폰메일로 들어왔던
토니안이 있다는 그 나이트 클럽의 이름을 확인해 보았다.....
무릎위로 댕강 올라오는 친구놈의 치마길이는 부담스러울 정도로 짧았다...
거기다 아슬아슬한 굽이 조금이라도 정신이 산만해 진다 싶으면 여지없이
꺾여 딱.. 발목 또각..하기 쉽상이고 그랬다가는 토니안이고.. 뭐고..
다 땡치고 꼴사납게 발목에 깁스나 할 지경이었다.
그래도 꽤나 신경을 썼기 때문에.. 별로 사나운 말투는 꾸욱. 참은 채..
승임은 나이트 클럽 안으로 들어섰다.
밤이 시작되는 시간.... 의외로 나이트 안은 한산했다.
승임을 보고는 들러붙는 웨이터와 삐끼들을 승임은 가뿐히 처리해 버리고는
앞쪽 작은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는 슬쩍.. 나이트 안을 훑어 보았다..
..그리고.......... 전방 5M 정도 앞에 목표물 발견... 우후훗....^^*
승임은 핸드백을 열어 작은 거울을 꺼내, 자신의 얼굴의... 철판 두께를
확인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화장상태를 확인 하려는 것인지.. 자신 또한
헤깔리는 상태로 일단은 체크를 해 두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기자 김승임!!! 여기서 주저 앉을 수는 없다~~~~
높은 굽에 다시금 발목이 부러지지 않도록 주의를 하며, 승임은 어쩐일로
홀로 외롭게 앉아 맥주만 마셔대고 있는.. 아마도 여러번 얼굴은 봤음직한..
HOT 의 토니안 앞으로 다가갔다....
".....이봐.. 그렇게 혼자 앉아 있으니깐.. 꼭 바람맞은거 같다? *^^*"
말을 거는 순간, 손님을 가장한 토니안의 팬들이 보내는 따가운 눈총들이
등으로 와다다다닥 날아와 박혀댔다.
".......?"
넌 뭐냐? 하는 표정으로 올려다보는 토니안.......
"..앉아도 되지? ^^ "
"..뭐지?"
"...나도 바람 맞은 사람..^^ "
승임이 이런 말을 하자(아마도 제일 많이 써먹는 수법이겠지만..) 토니안은
조금은 의외라는 표정으로.. 너 나 모르는거야? 하는 무언의 표정이 얼굴
가득 떠올라 있었다.
..당연히 난 널 알지.. 하지만.. 가끔은 선의의 거짓말이라는 것도 있는 법..
"...딱지라도 맞았어? 표정이 무서워서 어디 이쁜 애들이 접근이나
하겠어??? ^^ "
"..훗..."
겁도 없이 토니가 시켜둔 것 같은 맥주에 손을 뻗어 홀짝이며 승임이 은근
슬적.. 난 너 몰라~~ 라는 뉘앙스를 띄어가며 말을 했고, 그것이 조금은
통했던지 토니는 처음과는 달리 약가는 재밋다는..그러나 여전히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픽... 웃어보이는 것이었다.
" 너 정도면 부킹도 꽤나 들어오겠는데.. 웨 이러고 청승스럽게 앉아 있어?"
".........다시는...부킹따위.........."
"..응?"
"...아냐..."
토니는 약간의 분위기를 띄워주자 뭔가 말을 하려는 듯 입술을 움찔거리다가
이내 도리질을 쳐버린다.. 오호라.. 승임은 뭔가 알아낼 수 있겠다는 표정이
되어 씽긋..웃어보였다.
"...그래그래.. 일단은 마시고 보자구..
둘 다 피차 상대방에게 차인거 같은데.. 오늘 술값은 내가 낼테니
한번 마셔보는거 어때?? ^^"
"..훗.. 차인다... 차였을 수도... 좋아..뭐..."
..정말... 지녕에게 은행이라도 털어달라고 부탁을 해야겠다고 생각해버린
승임이었다... 무슨 배짱으로 술값을 내겠다고 했누....ㅜㅜ;;;;;;;
주거니.. 받거니.. 오고가는 술잔 속에 쌓여가는 술값들.... 크허헉..ㅜㅜ
역시 오늘의 토니안의 기분은 아주 아니였던것이 분명했다. 아니라면 저렇게
술만 마셔델리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내일이 8월 15일이라는 생각에 그런 것일 거라는 거..승임은 약간은
생각할 수 있었다. 어째튼.. 자신들의 리더가 사고를 당하고..죽게된 결정적인
날이니까... 그 죽음의 의미야 여러가지가 되겠지만..물론....
"..친구넘이 하나 있어..."
몇시간 동안 승임이 가득가득 부어주는 술을 거절도 안하고 받아 마시더니
역시나.. 가슴에 품은 말은 있었는지.. 아마도 자신을 전혀 모르는 거 같은
이 여자에게는 조금 이야기를 해도 된다고 생각 했던지... 토니는 드디어
말 문을 열었고, 승임은 마시던 술컵을 내려놓으며 그런 토니를 바라보았다.
"....그 넘이랑 나이트에 오면.... 웬지 죽으라고 부킹이 안되는 거야....
그 넘이 그렇게 재미없는 넘도 아니였는데 말이지......"
"...낯을 가리나 보지..뭐..."
"..아마도..그랬던 모양이야.....
그 날도... 잠시 머리 식히러 간다고 나오는 나더러 같이 가자고 하더라구...
근데.... 재미 없어진다며 걍 집에나 들어가라고 면박을 주고 나와버렸어.."
아마도.. 문희준과의 3년 전의 이야기 일것이라는 추측이 들었다...
"..근데?"
"..그게 그녀석과 마지막... 나이트 이야기를 한 날이.. 되 버렸지..뭐냐..."
술컵을 쥔 토니의 손에 잔뜩.. 힘이 들어가 뼈마디가 붉어져 나오는 기분이
들었다..
"..다시는.... 녀석은 나더러.. 나이트 같이 가자구...
요번만큼은 정말 재밌게 해주겠다구....
떼를 쓰는 것도... 아양을 떠는 것도..........
두번 다시는..................................."
고개를 숙인 토니안의 모습이 유난히 작아보인다는 기분이 들었다.
".....죽은거야? 친구??"
조금 심층적으로 물어볼까.. 승임은 여전히 싸가지없는 여자아이 흉내를
내면서 말을 했고, 그 말에 토니안이 조금 피식..웃는 것이 느껴졌다.
"..죽어...?...........죽어.............그래.................죽었.........지............."
한숨을 동반하며 폐부에서 울리듯이 나오는 울음같은 여운에..승임은 그만..
눈물이라도 핑..돌 것같은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죽었............지...............................
=-=-=-=-=-=-=-=-=-=-=-=-=-=-=-=-=-=-=-=-=-=-=-=-=-=
비.명.을.찾.아.서..............
* 9 *
"..마시고 논 것까지 좋았어....
내 카드 긁은 거... 그래.. 돈 내놓으라 안그럴께..ㅜㅜ
근데.. 정신은 좀 차려줘야 예의 아니냐?"
결국.. 죽었지..라는 말을 그다지도 서글프게 여러번 중얼거리던 토니안은
그 뒤로 다시금 술만 죽으라고 퍼마시더니.. 결국은..희준아..희준아.....
그 이름만 부르다가 그대로 죽은 듯이 잠이 들어버리는 것이었다....
얼핏.... 테이블로 넘어지기 직전... 희준아.. 미안해..... 하는 말도 한것
같았다...
그리고 그런 토니안을 그대로 내버려 두고 간다면... 종사하는 직업이 기자
이니 뒷일은 충분히 알만했다. 그래서 토니안의 매니져라도 근처에 있겠지
싶어 둘러봤으나... 왠일인지..아니면 토니, 그가 메니져를 따돌린 것인지..
그럴거 같은 사람은 정말 털끝 하나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결국... 그가 술이
깰때까지 승임은 돈을 좀더 지불하고 그 나이트 클럽의 안쪽 룸을 하나 잡는
수 밖엔 없었다.
어째튼.. 이꼴을 하고 나갈 수는 없는 일이었기에.....
좍좍 그어지는 신용카드...
쩍쩍 갈라지는 승임가슴.....
필히 지녕을 내일 찾아가리라.. 생각해보는 승임이었다.
"..이봐이봐!!!! 정신 좀 차려보라구..ㅜㅜ"
맞은 편에 앉혀놓은 토니의 다리를 발끝으로 툭툭 때려보며 승임은 꽥꽥
소리를 질러본다. 저렇게 만들어 놓은 것은 진작에 자신인 것을.. 누구를
탓하리오...
"...문....희.....준..... 이 자식아.... 미안해.... 미안해....미안.....미...."
왜............
.........................다들.... 떠난 문희준을 찾는 것일까......................
승임은 다시 왠지 가슴 한켠이 싸한 기분이 들고 있었다....
"..이봐!! 죽은 사람 이제와서 찾아봐야 뭐해!!! 정신이나 차려보라구!!!!"
그러나.. 가슴 한켠이 싸했기에..더 그랬는지, 승임은 그런 승호를 보며 한번
더 소리를 꽥 질렀고, 그때, 승호는 정신이 들기라도 한 듯.. 벌떡.. 몸을
일으키더니, 갑자기 승임의 멱살을 휘어 잡으며 잔뜩 화가 난 얼굴을
들이대었다... 그리고 승임이 그런 토이안의 행동을 이해하기도 전에...
토니안은 그렇게 붙든 멱살을 그다지 힘이 실리지 않은 듯한 손짓으로 흔들며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누가 그래!!!! 천하의 문희준이가 죽었다고 누가 그래!!!!!!!!"
두 눈이 시뻘게져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토니안............
"..문희준이가...죽었다고......누가....................."
이내... 탁자로 주루룩... 흘러내려버리는 그의 바싹 말라들어간 여윈 몸....
"..........문희준이는......안 죽었어............ 으흑..... 안 죽었어!!!!!!!!!"
조금은.....
.....문희준의 죽음을 이용해 아직 활동을 하고 있는 HOT의 멤버들이 가증스럽다고
생각했던 승임이었다... 결국.. 그들도 문희준의 아껴줌을 이용한 것에 지나지 않은
것이라고.......
...그러나 아니였던 모양이었다..........
...........그들 또한...... 동료의... 어쩌면 정말로 서로를 죽지못할 정도로
아껴줬을 법한 친구를......... 죽여가면서까지 무대위에서 춤을 추고 노래를
해야하고 거짓 웃음..거짓 눈물..지어야 했던...... 그들 또한..피해자............
결국은.......
......하나의 인형놀음에... 모두들 가슴깊이 상처를 입어버린...
.............다들 같이 피 흘린.................
...........똑같은..망자..였다.........................
문희준은 죽지 않았다는 발작같은 소리만 되풀이하던 토니안은 그 뒤로
얼마뒤 골아떨어진 것인지 한참을 잠잠했고, 그런 모습을 바라보던 승임
또한 별로 그의 수면을 방해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기에 그저 놔 두고는
쇼파에 몸을 뭍고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리고.. 한 두어시간 지났을까..... 토니안이 정신이 든 것은.........
그리고 잠시 승임을 바라보며..아마도 자신이 지껄였던 말이 기억이 났던지..
조금은 당황스러워 하며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술이 좀 깨요? 토니안씨?"
팔짱을 낀 팔을 풀지 않은 채, 승임이 맞은 편에 앉은 토니안을 향해 물었고,
그제서야 뭔가 감이 간다는 표정이 된 토니안은 승임을 잡아먹을 듯 사납게
표정을 구기고 있었다.
"...그렇게 무섭게 노려볼거 없잖아요...^^"
"..당신 뭐지? 기자?"
"..네.. 기자예요.. 아.. 하지만..뭐.. 이런 일로 무슨 돈따위 요구할
바보는 아니예요..."
승임이 손을 들어보이며 말을 했고, 토니는 그런 승임의 말이 못미덥다는
듯한 표정을 지어보인다.
"...전..현재 문희준씨의 행방에 대해 조사하고 있는 중이예요.."
승임이 조금의 시간을 두고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고, 그 즉시로 토니안은
허허허하는 웃음을 터트린다.
"..죽은 사람 행방을 찾아서 뭐할라고?
그 자식은 화장해서 지리산 꼭대기에 뼛가루 뿌렸기 때문에..
행방이고 뭐고 찾을 길도 없어!!!!"
"........."
승임의 말에 혼자 흥분을 해서 떠벌거리는 그를 보며 승임은 그저 가만히..
그런 토니안의 눈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인터넷에... 비명을 찾아서..라는 홈페이지를 아시죠?"
문희준의 행방을 운운하는 승임을 향해, 비웃음을 잔뜩 던지며 무시하는
표정을 짓고 있던 토니안은, 승임의 입에서 비명.. 그 싸이트 말이 나오자
마자 표정이 확..바뀌어 갔다...
"..전.. 그 비명의 저널리스트 예요.....
전..... 팬애들이 중구난방..떠드는 소리보다는..
확실한 이야기가 듣고 싶어요..
3년전, 815 콘서트의 무대뒤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왜.. 아직..... HOT 는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인지......."
토니안은 거침없이 말을 이어나가는 승임의 시선을 피해 고개를 돌려버렸
지만, 이미 파리하게 질린 그의 표정은 감출 수가 없었다.
".....문희준씨를.. 되찾을 수 있습니다.. 토니안씨......."
조금의 시간이 내려앉으려 했을 때... 다시금 승임은 확실한 이 한마디..
아마도 토니안이 가장 듣고 싶었을 것이라는 말을 던져주며 자리에서 일어
났다.
그런 승임을 따라오는 토니안의 시선 또한... 정말....? 하는 안타까운 느낌을
담은 시선이었다...
".....생각해 보시고..여기로 연락주세요.. 언제든..좋습니다..."
긴말하지 않기로 했다..
여기서 더 구구절절 늘어놓았다가는 흥을 깨버릴 수도 있기에...
승임은 깔끔하게 자신의 이름과 연락처가 프린트된 명함을 토니의 손에
쥐어주고는 돌아서 버렸다..
.....룸의 문을 닫고 나오는 사이로............
...........희준아..라고 외치며 오열하는 토니안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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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 호 : 7745 / 8091 등록일 : 2000년 07월 10일 18:02
등록자 : 주니아씨 조 회 : 1342 건
제 목 : [소설] 비/명/을/찾/아/서... # 6
비.명.을.찾.아.서..............
* 10 *
토니안에게 연락이 올것이라는 것은, 승임에게 있어 하나의 확신이었고,
언젠가는 연락을 하게될 토니안을 기다리는 것쯤은.. 승임으로서는 하나의
배려에 불과한 것이었다.
그리고 8월 15일 오후,
느긋하게 토니안의 전화를 기다리던 승임에게, 토니안이 아닌 지녕이 전화를
건 것은 아마도 계획되었던 일은 아니였던거 같았다.
"...애들이랑 번개를 오랜만에 했는데..
어쩌다 다 같이 놀러온 곳이 승임씨 회사 근처지 뭐예요...^^ "
회사앞 버거킹이라면서 빨리 나와보라는, 별로 익숙지 못한 지녕의 밝은
목소리에 놀라 뛰어나간 승임의 앞에는, 왠지 전부 문희준 짝퉁이 같은 여러
아이들부터.. 그냥그냥 아가씨같은 아이들까지 한 열명은 될법한 아이들이
모여앉아 있었다.
"..안녕하세요~~~~ ^0^ "
아이들은 승임의 황당하다는 표정을 보더니 다들 까르륵거리며 웃었고, 승임
또한 웬지 오늘따라 더욱 밉살스러워 보이는 지녕을 한껏 째리면서 비어있던
의자에 털석.. 주저앉고 말았다.
열명남짓 될거 같은 아이들과 간단히 인사를 나눈 후, 승임은 그 애들이 시끌
시끌 떠드는 것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나저나..승임씨.. 어제 메일은 봤는데..^^;;;"
그리고 한참 떠들던 지녕이 고개를 돌려 승임을 향하며 말을 꺼냈을 때, 물론
아이들도 같이 웃음을 터트린 것은 거의 같은 순간이었다.
"...일만 어떻게 잘 풀어준다면.. 뭐... 그정도 액수야 어떻게 해 줄 수도
있어요..^^ "
지녕이 말을 했고, 승임은, 정말여?? 하는 표정으로 눈을 띵그렇게 뜨고
지녕을 한번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순간.....
다시 한번 요란하게 울린 승임의 핸드폰은 아마도 생각하고 있었던 이의
전화였을지도..모른다.............
"...예...."
잠시만요..하는 제스쳐를 취해 보인 뒤 플립을 열어 전화를 받았을 때..
또한 저편에서 말이 한참 없었던 것..또한 아마도 예상했던 것인듯..
/"저.. 안승홉니다..."
이 말 또한 예상했던 것이었고, 승임은 지녕을 향해, 어제의 술값을 어떻게든
해 달라는 표시로 눈을 찡긋..감아보였다. 후후훗....
15일, 컴백쑈의 무대를 녹화한 뒤 바로 전화를 거는 것이라며 말을 하던
토니안이 한참의 망설임끝에.. 결국은 승임을 다시 한번 만나고 싶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물론, 승임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이야기 해줄 수 있다는 말 또한
덫붙이며.....
결국, 승임에게 토니안은 14일 만났었던 그 나이트의 룸에서 오늘 밤 기다
리고 있겠다는 말을 하며 그대로 전화를 끊었다.
아마도 한차례의 방송 녹화 후, 껄끄러운 분위기로 인해 팀끼리 가지는 일명
자축 파티같은 것도 없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승임이 간단한 메모할 것과 소형 녹음기를 챙겨 그 나이트로 갔을
때.. 토니안은 단정한 정장차림으로 간단한 칵테일을 마시며 승임을 기다리고
있었다.
..시간은 15일에서 16일로 넘어가는 즈음...... 이었다.........
".......후..어떤.. 말을 먼저..해 드려야 하죠?"
승임이 토니안의 맞은편에 앉았을 때, 토니안은 깊은 한숨을 내어쉬더니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고, 승임은 그 기분을 이해하겠다는 편안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가방을 열어 녹음기를 꺼내보였다.
"..녹음해도 좋죠?"
"..네.."
토니안은 이미 예상했다는 반응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제안에 쉽게 응했고,
승임은 재깍 녹음기안의 테잎을 확인한 뒤 녹음 버튼을 눌러 토니안의 앞에
내려놓았다.
"......우선... 문희준씨는 살아 있는 건가요?"
가장 기본적인 이야기.....
..그리고 승임이 가장 듣고 싶었던 이야기........
"....저도 확신할 수 없어요....."
그러나 정작, 확실한 이야기를 해 줄 것이라 믿은 토니안의 입에서는 이런
대꾸가 흘러나왔다.
"..직접 본 적은 없는 걸요....."
"가장 최근에 본 적은 언제죠?"
"....자유 3집 타이틀을 녹음할때요... 한 5개월..쯤 전..."
그 사진에서 본 모습이었다. 녹음실 밖에서 멤버들을 바라보던 문희준..
아마도 그것이 멤버들에게서 또한.. 아주 오랜만의 그의 모습이었고, 또한
그 이후 다시 볼 수 없었던 것이 틀림없었다.
"...문희준씨는 왜 죽은 것으로 되어있죠?"
잠시 시간을 두고 승임이 물었고, 토니안은 다시금 한숨을 내 쉬고는 승임을
바라보았다.
".......많은......문제가 있었어요.."
"..무엇에?"
".....이미 23살이 된 아이들과.. 팀의 막내 또한 21살이 되어버린..
성년의 모습으로.. 10대들을 대표한다는 이름을 달고 활동하는 것부터...
아마도.. 3년전,.. HOT는 그 활동 자체에 대해, 사회에서 묘하게
언벌런스한 불협화음을 내고 있었으니까요..."
토니안은 잠시 말을 끊고 앞에 놓여있던 레몬빛의 칵테일을 한모금 마시며
한숨을 돌렸다. 아마도 3년 전. 그리고 지금까지.. 팀의 유지를 위해 철저히
숨겨져 왔을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그에게 있어 큰 용기를 필요로 하는 것
임을.. 승임 또한 짐작할 수 있었기에 그런 그의 늦장에 그렇게 큰 제제를
걸지 않았다.
"...고인 물은 썩기 나름이예요..
더 이상, 10대 아이들은 HOT가 아니더라도 다른 우상을 만들 수 있는
상황이 되어갔고, 또한 그 속에서 HOT는 말하지 않아도 점점 침체기를
걷고 있었죠..
또한, 5집을 마지막으로 해체를 할 것이라는 말이 공공연연히 떠돌았는데.
솔직히 그때 저희들도 5집이 마지막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HOT를 아직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었죠......"
눈가를 매만지며 3년전의 상황을 기억해내어 정리해 이야기하고 있는
토니안.. 분명.. 저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그리고 이미 이전부터.. 해버리고
싶었던 것이라는 기분이... 짙게 깔려 있었다....
"....HOT가 이뤄낸 것은.. 비록 정상적인 것은 아닐지라도..
아마 다시는 보기힘든 쾌거였고, HOT가 여기서 관심을 잃어버린다면
다시는 그정도의 수입을 얻어낼 수 없을 것이라는 이윤적인
계산이.. 저희 몰래 깔려있었던 모양이예요......"
길다란 칵테일 잔을 틀어쥔 그의 손이 하얗게 질려갔다.
"...그리고... 8월 15일... 콘서트에서...
기획사는 하나의 일을 꾸미기로 했던 모양입니다....
......바로..............
................멤버 중 하나의.............
......죽음................이었죠............................."
평소 토니안의 성격은 조금은 불같고 시니컬하다는 것을 알아왔었다. 그런
그가 그러한 이야기를 하며 속이 답답해 죽을 것 같은 기분을 느끼리라는 것..
또한 승임은 예상할 수 있었다..
"..그럼.. 멤버들은 그 일을 전혀 몰랐다는 것인가요?"
"..예..몰랐어요.....
...희준이가...........그렇게 쓰러졌을 때....
.........저희는 정말 희준이가 죽은 줄 알았죠.......
그런데 그 이후 조금씩 이상하다는 것을 느낄 수는 있었어요..
어림도 없는 이유를 들어가며 저희가 희준이를 문병하는 것을 막았고..
희준이가 죽었다는 것도.. 메니져에게 전해 들었으며.....
.....그의 시신 또한 우리는 볼 수 없었으니까요....."
"..그럼.. 그게 연극이라는 것은 언제 알 수 있었죠?"
"....희준이 장례치른 다음날요.....
..다들 모여서.. HOT는 끝이다....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기획사 식구들이 들어오더라구요..
..그러더니... HOT는 계속 활동할 것이라는 말을 하더라구요....
.....저희는 싫다고 했어요...... 억지로 시켜서 할 거라면 고소하겠다고..
다들 같은 입장이었죠......"
".....그런데..?"
"............큭큭큭......그러자 우리를 어디로 데려가더라구요......"
토니안은 말을 이어가며 어이없다는 웃음을 다시 또 지었다.
생각하기도 싫은 과거인 모양이었다.
"......거기서 누굴 본줄 아세요?
....세상에나..... 맙소사.......
죽었다는 문희준이를 봤어요..
화장터에서 한줌의 가루로 변해서 오는 걸 봤는데...
그것을 내 손으로도 그 높은 지리산 노고단에서 뿌리고 왔는데....
....세상에나.................
.................문희준은 멀쩡히 살아있었어요............"
그날의 경악을 다시 기억하는 모양인지, 토니안은 거의 발악처럼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었다.
"........철문 하나만 열면.........
특수처리된 유리벽 하나만 넘으면....
...그애가 있는데........
우리는 지금에라도 문희준을 진짜 망자로 만들 수 있다는 말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요................."
"......협박..당했나요?"
토니안의 말에 승임은 다시금 확인하는 말을 꺼냈고, 그런 승임의 말에
토니안은 힘겹게 머리를 쓸어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어떻게든 살아있는... 일단은 살아있는...
...문희준의 안위를 놓고.............후후후........"
진실은.........
.........이미 예상했던 것이었지만......
.............그것은..... 진실로 경악적인 것이었다..................
시장논리에 있어 한때의 상품은 시간이 흐르면 그 가치가 떨어지는 법이긴
하다. 그리고 그러한 상품의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계속적인 홍보와
상품의 질적 향상이 필요했다.
...HOT 라는 상품은 아마도 사람들이 생각할 수 있는 모든 탈바꿈을 해왔고..
마지막 궁지에 몰린 HOT를 포기하지 못한 주주는....
......마지막으로 하나의 묘책을 꺼냈을 것이다....
......바로..........멤버들의 생명을 가지고 시작한.... 도박......................
=-=-=-=-=-=-=-=-=-=-=-=-=-=-=-=-=-=-=-=-=-=-=-=-=-=-=
비.명.을.찾.아.서..............
* 11 *
「..솔직히 이렇게 승임씨에게 말하는 것..
정말 떨리고 겁나요... 이거.. 잘못되서 들키면...
...그래요.. 정말... 저더러 너 말하면 죽인다..
이렇게 협박했으면..전 일찌감치 까발렸을 거예요..
..그런데.....그런데.......
말하면 그녀석을 진짜로 죽인데요.......
이미 세상에서는 죽은 놈.....
죽여서 쥐도 새도 모르게 갖다버린다고 달라질 것은 없다고..
그러니 한번 까불어 보라는 앞에서....
우리는...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요.......」
「...재원이는 그 이후..
아무와도 이야기 하지 않아요......
실제로..실어증에 걸렸어요........
시키는 대로 다 하지만..... 말하면 안된다는 공포가..
..그 어린 애를 그렇게 만들었어요.......
.....그래서 아시겠지만 엘범에는 재원이 곡은 없어요...
........그 애는.. 스스로 자기 작업실 악기들을...
..다 부셔버리고 실어증으로 빠져든 거예요.........
........강타는 이제는 밝은 음악을 쓰지 않아요......
............이제는 세상이 더이상 아름답게는 보이지 않는다고..
.............이제는 전처럼 그런 음악을 쓴다면........
.....그런 자기 자신이 혐오스러울 거라고 했어요......」
「......우습죠............?
...........HOT를 끝까지 쥐고 있던 놈은 문희준이었어요..
....충분히 질린 우리를 끝까지 다독이던 놈도 문희준이었어요...
.........그 때문에.... 아마 상처도 제일 많이 받았을 거예요...
...그런 놈이... 이제는.... HOT 때문에..죽은 사람이 되서...
............끝까지.............
.............끝까지......................................」
딸깍........
승임은 길어졌던 토니안과의 인터뷰를 마치고 회사로 와 그와의 이야기를
녹음했던 것을 다시금 들으면서 답답해진 기분에 일어서 창문을 열어젖혔다.
동생이 녹화를 떠 둔, HOT 컴백 무대를 보았다.
K*S 에서 후원해준, 1시간 채로 빌려준 스페셜 컴백무대...
거기서 아이들은 똑같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사랑하는 희준아.......
......하늘에서라도... 우리의 이런 모습을 보면서.......
...........우리를.........지켜줘.....................
...........우리를.........지켜줘.....................
정말로 두려운 것은..... 그들일 것이라는 기분이 들었다....
....815때의 그 사건은... 작은 약물로 시작된 것이라는 토니안의 추측 끝에
나온 답변이 다였다.
문희준은 거의 지병처럼 달고와 버린 어깨의 건초염과 무릎의 연골파열로
인한 통증으로 무대에 설때면 언제나 버릇처럼 진통제를 맞았고, 그러한 그의
특징을 이용해, 피를 토하며 쓰러지게 만드는 약을 투입한 것이거라는 말을
해 주었던 것이다.
캐스퍼가 문희준이라는 정확한 단서는 토니안에게도 없었다. 단지, 그 또한
캐스퍼라는 작곡가를 본 적이없고, 그래서 멤버들 사이에서는 공공연연히
그는 이미 문희준이 되어버렸다는 것밖에는....... 아무것도 알 수 없다고
했다.
문희준과 캐스퍼의 일에 관련된 모든 사람들은 가족과 문희준의 생명이
담보였다고 했다. 실제로, 1년 전, 그러한 문희준의 일을 한 신문사에 투고를
하려한 SM 쪽의 사원 하나는, 그 신문사 또한 SM 연줄이었다는 사실을
모른채 그물에 걸려 들었고, 그의 가족들과 그는 어느 날, 자동차 사고를
당했고.. 그 뒤로의 상황은 들을 수 없었다고 했다.
아마도 그 사고 또한 조작된 것일거라는 것이 토니안의 추측이었다.
...SM은 아마도 조직과 연관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여기서
였다. HOT가 벌어들인 돈은 거의 천문학적인 수치일 것이고, 그러한 금전적
관계로, 한국 뒷골목에서의 큰 조직하나 포섭하는 것은 일도 아닐 것이라는
것이 승임의 생각이었다.
그렇지 않고는 이 모든 생명을 담보로한 연극을 3년째 지속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다시한번 생각한 것은..
그러한 SM이 아마도 알 것이라고 생각되는 눈엣가시일 비명이라는 웹의
마스터인 지녕을 가만히 놔두는 것 또한... 아마도 그들에게 있어, 지녕, 그녀
또한 대단한 두려움의 상대였던 모양이었다.
...비명의 존재를 SM은 알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뒤의 석지녕이라는 여자의 존재 또한..
그리고 그들이 지녕을 2년째 놔둔 것은... 아마도 지녕 또한 너무도 많은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언젠가 지녕이 흘러가는 말로, 승임의 개인정보만큼은 철저하게 보안을
해 주겠다고 한 적이 있었다. 그때는 그것이 무슨 뜻일까..했는데.... 지금
생각을 해보니.. 지녕이 아니라면 김승임이라는 초보 연예 기자따위는.. 그냥
지나가던 깡패에게 맞아 죽어도 전혀 의심스럽지 않을 동네가..바로.. 여기..
한국 사회였던 것이었다. 그리고 그러한 상황을 충분히 이용할 수 있는 것이
SM 이라는.... 거대한 괴물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거대한 괴물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사전조사와 무엇
보다 확실한 근거로, 가장 우선적으로 보호막이 되어줄 관객을 동원하는 것
일 것이다.
비명이라는 홈을 만들고도 일을 벌일 수 없었던 지녕의 절대적인 문제는
바로 이.. 대중이라는 것과 동떨어져 있다는 점이었다.
아무리 많은 근거와 믿음을 가지고 있더라도... 대중과는 거리가 먼 벽안에서
외치는 소리는.. 어필되기 절대적으로 힘든 것이었다.
..그리고 끈질기게 이어지는 하나의 공격.......
승임은 손에든 테잎 하나를 만지면서 쿡쿡 하고 웬지 태평스러운 웃음을
지어보았다...
"...기사를 짧게 하나 써보겠다고요?"
16일.. 다음날 지녕을 찾아가 말을 꺼냈을 때, 지녕은 고개를 갸웃하며 픽..
웃음부터 지었다. 조금은 시기상조가 아니겠냐는 말이었다.
"..물론 이것으로 문희준씨를 어떻게 해 보겠다는 것은 아니예요..
제가 바라는 것은, HOT의 다른 멤버들이 눈을 뜨는 것.. 그거 하나니까요."
승임은, 자신의 신문사에서 출간하는 연예신문에 있는 작은 가쉽란에 이렇게
우연의 일치는 있을 수 없다...라는 것을 주제로 작은 코믹틱한 글을 쓸 생각
이었다. 그리고 그러한 의도를 들은 지녕은 도대체 무슨 주제로? 라고 이미
예상했던 짋문을 던졌다.
"....문희준씨의 사후 나온 음악과.. 캐스퍼의 음악에...늘.. 항상 같은
소스가 깔린다는거 ..알고 계세요?"
승임이 들고 왔던 테잎을 들어보였고, 지녕은 작게 인상을 찌푸리면서 그게
어때서? 라는 반문을 해왔다.
"...물론 같은 소스가 늘 쓰인다는 것으로 우연의 일치라고 부르짖기에는
다소 억지성도 있죠.... 하지만.. 제가 알아본 봐로는 말에요..."
지녕의 오디오 컴포넌트를 어떤 동의의 말도 없이 함부로 손대며 승임은
자신이 가져온 그 테잎을 플레이 시켜 보았다.
"..이건.... 일종의 암시예요..."
승임이 플레이시킨 테잎에는 그 소스만 따로 분리시킨 듯, 그 곡조만 나오고
있었고, 또한 그 곡조는 누가 듣더라도, 테크노에서 흔히 쓰일 수 있는 것이
었다.
"..뭔가..감이 안오세요?"
자세히 들어보라는 듯 승임이 말을 했고, 한참을 듣던 지녕은 조금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이건 베이스 기타의.. G 선만 튕겨서 내는 음같은데........"
"..네..그리고 획일적이죠? 선률이??
"...?"
"..음.. 어떻게 읽는 건지는 잘 모르지만... 뚜뚜뚜,뚜우뚜우뚜우,뚜뚜뚜...."
승임이 획일적으로 흘러나오고 있는 음절을 찝어가며 말을 했고, 그러자
갑자기 지녕이 머리를 홱 치켜 들었다.
"모르스 부호!!!!!!!!!"
"..딩동뎅!!"
지녕이 말을 하자, 승임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뚜뚜뚜..하는 짧게 세번은 S 죠..
그리고 뚜우뚜우뚜우..이런 식으로 길게 세번은...O....
합치면...."
"...SOS......."
지녕과 승임은 동시에 고개를 끄덕인다.
".....문희준씨의 전 곡에 이 멜로디가 있어요.
죽기(?)전의 곡에는 전혀 볼 수 없는 소스예요...
....그가 과연 그냥 이 멜로디를 쑤셔 넣었을 까요?
소스 하나를 쓰더라도 몇일을 고민하면서 골랐다는 그가?
...별로 언발란스하니 튀기는 이 소스를?"
승임의 말에.. 지녕은 그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고...
물론 그녀가 내일 신문에 싣고자 하는 것, 또한 깨닳을 수 있었다.
"...위험하지 않겠어요?"
"....그러니.. 지녕씨의 확실한 엄호가 필요한거 아니겠어요?"
승임의 능청스런 말에 지녕은 피식..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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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 호 : 7746 / 8091 등록일 : 2000년 07월 10일 18:02
등록자 : 주니아씨 조 회 : 1312 건
제 목 : [소설] 비/명/을/찾/아/서... # 7
비.명.을.찾.아.서..............
* 12 *
『 우연의 기가 막힌 일치..
오늘은 10대들의 우상, 가요계의 다섯전사 HOT의 故문희준씨의 곡과
요사이 10대들의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활동 중인 가수들의
타이틀곡으로 유명해진 작곡가 캐스퍼씨의 곡에서 찾아보았다.
두 사람 다 1999년 말부터 선풍적인 인기몰이를 시작해서 지금까지
그 인기를 유지하고 있는 음악장르 중의 하나인 테크노 장르를 즐겨
작곡하는 사람들이라 그런지 소스에서도 비슷한 면모를 많이 가지고
있었다. 특히, 문희준씨의 곡과 캐스퍼씨의 곡에는 똑같은 소스가
쓰이고 있는데, 본 기자가 알아본 봐로는 정말 기가 막힌 일치로
아마도 우연이지 싶으나 이 또한 놀라움을 가진 것이었다.
바로, 그들이 쓴 소스 중, 베이스 기타든 드럼이든... 하나의 음색만으로
이루어진 동일한 곡조가 반복되는 소스가 있었는데..
그것은 놀랍게도 모르스부호의 무엇과 일치했다.
"...ㅡㅡㅡ..." 로 이루어진 이 곡조는, 모르스 부호로 너무도 잘 알려진
"SOS" 신호로 어떤 이유에선지 이 곡조를 곡에 붙인거 같지만..
어떻게 보면 단조로운 이 선률에는 그저 우.연.만이 깔린 것일 수도 있다
..는 점이 참으로 흥미로웠다.
--김 승 임 기자 』
국장님을 조르고, 원래 이 우연의 일치..면을 썼던 선배 기자를 졸라, 승임은
겨우 8월 17일자에 이 기사를 실을 수 있었다. 물론, 아주 작은 기사여서 별로
관심을 끌 수는 없겠지만, 문희준과 캐스퍼의 관계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
라면.. 아마도 이것은 커다란 돌덩이가 되어 후두부를 강타할 것이라는 것쯤..
승임은 헤아릴 수 있었다.
그러나....
바로 그날, 17일.. 승임을 아무런 연락도 없이 찾아올 사람에 대해서는 승임
또한 너무도 의외여서 놀랍기만 할 뿐이었다.
퇴근을 할 즈음...
회사의 로비에서 걸려온 호출 전화는... 승임을 찾아온 손님이 있음을 알려
왔고, 마침 퇴근을 하는 길이라, 짐을 챙겨 내려가던 승임은, 잘해봐야 지녕
이나 놀라우면 토니안이겠거니..싶었다.
..그러나..
....그녀를 기다린 것은.. HOT의 리드보컬... 강 타.. 였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릴께요..."
근처의 작은 커피숍을 들어선 강타는 승임과 나란히 마주앉자마자 본론부터
말을 꺼내왔다.
"..네. 말씀하세요.."
"....저희와 희준형에 대해..무엇을 어떻게 알고 계신지는 모르겠지만요..."
나이가 들면서 더욱 날카로워진 그의 눈이 승임을 깊게 노려보고 있었다.
그러나 그러한 눈총에 쫄 승임이 아니였다.
".....더이상의 기사.. 삼가해 주세요..."
"..어.째.서.요?"
승임이 딱 잘라서 말을 반박하자, 답답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강타는 앞에
놓인 물컵의 물을 벌컥벌컥 들이마셨다.
"......토니형에게 그 쪽의 이야기는 들었어요...."
"..그러세요?"
"....토니형은 지금 뭔가 착각하고 있어요.."
강타는 딱 잘라서 이말부터 하며 다시금 승임의 눈을 바라보았다.
"........승임씨는.... 저희 형을.. 구해낼 수 없어요..."
꿈틀......
승임의 눈썹이 하늘을 향해 치켜 올라갔다.
"....우리는 서로서로.. 서로의 목숨을 담보로 지금 길을 걷고 있어요..
우리가 이 길에서 어긋나면... 형이 죽어요..
..형이 어긋나면.. 저희가 죽죠......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에요..."
"..그럼... 끝까지 그 길을 걸으실 껀가요?
앞으로도 계~~~~속?"
승임이 느긋하게 팔짱을 끼며 말을 했다. 강타는 그런 승임을 바라보며
헛..하는 헛숨을 들이켰다... 뭔가.. 승임의 말에 무한한 공포심을 느낀
표정이었다...
"............"
"...좋겠군요.. 서로가 두려워서 그까짓 벽 하나 부시지 못하고..
...끝까지 문희준은 죽은 사람 흉내를 내며 곡을 쓰고..
HOT는 끝까지 그런 문희준의 가짜 추모곡을 부르고....
....생전의 문희준씨는 참으로 바지런 했나봐요?
그렇게 많은 곡을 남기고 가셨게요???"
".......그건!!!"
강타는 뭔가 반박을 하려 했다. 그리고 그런 강타의 모습을 승임은 느긋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알아요............ 일어서야 하는 것이.......
...비명같은 홈페이지를 만드는..팬들이 아니라...
.......바로.... 저희와 형이어야 한다는 것....................."
강타는 고개를 숙이며 말끝을 흐렸다.
...잃었다고 생각했던 소중한 사람이 정작은 살아있다. 그리고 그 살아있는
모습을 계속 보기위해.. 이들은 꼭두각시 놀음을 해야 한다.. 그가 죽었음을
추모하는 어이없는 꼭두각시극.....
그러한 짓꺼리는 그만두고 싶은데.. 그랬다가는 그를 더이상 볼 수 없다..
..그런 양심적 외침과...그리고 두려움이.......
....이제는 견디어 내기 힘든 공포를 만들어낸 것이다.......
.....그들에게 있어..가장 안전한 도피처는....
..........아마도 현실에 안주해 버리는 것이었던..것이다..........
"..그래도...... 형은 살아 있어요...
..살아서 아직도 하고 싶은 음악..계속 하고있구.....
저희는 가끔이지만..그런 형 만날 수 있구......."
"..강타씨....."
고개를 숙인채... 끝까지 말을 이어나가는 강타는.. 아마도.. 자신의 결코
옳지못할 결정을 옹호하고 있음이.. 그 견디기 힘든 공포를 잊기 위함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까......
"....과연.... 그게... 문희준씨가 원했던... 음.악.인가요?"
승임이 조심스럽게 말을 던졌고.. 그런 말을 들은 강타의 어깨는 움찔..하는
반응을 크게 보였다.
"........문희준씨가 바라는게..과연...
자신을 담보로 얽메여 있는 당신들..일까요...?"
승임의 말을 들으며 강타는 조금씩..어깨를 떨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훅.....욱...흐흐흑.....알아요.....
......알아요.... 안다구요......알아.....요......................"
".....문희준씨에게.. 진정한 자유를 찾아줘야지 않을까요...?"
"..알아요... 아는데... 알고 있는데....
.......전......저는.............
....너무..............너무................두려워요......................."
확률 50%의 승산............
이것처럼 두려운 것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 앞에서... 이제는 세상이 더 이상 아름다워 보이지가 않는다는..
25살의 청년이... 아이처럼 울고 있었다........
그들 또한.. 어쩌면.........
..살아있었지만.. 죽은 것과 같은....
.......세상이 죽여버린 문희준과 같은...........
............망자..였던 것이다.........
..............억울해도..... 원망스러워도....
.........소리 하나 지를 수 없는.........망...자.................
강타는 두렵다는 말을 하고는 한참을 울었다. 원래가 눈물이 많았던 그였지..
하고 생각을 하며 승임은 아무런 말없이 그저 손수건만을 빌려주었을 뿐이
었다. 그에게 아무런 말도 해줄 상황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좀 흘렀을때.., 승임의 핸드폰이 소란스럽게 울어댔다.
"..네..."
/"승임씨야?"
"..네.. 국장님?"
/"..어..국장인데.. 지금 당장 xx병원으로 가봐!!! 큰일났어!!!!"
"..큰..일..요?"
/"장우혁이 애를 하나 팼다는거야!!! 그 부모가 장우혁 고발한다고
난리도 아냐!! 지금!!!!!"
꽤나 흥분을 했던지.. 아마도 승임이 HOT를 많이 좋아한다고 생각했던
국장이 떠들어대는 소리는 그대로 핸드폰 밖으로까지 다 들렸고, 경악을 한
승임의 눈에 울다가 그 소리에 놀라 눈을 든 강타의 놀라는 모습까지 박혀
들었다.
...장우혁이.. 애를...팼어...?
"저희는 이 입장을 변경할 이유가 없습니다..
HOT의 장우혁이라는 가수는 저희 죄없는 애를 때렸구요!!
저희는 법적으로 그를 고소할 권리가 있습니다!!!!
허! 합의? 자기 좋다고 쫓아다니는 애, 술먹고 패놓고 합의??
어디 가당치도 않은 소리 하지 말라고 해요!!!!!"
웬지 첫인상이 애를 위한다기 보다는.. 그런 자신의 아이를 때린 사람이
장우혁이라는 거물이라.. 돈이나 좀 뜯어볼까..하는 졸부같은 기분이 많이
드는 여자였다. 그런 여자가, 아이가 맞아 입원했다는 병원의 병실앞에
모여든 기자들 앞에서 고래고래 소리치듯 외치고 있었다. 물론, 그런 그녀는
아이가 다쳤는데.. 왜인지 빨간 립스틱과.. 고가가 나갈 법한 진주 목걸이를
치렁하니 걸고 있었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눈살을 찌푸린 것은 아마도
승임만은 아니였을 것이다.
그렇게 떠들어대는 부모라는 여자를 보고 있기가 역겨워 승임은 그렇게
밖으로 나와버렸다.
...한동안 또 HOT는 힘들겠구나..싶은 승임이었다.
지금 이상태로도 충분히 버거운 그들이.. 미치지 않은 것이 신기하다고
생각되는 그들이.... 또다시 힘들겠구나....
똑같이 힘든 인간인데...
..똑같이 감정을 가진 인간인데......
사람들은 그들이 대 스타라는 이유 하나로 몰아새우기만 한다.....
분명, 평소 이런 일이 전혀 없었던 장우혁이 아이를..그것도 팬이라는 아이를
때렸을 때는, 뭔가 이유가 있을 것인데.. 대부분의 기자들은 그것을 알아보려
하지 않을 것이다...
..장우혁은... 대 스타라는 이유 하나로.. 무작정 가해자가 되어 비난이라는
비난은 다 듣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우혁이 오빠 어떻해...."
"....씨.. 미연이.. 퇴원하면 내가 더 때려줄꺼야..
뭐야뭐야!!! 저렇게 일을 벌이면 어쩌겠다는 거야!!!
그것도 자기가 잘못한 걸!!!!!"
"..그러게..미연이 그 년.. 꼴도 보기 싫어...!!!!!"
병원의 입구를 나서며 이런 저런 생각을 하던 승임은 이런 목소리가 들려
흠칫..하며 고개를 돌려 보았다. 그러자 병원 입구의 구석에 모여선 세명의,
교복을 입은 소녀들이 아마도 저 소란을 일으킨 듯한 소녀를 두고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얘들아.... 저기.. 다쳤다는..애 이름이.. 미연이니?"
승임은 뭔가 얻을 것이 있다면.. 이번 일을 어떻게 해명해줄 뭔가가 있다면
하는 바램으로 그 애들에게 다가서며 조용히 말을 걸었다.
"....누구세요?"
"..응.. 언닌 기자야.. 장우혁씨가.. 잘못한게 아니라면.. 언니가
어떻게든 해명하는 기사를 쓰고 싶어서 그래..나두 HOT 팬이거든..."
"정말요? 정말요??"
"..그래.."
팬이라는 말을 붙인 것만으로도 아이들은 마음을 열어왔다. 그리고는 시끌
시끌 이야기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미연이라는 친구..많이 다쳤어?"
"..많이? 지나가던 개가 웃겠어요!!!
그냥..우혁오빠가 살짝 민거 뿐인걸요!!!!"
"..야..살짝..민건..좀 심했구..걍.. 따귀..한대 때린거 뿐이예요.."
따귀 한차례 때린 걸로 저 난리를 부린다구? 저 어머니라는 여자..확실히
돈에 눈이 멀긴 멀었구만...
승임은 눈쌀을 잔뜩 찌푸리며 고개를 흔들었다.
"...근데.. 미연이라는 친구가 왜 맞았어?"
"....음... 지가 잘못했어요!!!"
"..맞아.. 그 엑스가 잘못했어!!!!"
"..어떤 잘못을 했어? 빰 맞을 정도로?"
"..그럼요!!! 저희가요... 우혁이 오빠 팬이거든요...
저랑.. 얘랑..얘랑.. 저기 미연이 기집애랑.. 넷이서 숙소 앞에서 우혁이
오빠 기다리고 있었거든요...
우혁이 오빠 돌아올때 싸인이나 받을라구요..근데 사실 우혁이 오빠가
그런거 잘 안해주기로 유명하거든요... 그래서 얼굴이나 한번 볼라구..
그럴라고 기다리고 있었거든요...
근데 우혁오빠가 웬일로 싸인을 해주더라구요...그러면서..
너희 오늘 우리 방송 녹화한것두 봤니? 이렇게 물으시길래 저희가
네!! 이랬거든요..
..그러니깐 오빠가.. 멋있었어? 이러셔서... 또 그렇다구 했거든요..
근데..저 나서기 좋아하는 미연이 기집애가... 대뜸..
근데 노래는 문대지 노래라서 싫었어요..이런거예요...어휴...
그러니깐 우혁오빠가 놀래면서..뭐? 하더라구요... 그래서
저희가 막.. 미연이한테 하지말라고 눈치 줬는데..
그애가 그랬어요~~
오빠.. 오빠들 이제 오빠들 노래 불러요..
뭐하러 3년 전에 죽은 문대지 노래를 아직 부르고 있어요?
별로 좋지도 못한걸???
그러니깐 우혁오빠가 그런 미연이한테.. 그런 말 하는거 아니라고
좋게 넘어갈려고 하셨는데..
미연이가 끝까지.. 문대지..문대지..죽었으면 사라지지..하면서..
계속 희준오빠 욕을 하는거예요..
그래서..우혁오빠가.... 걔 뺨을 한대.. 때렸어요....."
"..솔직히.. 저희도 생각은 있어요...
...희준오빠 노래 불러주는 거 아니면..
...오빠들... 활동할 이유 없다는 거.. 아는데..
...저 미연이 기집애가.."
"..언니.. 정말 우혁이 오빠 편에서 기사 써주실꺼죠?
정말.. 우혁이오빠가 잘못한 거 없단 말예요..."
..승임은.. 자신의 팔에 매달리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소녀들을 바라
보았다. 너무도 깊이 갈라져 버린....... 고랑.....
...팬들의 절반수가.. 자신들의..정말은 살아있는 리더의 욕을 하는 것을..
그들 또한 알고 있을 것이다...
..그들은..과연... 그런 말을 들으며.. 그 팬들에게..고마운 느낌을 받을 수
있을까........
...더 이상은... 그들도.. 무대에 선다는 것이.. 고문으로 다가올 것이다.......
..........문희준이...살아 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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