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의 민낯 - 햄버거 말안장 안에 깔린 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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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jy9713
2023.09.16. 19:13조회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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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의 민낯
햄버거
말안장 안에 깔린 고기
요약 서양 요리의 하나. 쇠고기나 돼지고기를 잘게 다져 빵가루와 양파, 달걀 따위를 넣고 동글납작하게 뭉쳐 굽는다.
목차 맥도널드가 있는 나라끼리 전쟁은 없다는 통계 퇴색한 맥도날드 이론 세계 패권을 쥐고 있는 미국, 햄버거를 전 세계로 퍼뜨리다 햄버거의 뿌리는 동양, 몽골 유목민들 10세기 초 유목민족의 먹을거리 햄버거의 시작, 유목민들의 말안장 스테이크 질긴 말고기, 말안장에 깔아놓아 부드럽고 쫀득쫀득하게 만들다 몽골인들이 만든 육포 말안장 스테이크 12세기 초원의 영웅, 칭기즈칸의 등장 충격과 공포의 타타르인, 말 잔등에서 고기를 꺼내 먹다 타타르 스테이크를 익혀 먹기 시작하다 햄버거와 한자동맹 타타르 스테이크, 독일식 스테이크로 발전하다 독일 스테이크에 깊은 풍미를 끌어낼 수 있는 방법을 찾다 현대 햄버거에 근접한 19세기 함부르크 스테이크 햄버그, 함부르크에서 미국으로 전파되다 햄버그, 1904년 세인트루이스 박람회장에서 대박 아이스크림 콘과 아이스바의 탄생 햄버그를 둥근 빵에 끼운 핫 샌드위치, 햄버거의 탄생 패스트푸드의 유구한 역사 |
맥도널드가 있는 나라끼리 전쟁은 없다는 통계
영화 <슈퍼 사이즈 미(Super Size Me)> 개봉 당시 사람들은 이를 통해 패스트푸드, 그 중에서도 햄버거에 대한 인체 위해성을 확인한 바 있다. 여기에 웰빙 열풍까지 겹치면서 햄버거는 건강한 삶에 대한 ‘적’으로 인식되어지고 있다. 1980년대 운동권에서 “맥도널드는 미 제국주의 침략의 선봉”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오갔고 ‘맥도널드가 들어간 국가 간에는 전쟁이 없다’는 통계가 나올 정도였다.
퇴색한 맥도날드 이론
미국의 언론인이자 칼럼리스트인 토머스 프리드먼의 저서 <렉서스와 올리브 나무>에 나와 있는 맥도날드 이론이 그것인데, 원문 그대로 해석하자면 ‘분쟁 방지에 대한 골든아치 이론(Golden Arches Theory of Conflict Prevention)’을 말한다. 맥도날드가 진출해 있는 국가들끼리는 서로 전쟁을 하지 않는다는 말인데 이는 러시아ㆍ그루지아 전쟁, 이스라엘ㆍ레바논 충돌 등으로 의미가 퇴색돼 버렸다. 프리드먼도 이후 저서에서는 맥도날드 대신 ‘델(Dell)’을 들고 나와 새로운 이론을 만들었다.
세계 패권을 쥐고 있는 미국, 햄버거를 전 세계로 퍼뜨리다
어쨌든 빵 사이에 고기를 끼워 넣은 단순한 음식이 분쟁 방지에 대한 가설로까지 이용될 정도로 햄버거는 인류에게 너무도 익숙한 음식이다. 이런 햄버거의 성공에 대해서 많은 이들은 햄버거가 미국의 음식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즉, 세계 패권을 쥐고 있는 미국의 활발한 진출로 햄버거가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고 보는 것이다.
햄버거의 뿌리는 동양, 몽골 유목민들
과연 사실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햄버거는 미국 음식이 아니다. 그 연원을 따라가면 유럽이 나오지만(현대 햄버거의 원형은 ‘함부르크 스테이크’에서 시작됐다) 여기서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초원을 내달리던 몽골제국이 나온다. 햄버거의 뿌리를 더듬어 올라가면 지구를 한 바퀴 돌게 되는 것이다. 지금 서양 패스트푸드의 공습이라 말하며 그 대표 주자로 지목되고 있는 햄버거의 시작은 동양이었다.
10세기 초 유목민족의 먹을거리
10세기 초 몽골족들은 말을 달리며 생활했다. 유목생활은 그 자체로 자연과의 투쟁이었다. 일정한 곳에 머무는 민족은 기본적으로 수확을 예측하고 이것으로 1년을 설계한다면 유목생활은 매일매일이 생존을 위한 시험대였다.
이런 생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먹을거리였다. 문제는 초원의 척박함이었다. 음식을 구하는 것도 어렵지만 음식을 조리하는 것도 꽤 힘들었다. 식재료를 구하고 적당한 화력으로 조리를 했다고 끝나는 것도 아니었다. 남은 음식을 보존하는 것 또한 큰일이었다. 초원에서는 음식을 구하는 것이 어렵기에 비축할 수 있을 때 최대한 비축해야 했다.
햄버거의 시작, 유목민들의 말안장 스테이크
그러나 여기에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었다. 바로 유목민족이라는 특성 때문이다. 움직이기 위해서는 짐을 최대한 가볍게 해야 했다. 이런 이유로 유목민들은 건조식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다. 햄버거의 시작은 바로 여기서부터였다. 당시 몽고인들이 즐겨 먹던 음식 중 하나가 바로 ‘말안장 스테이크’였다.
질긴 말고기, 말안장에 깔아놓아 부드럽고 쫀득쫀득하게 만들다
풀을 찾아서 혹은 사냥감을 찾기 위해 초원을 떠돌아야 했던 몽고인들은 저장에 용이하고 조리할 필요가 없는 야외용 간편식을 찾게 된다. 당장 떠올릴 수 있는 것이 육포다. 고기를 말려서 들고 가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이 육포 중에서도 몽고인들이 꺼리는 고기가 있었으니 바로 말고기였다. 질겼기에 먹기에 불편했던 것이다. 때문에 처음에는 육질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 고기를 두드렸지만 어느 순간부터 말고기를 말의 등과 안장 사이에 집어넣게 됐다. 고기는 이 공간에서 수많은 마찰로 육질이 부드러워지고 쫀득쫀득해졌다.
몽골인들이 만든 육포 말안장 스테이크
생활의 지혜라고 할까? 몽골인들은 이동하면서 조리하는 방식을 고안해 낸 것이다. 말의 허벅지 살 등을 잘 도려내 안장 속에 넣고 하루 이틀 정도 이동을 하면 꽤 먹을 만한 육포가 생겼다.
몽골인들은 말고기를 말의 안장과 등 사이에 집어넣어 육질이 부드러워지면 먹었다.
여기에 소금과 같은 조미료로 간을 하면 훌륭한 야외식이 탄생하는 것이다. 이런 말안장 스테이크는 몽골인들에게 너무도 훌륭한 음식이었다. 재료는 널려 있고 조리 방법도 간단했으며 결정적으로 조리와 식사, 이동을 동시에 할 수 있다는 것이 커다란 장점이었다.
12세기 초원의 영웅, 칭기즈칸의 등장
12세기 몽고 초원에 영웅이 태어났다. 그는 훗날 전 세계를 벌벌 떨게 만든 몽골제국의 창시자가 된다. 바로 칭기즈칸이다.
몽골제국의 창시자, 칭기즈칸
칭기즈칸과 그의 후손들은 동서남북을 가리지 않고 정복 전쟁에 뛰어들었다. 그러다 오늘날의 헝가리까지 치고 올라가게 된다. 당시 유럽인들에게 몽골 기마부대는 공포 그 자체였다. 바람처럼 달려와서 활을 쏘고 재빨리 뒤로 빠지고 포위 습격을 하다가도 어느 순간 연기처럼 사라지고 다시 모여 성을 포위하는 모습은 유령 그 자체였다.
충격과 공포의 타타르인, 말 잔등에서 고기를 꺼내 먹다
특히 벌판에서 말을 타고 싸울 때는 상대가 되지 않았다. 기사들은 무거운 갑옷과 커다란 장창을 쥐고 덤벼봤지만, 어디서 날아오는지도 모를 화살 비와 뒤이은 칼날 앞에 무참히 쓰러져야 했다. 그야말로 충격과 공포였다.
그리고 이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타타르인(Tartars, 당시 유럽인들은 터키나 퉁구스족 사람들을 타타르인이라 불렀다. 몽고제국 또한 이들의 눈에는 타타르인으로 분류됐다. 여기서의 타타르는 그리스 신화에서 나오는 ‘지옥’ 타르타로스에서 연원한다. 당시 사람들에게 몽고인은 지옥과 같았던 것이다)들이 말 잔등에서 고기를 꺼내 먹는 것을 보고 충격에 휩싸인다.
타타르 스테이크를 익혀 먹기 시작하다
이렇게 말안장 스테이크는 몽골의 침략 과정에서 헝가리와 동유럽에 전파되었다. 바로 ‘타타르 스테이크(Tartar Steak)’의 탄생이었다(타타르인들이 먹는 고기라 해서 이런 명칭이 붙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