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비평의 개념
"비평 (Criticism)은 지적인 독서의 연장" -하우프(G. Hough)
1. 비평의 개념
<개념>
문학비평은 시, 소설, 희곡, 연극, 영화, 만화 등 언어로 쓰인 작품을 텍스트로 삼아 가치 평가를 내리는 행위를 말한다. 비평 자체를 비평하는 힘을 가지고 싶어서 비평을 공부한다.
영국의 시인 바이런은(1788년~ 1824년) "비평가의 말을 믿기보다는 차라리 12월의 장미꽃을 찾는 편이 낫다"라고 말했다. 위대한 시인조차도 비평을 폄 화했다. 장미꽃을 12월에 보는 것이 불가능했던 19세기 초반 시대에는 그의 말이 옳을지도 모른다. 1인 1 미디어 시대에 우리 모두 서평가나 영화평론가가 될 수 있다. 당신 안에 비평의 개념이 있어야 호구되지 않는다. 내 안에 옳고 그름의 잣대를 가지는 분별력이 있어야 한다.
19세기 중반 이후 비평은 문학 장르의 총아로서 중대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 현재에 12월의 장미가 흔하듯이 좋은 비평가가 좋은 글을 쓰는 작가이기도 하고 훌륭한 작가가 멋진 비평을 하는 일도 많다. 비평가의 위상은 훨씬 더 중요해졌고 높아졌다. 비평가의 개인적인 취향이 지나치게 의존하게 되는 특성상 의식적으로 평가하고 감상할 수 있기 때문에 비평가의 역할은 신중해야 한다. 내가 사랑하는 것들이 누군가의 가스라이팅이 만든 허구일 수도 있다.
비평이란 분석하고 판단하는 일이다. 좋은 책을 골라 읽을 수 있도록 비평가는 길잡이 역할을 할 수 있다. 작품을 보고 냉철하게 판단 가치를 판단하고 분석, 감상, 칭찬과 결점을 분별할 줄 아는 능력과 문학적 역량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자신만의 색깔과 수백 개의 눈과 더듬이를 지니고 있어야 진정한 비평가가 될 수 있다.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누구나다 좋은 비평가 일순 없다. 자신만의 신념 속의 도덕과 논리의 저울이 있어야 진정한 비평가이다.
<분류>
비평의 , 비평에 대한 비평(메타비평)으로 나뉜다. 기술에 방식에 따라 모방 비평(mimetic criticism)은 문학작품을 세계와 인간생활의 모방, 반영 혹은 재현으로 플라톤과 아리스토 텔레스에서 나타나 현대 리얼리즘 문학 이론의 특징이 되었다. 효용 비평(pragmetic criticism)은 작품의 가치를 목적의 성취도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다.
독자들의 해석적 반응에 영향을 주는 조직적 활동이다. 프랑스의 롤랑 바르트가 있다. 표현 비평(expressive criticism)은 문학작품을 작가와의 관계 속에서 취급한다. 독자 중심 비평은 작가나 작품 중심보다는 독자를 중심으로 보는 이론이다. 개인적으로 독자의 편에 서서 비평을 하고 싶다. 독자 중심 비평 이론의 대표적인 이론가인 한스 로베르트 야우스, 볼프강 이 저, 스탠리 피시, 노먼 홀랜드, 데이비드 블레이지가 있다.
마르크스적 비평은 19세기 중후반 카를 마르크스와 프리드리히 엥겔스에 의해 이론이 성립되었다. 이전의 어떤 이론보다 과학적으로 문학예술과 역사 관련의 토대를 닦았다. 헝가리 출신의 게오르그 루카치에 의해 더욱 정교화되었다. 형식주의 비평은 20세기 영국과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비평 운동이다. 작품 자체의 형식적 요인들을 각 부분 및 전체와의 관계를 분석하고 평가한다. 러시아 형식주의가 대표적 예이다. 시클로 스키가 이 이론을 구체화하기 위해"낯설게 하기"를 창안했다.
미국의 T.S 엘리엇과 리처즈 역시 이러한 다채로운 형식주의의 미학적 이론과 방법을 세련화하는데 기여했다. 구조주의 비평은 1950년대~60년대 프랑스를 중심으로 급속하게 퍼져나갔다. 페르디낭 드 소쉬르의 "일반언어학 강의"에서 제시된 모델에 바탕을 두고 있다. 구조주의 비평은 근본적으로 경험주의 실증주의와 합리주의에 근거하고 있다. 자크 라캉은 정신분석비평은 프로이트 정신분석학을 재해석했다. 동시대 문학비평 방법엔 1) 탈구조주의 비평 2) 페미니즘 비평 3) 독자 중심 비평 4) 문화연구 5) 문학 생태학과 생태 비평 등이 있다.
<역할>
대한 출판협회에 따르면 작년 신간 발행 종수는 6만 1천181종이다. 전년(2021년) 발행 부수는 7천291만 992부이다. 무수하게 쏟아지는 유성 같은 책들에 대한 스스로의 비평이 없이는 올바른 독서를 할 수가 없다. 세상의 모든 책을 다 읽을 수 없기에 비평은 또 다른 문학의 연장선에 올라섰다. 비평은 문학뿐만 아니라 예술의 모든 행위의 영역까지 아우르고 있다. 오래전엔 영화평론가들이 추천하는 영화는 언제나 핵노잼이어서 일단 걸렀다.
정보의 홍수에서 익사하지 않으려면 우리가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어떤 영화를 봐야 할지 비평을 먼저 보고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점점 더 커져가는 비평의 중요성을 깨닫는 요즘 난 어떻게 읽고 봐야 할지를 비평가에 의존하게 되었다. 비평가의 글을 보고 나 자신의 냉철한 안목을 키워야 온전히 비평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고 진정한 예술작품에 대한 비평을 하게 될 수 있다. 비평으로부터 자유롭기 위해서 난 비평을 공부한다. 공감하기도 하고 반감하기도 할 줄 아는 비평을 비평할 능력의 필요성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비평가는 객관적으로 작가를 바라보고 작품을 재해석하는 자여야 한다. 어떤 비평이건 장단점이 존재하기 때문에 총체적인 비평이 필요하다. 비평으로부터 자유롭고 싶다면 먼저 비평가가 되어야 한다. 시대를 앞서서 재해석하는 능력은 비평에서 나온다. 수많은 텍스트를 읽고 다양한 시도를 함으로써 비평의 안목을 키워야 한다. 나를 구속하는 것들로 자유롭고 자 한다면 나만의 생존기술을 가져야 하는 고대의 인류처럼 비평은 나를 지켜주는 안목이다.
2. 역사, 전기 비평
<개념>
역사·전기적 비평은 작가가 애초에 구상한 본래성을 살려 비평하는 것이다. 미국의 서지학자인 프리드슨 바우어즈(1905~1991)는 작가가 겪은 사회, 문화적 관계와 역사적 배경, 영향 관계 등을 고려하여 비평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작가의 삶을 이해하고 난 후 작품을 다시 읽고 나면 새로운 재해석이 되기도 한다. 원전비평과 서지, 주석적 비평을 포괄한다.
프랑스의 실증주의와 영국의 전기 연구, 역사학의 발달 등에 영향을 받아 형성되었다. 언어와 역사를 같이 공부할 수 있다. 작가의 전 생애와 시대의 역사관과 문화적 역사적 배경 원전의 확정, 주변 지인들의 평판과 작가의 모든 것을 뒷조사해야만 한다. 셜록 홈스처럼 돋보기를 들고 다니며 작가의 모든 것을 샅샅이 파헤쳐야 한다. 작가를 프레파라트를 재물대 위에 올려놓고, 클립으로 슬라이드 글라스를 고정해 가면서 현미경으로 봐야 하는 경우도 있다. "봄은 고양이 로소이다"를 쓴 시인 이장희 같은 경우 사진도 작가의 일대기가 거의 남아 있지 않아 조각조각 모아서 붙여야 한다. 국립 과학수사 연구원처럼 폭탄을 안고 죽은 이를 핀셋으로 흙과 시신을 분리하는 정교함을 가져야 한다.
<출현 배경>
10세기 영국의 윌리엄 고드윈이 작가의 전기를 사회적 문화적 배경에서 쓰려고 시도했다. 스콧의 "드라이든" 및 네이선 드레이크의 "셰익스피어"는 초기의 예시이다. 프랑스에서는 19세기 생트뵈브와 랑송에 의해 독단적 교조주의적이고 인상주의적 비평을 극복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프랑스의 시인이자 소설가이자 비평가였던 생트뵈브는 시대와 환경의 규명을 넘어 생활환경, 교육, 교우관계, 유파, 성격들 객관적인 조건들을 내세운 비평을 제시했다.
비평가이자 문학사가였던 "텐"은 1864년에 네 권짜리 "인종, 환경, 시대"를 제시하였다. 역사주의적 비평과 전기 주의적 비평 방법의 협성을 의미한다. 그레그 스타인은 "당대 비평의 전망"에서 원전 사용, 특수한 시간과 장소의 적용, 작가의 인생과 물리적 환경, 작품의 전시대와 동시대의 것과 비교, 문학적 전례와 전통과 작품의 관계를 비교해 본다.
시인의 아픈 시대를 알고 난 후, 시가 지르는 비명이 들린다. 작품을 제대로 보려면 시인 자신으로 빙의되어 보는 것이 가장 빠른 방법일 것이다. 시대와 장소가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는데 중요한 자료이기 때문이다. 시인 김소월의 이루어지지 않은 첫사랑 "오순" 과의 이야기를 알면 시가 더 가까이 다가오고 그의 아버지의 정신이상에 대해 알고 나서 그의 작품을 제대로 음미할 수 있었다. 이상은 직접 찾아가서 왜 "오감도"를 썼는지 물어보고 싶다.
최서해(최학송)의 간도에서 힘겹게 살아온 삶을 알고 나면 "탈출기"가 그의 자전적 소설임을 알게 된다. 작가는 작품을 벗어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만해 한용운의 첫 키스가 왜 날카로울 수밖에 없는지도 역사 전기 비평을 통해 다시 이해하게 된다. 그가 한국사 중 가장 힘든 일제강점기에 독립운동을 한 승려였음을 생각해 보면 작가에게 다가가는 지름길이 된다.
그가 살아온 전 생애를 톱아보면 작품이 다시 보인다. 역사. 전기 비평이야말로 제일 먼저 고려해 봐야 할 비평이다. 작가의 성격과 연대기를 찾아보고 문화적인 초상화를 그리고 난 후, 모든 것을 재구성해 본다. 이상의 슬픔을 이해하기 위해 그의 지인 김기림의 문학적 초상화를 보고 난 후 그가 어떤 인물인지가 떠오른다. 난해한 작품을 써서 중도에 펜을 놓을 수밖에 없었지만 현대에 와서 그에 대한 재평가는 시대를 앞서간 그의 천재성과 그를 버린 시대의 자화상이 함께 그려진다.
작가의 평판과 영향력도 또한 중요하다. 책이 사람을 바꿀 수 있는 위대한 도구이기 때문에 우리는 윤동주의 고고한 유고 시집을 더욱 사랑할 수밖에 없다. 윤동주를 이해하기 위해 시대를 넘나들며 사랑받는 그의 암울했던 시대상과 그가 살았던 간도, 그의 사촌과 시집을 고이 간직했던 지인 정병욱 교수와 친구 문익환을 떠올리게 된다. 운동의 청초한 얼굴을 보고 시를 더욱 사랑할 수밖에 없었던 여고시절이 떠오른다. 유독 좋아할 수밖에 없었던 그의 시들은 지금도 외우고 있다. 시인의 지조 높은 나라를 향한 사랑만큼이나 아름다운 시로 각인된다.
문맹률이 높은 시대에 만권 이상의 소설을 판 이광수는 톨스토이의 영향력을 받았다. 당대의 많은 작가들이 춘원 이광수와 어울렸다. 제자 최서해, 박태원 등 수많은 문인들이 그의 추천을 받았다. 물론 지나친 역사주의 비평은 분석에 갇힌 그물 속 고기가 되기 쉽다는 단점도 있다. 멀고 큰 바다에서 헤엄치는 고래를 상상하기 힘들어진다는 오류를 낳기도 한다.
오로지 과거 사실에 집착해 의도적인 오류를 범한다는 형식주의 비평가들의 공격을 받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시대상을 완벽하게 벗어나는 벌거숭이가 되긴 어렵고 고립되어 홀로 떠있는 섬도 아니다. 작가는 작품 속에 가장 많이 녹아있다. 나 스스로가 전라로 작가의 삶 속으로 첨벙 뛰어들어 보는 상상을 할 수 있어서 역사. 전기 비평을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한다.
그 사람이 좋아지면 그 사람에 대해 먼저 알고 싶어 진다. 작가의 작품보다 흥미로운 인생 이야기가 때론 더 와닿기도 한다. 알면 알수록 더욱 좋아지는 사람처럼!!
세상의 모든 것들이 공부가 되는 새벽, 진정한 학문이란 삶에 대한 바른 이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