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행지 개요
▶ 경남 고성 땅에 '몰래 걷다가 들켜서 그대로 멈춘' 산이 있다? 아주 먼 옛날 어염집 규수가 부엌에서 밥을 짓다 밖에 나와 보니 커다란 산 하나가 성큼성큼 바다 쪽으로 있었다. 혼비백산한 아낙이 "저기 산이 걸어간다!"고 소리쳤고, 들켜버린 산이 그 자리에서 주저앉고 말았다. 산은 그 바람에 “걸어가던 산”, “걸어산”이라고 불렸는데 그 산이 고성의 진산인 거류산(571m)이다. 산 이름은 여러 차례 개명됐는데 가야시대에는 태조산, 조선 초엔 거리산, 가라산이었다가 조선 말에 거류산으로 확정됐다.
▶ 지리산에서 뻗어가는 낙남정맥은 고성 북쪽 대곡산에서 통영 바다 쪽으로 가지를 치는데 바로 통영지맥이다. 남쪽으로 달리던 통영지맥은 벽방산에서 북쪽으로 유턴하듯 꺾이는데 이 산 주름 가운데에 거류산이 있다. 산세가 남해를 향해 활처럼 품을 벌렸고 산줄기도 오롯하다. 산은 벌판 한가운데에 홀로 선 것처럼 보여 유독 다른 산에 비해 돋보인다. 하여 벽방산, 구절산, 무이산 등 고성 10대 명산 중에서도 으뜸으로 친다. 산 정상이 유럽알프스산맥의 마터호른 산을 닮아 '한국의 마터호른'이란 타이틀도 있다. 고성 출신 산악인 엄홍길을 기린 전시관이 이 산자락에 있는 연유도 거류산이 '고성 산의 왕'이기 때문이다.
▶ 거류산은 571m로 그다지 높지 않지만 고성평야에 솟아 있어서 높이가 그대로 다가온다. 정상에 오르면 사방으로 시원한 조망이 펼쳐진다. 동쪽은 당동만, 북서쪽은 고성평야 그리고 남쪽은 벽방산과 그 너머 남해바다이다. 벽방산을 기준으로 오른쪽(동쪽)은 한가로운 바다 위로 몇 개의 섬이 떠 있고, 왼쪽(서쪽)으로는 수많은 섬들이 모여 있고 그 사이로 바다가 마치 강인 듯 흐른다. 어느 쪽도 다 아름답다. 가까이로는 삼천포의 와룡산과 조금 멀리로는 사량도 옥녀봉이 보인다. 정상 아래에 있는 거류산성은 경남문화재자료 제90호로 가야시대의 유적이며, 대한불교조계종 쌍계사의 말사로 원효가 창건한 장의사(藏義寺)가 있다.
▣ 산행안내
▶ 산행들머리인 고성군 거류면 감서리 동부농협 가는 길
성서홈플러스 → 남대구IC → 중부내륙고속도로지선 → 옥포분기점 → 중부내륙고속도로지선 → 칠원분기점 → 내서IC → 통영방향 5번국도로 약 12km 이동 → 현동교차로에서 고성(통영방향) 2번국도로 우회전하여 7.3km이동 → 남해안대로 통영,가야(진주)방향 왼쪽(14번국도)으로 14km이동 → 남해안대로 옥수휴게소 지나 7km이동 → 삼락삼거리에서 당항만로 거류(동해)방면으로 좌회전 후 2.4km 이동 → 거산삼거리에서 동해로 거류(동해)방면으로 좌회전 후 2.6km 이동 → 한내삼거리에서 광도(통영)방면으로 우측도로 1.0km 이동하면 동부농협 앞 도착하게 됨.
▶ 동부농협 ~ 유적비 ~ 거북바위 ~ 거류산
◑ 감서리 동광초등학교 뒤의 동부농협에서 출발한다. 길건너 대승암 방향으로 골목길로 들어서서 온양 방씨 재실을 지나면 갈림길에서 왼쪽 길을 택한다. 시멘트 길바닥에 흰색 페인트로 쓴 등산로 표기가 보인다. 갈림길에서 4분 정도 가면 재실이 또 나온다. 이번에는 재실 오른쪽 길로 간다. 밀양 박씨 유적비를 지나면 오른쪽으로 멀리 당항포 바다가 시원하게 보인다. 3분 정도 더 걸어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10분 정도 가면 감동소류지 아래쪽에 거류산 등산안내도가 나온다. 안내도에서 왼쪽으로 2분만 더 가면 이정표가 있다.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 능선으로 들어서면 부드러운 오르막이 이어진다. 낙엽이 바닥에 수북한 능선을 따라 묘 두 곳을 지나면 조망이 트인 곳이 연달아 이어진다. 두 번째 전망대의 조망이 더 좋다. 바위벼랑에 서면 에메랄드 빛 당동만과 남해가 발아래로 보이고 당동만 사이에 낀 바다가 조붓해 보인다. 추수가 끝난 당동리 들녘도 만 뒤로 보인다. 전망대를 지나 바로 앞의 365봉에 오르면 거류산 정상의 북쪽 사면이 보이고 정상으로 머리를 향한 거북바위가 저만치에 있다.
◑ 365봉에서 20분 정도 오르면 이정표가 있는 삼거리다.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아 7분 정도 가면 갈림길이 나온다. 거북바위 접근로인데 왼쪽 길은 경사가 가파르고 오른쪽 길이 순하다. 이 길로 3분쯤 가면 거북바위다. 바위는 크게 머리와 몸통으로 나뉘는 데 갈라진 지점 양쪽으로 올라가는 철 계단이 있다. 바위는 바다를 나온 거북이가 산꼭대기로 올라가는 모양새다. 자손이 귀한 집안의 아낙네가 바위에 오르면 자손이 번성하고 수명도 연장된다는 전설이 있다.
◑ 거북바위에서 내려와서 오솔길을 따라 오른쪽 능선길로 붙는다. 여기서부터 정상까진 15분가량 돌무더기 길이다. 경사가 사납지 않아 수월하게 오를 수 있다. 반듯반듯한 돌덩이들이 블록처럼 오밀조밀 박혀 있는 정상에는 산불감시초소와 함께 조망안내판, 정상표석이 있다. 정상에서는 동쪽으로 당동만과 남해, 거제도가 보이고, 서쪽 등성이에 서면 고성읍과 고성 들판, 대전통영고속도로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북쪽으론 당항포와 구절산 줄기가 눈에 들어온다. 해안가 주변 산은 대개 완벽한 파노라마 조망미를 선사하는데 거류산도 여실히 이를 증명한다.
◑ 정상 곳곳에 흙구덩이가 보이는데, 묘를 쓴 흔적이다. 거류산 꼭대기가 명당이라 여기에 묘를 쓰면 자손만대에 부자가 나오거나 높은 벼슬을 한다고 밀장했다가 파헤쳐진 묘 터다. 밀장 탓에 마을 사람끼리 송사가 자주 빚어졌다고 한다. 표석 바로 밑 바위틈에 300년 된 소사나무(자작나무과의 교목)가 자란다. 모진 비바람 속에 생명을 이어나가 고성 사람들은 이 나무를 '강인한 고성인'의 상징으로 여긴다. 하지만 등산객과 병충해에 시달려 현재는 수액을 맞고 있다.
▶ 거류산 ~ 거류산성 ~ 거북바위 ~ 문암산 ~ 장의사 ~ 엄홍길전시관
◑ 정상에서 엄홍길전시관 방향으로 내려간다. 7분 정도면 너덜이 군데군데 보이는데 거류산성(경남문화재자료 제90호)의 흔적이다. 가야시대 때 소가야국이 쌓은 것으로 추정되는데 둘레가 1.4㎞로 성벽은 높이 3m, 너비 4m 정도로 소가야국의 왕과 군사들이 신라에 나라가 멸망할 때까지 이 성에 숨어 살았다고 한다. 일부 산성 구간은 말끔하게 복원됐다. 산성 아랫길로 접어들어 이정표를 지나 15분 정도 가면 봉우리 주변에 특별한 표지가 없는 492봉에 닿는다.
◑ 492봉에서 능선을 오르내리며 15분 정도 가면 휴게소가 있는 문암산에 에 닿는다. 돌탑과 벤치가 있다. 이곳에서 길은 두 갈래로 나뉜다. 왼쪽은 장의사로 가는 길이고 직진방향은 엄홍길기념관으로 곧장 가는 능선 길이다. 왼쪽 장의사 방향으로 5분 정도 내려서면 이정표가 나오고 오른쪽으로 방향을 꺾어 5분가량 더 가면 삼거리에 이정표가 있다.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6분 정도 돌길을 내려가면 장의사(藏義寺)다. 절 이름치곤 특이하지만, 뜻을 풀면 해탈의 염원을 품었다는 절이다. 원효대사가 창건했고 법정 스님의 스승인 효봉 스님이 중건했다.
◑ 절에서 삼거리까지 되돌아와서 엄홍길전시관 쪽인 왼쪽 능선 사면 길로 오른다. 능선을 넘어 너덜지대를 통과해 10분가량 가면 마지막 이정표가 나온다. 여기에서 '등산로 입구' 이정표까지는 7~8분 정도 걸린다. 날머리인 엄홍길전시관은 1천117㎡ 규모로 2007년 10월에 개관했다. 엄홍길 대장은 1960년 9월 14일 고성군 영현면 봉발리에서 태어났다. 전시관에는 엄 대장의 등반 장비와 의류, 각종 기록이 있다. 동절기(11~2월) 개관시관(월요일 휴관)은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이고 입장료와 주차요금은 무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