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어요리의 각종 변주 음식, 특별한 코스에 도전해보자.
<홍어1번지>
홍어코스요리, 다양한 홍어 요리가 코스별로 나온다. 홍어 등급을 삭히지 않은, 조금 삭힌, 많이 삭힌 홍어로 구분하면서 낮은 단계 홍어부터 고난도 홍어 요리가 순차적으로 나온다. 초보자도 적당히, 삭힌 홍어에 적응하게끔 과격하지 않게 단계별로 선보인다. 홍어 요리 팬들을 늘리는 전략이기도 한 거 같다. 식사가 끝나면 나도 어느새 홍어팬이네, 변모한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맛있는 요리 솜씨가 크게 한 몫 했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1. 식당얼개
상호 : 홍어1번지
주소 : 전남 나주시 영산3길 2-1(영산동)
전화 : 061) 332-7444
주요음식 : 홍어요리
2. 먹은 음식 : 국산 홍어 코스요리 70,000원(2인)
먹은 날 : 2020.10.22.저녁
3. 맛보기
요리가 다양해서 좋다. 순차적으로 고난도의 음식으로 진행되어 부담스럽지 않게 다양한 홍어 요리에 접할 수 있게 해줘 좋다. 음식을 대하면 한식의 한 정점을 마주하고 있구나, 하고 느끼게 된다. 이런 전문성을 가진 요리사에게 '홍어장인'이라는 명칭은 참으로 적절하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 만나는 음식은 한 접시만 홍어, 나머지는 풀치, 꼬시래기, 은이버섯이다. 보통 꼬시래기는 갈색으로 나오므로, 이게 정말 꼬시래기 맞냐고 하니, 염분으로 색상을 조절해서 그렇단다. 색깔이 고와지고, 맛과 씹는 맛이 더 상큼해졌다.
홍어껍질과 홍어간(애), 간이 맛있는 육류가 많다. 대표적인 것이 거위 오리의 간 푸와그라, 세계 3대 진미라는데, 이 간을 먹어보면 푸와그라는 4대요리로 밀려날 거 같다. 푸와그라보다 훨씬 수준높은 음식이다. 홍어 향은 넘볼 수 없는 예술의 향기다.
지난번 목포에서 먹었던 애는 생으로 그냥 통으로 나왔다. 이번에는 살짝 얼려 깎둑 모양으로 나와서 샤베트같이 부드럽게 녹아들면서 간 특유의 향을 낸다. 부드럽고, 크림같은 느낌이다. 푸와그라처럼 이름을 높이지 못하는 것은 첫째, 생산량 부족 때문이 아닐까. 그만큼 진귀한 음식이라 풍미가 더 느껴지는 거 같다.
꼬시래기, 시각과 미각의 변화를 같이 즐겨보자.
은이버섯, 목이버섯류지만, 훨씬 사각거리고 통통한 맛을 낸다. 색상도 귀족적 아이보리색이어서 밥상의 품격을 높인다.
풀치다. 젓갈처럼 무침처럼, 풀치를 새롭게 만들어냈다. 짜지 않고 뼈까지 씹히는 여린 갈치, 풀치의 식감이 좋다.
두번째 코스에서 나온 홍어회, 아직은 삭지 않은 회다. 오돌돌하게 씹히는 맛과 고소한 맛이 좋다.
홍어탕수, 조금 삭힌 홍어인데다, 탕수 음식이어서 부담없이 먹기 좋다.
홍어삼합이다. 특별한 건 김치를 속으로 삼아 김에 싸먹는다는 것. 오른쪽은 홍어코, 왼쪽은 홍어 생식기다. 홍어코는 정력에 좋은 부위라고 알려져 있다. 말랑하지만 잘 씹히지 않는다. 느낌은 부드럽고 미끄럽지만 씹히지 않아 맛을 식별하기가 어렵다.
홍어의 그것은 몸밖으로 길게 튀어나온 데다가 가시가 있어 조업을 할 때 손을 다칠 수 있으므로 어부들은 잡으면 바로 칼로 쳐서 없애버린다. 만만한 사람을 가리키는 '만만한 게 홍어 거시기'라는 속담은 여기서 나온 것이다. 맛은 말랑거리고 오도독뼈 식감이 같이 있다.
이것들은 양도 소량인 데다가 부위도 약간 거부감이 들기도 하므로, 홍어를 부위별로 고루 먹어본다는 문화체험 정도의 의미라고 생각한다. 매니아들은 즐길 수도 있겠다.
김치가 매우 특별하다. 홍어를 넣어 담궈 홍어김치다. 따로 판매도 한다. 김치에 홍어냄새가 배였고, 결이 부드러운 식감을 낸다. 많이 시지 않은데, 홍어와 싸니 놀랍게 잘 어울린다.
이 김치를 만들려고 얼마나 오랜 시행착오를 겪었을까, 전문가 장인의 노력에 새삼 경의를 표한다. 홍어삼함에 이런 김치는 만난 적이 없다. 홍어삼합에 완전 최적화된 김치로 보인다.
김 위에 돼지수육, 홍어, 김치 순으로 놓고 싸먹는다. 4겹 사이로 삭힌 홍어 가스가 살짝 새나온다. 많이 삭지는 않았다. 적당한 자극이 기분 좋고 아직 겁나지는 않는다. 김치와 삼겹살 수육이 홍어 가스를 껴안는다. 부담이 그 안으로 다 들어가버리고, 조합의 아름다운 맛만을 누린다.
홍어김치에 김쌈, 식도락의 한 장면 같다. 하지만 삼합은 이미 보편화된 음식이다. 1990년대 이후로 소위 '삼합'이라는 음식을 자주 접하게 되었다. 무침회나 찜으로 먹는 것이 가장 보편적이었고, 회로 먹을 때 곁에 돼지고기나 묵은지가 있을 수도 있었다.
이것이 삼합이라는 조합으로 우아한 접시에 모양 내고 나오며 격이 달라졌다. 서울 지역에서도 '삼합'은 고급음식점의 주요 메뉴가 되었다. 홍어 전문점이 아니어도 단품요리로 '삼합'은 인기 음식이 되면서 전라도를 넘어 타지에서도 홍어 요리에 익숙해지게 되었다.
여기서는 그 우아한 요리 삼합을 홍어김치로 전문화한 데다, 김을 더해 4합을 만들어, 홍어 요리의 진화를 꾀하고 있다. 홍어회에는 거시기와 코까지 더해서 말이다. 요리의 진화, 한식의 진화의 증표 음식이다.
홍어튀김이다. 앞으로 두 단계 더 높은 단계가 남아 있으나, 전체적으로 가장 세계 느껴지는 것이 바로 이 튀김 단계로 보인다. 튀긴 기름의 고소함으로도 덩어리져 있는 삭힌 홍어의 향과 자극을 감당하지 못한다. 코를 쏘고 눈을 쏘는 거 같다.
홍어 심하게 삭힌 것은 입천장도 벗긴다는데, 살그머니 두려움이 일 정도다. 혀를 날카롭게 자극하던 가스는 어느새 살그머니 가라앉고, 혀끝에는 싸한 자극의 쾌감만이 남는다. 나도 모르게 최고 고난도의 단계를 통과해버린 것이다.
*홍어전. 삭힘 도수가 높은 음식이지만 전의 고소한 기름내에 묻혀 삭힌 홍어 기운은 원만하게 중화된다. 오히려 이쯤 되니 다음에는 얼마나 더 센 게 나오려나, 즐길 만한 여유를 갖게 된다. 삭힌 홍어전, 우리나라 음식의 지평이 여기까지 왔다는 것, 나도 함께 이곳에 이르렀다는 것이 대견할 것이다.
여기까지가 요리 코스다. 단계별로 높아지는 삭힘 도수, 마지막 이 홍어찜이 제일 난이도 높은 코스라 하겠다. 그런데 오히려 약간 실망스럽다. 많이 삭힌 거 같지도 않고, 맛도 밍밍하고, 간도 약하다. 초장을 묻혀도 기름소금을 묻혀도 약한 간으로 놓친 맛이 회복되지 않는다.
그래도 콩나물은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통통한 줄기와 선명한 대가리 색상, 썰컹거리며 씹히는 대가리 노란 맛, 줄기에서도 머금은 수분이 적절하여 식감이 매우 좋다는 것, 이렇게 말하고 나니 한국 음식은 때를 맞추기 참 어려운 음식인 거 같다. 그럼에도 이 콩나물은 그 때를 제대로 맞추어 먹기 좋게 해주고 밍밍한 홍어찜을 받쳐주고, 시각적 효과마저 내고 있다.
이제 마지막 식사 단계다. 밥반찬 6찬이 올랐다.이중 제일 눈에 띄는 것은 홍어젓, 홍어젓은 젓갈가게에서 별로 만나본 거 같지 않다. 따로 10,000원씩 팔기도 하는 홍어젓은 위로 담근것, 쫄깃하면서, 홍어향이 코끝에 스치는 것이 좋다. 하얀 밥 위에 얹은 홍어젖이 입맛을 확 살린다.
홍어애국, 홍어애, 즉 홍어간과 보리순, 그리고 시래기를 넣고 끓인 찌개다. 홍어애 맛이 주조를 이루며, 흡사 모양새는 추어탕이나 생선매운탕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색깔의 맛을 낸다. 독특한 홍어애 정체성을 중심에 두고 보리순을 부재로 한 홍어애국은 고래로 남도의 별미다.
남도의 별미나 타지인에게는 향유 음식의 지평을 넓혀주는 새로운 요리다. 특별한 맛, 특별한 체험이지만, 깊은 맛이자, 굉장한 맛이라는 것은 거부하지 못하겠다. 프랑스 속담 하나, '새로운 요리의 발명은 새로운 별의 발견보다 더 인류를 행복하게 한다.' 새로운 음식을 만나는 신천지는 행복의 세계다.
사장님이 어렸을 때부터 먹었던 탕맛을 재현한 것이란다. 남도의 별미니 어렸을 때 많이 접했을 것이다. 많은 식당 사장님이 재현하고픈 음식에 대한 추억을 가지고 있다. 맛에 대한 기억은 미각을 발달시킨다. 미각이 발달된 사람이 식당을 하는 경우가 많으니 추억도 많고 재생해야 할 음식도 많다. 덕분에 손은 묻어서 구각 호사를 누린다.
어릴 때 갖는 맛의 스펙트럼이 식습관과 취향의 상당부분을 결정한다. 여러 음식과 조리방식에 노출되고, 복잡한 맛을 기억하는 것이 좋다. 금기시하는 음식이나 조리방식을 줄이면, 풍요로운 식생활, 긍정적인 음식의 추억을 갖게 해, 좋은 음식 맛있는 음식을 찾아가는 길을 넓혀준다.
미각 단련은 노화도 방지한다. 미각 신경의 활성화로 뇌를 활성화시키기 때문이다. 스트레스가 심해지면 침이 분비되지 않아 맛을 제대로 못 느낀다. 음식의 추억은 미각을 활성화시킨다.
그중 전문가의 음식 추억은 새로운 음식 개발로 이어지거나 전통을 지켜서, 많은 사람에게 새로운 방법으로 행복을 선사한다. 음식으로 나눌수록 커지는 기쁨을 준다.
*밥은 좁쌀을 조금 둔 잡곡밥, 하얀 쌀밥이나 다름없다. 차지고 탱탱한 쌀알의 맛이 갓 지어낸 밥에서 느껴지는 끈기와 온기와 합쳐져 식감이 근사하다.
이 식당을 끼고 영산포 홍어거리가 조성되어 있다.
홍어거리
*홍어거리 아래 영산포의 황포돛배 선착장
4. 먹은 후
홍어는 전라도 음식이라고 한다. 전라도 제사상에 반드시 오르는 음식이 홍어이니 그럴 만하다. 하지만 경상도 제사상에 반드시 오르는 문어를 경상도 음식이라고는 하지 않는다.
홍어가 많이 나는 곳은 흑산도다. 요즘은 흑산도 외에 인천의 섬 대청도에서 많이 난다. 하지만 대청도는 삭혀 먹는 문화가 발달하지 않아서 대부분 목포 등 전남으로 팔려나간다. 사실 대청도가 전국 제1의 홍어 어장인데 대청도 홍어는 그냥 국산 홍어, 흑산도 홍어는 흑산도 홍어가 된다. 물론 흑산도 홍어가 식당에서 더 비싸게 팔린다.
대청도 홍어가 남도로 가면, 10배값의 삭힌 홍어로 가공된다. 대청도가 삭히는 기술이 없어서 그렇다고 하나, 그것은 기술의 문제가 아닌 날씨의 문제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어디서 잡혀도 영광에서 건조하면 영광굴비가 되어 제맛을 내는 것과 같이 말이다.
어쨌든 흑산도 홍어가 영산포로 오는 사이 숙성되어 삭힌 홍어가 되었다. 왜구를 피해 영산포로 왔고, 홍어 거래를 위해 영산포로 왔다. 배 안에 있는 다른 생선은 상하는데, 영산포에 오도록 홍어만은 썩지 않고, 삭기만 했다.
작은 홍어는 생 것으로, 큰 홍어는 삭힌 홍어로 먹는다. 홍어를 삭히면 홍어에 많은 요소가 암모니아로 변해 코끝을 쏘는 맛을 낸다. 우리는 발효 음식에 익숙하다.김치,된장, 젓갈, 고추장 등 발효음식은 우리 기본 음식이다. 발효음식을 먹으면 먹기 전 식생활로 못 돌아간다. 야쿠르트, 치즈 등을 먹으면 계속 더 다양하게 먹게 된다.
발효 홍어도 마찬가지다. 한 두번만 삭힌 홍어를 먹어보면 깊이 그 맛이 각인되어 다시 찾게 되는 마력의 맛이 된다. 맛의 기억은 미각력을 발달시켜, 맛의 식별을 민감하게 한다. 맛을 구분하는 능력을 훈련시키면, 강한 맛을 피하게 되고, 당분, 소금, 지방을 피하게 하여 건강을 지켜준다.
삭힌 홍어를 즐기는 것은 맛의 스펙트럼을 넓히는 것이다. 홍어의 기억은 반드시 홍어를 다시 찾게 만들어, 홍어 빠진 밥상, 제사상에서 결핍감을 느끼게 된다. 홍어 빠진 잔치는 먹을 게 없는 잔치가 된다.
전라도 사람이 맛을 즐기게 되고, 음식을 발달시키게 되는 것이 혹시 홍어를 즐기는 맛의 영역 확장과는 관계없을까. 충청도, 특히 충남은 전북과 자연여건이 매우 흡사한데도 음식이 맛이 없기 때문이다. 새로운 가설을 세워보고 앞으로 관련 사항을 눈여겨 보기로 한다.
발효식품으로 맛의 영역이 넓어진 것은 부끄러울 일은 아니다. 오히려 먹지 않는 사람의 음식 영역이 그만큼 협소한 것이다. 홍어는 발효 전에도 먹는 식재료이므로 혐오식품이 아니다. 발효라는 가공을 거쳤다고 폄하되어야 할 것은 아닌데, 일부에서 전라도 사람을 비하하는 말로 사용한다. 이것은 이중의 문제가 있다.
첫째는 어떤 문화든 상대적 의미를 가지므로 우열관계에 있지 않다는 문화 상대주의에 어긋나는 것이고, 둘째는 맛의 스펙트럼이 좁은 것은 문화적 협소함을 말하는 것인데, 협소한 문화를 우월하다고 하는 입장을 가지므로 또한 가치판단 면에서 동의하기 어렵다.
삭힌 홍어요리는 발효음식의 영역을 넓히고 식재료 가공 영역을 넓혀서 음식의 발달을 가져온 것으로 볼 수 있다. <홍어1번지>의 홍어 음식 탐구도 우리 음식의 발달에 기여하는 적극적 노력임을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홍어의 이름도 다른 생선처럼 다양하다. 홍어(洪魚), 홍어(魟魚), 공어(䱋魚), 태양어(邰陽魚), 하어(荷魚), 해음어(海淫魚), 소양어, 가부리, 나무가부리, 홍에, 물개미, 간쟁이, 묵가오리, 나무쟁이, 나무가오리 등등이다. 모양이 연잎을 닮았다하여 '하어(荷魚)', 교미를 하다가 암컷이 잡히면 따라 잡힐 정도로 생식이 괴이하다 하여 '해음어(海淫魚)'라고 하였다.
수심 100미터 이내의 연안의 갯벌에 산다. 교미하여 수정한다. 산란은 늦가을부터초봄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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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어머머머, 우와아! 이거 뭐예요?"
"아아, 이거 나주 홍어요리야."
"비쌀 것 같은데... 값이 얼마예요?"
"2인분에 70,000원"
"그래요? 나주에 가면 꼭 들려요. 먹고 싶네요."
좀 전 컴퓨터 화면을 같이 보며 아내와 나눈 대화 한 단락이다. 인천에도 홍어 음식점이 있어 홍어회, 홍어삼합, 홍어애탕을 먹어보기는 했다. 동료 교사 애경사 사절로 전라도에 여러 번 간 적이 있는데, 그때마다 삭힌 홍어삼합 맛을 봤다.
어렸을 땐 홍어란 게 있는지도 몰랐고, 나이 마흔이 넘어서야 맛본 생선인데, 입맛을 다시게 하는 묘한 마력이 있다. 눈물이 찔끔 나오고 콧속이 매캐하고 입안이 화한 냄새와 맛이 참으로 기묘하다. 후각을 맹렬하게 자극하는 냄새와 입안에서 꼬들거리는 식감은 홍어의 고장 전라도의 매력이다. 홍어만으로도 전라도는 존중받아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홍어를 단품 위주로 먹다가 처음으로 코스 요리를 접하고, 별세계에 든 거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한국 요리의 영역이 얼마나 무궁무진한지, 그것도 현지 주민들의 사랑을 받는 전통음식들의 영역이 말이지요. 홍어 요리를 통해 전라도 음식을 다시 봐야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음식을 통해 한국 이해를 확장하고 싶으면, 홍어 요리에 관심을 갖는 것이 좋을 거 같습니다. 홍어는 음식의 수준을 한 단계 올려 놓은 요리임에 틀림없습니다. 이제 그 기묘한 맛을 즐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