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엠 러브 Io sono l'amore I Am Love 2009년 120분
감독 루카 구아다니노
출연 틸다 스윗튼(엠마), 플라비오 파렌티(에도아르도), 가브리엘리니(안토니오)...
루카, 한 번도 만난 적 없건만 부라보(시나리오도 쓰신단다)
너무나 흠모하는 틸다, 건배
뤼미에르 형제의 '기차의 도착(1895년)' 이후 얼마나 많은 영화가 만들어졌는가
그 안에 세운 스토리의 뼈대는 기껏해야 몇 십개의 방식으로 조합이 가능할지....
영화가 계속 만들어지는 건 뼈대를 채우는 이미지들의 색깔, 모양, 크기, 두께, 질감....
동서남북위아래로 비틀고 피워낸다
그 많은 사람들의 얼굴이 다르듯,
같은 이름의 꽃이어도 자세히 보면 다 다르게 바람에 떨듯....
그 점에서 '아이 엠 러브'는 영상의 마술을 보는 것 같다
이 영화는 여러가지 코드로 접근할 수 있다
그 하나는 시간,
음식,
또 다른 접근은 사랑과 죽음이다
엠마는 러시아에서 아마도 평범하지만 감성적인 삶을 살다가
이탈리아의 전통과 재력을 겸비한 가문으로 시집을 온다(로또에 당첨되듯)
아들 둘과 딸을 길러내며 능력있는 남편과
우아함을 날마다 흩뿌리면서 상류층의 삶을 살아간다
(상류층이라고 해봐야, 세탁소에도 가고 파티를 준비하며 세월 다 간다)
큰 아들에게 여자가 생기고
딸이 레즈비언임을 고백하고
남편은 언제나 그렇듯 출장가고.....
그렇게 그녀는 사랑의 리비도를 건네줄 대상을 잃어간다
그 외로움의 깨진 파편 사이로 아들의 친구인 안토니오가 들어선다
불륜이라고 쉽게 말할 수 있겠지만
음식 때문이다
음식이란
아무리 오래 전 기억 속에 묻혀 있다가도
몇 십 년의 시간을 거느리고 튀어나오는 마법과도 같다
그녀는 안토니오가 만든 음식을 맛보면서 어린 시절의 자신을 불러낸다
음식은 미래의 시간이 아닌 현재의 시간 속에 있다
혹은 과거의 시간까지 되돌려준다
그녀의 남편은 추억의 풍성함도 현재의 즐거움도 누릴 줄 모르는 사람이다
단지 내일을 저당잡혀 살아갈 뿐이다
그러나 그건 스스로의 욕망일 뿐이다
그는 아내조차 어떻게 사랑해야하는지 방법을 몰랐던 사람,
안토니오의 차로 산 위 집을 향해 구불구불 달려가는 장면은 마치,
영화를 보는 사람을 운전석으로 불러내 산속으로 들어가는 착각을 심어준다
허위의 옷을 하나씩 벗고 활짝 열린 감각의 맨몸으로
오늘이 마지막인 시간 앞에 서라는 듯
감독은 그렇게 자유를 찾아가는 방법에 대해 알려주려는 것이다
그녀는 그곳에서 다시 어린시절의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곳에서 안토니오와 엠마는 꽃 속에 든 나비나 벌의 떨림과 겹쳐진다
아들이 엄마의 비밀을 알고 다투다가 사고로 죽고
장례식이 끝나고 둘이 함께 잘 해보자는 남편에게 엠마는 말한다
"안토니오를 사랑해요"
순식간에 모든 걸 알게 된 남편의 말
"넌 예전부터 존재하지도 않았어"
그녀가 존재하지 않은 것처럼 그 잘난 가문과
몇 십년 쌓아올린 아내와 엄마로부터 사라지는 데는 몇 분 걸리지 않았다
그녀가 선택한 건 있지도 않은 내일의 시간이 아니라
오늘 죽음이 와도 좋을 자기 안에 묻혀 있던 과거의 시간과
오늘 빛나는 햇살과 빗방울, 꿀벌과 꽃, 솜털, 빛나는 몸.....
영상이 얼마나 섬세한지 영상이 옷을 입고 있다고 생각된다
투명한 바람에 불려지면 다시 향긋한 이미지들이 화면에서 몸을 굽힌다
이렇게 좋은 영화가 있기에
텅 빈 오늘의 문을 닫을 수 있겠지만,
첫댓글 다음이나 네이버에서 다운 받으면 조금 비싸고 영화의 폭도 다양하지 않아요
이미 알고 계실 테지만 '온디스크'에 가입하시고... 호호 그곳 관계자는 절대 아닙니다
취향이 각각 다르지만 빙이에겐 베스트 5에 드는 영화, 틸다, 틸다, 아, 느무나무(관세음) 멋있어요 핰
하하 빙이가 엠마였다면?
와우!!! 아... 대박... 화면 속으로 들어가고 싶었습니다. 빨라지는 심장 박동 소리를 들으며 내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