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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산에 도들벗셔고 구움은 느제로내다. 비딋 무근풀이 뉘밧시 짓터든고. 두어라 차례지운 닐이니 매난다로 매오리라.
도롱이예 홈의 걸고 뿔곱은 검은쇼 몰고 고동풀 뜻머기며 깃믈갓 나려갈 제 어대셔 픔진볏심 함끠가쟈 하난고.
둘러내쟈 둘러내쟈 길찬 골 둘러내쟈 바라기 역고를 골골마다 둘어내쟈 쉬짓튼 긴 사래난 마조 잡아 둘너내쟈.
땀은 듣난대로 듯고 볏슨 쬘대로 쬔다. 청풍에 옷깃 열고 긴 파람 홀로 불 제 어듸셔 길 가는 손님 아난드시 머무는고.
항긔(한그릇의) 보리뫼오 사발의 콩닙이라 내 밥만 할셰요 네 반챤 적을셰라 먹은 뒷 한잠경이야 네오내오 달을소냐.
돌아가쟈 돌아가쟈 해지거다 돌아가쟈 계변의 발을 싯고 홈의 메고 돌아올 제 어듸셔 우배쵸젹(牛背草笛)이 함께 가쟈 뵈아난고.
면홰난 세다래 네다래요 일읜벼난 피난 모가 곱난가 오뉴월이 언제가고 칠월이 반이로다. 아마도 하나님 너희 삼길 제 날 위하야 삼기샷다.
아해난 낫기질 가고 집사람은 저리 처친다. 새밥 닉을 때에 새 술을 걸릴셰라. 아마도 밥 들이고 잔 자불 때에 호흥(豪興)계워 하노라.
취(醉)하난이 늘그니요 웃난이 아희로다. 흐튼 순배 흐린 술을 고개 숙여 권할 때예 뉘라셔 흙쟝고 긴노래로 차례춤을 미루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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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어 풀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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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와 감상] | |
<농가>는 전 9장으로 이뤄진 연시조로서 전형적인 농촌 생활을 일과의 진행 시간 순서에 따라 노래한 작품으로, 현실 비판적이고 부패한 시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밝고 생동감 있는 분위기를 드러내고 있다. 조출(朝出), 운초(耘草), 석귀(夕歸), 초추(初秋) 등 각 장의 내용을 포괄한 제목이 붙어 있으며, 제1수 조출에서 제6수 석귀까지는 여름 농번기의 하루 일과를 읊은 것이고, 이어지는 나머지 3수 초추, 상신(嘗신), 음사(飮社)는 곡식이 익어가는 초가을에서 추수가 끝난 후의 늦가을까지 절서감(節序感)을 읊고 있다. <농가> 구장(九章)은 사강회(社講會) 문서첩(文書帖) 속에 들어 있다. 이것은 1767년부터 1778년 사이에 이뤄진 작은 문서들 22개의 집성인데 13번째 문서인 농규(農規) 다음에 실려 있으며, <농가> 구장은 농규를 보완하는 성격을 지닌 노래라 할 수 있다. 작가(존재 위백규)는 농촌에서 일생을 보내면서 농민과 같은 심정으로 농민의 생활을 우리말로 된 시조에 담았다. 이는 그가 추구한 실학적 학문에 대한 실천의 일부로 볼 수 있다. 농촌의 힘든 노동의 일상을 고되거나 괴로운 삶으로 보지 않고, 넘치는 활력과 생명력을 가진 건강한 삶으로 파악했다. 이는 선생의 인생관과 철학이 반영된 것이다. 존재 선생은 한시가 아닌 시조로 민요시를 이룩하는 데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 특히 지방 사투리를 그대로 살려냈다는 것이 이 글의 특징이다. <농가> 구장은 기존의 시조 제작 관습과 전통, 즉 표준어를 쓰는 것이 당연하다고 받아들여진 전통과 관습에서 벗어나 지방민의 정서에 맞는 문예 미학을 이뤄내고 있다. 존재의 문학은 시조와 가사와 한시에 두루 걸쳐 있으면서 특히 생활 현실의 인식을 가장 뚜렷하게 형상화하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농가> 구장은 18세기 문학 조류의 흐름 속에서 중요한 변모 중 하나인 민요의 변모에도 공헌한 바가 크다. 농업노동요는 민요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게다가 모내기 노래, 즉 모 노래는 시조의 처음 두 줄과 같은 형식으로 한 편씩 완결되면서 일하는 동안 느끼는 심정을 대구나 문답을 이루게끔 다듬어 표출하는 밀도 높은 서정시다. 이런 모내기 노래는 시조나 가사에 수용되는 일이 많았는데 <농가> 구장이 그 대표적 위상을 지니고 있다. 이 글들은 민요의 실상과 변모를 확인할 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자료로서 의의를 지니고 있으며 연시조의 소멸 원인과 그 과정을 보여주는 국문학사에 있어 의의가 있다. 조선 시대 사대부들은 자연을 안빈낙도의 삶을 구현할 수 있는 이상적인 공간으로 그리고 있었다. 자연은 유유자적하는 곳이며, 음풍농월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자연 속에 묻혀 자연을 즐기며 살아가는 삶이 그들의 이상적인 삶이기도 했다. 하지만 조선 후기로 넘어오면서 '자연'을 대하는 태도는 달라지기 시작했다. 보다 현실적인 모습에 관심을 갖게 되며, '자연'은 건강한 노동이 이루어지는 공간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위백규의 <농가>도 마찬가지이다. 더욱이 <농가>에서의 화자는 농사를 짓고 있는 농부를 바라보는 사대부라기보다는 실제 농사를 짓고 있는 농부로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래서 땀이 흐르면 흐르는 대로, 햇볕이 내리쬐면 쬐는 대로 자신에게 주어진 농사일에 최선을 다하는 농부의 모습을 보다 생생하게 그릴 수 있었던 것이다. 또한, 열심히 일하다가 시원한 바람을 맞이할 때의 그 즐거움을 아는 듯이 서 있는 '사대부'를 은근히 빈정대고 있는 4장의 내용은 같은 사대부임에도 불구하고 참된 노동의 가치를 보고만 있는 사대부들에 대한 비판의식이 나타난다는 점에서 특징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하루의 보람찬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들려오는 '피리 소리'를 6장에서 언급하며 농부의 삶에 깃든 소박한 풍취를 나타내고 있다. 표현상 특징으로는 민요적 기법인 'aaba' 형식을 활용하여 리듬감을 형성하는 기법을 쓰기도 하고, '바라기'나 '역고' 등의 전라도 지방의 사투리를 사용한 점이 특징이다. 이것처럼 민요의 기법이나 사투리의 사용 등은 기존의 사대부 시가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현상으로 농민들의 생생한 삶을 그려내고자 한 작가 위백규의 사회적 의식의 소산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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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리] | |
◆ 성격 : 평시조, 연시조, 민요(농업노동요) ◆ 표현 : 농촌 생활의 하루 일과를 생생하게 표현함. 시간의 흐름에 따른 구성 방식을 취함. 묘사적이고 사실적 표현이 두드러짐. 사투리의 사용과 aaba 형식의 부분적 사용 ◆ 주제 : 농부의 고된 노동과 여유로운 휴식, 농사일의 소박한 풍취와 즐거움 ◆ 주요 구절 * 땀은 듯는 대로 듯고 볏슨 쬘 대로 쬔다. → 땀이 떨어지는 대로 둔다는 표현은 농사일이 힘든 것임을 나타내는 동시에, 흐르는 땀에 신경 쓰지 않는,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나타내 준다. 마찬가지로 따가운 햇볕을 신경 쓰지 않고 일한다는 표현은 농부의 소박하고 자연스러운 생활 태도를 나타내 준다. * 사대부들의 태도에 대한 비판으로, "어디서 길 가는 소님네 아는 드시 머무는고." → 길을 지나가던 사람이 화자의 기분을 알기라도 하는 듯 잠시 서서 바라보고 있다는 뜻이다. 땀 흘려 일하는 농부의 기분을 이해할 리 없는 양반이 마치 화자 자신의 기분을 알기라도 하는 듯이 바라보는 데 대한 은근한 빈정거림이 나타나 있다. '어디서 우배초적이 함께 가지 재촉하는고.' 화자인 농부가 하루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어딘가에서 소의 등에 올라타고 돌아가는 이의 풀피리 소리가 들린다는 이 구절은, 농부의 삶에 깃든 소박한 풍취를 나타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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