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녀왔습니다, 안동 봉정사와 영산암

[연보리]

강원도 길은 역시 달랐다.

어지간한 균형감각으론 버티기 힘들 정도로 차는 꼬불꼬불한 길을 따라 끝없는 S자를 그린다.

멀미를 참다 못한 몇 사람이 앞자리로 달려 나가고...

안동이 가까워지자 길도 좋아지고 따갑던 햇살도 한결 부드러워진다.

들판은 어느새 가을색이 살풋 묻어있다.

길가의 코스모스는 계절을 가리지 않는다지만, 초록 잎새에도 황금빛이 은근히 배어난다.

순례길 오가는 버스 속에서 우리 카페 선돌뱅이님께서 방송중인 대구불교방송의 [생활법문강좌]를 함께 들었다. 시간이 맞지 않아 방송을 잘 듣지 못한 분들을 위해 그동안 방송됐던 내용을 녹음해 와서 함께 듣는 시간을 가졌다.

이윽고 도착한 봉정사,

우리나라에서 제일 오래된 목조 건물이 남아 있다는 것과 영국의 엘리자베스여왕이 다녀간 이후로 유명해졌다는 것만 알 뿐, 고씨 동굴에서 봉정사로 갑자기 일정이 바뀌는 바람에 사전 검색도 해보지 못한 채 찾아온 곳이기에 오히려 기대가 크다.

봉정사는 어떤 도량일까? 어떤 느낌으로 만나게 될까?

▲ 봉정사 일주문

대한 불교 조계종 제 16교구 본사인 고운사(孤雲寺)의 말사 중 하나인 봉정사의 최초 창건은 신라 문무왕 때 의상대사의 창건이라는 기록과 능인대덕의 창건이라는 기록이 있으나 대체로 능인대덕의 창건으로 보고 있다.

신라 문무왕 12년(672)에 능인대덕이 수도를 한 후 도력으로 종이 봉을 만들어 날렸는데,

이 종이 봉이 앉은 곳에 절을 짓고 봉정사라 하였다는 전설이 있다.

창건 이후의 뚜렷한 역사는 전하지 않으나 참선도량 (參禪道場)으로 이름을 떨쳤을 때에는 부속 암자가 9개나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6.25 전쟁 때는 인민군이 머무르면서 사찰에 있던 경전과 사지(寺誌)등을 모두 불태워 역사를 자세히 알 수 없다.

-봉정사 홈페이지에서-

일주문을 지나 조금 걷자 우람한 보호수 한 그루가 우리를 맞는다.

비록 비스듬히 누워있지만 굵고 힘찬 줄기와 윤기있는 무성한 잎들에서 녹록찮은 세월의 힘이 느껴진다.

진입로를 따라 차츰 드러나는 봉정사는 오후 햇살이 비스듬히 비쳐,

빛과 그림자의 절묘한 조화로 강렬한 인상을 주고 있다.

유교의 본거지인 안동에 대한 선입견이랄지 눈에 비친 풍경은 서원을 좀 닮아 보인다.

잘 다듬어진 담장과 단아한 모습으로 서 있는 진여문을 지나 절의 중심부로 들어가자 참으로 불교적인 대웅전이 거기 있었다.

국보 311호로 지정된 봉정사 대웅전, 불과 두달도 되지 않은 새 국보이다.

2009년 6월30일자로 국보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건립연대기가 남아 있지 않아 자세한 역사는 알 수 없으나 해체 수리시에 발견한 목서명에 의한 추정으로는 현존하는 우리나라 最古의 목조건물로 알려져 있다.

▲ 국보 311호로 이번에 지정된 봉정사 대웅전, 사진: 봉정사 홈페이지에서

 ▲ 보물 제1614호로 지정된 봉정사 후불탱화 미륵하생도, 1428년(조선 세종 10년)작, 사진: 봉정사 홈페이지에서

 ▲ 대웅전에 모셔진 석가모니불 좌우협시 관음, 지장보살상

법당을 참배한 후 뜰에 서서 도량 이곳 저곳을 둘러 보니 아름답기 그지없다.

천년을 넘게 이어져 온 도량에 서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슴 벅찬데,

다행이 어느 한 곳 허술함이 없이 잘 장엄되어 있어 마음 편히 참배 할 수 있어 더욱 좋았다.

사찰순례를 하다 보면 세월의 풍우를 이기지 못한 채 쇠락한 가람을 만나게 되는데,

그럴 땐 정말이지 가슴이 아리다.

이대로 불교가 주저앉는 건가 싶기도 하고 부처님께 한없이 죄송스럽기도 하다.

물론 불법이 법당 속에 있는 것도 아니고 당우가 번듯해야만 제대로 전해지는 건 아니겠지만, 육신을 빌리지 않고는 자성을 살필 길이 없듯이 도량을 통하지 않으면 어디서 어떻게 불법을 이어갈지...

봉정사는 어디를 둘러봐도 환하고 맑고 정갈했다.

▲ 우화루, 건립연대: 조선 숙종

▲ 대웅전 마루

▲ 화엄학당 쪽에서 바라본 대웅전과 무량회해(요사채)와 공덕당(후원)

세월의 흔적이 쌓일수록 단청은 퇴색되어 갔어도 그 당당함에는 조금도 흠을 내지 못한다.

넓은 겹처마가 날개를 활짝 펴고 전각을 보호하고 있다.

장년의 기개가 느껴지는 곳, 봉정사 대웅전은 참 활기차 보인다.

대웅전 오른쪽 건물이 화엄학당이다.

스님들께서 교학을 공부하시던 장소라고 한다.

온돌로 되어 있으며 대웅전이나 극락전과 마친가지로 17세기에 중수되었을 거라는 설명글이 붙어 있다.

▲ 보물 448호인 화엄학당, 사진: 봉정사 홈에서

▲ 대웅전 앞에 남아 있는 괘불대

 ▲ 연화대

대웅전 앞에는 많은 석물들이 남아 있었다.

괘불을 걸었던 괘불대도 있고, 불상 없는 연화대도 남아 있었다.

그런가 하면 대웅전과 극락전 사이의 노천에는 연화대 없는 부처님이 모셔져있다.

어디서 어떻게 모셔온 부처님이신지, 아무런 안내글이 없다.

육계는 다 닳고, 얼굴은 사정없이 홈이 졌지만 지그시 눈 감은 모습은 평화롭기 그지 없다.

▲ 대웅전과 극락전 사이에 모셔진 석불, 따로 설명이 없었다.

 ▲ 국보 제15호인 봉정사 극락전과 삼층석탑

대웅전을 중심으로 한 만세루와 무량회해, 화엄학당의 공간이 기운차고 쾌활하다면 극락전을 중심으로한 탑이 있는 공간은 아기자기한 멋이 있었다.

봉정사가 오늘 일정의 마지막 참배지이고 시간 여유도 충분해 모두 탑돌이를 하고 사진도 찍으며

부처님이 내려다 보시는 가운데 내집처럼 편히 머물 수 있었다.

▲ 극락전 내의 아미타부처님

▲무량해회의 뒷모습과 삼층석탑(시도유형문화재 182호)

때마침 비껴든 오후의 햇살은 극락전  앞 마당을 더욱 정감있게 만들어 준다.

일부러 만든 조명이라한들 저렇게 예쁘게 비출 수 있을까. 

아담한 공간에 꼭 맞게 탑은 자그마하니 예뻤다.

돌에는 이끼 화장이 제일인지, 고려시대의 것이라지만 탑은 젊은 어머니처럼 곱고 예뻤다.

누군가가 동전을 붙여놓거나 던져 놓은 자리에 가면 사람들은 자연스레 따라하게 된다.

우리의 거사님들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던지 탑의 지붕으로 동전을 던진다.

그냥 동전이 아니다, 온 마음을 담은 소원동전. ^^*

시간 여유가 있으니 참 좋다.

요즘 뜨고 있는, 사실은 카페 차원에서 띄우고(?) 있는 우리의 사십대, 일명 사학년들이 탑 앞에서 폼을 잡는다.

앞으로 우리 인드라망을 이끌어갈 젊은 그들이 싱그럽고 미덥다.

▲ 공덕당, 공양을 짓는 후원의 굴뚝이 설치작품처럼 멋스럽다. 옆에는 장독대

극락전 마당에서 그러고 있자니 영산암으로 오라는 전화가 온다.

공덕당을 지나 영산암으로 올라가자 또 다른 정취의 공간이 눈 앞에 펼쳐진다.

해우소 하나도 저렇게 예쁘게 가꾸다니...

키 큰 해바라기 한 그루에 한 송이씩 짝을 지어 핀 붉은 맨드라미의 모습이 애잔하니 귀엽다.

바지랑대가 받치고 있는 빈 빨랫줄에는 늦여름 매미 소리가 매달렸다.

▲ 영산암의 우화루

우화루 누각 사이로 선홍빛 배롱꽃이 그림처럼 걸려있다.

영산암, 우화루, 그리고 꽃들.......

참으로 잘 어울리는 이름이고 누각이고 정원이다.

영산이란 부처님께서 법화경을 설하시던 영축산을 말한다.

우화는 말 그대로 꽃비, 부처님께서 영축산에서 법화경을 설하실 때 하늘에서 꽃비가 내렸다고 한다.

그 중의 한 송이를 손에 들자 가섭이 화답하여 빙그레 웃었다는 그 유명한 염화미소,

영산암의 우화루는 이심전심의 그 순간을 자연스레 연상시킨다.

우화루 아래를 지나자 꿈 속에서 봤음직한 풍경이 놓여있다.

극락전 앞마당을 어머니의 품속 같다고 여겼더니 이곳은 아예 별당 아씨의 정원처럼 몽환적이다.

ㅁ자 모양의 전각들이 아기자기 이어진 중간에 작고 예쁜 정원이 만들어져 있다.

처마를 맛대고 이어진 전각들과 여기 저기 피어 있는 꽃들을 보느라,

이곳에서는 법당에 들어가는 것도 잊고 사진만 찍다 왔다.

아무래도 정신줄을 잠시 놓았나 보다. ㅎㅎ

 ▲ 응진전과 삼성각

▲ 송암당

우화루와 송암당을 잇고 있는 누마루, 건물은 이렇게 누마루와 마루로 이어져 있었다.

작은 공간 안에 어쩌면 이렇게 적절히 잘 만들어 놨는지, 전각과 나무와 꽃들의 조화가 절묘하다.

돌멩이 하나도 꼭 있어야 할 자리에 두었겠지만 손 대지 않은듯 또 그렇게 자연스럽다.

여기 저기 흩어져 있는 인드라망 가족도 저렇게 보니 도량을 장엄하는 송이 송이 꽃이네.

 ▲ 마법사님댁 효련이

아무리 좋은 곳이지만 이제는 떠나야 할 시간이다.

약속했던 시간을 이미 훌쩍 넘겼다.

주위에 순례팀장님이 안 보이면 벌써 버스 앞에서 인원점검하고 계시다는 신호이다.

그렇지만 이곳은 대구에서 먼 강원도도 아닌 안동이고, 해는 아직 저만치 남아 있으니

말로만 '갑시다' 해놓고는 우화루 문턱을 넘으며 또 서성댄다.

저기 한 무더기 법우님들도 그런가 보다.

누군가의 카메라를 향해  나란히 서 있다.

"여기도 봐주세요~~"

서 있는 그대로 몸만 살짝 살짝 돌리는 저 센스들...ㅎㅎ

봉정사 참배를 끝으로 인드라망의 8월 사찰순례는 끝이 났다.

천년고찰을 다녀온 날이면 불교에 대한 자부심으로 가슴이 뿌듯해진다.

누가 뭐래도 우리 문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불교문화를 우리 불자들이 잘 이어가야 함을 알고 있다.

곳곳에 도량이 있어 든든하듯이 늘 함께여서 행복한 우리 인드라망 법우님들,

금방 보고도 돌아서면 또 보고싶어지는 가족같은 분들이기에 벌써부터도 다음 순례날이 기다려진다.

인드라망 원문보기 ▶ http://cafe.daum.net/indramang1/9WMH/3135

[향기]

참여는 할수 없지만 늘 인드라망 회원님들이 순례 하시는 곳을 기록으로 남게하고 그것을 당신의 카페 뿐 아니라 모든 불자님들을 위하여 이곳 카폐까지 올려 주셔서 고맙습니다. 저와 같이 장거리 여행이 좀 불편한 사람에게 너무나 많은 도움이 됩니다. 연보리님 감사 합니다

[여의주]

인드라망 가족들과 혜어지신지 하루가 지났는데 또 보고 싶다는 연보리님,,,,참으로 당신과 함께 하시는 도반님들은 행복 하시겠습니다. 이렇게 사찰 소개와 사진까지 올려 주시니 얼마나 감사한 마음 이겠습니까? 항상 올려주신 순례기 잘 보고 있답니다. 고마워요 연보리님

[智 月]

이제 사찰순례를 하시는 한팀이 아니고 가족들 보다 더 친근한것 같습니다. 부럽습니다. 내 나이가 젊었다면 동행하고펀 도반님들 입니다. 고마워요 연보리님,,,,,

[보현]

안동 봉정사 가는 길에 연보리님 앞장서서 사진 찍어시고 나도 쫄랑쫄랑 따라가는 철부지처럼 함께 동행한 느낌 입니다. 잘 방문하였습나디 고마워요. 연보리님

[연보리]

따뜻한 댓글이 많이 달렸네요. 비로암에도 카페에서 한 번 가보고 싶네요.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원을 세웠으니 또 이뤄지겠지요. 고맙습니다. ()^^*

[화엄]

늘 이렇게 연보리님의 사찰 순례기를 읽고 있으면 저도 한식구가 된것 같아요. 인드라망 회원님들 홧팅,,,,,,이제 조금 있으면 회원수 3,000명을 돌파 하시겠네요. 축하 합니다 연보리님 _()_

[연보리]

^^* 감사합니다. 그렇지만 활동 회원수는 그렇게 많지도 않습니다. 어느 카페든 그렇겠지만요. 그나마 사찰순례가 매달 있어서 카페의 구심점 역할을 해 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