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 꽃게’ ‘꽃게 회(膾)’
고 광 창
점심을 먹으로 鳥島面 上鳥島에 가서 먼저 ‘꽃게 냉동 공장’을 보러갔다. 안내자의 설명에 의하면 바다 생선 중에서 뭍에 오르면 가장 쉽게 변질되는 생선이 ‘꽃게’란다. 그래서 꽃게를 잡아서 이곳으로 가져오면 이곳에서는 바로 急冷을 시킨다고 한다.
행정선 선장이 교육장님에게 ‘꽃게 회(膾) 잡숴보셨어요?’ 하고 물으니 교육장님이 ‘꽃게 회? 그런 말을 처음 들어 봅니다. 꽃게로 탕이나 찌개를 만들지 꽃게를 어떻게 회로 먹는 다요?’하신다.
선장님이 ‘그럼 오늘 ’꽃게 회‘ 한 번 잡숴보십시오.‘ 하고는 꽃게 냉동 공장 사장님을 만나고 나오더니 우리를 식당으로 안내했다. 식당에 들어서자마자 요리사(식당 사장?)에게 ’냉동 공장 사장님에게 이야기 했으니 공장에 가서 꽃게를 받아다가 ‘꽃게 회’를 만들어 주시오.‘ 한다.’ 요리사(식당 사장?)가 ’예‘하고 대답하는 걸 보니 꽃게 회를 많이 요리해 본 모양이다.
<꽃게>
방에 들어가 앉자마자 꽃게에 대한 선장님의 강의(?)가 시작 되었다. 우리가 질문한 것에 대한 대답을 포함해서 선장님이 말한 내용을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꽃게’란 굽거나 삶으면 온 몸의 빛깔이 꽃처럼 빨갛게 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고 꽃게는 바다 수심이 얕은 모래 바닥에 살고, 물이 깨끗한 곳을 좋아하는데 우리나라에서 꽃게가 많이 잡히는 곳은 이곳 진도, 태안, 백령도라고 한다. 꽃게는 낮에는 모래 속에 들어가 잠을 자고 밤이 되면 먹이를 찾아 헤매는 夜行性 동물이다. 어부들이 바다 속에 통발을 내려놓으면 꽃게들이 먹이를 찾아 돌아다니다가 통발에 걸리게 되고 이튿날 아침 어부들이 그물을 걷어 올려 꽃게를 잡는다고 한다.
꽃게는 암컷과 수컷이 있는데 암컷이 알을 품고 있는 시기인 3~5월경(100%), 11월 말경(60%), 12~1월 경(90%)에 잡힌 것이 가장 맛이 좋고 수컷은 10~11월에 잡힌 것이 가장 맛이 좋은데 언제나 암컷이 많이 잡힌다고 한다. 꽃게의 산란기는 6월 15일 경부터 8월 15일경인데 이 때는 禁漁期라 꽃게를 잡을 수 없단다. 꽃게는 바닷물에서 나오면 곧바로 죽고 죽으면 바로 부패되기 쉬운 생선이라 한다. 이곳 냉동 공장이 생기기 전까지 이곳 어부들은 꽃게를 잡으면 바닷물이 담긴 큰 대야(日語-다라이)에 담아 진도항 옆 漁港인 ‘서망항’에 있는 ‘진도 수산물 직판장’에 가서 팔았단다. 바닷물에 잠긴 큰 대야에 있을 때까지는 꽃게가 살아 움직이니까 ‘活꽃게’라고 하는데 소비자가 사서 바닷물에서 꺼내 집에 가져가는 도중에 죽고 말기 때문에 집에 가지고 가면 바로 요리를 해야 한단다.
도시 생선 가게에서 파는 꽃게는 바닷물에 넣지 않은 것은 대부분 죽어 있고 얼음을 채워 놓지만 잠시 동안의 눈가림에 불과하단다. 꽃게는 온몸이 두꺼운 갑옷을 입고 있는 갑각류(甲殼類) 동물인지라 껍질로는 세균이 침투하지 못하지만 다리가 떨어져 나간 곳으로는 세균이 침투하므로 다리가 떨어져 나간 꽃게는 절대 사지 않아야 한다.(다리 한쪽에 5개씩 모두 10개)
꽃게는 암컷이 많이 잡히는 계절에 사 먹어야 하는데 꽃게 암수 구별법은 배를 보아서 배딱지 삼각형 모양이 넓고 둥근 것은 암컷이고 배딱지 삼각형 모양이 가늘고 뾰족하면 수컷이다. 그리고 배딱지를 열어보면 빛깔을 보고 꽃게의 싱싱함 정도를 어느 정도 알 수 있다고 한다.
<냉동 꽃게>
꽃게의 부패를 방지하기 위해 만든 공장이 이곳 ‘꽃게 냉동 공장’이란다. 어부들이 잡아온 꽃게가 싱싱한지 다리 하나라도 떨어져 나간 것은 없는지 등을 샅샅이 살펴 본 후 사들여 가지고 急冷을 시킨다고 한다. 꽃게에 톱밥을 넣어 영하 20𐤏C로 急冷을 시킨다고 하며 냉동시킨 꽃게는 3~4일 정도 까지는 냉동상태가 그대로 유지 된다고 한다. 冷凍 꽃게는 죽은 게 아니고 冬眠상태임으로 解凍이되면 살아있는 것처럼 맛이 있지만 얼음을 채워 넣은 것은 죽었는데 부패를 방지하기 위함임으로 살아있는 것과는 맛을 비교할 수 없다고 한다.
販路는 목포에서 냉동선이 와서 사 가고 광주 순천 등지에서 냉동차가 진도 ‘서망항’까지 와서 사 가는데 이렇게 해서 이곳 냉동 꽃게가 전국으로 팔려가고 또 일본으로 까지 수출한다고 한다.
선장님이 말씀 하시는 중에 ‘꽃게 회(膾)‘요리가 들어 왔다. 선장님 말씀이 ‘내가 공장장에게 교육장님이 오셨다고 했더니 공장장님이 그에 대한 답례로 싱싱한 꽃게를 2kg이나 주셨습니다.’ 이것이 바로 공장장님이 주신 것으로 만든 ‘꽃게 회’입니다. 맛있게 먹읍시다.‘ 한다.
<꽃게 회(膾)>
넓고 큰 그릇에 꽃게 회(膾)를 담아 왔는데 하얀 살코기에 노란 알도 함께 섞여 있어 보기만 해도 침이 저절로 나왔지만 씹을 때 꽃게 살은 무척 부드럽고 알은 깨물면 포도 알을 씹을 때 맛있는 과일 즙이 나오는 것처럼 느껴지고 알을 톡톡 씹는 맛 또한 일품이다. 난생 처음 맛보는 것 같다. 꿀맛 같다고나 해야 할까? 공장장님이 우리를 위해 선물을 주신 것도 고맙지만 더구나 암컷을 보내주신 것이 너무 고마웠다. ‘꽃게 회’ 처음 먹어보지만 참 좋은 음식인 것 같다.
나는 행동은 느리지만 말을 빨리하고 밥도 빨리 먹는 나쁜 습관이 있다. 하지만 처음 먹어보는 음식이라서 ‘꽃게 회’를 한 숟갈 입안에 넣고 맛을 음미하면서 천천히 먹고 있는데 선장님은 그릇을 벌써 다 비우시고 조금 전 꽃게 회가 들어오는 바람에 중단 되었던 강의(?)를 이어 가신다.
‘이곳은 영산강 하류하고도 거리가 멀고 공업단지 하고도 거리가 먼 청정지역이라 꽃게가 오염되지 않았다. 또 이곳 上鳥島 공장 주위의 20~30개의 섬에서 꽃게를 잡아오는데 꽃게를 잡아서 이곳 냉동 공장에 오기까지의 시간적 거리를 단축하기 위해서 공장을 육지가 아닌 이곳 섬 上鳥島에 지었기 때문에 싱싱함(鮮度)이 잘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곳에서는 ‘꽃게 회’를 먹을 수 없지만 이곳은 바로 인근에서 잡아 온 꽃게인지라 대부분 싱싱하기 때문에 ‘꽃게 회’가 가능하단다. 그렇지만 냉동 공장장님이 싱싱한 것이라고 골라주는 것이 아닌 것은 절대로 먹지 않아야 한단다. 그러니 여기가 아니면 어디 가서 ‘꽃게 회’를 먹어 보겠는가? 진도에 있는 동안 고마움을 잊지 않고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꽃게 회’ 처음 먹어보지만 그 맛을 잊을 수가 없을 것 같다.
식사 후 냉동 공장장님에게 고맙다는 인사차 공장에 다시 들렸다가 냉동 꽃게 한 박스를 사 가지고 왔고, 광주-진도간 직행버스를 이용하여 광주로 보내는 방법을 서무계장이 알려주어서 진도읍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보냈다.
주말에 집에 갔더니 집 사람이 ‘당신이 모처럼 좋은 걸 사보내주어서 고맙다’고 했다. 칭찬 말 같지만 言中有骨이라고 ‘모처럼’이란 말이 거슬린다. 하지만 지금까지 내 잘못인데 어쩌랴? 앞으로는 ‘모처럼’이란 말이 나오지 않도록 더 노력하는 수밖에 ---
2022년 8월 23일 處暑날에
첫댓글 꽃게는 시골 처녀와 같다는 느낌이 든다. 잡히면 곧 죽어버린다고 하니 짠하기도 하고 불쌍도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