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25구간 화령 - 윗왕실 마을(2017. 11. 26)

[석두거사]

화령 - 윤지미산 - 무지개 산 - 신의터재 - 지기재 - 개머리재 - 백학산 - 윗왕실 마을

2016년 9월 11일 진부령을 출발한 백두대간 종주산행이 1년여 산행 끝에 드디어 덕유산 구간이다. 처음엔 무박 산행에서 5시 출발로, 이번 산행부터는 6시 출발이다. 벌써 전체구간의 2/3정도 산행을 했으니 참 감회가 새롭다.  백두대간 상 화령에서 윗왕실 까지는 윤지미산(538m)과 백학산(615m)을 제외하고는  해발이 200~400여m 정도의 나지막한 곳으로 옛 상주의 중모현(현 모동, 모서면)과 화령현(현 화서, 화북, 화동, 화남면)의 첫 자를 따서 "중화지구"라고 불리는 곳이다. 이번 구간의 산행거리는 25여km 정도지만 야트막한 야산과 논두렁 밭두렁을 가로지르기도 하는, 산행거리 대비 체력소모가 비교적 적은 편이라 대간 종주꾼들이 잠시 쉬어가며 마음의 여유로움을 갖는 구간이기도 하다.

출발시간이 1시간 늦어짐에 마음의 여유가 생겨서인지 딸들과 오랜만에 맥주 3병으로 늦은 시간 까지 한 잔 했다. 전국적으로 추워진다는 예보가 있었다는 딸내미의 말에 집을 나서다말고 동계산행 채비로 바꾸다 시계를 보니 마음이 급해진다. 서둘러 배낭 들쳐 메고 집을 나서 이강*과 함께 차고지에 도착했다. 출발하자마자 정대장이 여행사사무실에 지도를 놓고 왔단다. 지도를 가지러 회차했다, 1차 집결지인 시청에 도착하니 기다리는 동료들이 보인다. 많이 늦은 건 아니지만 추운 날씨인지라 미안한 마음이 든다. 2차 집결지인 공설운동장으로 이동하니 총 28명이다. 거제 대원 2명이 가벼운 부상으로 빠졌단다. 빠른 회복을 빌어 본다. 종주를 처음시작 할 때만 해도 만 차였던 인원이 이런저런 이유들로 많이 줄어들어 참 안타깝다. 06:21분 바2472는 오늘도 합천선로를 힘차게 달리기 시작한다. 잠깐 눈을 붙였나 싶었는데 07:55분 선산휴게소다. 추워진 날씨 때문에 지난 산행 때부터 휴게소 식당에서 아침을 먹기 시작했다. 따뜻한 온기 속에 동료들과 소소한 정 나눔 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08:26분 휴게소를 출발하여 08:55분 화령에 도착했다. 산행이 시작되는 화령(火嶺)은 경북 상주시 내서면과 화서면을 잇는 25번 국도가 지나는 고갯마루다 삼국시대부터 고구려, 신라, 백제의 접경지대로 군사적 요충지였으며 6·25 때도 격렬한 전투가 벌어졌던 곳이다. 화령 표시석에 기념촬영들을 하고 09:01분 대간 길을 향해 첫 발을 내딛었다.

등산로가 평탄하고 부드러워 워밍업 하듯 걷는데 어디서인지 계분(鷄糞)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내년 수확을 위한 준비라 생각 되지만 지독한 냄새다. 등산로 좌측으로 상주-청원 간 고속도로위를 자동차들이 참 시원스럽게 달린다. 임도를 잠깐 걷다 왼쪽 등산로로 진입하여 짧은 오르막을 오르니 다시 길이 평탄하고 좋아지는데 등산로에 쌓인 낙엽 때문에 많이 미끄럽다. 불과 한 달 전 까지만 해도 선홍빛으로 때로는 황금빛 아름다움으로 우리 마음을 설레게 했었는데 지금은 마지막 잎 되어 낙엽으로 차가운 바닥에 누워 있으니.. 내년에 또 다른 빛깔로, 또 다른 아름다음으로 만나길 소망해 보며 이제 이별하고 싶다. 왼편(남쪽)으로 윤지미산이 보인다. 대간 능선이 낮아져서 동네 뒷산처럼 되어서인지 능선 주변에 묘지가 많다. 완만한 오르막을 오르다 급 오르막을 10여분 이상 오르고 나니 09:51분 윤지미산이다. 정상은 제법 넓은 공터로 바닥엔 여기저기 작은 돌들이 박혀 있고 잡목이 우거져 조망은 형편없다. 올망졸망 작은 봉우리들을 오르내리니 좌측 건너 산허리에 안개가 휘감긴 모습으로 운치를 더하고 빗방울이 하나씩 떨어지기 시작한다. 10:30분 대간길이 급 좌회로 바뀜이 이제까지 동진이었던 대간길이 남쪽으로 바뀜이다. 10여분을 걸으니 제법 오르막이다. 잣나무 군락지를 지나니 닥터블루베리 농장으로 내려가는 3거리다. 무기개산 삼거리에 도착하니 10:53분. 무지개산에 올랐다 하산하는 전문가 민회장이 바쁘게 내려오는 모습이 보인다. 격려의 덕담을 보내고 부지런히 오르니 중·후미 대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11:17분 노관주나무 군락지다. 노관주나무는 측백나무 과로 노송나무라고도 부르는데 통풍, 류머티스 관절염, 근육통, 신경통에 특효약이라고 하고, 열매 기름은 드라이진이라는 술 원료로 쓰인다고 한다. 11:55분 점심을 먹기로 한 신의터재다. 먼저 도착한 박형*대원이 김치찌개를 데우며 기다리고 있다. 김장김치에다 김대*대감이 준비한 육전, 15살 사춘기 발렌타인까지 우리의 점심상은 오늘도 푸짐하다. 점심식사를 마친 우리들은 12:40분 다시 지기재를 향해 걸음을 옮긴다. 포도밭을 지나고 나니 13:30분 콘크리트길이다. 콘크리트길을 2~3분 걷다 다시 좌측산길로 들어서니 백두대간의 장엄하고 굳센 기개는 어디에도 없고 도로로, 임도로 끊기고 논, 밭의 대간 길이라 비산비야(非山非野)란 말이 실감되어진다. 지기재 직전 대나무 길 좌측으로 감나무 밭이 보인다. 잠깐 대간 길을 이탈하여 수확하고 남은 감 홍시를 따 먹어보니 그 맛이란?? 한번 가서 따 잡숴들 봐!

13:43분 지기재다. 901번 지방도가 지나는 곳으로 뒷동산에 도둑이 많아서 적기재라고 부르다가 세월이 흘러 지기재로 불린단다. 차량을 세워 놓고 기다리고 있던 정대장에게 산행 중 이상 없음을 알리고 부지런히 백학산을 향해 걸음을 옮긴다. 완만한 경사를 오르락내리락 하기를 몇 번 안심산(安心山)이다. 구릉 같은 안심산은 길쭉한 능선 상에 있어서 어디가 정상인지 구별도 잘 안 된다. 14:40분 개머리재다. 대간길이 고도를 팍 낮춘 지역이라 재와 임도가 많다. 포도밭을 지나고 소나무 갈비 길을 한참 걷다 내리막길을 내려서니 15:26분 백학산 직전 대포임도다. 백학산 급경사를 오르며 힘들어하는 여성대원에게 백학산이, 윗왕실 마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격려의 거짓말을 해대며 나도 가쁜 숨을 몰아쉬며 걸음을 옮긴다. 옛날 수많은 흰 학들이 이 산 정상에 쉬어 갔다고 이름 붙여진 백학산! 정상에 도착하니 15:50분 기념촬영하고 있던 대원들과 합류하여 짧은 휴식을 취하고 윗왕실 마을을 향해 걸음을 옮긴다. 표고차 는 별로 없지만 제법 오르락내리락 하는 등산로에 여성대원들이 지루해 한다. 대원들이 힘들어 할수록 나의 거짓말은 계속 된다 얼마 남지 않았다고, 마을이 저기 보인다고! 윗왕실 마을직전에 수확하지 않은 홍시가 매달려 있다. 배고픔에 몇 개 따 먹는데 길 아래쪽에서 정대장이 우리를 부른다. 많이도 따 놓았다. 큰 일교차와 서리에 제대로 익었으니 허기중의 그 맛이란.. 사방으로 산에 둘러싸여 있어서 임금이 사는 구중궁궐처럼 깊숙한 골짝마을이라는 윗왕실에 도착하니 16:50분 배낭을 다시 정리하고 17:04분 상주 68번 지방도를 달리다 17:18분 4차선인 3번국도 상주구간을 달려 김천 평화사우나로 향했다. 오랜만에 찾은 김천은 입구부터 잘 정돈된 모습이다. 내 오랜 기억 속에 생초에서 서울을 가기위해 완행버스를 3시간 이상을 타고 다시 김천에서 고속버스를 탔던 기억이 새롭다. 대형관광버스로 평화사우나를 찾기가 쉽지 않다. 휴대폰 네비게이션은 자꾸 유턴을 하란다. 18:00분 오랜 돌아다님 끝에 사우나는 찾았고, 그리고 씻었다. 19:00분 대도식당으로 이동하여 해물전골 곁들인 한 잔 술이 웬 그렇게 맛있던지..

19:55분 3번 국도를 타고 진주로 이동하는데 김천을 벋어나자 아직도 2차선이다. 주상부터 4차선 포장이 되어 있다. 주상부터 생초까지 신나게 4차선 도로를 달린다. 생초! 남덕유산에서 흘러내린 위천과 지리산 뱀사골 쪽에서 흘러온 엄천강이 만나는 두 물머리! 넓지도 좁지도 않은, 수량이 적지도 많지도 않은 강은 은어, 피라미, 갈겨니, 동자개, 꺽지, 쏘가리, 메기 잡아 고추장 풀어 애호박에 깻잎, 고추 넣어 매운탕 끓여 먹던 내 어릴 적 추억의 강이다. 나는 생초를 오갈 때 늘 국도를 이용한다. 봄엔 도로변 봄꽃이, 여름에는 래프팅 하는 모습이, 가을엔 필봉에 걸려 있는 구름이, 겨울엔 하얀 옷 입은 웅석봉이, 4계절 경호강 주변의 모습이다. 이런 여유롭고 풍요로운 모습이 너무 좋다. 아쉽게도 정대장이 국도로 더 이상 이동하지 않고 생초IC에서 고속도로로 올라선다. 산청휴게소에 잠깐 들렸다 21:35분 출발한 우리들은 22:00분 진주에 도착했다. 대원들과 작별을 하고 집에 도착하니 22:28분 오늘 산행도 이렇게 마무리 한다.

삼포!

산허리에 안개가..

무지개산 삼각점!

잣나무 조림지!

포도밭들이..비산비야(非山非野)다.

대포임도 우측 포도밭과 채소 밭!

대포임도!

윗왕실마을 동물 이동통로

철 없는 개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