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 식도락여행(2) -- 노영숙
안개 속으로 구불구불한 길을 내려와 점심을 먹었다. 게장 정식에는 꽃게 찜, 간장게장, 양념게장이 나왔다. 남편은 맛있다고 밥을 거의 두 그릇을 먹었다. 52년 함께 살면서 처음으로 보는 광경이었다. 과식으로 고생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지만 아무 지장 없이 관광을 잘 소화해냈다.
오후에는 여수 해양 레일바이크를 탔다. 4명이 한 조를 이루었는데 우리 부부와 사진작가 부부가 같이 타고 안개 속 바닷가를 다녀왔다. 모두 초보자들이고 올 때는 오르막이라서 좀 힘들었지만 게장정식을 충분히 먹은 덕으로 또 사진작가가 힘이 좋아서 무사히 다녀왔다. 물론 초보자들이지만 모두가 열심히 페달을 밟아서 앞 뒤 차에 지장을 주지 않고 좋은 결과를 냈다. 3.5킬로미터 구간 중에 터널 속에서는 무지개 색깔과 벽에 여러 가지 불빛으로 장식을 해놓아서 승객들의 눈을 즐겁게 해주었다.
오동도까지 걸어서 1시간 반 동안 좋은 공기를 마시며 바다와 동백나무 숲을 구경하고 등대 울타리 안에 들어가서 구경했다. 마침 안개가 심하게 끼어서 등대에서 송아지 우는 소리가 자주 들려와서 좀 시끄러웠다. 동백꽃으로 유명한 오동도지만 철이 지나서 꽃은 없었다. 섬 모양이 오동잎처럼 생겨서 오동도라고 이름 지었다고 한다
여수해양 케이블카를 탔지만 안개가 심하게 끼어서 보이는 게 하나도 없었다. 그러나 함께 탄 6명 중 우리 외에 4명이 모두 권사고 친구라고 했다. 6명이 모두 예수 믿는 사람들이라서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유람선을 타러 간 것이었으나 일기가 나빠서 배가 뜨지 않는다고 하여 일정을 취소하고 각 1만원씩 합 2만원을 돌려받았다.
우리는 늘 인덕이 있다고 느낀다. 버스에서는 옆자리에 호주 사람이 앉아있어서 영어로 “Good afternoon!" 하고 인사를 하고, 내가 읽고 있던 남편의 영-한 시집을 보여주고 자랑을 했다. 호주에서 4주 휴가를 얻어 한국 장인 장모와 자기들 부부가 여행하는 길이라고 했다. 남편이 이름을 물어보고는 이 책에 사인까지 해서 선물로 주었다. 자주 시집을 읽는 모습이 보이기에 남편이 여행 중에 영어로 쓴 시(The Size: 크기)도 보여주고 이해가 되는지 물었더니 유창하게 낭독을 하면서 잘 이해고 공감한다고 했다. 좋은 독자를 하나 만났다고 남편은 좋아했다. 남편 책에서 경력을 읽고 한국에서는 교수가 반드시 리타이어를 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65세에 꼭 해야 한다고 남편이 답했다. 호주에서는 교수 자신이 원하면 죽을 때까지 리타이어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저녁을 먹으러 가면서 간단하게 쇼핑을 했다. 돌산 갓김치와 동백꽃 젤리를 샀다. 저녁에는 생선회를 많이 주어서 실컷 먹고도 남았다. 어제 잤던 숙소로 가서 목욕하고 잤다.
3일 째 여행은 낙안읍성 구경이었다. 삼한시대 마한 땅, 백제 때는 파지성이었다고 한다. 고려 때 낙안군 고을 터, 조선 시대 성과 동헌객사, 장터, 초가가 원형대로 보존되어 사적 302호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돌로 쌓은 성이 높고 난간이 없어서 약간 위험하였으나 폭이 넓어서 무난히 성곽 위를 걸어 한 바퀴 돌며 읍성 내를 내려다보았다. 점심때가 되어 산골식당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갯장어구이와 매운탕을 먹었다.
오후에는 순천만국가정원에 가서 미니순환열차를 타고 한 바퀴 돌아보았다. 시간 여유가 있어서 걸어서 다리가 아플 때까지 천천히 돌아다니며 구경했다. 처음 정원박람회에 와서 보았을 때 보다 더 많이 가꾸어져있고 나무들이 훌쩍 자라서 풍성해보였다. 귀가 길에 올라 정안휴게소에서 쉬고 차를 탈 즈음에 동백꽃 젤리를 26명 모두에게 3개씩 나누어주었다. 남편은 자기 시집 [그대 이름] 한 권을 프로답게 안내를 잘 해준 노주희 가이드에게 선물했다. 이번 여행에는 먹거리도 충분했고 관광지도 다양해서 매우 좋았다. 운전기사도 안전운전을 해주어서 감사했다.
전철 여러 번 갈아타고 택시 타고 인천 집에 도착하니 저녁 먹기에 딱 좋은 시간 7시 5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