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해설사반의 탐방 중에서 세개의 오름을 걸었던 것은 오늘이 처음이다. 오늘은 이러저런 사정으로 4명의 소수정예멤버들만으로 오붓하게 탐방에 나섰다. 오늘의 탐방은 우리반의 회장인 이종승님의 인도로 진행되었다. 원래 교육과정에서의 계획은 궷물오름과 족은노꼬메오름을 탐방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기초반에서 기상문제로 가지 못했던 노꼬메오름을 이번 기회에 가자고하여 조금 욕심을 부리게 된 것이다.
궷물오름주차장에 모인 우리는 눈덮인 길을 보며 첫눈을 밟으며 갈수 있다는 기대로 쌀쌀한 날씨에도 마음이 들떴다. 먼저 회장님의 리드로 간단하게 발목과 다리 근육을 푸는 운동을 하고 오늘의 탐방코스를 확인한 다음에 출발했다. 시작부터 뽀드득뽀드득 눈밟는소리가 경쾌하다.
궷물오름은 말굽형 오름으로 표고 597.2m, 비고 57m로 가볍게 오를 수 있다. 주차장도 산록도로변에 제법 크게 자리잡아 접근성이 좋아서인지 사람들이 많이 온다. 이름의 유래는 궤(작은동굴)에서 샘물이 솟아난다고 하여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궷물오름 정상엔 산불감시초소와 여전히 존재를 뽐내는 억새가 우리를 반긴다. 낮은 오름이지만 제주 서쪽의 전망이 잘 보인다.
궷물오름 정상에서 내려와 족은노꼬메로 향한다. 등반길 좌우에 제주조릿대가 빽빽하게 자리잡고 있다. 제주조릿대를 제거해야할 것인지, 그대로 두는게 나을지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주장이 대립중이라고 한다. 댓잎의 가장자리가 갈색을 띠는 것은 겨울 추위에 자신을 보호하려고 증산작용을 막아서 생기는 현상이라고 한다.
정상으로 가는 길은 가파르고 제법 힘들다. 아이젠을 준비하지 않아 눈에 미끄러질까 조심하느라 더 힘들다.
드디어 정상이다. 족은노꼬메는 북서쪽으로 터진 말굽형분화구를 가지고 있으며, 표고가 774.4m, 비고가 124m에 이른다. 족은이란 이름이 붙었지만 작지 않은 오름이다. 노꼬메란 이름은 높다는 의미로 고고산으로도 불렸다고 한다.(녹고메라 하여 사슴과 연관시키기도 하는데, 관련이 없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정상에는 선객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가 우리가 도착하니 자리를 비켜준다. 추위에 언 몸을 따뜻한 차로 잠시 녹여본다.
족은노꼬메 하산길은 가팔라서 눈길에 몇번 미끄러질뻔 했다. 줄을 잡고 간신히 균형을 잡으며 조심조심 내려왔다. 길옆에 쓰러진 나무를 보면서 제주도의 토양층이 얕아서 천근(뿌리가 얕은)을 가질수 밖에 없는 상황을 다시 확인한다. 나무가 튼튼히 자라려면 측근을 잘 발달시켜야 하는 것처럼 사람도 측근을 잘 둬야 한다는 회장님의 설명이 인상깊다. 회장님은 숲해설사 자격도 있어 풀과 나무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다. 평소에도 많이 배우고 있었는데, 오늘은 나이테의 한자어인 연륜과 측근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인간의 삶에 대해 자연이 주는 교훈을 상기하게 된다.
큰노꼬메 올라가는 길은 가파른 계단길이다. 세 시간 넘게 걸었더니 힘든데다 가파르다보니 서서히 힘이 빠진다. 안미경씨는 다리에 힘이 풀려서 못가겠다고 하소연한다. 마지막 힘을 짜내어 정상에 도착하니 사방으로 탁트인 경치가 경탄을 자아내게 한다.
저 멀리 보이는 한라산도 흰눈으로 단장한 모습이다. 이일엽님이랑 안미경님은 오늘 노꼬메에 처음 왔는데, 풍경이 너무 좋다고 찬탄한다. 날씨도 좋고 바람도 앖는데다 기온도 좀 올라서 더할나위없이 좋다. 노꼬메오름은 표고 833.8m, 비고 234m로 오름중에서도 손가락에 꼽을 정도의 높이를 자랑한다. 가히 서쪽의 랜드마크로 불릴만하다. 족은노꼬메와 같이 북서쪽으로 터진 말굽형 분화구를 가지고 있으며, 여기서 흘러내린 용암이 애월곶자왈을 형성했다.
정상에서 이쪽저쪽으로 방향바꿔 인증사진을 찍고 하산한다.
하산길은 다행히도 그다지 어렵지 않다. 아래쪽에서 보면 말굽형분화구가 잘 보인다.
상잣질을 따라 주차장을 향해 걷는다. 이곳은 상잣성의 돌담이 비교적 많이 남아 있는 곳이라고 한다. 잣성은 제주의 중요한 문화유산인데, 훼손되고 사라진 곳이 많아 안타까울뿐이다. 제주지역 목장을 괸리하기 위해 10구역으로 나눈 것 중 이 주변은 5소장이 위치했다고 한다.
<상잣성> 잣성은 조선시대 중산간 목초지에 만들어진 돌담이다. 하잣성(해발 150m~250m 지역에 위치하며, 말들이 농경지에 들어가 농작물을 해치는 것을 막기 위함), 상잣성(해발 450~500m에 우치하며 말들이 한라산 높은 곳에 올라 겨울에 얼어 죽거나 위험한 곳에서 다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 중잣성(해발 350~400m에 위치하며 상잣성과 하잣성 사이에 설치하여 목초가 자랄 수 있도록 교대로 먹이를 먹을 수 있도록 함)이 있었다고 하는데, 상잣성은 거의 남아 있지 않다고 한다.
상잣질을 걷는 길 옆으로 초록의 목초지가 눈길을 끈다. 겨울철 흰눈과 초록의 목초지가 함께 있는 모습이 정말 예쁘다. 이 경치는 인증샷을 남겨야 한다고 다들 포즈를 잡아본다.
주차장에 도착하니 벌써 1시가 한참 지났다. 서둘러 주변에 있는 한식 뷔페로 향했다. 시간도 늦은데다 강도 높은 탐방으로 배가 고팠기에 점심식사가 꿀맛이다. 오늘의 탐방은 여러모로 잊을 수 없을것 같다.
오늘 탐방 이끌어 주신 회장님! 수고하셨고 감사합니다.
첫댓글 소수정예
딱 맞는 말씀이네요.
제법 긴 거리를 걸으셨네요 ㅎㅎ
여러분의 배려로 저는 오늘
좋은 남편, 훌륭한 지아비 소리를
들었습니다., 무척 감사합니다~ ^^
사모님이 많이 편찮으시다고 들었는데, 근심이 많으시겠어요. 쾌차를 빕니다.
올해 첫눈산행이었습니다. 길이 미끄러워 힘들었지만 전망이 좋아서 간만에 힐링했습니다.
잘 정리된 글도 잘읽어보았어요^^
회장님이 잘 안내해 주셔서 재밌고 유익하게 잘 다녀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