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비달마장현종론 제12권
4. 변연기품(辯緣起品)①
4.2. 유정의 종류와 그 전생(轉生)[1]
1) 4생(生)
앞에서 설한 온갖 계(界)와 취(趣) 중의 생(生)에는 간략히 네 종류가 있음을 마땅히 알아야 할 것이다.141)
그 네 가지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게송으로 말하겠다.
[3계ㆍ5취] 중에는 4생의 유정이 있으니
이를테면 난생(卵生)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인간과 방생은 네 가지를 갖추고 있으며
지옥과 아울러 온갖 천(天)과
중유는 오로지 화생(化生)이며
아귀는 태생(胎生)과 화생의 두 가지와 통한다.
논하여 말하겠다.
앞에서 설한 계(界)는 유정과 비(非)유정 [모두]와 통하며, 취(趣)는 오로지 유정과 통할 뿐이다. 그렇지만 [일체의 유정을] 두루 포섭하지 않으며,142) 생(生)만이 오로지 두루 포섭한다.
그래서 [생을] 유정이라고 설하는 것으로, 비유정을 온갖 생[衆生]이라고 이름하는 일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유정의 유형에는 난생(卵生)ㆍ태생(胎生)ㆍ습생(濕生)ㆍ화생(化生)이 있는데, 이것을 일컬어 4생(生)이라고 한다.
여기서 ‘생’이란 말하자면 생류의 뜻으로, 온갖 유정 중에는 비록 잡다한 종류가 뒤섞여 있을지라도 생류(生類)로서는 동등하기 때문이다. 즉 생류라는 말은 바로 ‘온갖 생[衆生]’의 뜻이다.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계’와 ‘취’도 역시 마땅히 ‘생’이라고 이름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 ‘계’는 유정과 비유정 [모두]와 통하기 때문에, ‘취’는 비록 유정과 통할지라도 [일체의 유정을] 두루 포섭하지 않기 때문에 [‘생’이라고 이름하지 않지만], 이것은 오로지 유정[과 통하는 것이면서] 두루 [포섭하기] 때문에 유독 ‘생’이라는 명칭으로 설정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생’에 대해 우리가] 계승한 여러 논사[所承諸師]들은 모두 이같이 해석하고 있다.
“업과의 화합을 연(緣)으로 하여 일어났기 때문에 ‘생’이라고 말하는 것으로, 이를테면 온갖 유정은 알[卵]ㆍ태[胎]ㆍ습기[濕]라는 세 가지 연(緣)과 화합함으로써 각기 다르게 생겨나게 된 것이다.”
별도의 연[에 근거하는 일]이 없이 오로지 업력과 화합하여 4온이나 5온이 상응하는 바대로 단박에 생겨나는 경우도 있지만, 그것은 업력이 강력하여 [알 등의] 연에 근거하지 않기 때문으로, 지금 여기서 일체의 유정은 모두 업과 화합하여 생겨나는 것이라고 해석한 것은 부처님께서 ‘유정은 업에 의해 생겨났다’고 설하였기 때문이다.
즉 업이 결과를 낳는 데에는 알 등의 연에 근거하여 비로소 차별되는 경우도 있지만, 업이 결과를 낳음에 있어 외연(外緣)에 근거하지 않고 스스로 차별되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만약 일체의 유정이 모두 업과 화합하여 생겨난 것이라고 말할 경우, 그 무엇을 설하여 난생이나 태생 등이라고 할 것인가?
알 등이 업과 화합함에 따라 생겨난 것을 난생 등이라고는 말할 수 없으니, 그것은 비유정물이기 때문이다.
일체의 유정이 오로지 업과 화합하여 생겨난 것이라고는 말하지 않았으며, 알 따위 자체가 업에 의해 생겨난 것이라고도 말하지 않았다.
다만 ‘일체의 유정은 모두 업과 화합하여 생겨났지만, 업과 화합하여 생겨날 때 알 등을 조건[緣]으로 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한 것일 뿐이니, 이러한 조건에 따른 생의 차별을 분별하여 난생 등이라고 이름한 것이다.
그러나 만약 오로지 업에 의해 생겨났고 설한다면, [생의] 명칭에는 마땅히 어떠한 차별도 없어야 하는 것이다.
곧 난생이라는 말은 이를테면 알 껍질[卵殼]로부터 생겨난 온갖 유정을 말하니,
예컨대 거위나 기러기 등과 같은 것이 바로 그것이다.
태생이라는 말은 이를테면 태[胎藏]로부터 생겨난 온갖 유정을 말하니,
예컨대 코끼리나 말 등과 같은 것이 바로 그것이다.
습생이라는 말은 이를테면 가죽ㆍ고기ㆍ뼈ㆍ쇠똥ㆍ기름 찌꺼기ㆍ물 등이 화합하여 따뜻하고 윤택하게 된 기운[氣]으로부터 생겨난 온갖 유정을 말하니,
예컨대 벌레나 누에나비ㆍ모기ㆍ노래기ㆍ지네 등과 같은 것이 바로 그것이다.
화생이라는 말은 이를테면 세 가지 연(즉 앞서 언급한 알ㆍ태ㆍ습기)에 근거하지 않으며, 없는 듯 하다가 홀연히 있으면서도 감관을 모두 갖추어 결함이 없으면서 수족이나 마디마디[支分]가 단박에 생겨나는 온갖 유정을 말하니,
예컨대 나락가(지옥)나 천(天), 중유 등과 같은 것이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화생의 본질[體]은 5온이나 4온 모두가 될 수 있고, 나머지 세 가지 생은 다만 5온을 본질로 한다.
그런데 어떤 이는 설하기를
“그 모두(4생)는 이숙과 장양 [두 가지]와 통한다”고 하였으며,
어떤 이는
“일체 생의 본질은 오로지 이숙이다”라고 설하기도 하였다.
어떠한 취(趣)에 각기 몇 가지의 생을 갖추고 있는 것인가?
바야흐로 인간과 방생의 취에는 각기 네 가지 종류를 모두 갖추고 있다.
즉 인간이면서 난생인 경우는, 이를테면 고니의 알에서 생겨난 세라(世羅)와 오파세라(鄔波世羅)와,143) 녹모(鹿母)의 소생인 서른두 명의 아들과,144) 급고독녀(給孤獨女)의 스물다섯 명의 아들과,145) 반차라왕(般遮羅王)의 5백 명의 아들 등과 같은 이가 그러하다.146)
인간이면서 태생인 경우는 이를테면 바로 지금 세상의 인간들이 그러하다.
인간이면서 습생인 경우는 이를테면 만타다(慢馱多)ㆍ차로(遮盧)ㆍ오파차로(鄔波遮盧)ㆍ합만(鴿鬘)ㆍ암라위(菴羅衛) 등과 같은 이가 그러하다.147) 그리고 인간이면서 화생인 경우는 오로지 겁초(劫初: 태초)의 인간뿐이다.
이러한 4생의 인간은 모두 성법(聖法)을 획득할 수 있으며,
성법을 획득하면 더 이상 난생과 습생의 두 생을 받는 일이 없으니, 성자들은 모두 수승한 지견(智見)에 기뻐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난ㆍ습의 생류는 대개 우치(愚癡)하다. 혹은 온갖 난생의 생류는 모두 다시 태어나니, 그래서 세간에서는 날짐승 등을 ‘재생(再生)’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이에 반해 성자는 다생(多生)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난생을] 받는 일이 없다. 나아가 습생은 대부분 무리를 지어 함께 생겨나지만, 성자는 [온갖 중생들과] 뒤섞여 머무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역시 [습생을] 받지 않는 것이다.
방생의 세 가지 종류(즉 난ㆍ태ㆍ습의 3생)는 다 같이 현재 관찰되고 있는 바이며, [방생이면서] 화생인 것은 용(龍)이나 묘시조(妙翅鳥) 등과 같은 것이다.148)
그리고 일체의 지옥과 온갖 천과 중유는 모두 오로지 화생일 뿐이다.
[아귀의 경우] 어떤 이는
“아귀는 오로지 화생에 포섭된다”고 설하였지만,
어떤 이는
“아귀에도 역시 태생이 존재하니, 이를테면 아귀녀(餓鬼女)가 목련(目連)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였기 때문이다”라고 하였다. 즉
나는 밤마다 새끼를 다섯 낳아
낳는 대로 모두를 먹어 치우며
낮에도 다섯을 낳아 역시 그러하여
비록 모두를 먹었으되 배부른 일이 없도다.149)
4생 가운데 어떤 것이 가장 많은 것인가?
어떤 이는 [다음과 같이] 설하였다.
“습생이 가장 많으니, 지금 바로 관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설혹 고기[肉,즉 인간이나 방생] 등의 취(趣)가 광대무변하여 아래로는 3륜(輪: 기세간을 떠받치는 金輪ㆍ水輪ㆍ風輪)을 뛰어넘고, 위로는 5정거천(淨居天)을 지나도록 그것의 수량을 두루 수용함이 있을지라도 단번에 변하여 벌레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습생이 다른 세 종류보다 많은 것이다.”
그러나 유여사는 설하기를
“화생이 가장 많으니, 이를테면 두 가지 취(趣:천과 지옥) 전부와 세 가지 취(인간ㆍ방생ㆍ아귀)의 일부, 그리고 온갖 중유는 모두 화생이기 때문이다”라고 하였다.
일체의 ‘생’ 가운데 어떠한 생이 가장 뛰어난 것인가?
가장 뛰어난 것은 오로지 바로 화생일 뿐이라고 마땅히 말해야 할 것이니, 수족이나 손가락[支分] 등과 온갖 근이 원만 구족하고, [그 작용이] 날카롭고 예리[孟利]하며, 신체의 형태가 미묘하기 때문에 다른 생보다 뛰어난 것이다.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어떠한 이유에서 최후신(最後身)의 보살은 ‘생’을 획득하는데 자재(自在)함에도 화생을 받지 않고 태생을 받는 것인가?150)
[현재세에 태생을 받을 경우] 커다란 이익이 있기 때문이다.
즉 [석가종족의] 친족과 권속을 인도하여 정법에 들게 하고자 하였기 때문이며,
또한 교화될 중생으로 하여금 마음을 연마하게 하고자 하였기 때문이며,151)
그 밖의 다른 종족(석가족 이외 종족)의 부류로 하여금 경애하고 사모하는 마음을 낳게 하고자 하였기 때문이며,
[보살의 출현을] 허깨비[幻]라고 한 온갖 외도들의 비방을 종식시키고자 하였기 때문이며,152)
신계(身界: 사리)를 남겨 다른 이들을 요익(饒益)하게 하고자 하였기 때문이며,
또한 화생하는 때가 동일하지 않기 때문이니,153)
문답을 통한 결택(決擇)은 『순정리론』 제22권에서 설한 바와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