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080-15) 부(不)- 원천석(元天錫)不人生百歲是非間-인생백세시비간-인생 백년은 시비(是非)의 한 판이니 知我何心是朋友-지아하심시붕우-내 마음 알아주는 그대가 친구일세. 皎皎白駒食我場-교교백구식아장-흰 망아지는 내 마당에서 풀을 뜯어먹고喈喈黃鳥囀高柳-개개황조전고류-노란 꾀꼬리는 높은 버드나무에서 지저귀었지..當年樂事更能無-당년락사갱능무-그 당시 즐겁던 일들이 이젠 다시 없으니往日交遊今在不-왕일교유금재불-그 옛날 벗들이 지금은 어디 있나.且問幽懷誰與開-차문유회수여개-그윽한 회포를 누구에게 털어 놓으랴 座隅唯有蒼髥叟-좌격유유창염수-자리 한 구석에 수염 허연 늙은이만 남아 있으니..Ⅰ-080-16) 식(識) - 원천석(元天錫)信步小溪邊-신보소계변-발걸음에 맡겨 작은 시냇가에 이르니 林原看暮色-림원간모색-숲과 언덕이 저녁 빛으로 보이네.鳥飛天不窮-조비천부궁-새가 날아도 하늘 끝까진 못 가는데 人遠思無極-인원사무극-사람 멀리 있으니 그 생각 그지없네..倚杖久無言-의장구무언-지팡이에 기대 오랫동안 말 없으니 幽抱誰能識-유포수능식-이 깊은 회포를 그 누가 알아 주랴.歸來成短歌-귀래성단가-집에 돌아와 짧은 노래를 지어 以寄閑消息-이기한소식-나의 한가한 소식을 대신 부치네.Ⅰ-080-17) 금(金) - 원천석(元天錫)靜倚書窓三復吟-정의서창삼복음-고요히 서창(書窓)에 기대 두세 번 읊으니 淸詩可以比南金-청시가이차남금-이 맑은 시를 천금엔들 비하랴.聖君若下調羹手-성군약하조갱수-거룩한 임금께서 국 끓이는 솜씨를 내리신다면 才德超於李翰林-재덕초어이한림-재주와 덕이 이한림(李翰林)보다 뛰어나련만..Ⅰ-080-17) 蓮 - 원천석(元天錫).月滿錢塘淨麗-월만전당정려-연못에 가득한 달빛 맑고도 곱고 霜摧玉樹婢娟-상최옥수비연-나무에 얽힌 서리 깨끗도 하구나.客子遠遊不返-객자원유불반-나그네길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으니 含愁一朶秋蓮-함수일타추련-시름 머금은 한 송이 가을 연꽃일세..Ⅰ-080-19) 가(可) - 원천석(元天錫)可醒亦歌醉 亦歌○-성역가취 역가○-깨어도 노래하고 취해도 노래하니 疎散吾行 與時左-소산오행 여시좌-어설픈 내 행동이 세상과 등졌네.麤繒大布 穩纏身-추증대포 온전신-굵은 베 누더기로 온 몸을 둘러싸고 十載蝸廬 常獨坐-십재와려 상독좌-십 년 동안 오막살이에 혼자 앉았네.沈沈黙黙 凡如愚-침침묵묵 범여우-잠자코 지내자니 어리석은 듯하건만 出處無可 無不可-출처무가 무불가-출세나 은둔이나 어느 쪽도 좋아라.由來窮達 命之然-유래궁달 명지연-궁달(窮達)은 본래 명(命)이 있는 법 何用飯牛 歌轗軻-하용반우 가감가-소먹이며 노래한들 그 무엇하랴.君不見阮嗣宗臧否不掛口 所以能避禍군불견완사종장부불괘구 소이능피하그대는 완사종(阮嗣宗)을 보지 못했던가!좋고 나쁨을 입에 담지 않는 것이 화를 피하는 길이라네.從今有志方外遊 欲向滄洲買得釣魚舸종금유지방외유 욕향창주매득조어가이제부터 세상 밖에서 노니는 데다 뜻을 두노니창주(滄洲)에 가서 낚싯배 한 척을 사고 싶어라..Ⅰ-080-20) 연민(憐) - 원천석(元天錫)憐.農功已畢歲廻旋-농공이필세회선-농사걷이 끝나고 한 해가 저무니 鼎鼎流光最可憐-정정류광최가련-빠른 세월이 가장 가련하구나.懷故意存吾有感-회고의존오유감-지난 일 생각하면 별별 생각 많건만 致君時至子爲賢-치군시지자위현-임금을 도우니 그대가 바로 어진 이일세..雲收鵠嶺迎朝日-운수곡령영주일-구름 걷힌 곡령(鵠嶺)에서 아침 해를 맞으니 雪擁蜈山近臘天-설옹오산근랍천-눈 쌓인 오산(蜈山)에도 섣달 그믐이 가까웠네.旅舍不堪寒夜永-여사불감한야영-여관방 춥고 긴 밤을 어이 견디시나 定應遙憶舊靑氈-정응요억구청전-옛 집의 청전(靑氈)을 멀리서 그리워할 테지..Ⅰ-080-21) 촛불(燭) - 원천석(元天錫)燭許子哦淸詩-허자아청시-허군(許子)이 맑은 시를 읊으면 英風起空谷-영풍기공곡-꽃바람이 빈 골짜기에 일었지.韜光麗水金-도광여수금-여수(麗水)의 금처럼 빛을 숨겼고 待價荊山玉-대가형산옥-형산(荊山)의 옥같이 값을 기다렸지..看釰引深盃-간검인심배-칼을 보면서 깊은 술잔을 당기고 閱書燒短燭-열서소단촉-책을 뒤적이며 짧은 촛불을 태웠지.交道似鸞膠-교도사란교-우리의 사귐이 아교풀 같으니 斷絃猶可續-단현유가속-끊어진 줄도 이을 수가 있으리..Ⅰ-080-22) 비단(錦) - 원천석(元天錫)錦吾子眞賢儒-오자진현유-그대는 참으로 훌륭한 선비 作詩如織錦-작시여식금-시를 지으면 비단을 짠 것 같았지.怡然發醉吟-이연발취음-즐겁게 취해 한 번 읊으면 雲月繞高枕-운월요고침-구름과 달이 높은 베개를 감돌았지..Ⅰ-080-23) 병풍(屛) - 원천석(元天錫)屛流水潺湲常奏樂-류수잔원상주악-잔잔히 물 흐르는 소리가 언제나 음악 아뢰고 雲山邐迤遠鋪屛-운산이리원포병-구름과 산이 둘러싸며 멀리 병풍 펼쳤네.外人若問閒居味-외인약문한거미-한가롭게 사는 맛을 묻는 이가 있다면 聲色中間醉未醒-성색중간취미성-물소리와 산 빛에 취해 깨지 못한다고 하리라..Ⅰ-080-24) 깊이(深) - 원천석(元天錫)深君不見杜牧不及湖州約 自恨花殘成綠陰군불견두목불급호주약 자한화잔성록음그대는 보지 못했던가! 두목(杜牧)이 호주(湖州)의 약속 못지켜꽃 지고 녹음 우거진 것을 스스로 한탄했지.又不見崔顥當年不見面 紅桃門外空傷心우불견최호당년불견면 홍도문외공상심또 보지 못했던가! 최호(崔顥)가 그 해 얼굴을 보지 못해붉은 복숭아 문밖에서 부질없이 상심했었지.先生所遇異於斯 到處皆是名花林선생소우이어사 도처개시명화림선생의 경우는 이 두 사람과 달라서이르는 곳마다 모두 이름난 꽃숲이었지.金塘夜夜採蓮去 苒苒濃香薰素襟금당야야채련거 염염농향훈소금금 연못에 밤마다 연 캐러 가면짙은 향내가 흰 옷자락에 젖어들었지.平生行樂盡適意 淸興何須論淺深평생행악진적의 청흥하수론천심평생 행락을 마음껏 즐겼으니맑은 흥취가 얕고 깊고를 어찌 따지랴.別後新詩忽然落吾案 相憶相思猶未禁별후신시홀연락오안 상억상사유미금헤어진 뒤에 새로 지은 시가 문득 내 책상에 떨어지니그리운 마음을 달랠 길 없네.君乎君乎速廻轡 毋使儂家含憤守寒衾군호군호속회비 무사농가함분수한금그대여! 말고삐를 빨리 돌리소.나 혼자 차가운 이불에서 외롭게 만들지 마소..Ⅰ-080-25) 처소(處, 나비가 꽃을 생각하는 격 蝶戀花) - 원천석(元天錫)處(蝶戀花)客裏應難爰得所 鄕思悽然夢繞秋蓮渚객리응난원득소 향사처연몽요추련저나그네는 제 살 곳을 얻기 어려운 법가을 연못가에서 몇 번이나 고향을 꿈꾸었던가.日暮長安愁幾許 羨他孤鳥高飛去일모장안수기허 선타고조고비거날 저문 장안(長安)에서 얼마나 시름겨운지높이 날아가는 외로운 새도 부러워했지.我亦凉凉無伴侶 閒寂幽居只有山禽語아역량량무반려 한적유거지유산금어나 또한 친구 없어 외로운 신세이니고즈넉한 집에는 산새 소리만 들려오네.忽憶前遊多意緖 悠悠往事尋無處홀억전유다의서 유유왕사심무처옛 놀음이 문득 떠오르건만지난 일 이제는 찾아볼 곳이 없네..Ⅰ-080-26) 비추임(照) - 원천석(元天錫)照邇來音信稀疎-이래음신희소-요즘 편지마저 드물고 보니 竚待重遊一笑-저대중유일소-다시 만나 웃을 일만 기다려지네.何時細雨夜床-하시세우야상-어느 날에야 부슬비 내리는 밤 평상에서 共看靑燈相照-공간청등상조-푸른 등불 마주하고 서로 바라볼거나..Ⅰ-080-27) 어떠한지(何) - 원천석(元天錫)何洗耳全身避世譁-세이전신피세화-귀 씻고 몸 온전히 해 시끄러운 세상 피했던 穎川遺跡問如何-영천유적문여하-영천(潁川)의 남긴 자취가 어떠한지 묻고 싶네.棄瓢巖畔當年月-기표암반당년월-표주박 버린 바위에는 그 당시 달이 尙至于今不屬他-상지우금불촉타-아직도 그 자리에 그대로 있겠지. .Ⅰ-080-28) 정(情) - 원천석(元天錫)情吾友許夫子-오우허부자-내 친구 허군(許夫子)은 相親如弟兄-상친여형제-형제같이 서로 친했지.何時一樽酒-하시일준주-언제 술 한 통 앞에 놓고 重與細論情-중여세논문-다시 한 번 정겹게 이야기하려나..Ⅰ-081) 유종원(柳宗元)의 문집을 읽고 (두 수) - 원천석(元天錫)讀柳宗元集(二首)Ⅰ-081-01)長自懷沙事不忘-장자회사사불망-회사(懷沙)의 일을 오래도록 못 잊어 往還江海十餘霜-왕환강해십여상-강과 바다를 오가며 십 년이나 방황했었지.悠悠萬里零陵夢-유유만리영육몽-머나먼 만리 밖 영릉(零陵)의 꿈이 幾逐春風到故鄕-기축춘풍도고향-몇 번이나 봄바람 따라 고향을 찾았던가. Ⅰ-081-02)竄逐窮荒恨未忘-찬축궁망한미망-거친 땅 귀양살이를 한스럽게 잊지 못해 對湘垂淚鬢如霜-대상수루빈여상-소상강(瀟湘江)에 눈물 흘리며 귀밑머리 희어졌네.至今淸夜愚溪月-지금청야우계월-지금도 맑은 밤이면 우계(愚溪)의 달이 夢照先生入醉鄕-몽조선생입취향-선생의 취향(醉鄕)에 비춰 들겠지..Ⅰ-082) 1365년(을사) 초여름 외진 집(幽居)에서- 원천석(元天錫)首夏幽居(乙巳)-수하유거-원천석(1330∼?) 樹影濃加幄-수영농가악-나무 그늘이 장막을 친 듯 짙은데 幽禽屢報時-유금루보시-산새들은 철이 돌아왔다고 자주 알려주네.海棠花正發-해당화정발-해당화 꽃이 한창 피었고 山杏子初肥-산행자초비-살구 열매도 이제 막 굵어지는데,心遠雲無定-심원운무정-마음이 멀어지자 구름처럼 정처 없고 身閑日更遲-신한일경지-몸이 한가로워 하루 해가 길구나.晴窓覓佳句-청창멱가구-맑게 개인 창가에서 아름다운 시구를 찾아 聊復寫新詩-료복사신시-새로운 시를 다시 짓는다네..Ⅰ-083) 형님께서 원(元) 서곡(西谷)과 함께 시를 화답해 보내셨기에 다시 두 수를 씀- 원천석(元天錫).家兄與元西谷見。和復書二首。- 원천석(元天錫)Ⅰ-083-01)鸎囀花林外-앵전화림외- 꽃 숲 너머로 꾀꼴새 지저귀고淸和雨霽時-청화우제시-비가 막 개어 날씨 화창하네.遶園烟柳細-요원연류세-정원을 에워싼 버들은 연기 속에 가느다란데 出屋露桃肥-출옥로도비-지붕에 달린 복숭아 이슬 맞아 실팍하네..行止無憂樂-행지무우락-나고 들면서 걱정하고 즐거워할 것 없으니 功名任早遲-공명임조지-공명이 이르건 늦건 무슨 상관이랴.臨風梳短髮-임풍소단발-바람 맞으며 짧은 머리를 빗다喚酒且吟詩-환주차음시-술 불러 오고 또 시를 읊네..Ⅰ-083-02)卜居西谷裏-복거서곡리- 서곡(西谷) 한 구석에 자리를 잡았는데池舘過芳時-지관과방시-연못가 정자에 꽃다운 철이 지나가네.水減荷莖瘦-수감하경유-못물이 줄어들어 연 줄기도 약해지고 風熏藥蔓肥-풍훈약만비-바람이 훈훈해 약초 넝굴이 살찌네..雲光侵步武-운광침보무-오가는 구름이 내 걸음을 가리고 山色照棲遲-산색조서지-산 빛은 자리 위를 비추는데,若問逍遙處-약문소요처-무엇하며 노니느냐고 내게 묻는다면 煎茶且賦詩-전다차부시-차 다리고 또 시도 짓는다고 하겠네..Ⅰ-084) 春城(춘성) 鄕校(향교)의 여러 大學(대학)들에게 보냄- 원천석(元天錫)寄春城鄕校諸大學-기춘성향교제대학.烏兎相騰背我歸-오토상등배아귀-내가 떠나온 뒤에 세월이 너무나 빨라 舊遊蹤跡已爲非-구유종적이위비-예전에 놀던 자취 이제는 다 달라졌네.共知樂事年來少-공지락사년래소-즐거운 일은 해마다 더 줄어들고 却愧知音日漸稀-각괴지음일점희-갈수록 알아주는 이 없어 부끄러워라..信斷原川魚不到-신단원천어불도-편지 끊긴 원천(原川)에게선 잉어도 오지 않고 夢尋光海蝶先飛-몽심광해접선비-꿈에나 광해를 찾으면 나비가 먼저 날아오네. 故人各各平安否-고인각각평안부-옛친구들이여. 모두들 평안하신지 愁滿秋山照夕暉-수만추산조석휘-석양 비치는 가을 산에 시름이 가득하네..Ⅰ-085) 나옹(懶翁) 화상(和尙)의 운산도(雲山圖)에 씀- 원천석(元天錫)題懶翁和尙雲山圖-제라옹화상운산도靑山隱映白雲中-청산은영백운중-푸른 산이 흰 구름 속에 은은히 비치며 遠近奇觀一一窮-원근기관일일운-멀고 가까운 경치가 낱낱이 다 보이네.半幅華牋心萬里-반폭화전심만리-반 폭 화려한 종이에 마음은 만리이니 方知妙筆卽神通-방지묘필즉신통-기묘한 붓이 신에 통한 줄 이제 알겠네..Ⅰ-086) 覺林寺(각림사) 堂頭(당두) 圓通(원통) 스님의 祝上詩(축상시)에 차운함- 원천석(元天錫)次覺林堂頭圓通祝上詩韻-차각림당두운통축상시운.瑞氣蔥龍滿洞天-서기총룡만동천-영롱한 서기(瑞氣)가 온 골에 가득하고 梵聲遙振白雲邊-범성요진백운변-염불 소리가 멀리 흰 구름 가에 들리네.岳靈已獻吾君壽-악령이헌오군수-산신령께서도 우리 임께 헌수(獻壽)했으니 化日舒長政似年-화일서장정사년-덕화의 하루가 한 해처럼 길어지리..Ⅰ-087) 꾀꼬리 소리를 듣고- 원천석(元天錫)聞鶯(문앵).凌晨碧樹黃鸝聲-능신벽수황리성-새벽부터 푸른 나무에 꾀꼬리 소리 漸近曲檻嚶嚶鳴-점근곡람앵앵명-굽은 난간 가까이 차츰 들려오네.悠然驚斷翠樓夢-유연경단취루몽-푸른 누각 꿈에서 놀라 깨어나니 滿眼林園春意生-만안임원춘의생-눈에 가득한 동산이 온통 봄빛일세..千紅半落春欲暮-천홍반낙춘욕모-붉은 꽃 반쯤 지고 봄은 저무는데 宿雨初收天氣淸-숙우초수천기청-묵은 비가 막 개어 하늘 맑구나.此時風日姸且好-차시풍일연차호-때마침 고운 햇빛에 날씨도 좋아 舍南巷北晴烟橫-사남항북청연횡-집 남쪽 골목 북쪽에 아지랑이 잠겼는데,.斜穿柳影轉饒舌-사천류영전요설-버들 그림자 옆을 뚫고 혀를 굴리니 惱殺粧閣幽人情-뇌살장각유인정-규방 여인의 마음을 괴롭히는구나. 愧予本是靑山人-괴여본시청산인-부끄럽구나! 나도 또한 푸른 산의 사람이라 靑山數點爲四隣-청산수점위사린-푸른 산 두어 점을 이웃삼아 사노라니,.門無車馬經過少-문무거마경과소-문 밖에 찾아오는 수레와 말이 적고 只有山鳥長常親-지유산조장상친-산새만 찾아와 서로 친하네.初聞布穀報耕種-초문포곡보경종-포곡조(布穀鳥)가 처음으로 씨 뿌리라 알려주고 亦有提壺呼酒頻-역유제호호주빈-제호조(提壺鳥)도 자주 술 권하는데,.今朝又聞黃鳥語-금조우문황조어-오늘 아침에 또 꾀꼴새 소리를 들으니 似問東君歸去處-사문동군귀거처-봄이 어디 갔는지 묻는 것 같네.東君背汝不回頭-동군배여불회두-봄이 너를 버리고 돌아보지 않으면 汝可與吾爲伴侶-여가여오위반려-네가 나를 벗삼아 지내도 좋으련만,.憐渠啼破寂寥愁-련거제파적요수-가여운 네 울음이 고즈넉한 시름 깨뜨리고 却羨綿蠻爰得所-각선면만원득소-가녀린 네 울음이 알맞은 곳 얻었구나.出谷遷喬吾有心-출곡천고오유심-골짜기에서 나와 교목(喬木)으로 옮기는 게 바로 내 마음이건만 借便高風在何許-차편고풍재하허-높은 바람을 어디서 빌려야 하나..Ⅰ-088) 1366년(병오) 늦은 봄暮春(丙午).雨過鸎啼滑-우과앵제활-비 그치고 꾀꼴새 소리 재잘거리니晴山碧四圍-청산벽사위-개인 산이 사방에 더욱 푸르네.樹陰連草徑-수음연초경-나무 그늘은 풀 길까지 덮었고 柳影掩柴扉-유영엄채비-버들 그림자가 사립문을 가렸네..尊酒宜多辨-존주의다변-술 마실 기회야 많지만 園花恐亂飛-원화공난비-정원의 꽃이 흩날릴까 염려되네.誰成曾點服-수성증점복-누가 증점(曾點)의 옷을 마련해주면 吾與舞雩歸-오여무우귀-나도 무우(舞雩)에서 놀다가 오고 싶네..Ⅰ-089) 여름 구름夏雲(하운).變成千狀眼前橫-변성천상안전횡-천 가지 모습으로 변하며 눈앞을 가로막더니 更作奇峯勢不平-갱작기봉세불평-다시 기이한 봉우리 되어 들쑥날쑥 피어나네.拖雨駕雷翻覆頻-타우가뢰번복빈-비를 품고 천둥을 타며 자주 뒤집히다가 漏星藏月卷舒行-루성장월권서행-별을 토하고 달을 숨기며 자유롭게 다니네..Ⅰ-090) 돈 무늬 같은 이끼(苔錢)苔錢(태전)-동전모양의 이끼滿庭留得寂寥痕-만정유득적요흔-뜨락에 가득 고요한 자취를 남기고 偏愛蒼蒼映小軒-편애창창영소헌-파릇파릇 서재를 비추는 모습 사랑스럽네.若使圓紋爲世寶-약사원문위세보-만약 네 둥근 무늬가 세상의 보배라 肯容生長在吾門-긍용생장재오문-어찌 내 문 앞에 자라나 있으랴.
Ⅰ-080-15) 부(不)- 원천석(元天錫)
不人生百歲是非間-인생백세시비간-인생 백년은 시비(是非)의 한 판이니 知我何心是朋友-지아하심시붕우-내 마음 알아주는 그대가 친구일세. 皎皎白駒食我場-교교백구식아장-흰 망아지는 내 마당에서 풀을 뜯어먹고喈喈黃鳥囀高柳-개개황조전고류-노란 꾀꼬리는 높은 버드나무에서 지저귀었지..當年樂事更能無-당년락사갱능무-그 당시 즐겁던 일들이 이젠 다시 없으니往日交遊今在不-왕일교유금재불-그 옛날 벗들이 지금은 어디 있나.且問幽懷誰與開-차문유회수여개-그윽한 회포를 누구에게 털어 놓으랴 座隅唯有蒼髥叟-좌격유유창염수-자리 한 구석에 수염 허연 늙은이만 남아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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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080-16) 식(識) - 원천석(元天錫)
信步小溪邊-신보소계변-발걸음에 맡겨 작은 시냇가에 이르니 林原看暮色-림원간모색-숲과 언덕이 저녁 빛으로 보이네.鳥飛天不窮-조비천부궁-새가 날아도 하늘 끝까진 못 가는데 人遠思無極-인원사무극-사람 멀리 있으니 그 생각 그지없네..倚杖久無言-의장구무언-지팡이에 기대 오랫동안 말 없으니 幽抱誰能識-유포수능식-이 깊은 회포를 그 누가 알아 주랴.歸來成短歌-귀래성단가-집에 돌아와 짧은 노래를 지어 以寄閑消息-이기한소식-나의 한가한 소식을 대신 부치네.
Ⅰ-080-17) 금(金) - 원천석(元天錫)
靜倚書窓三復吟-정의서창삼복음-고요히 서창(書窓)에 기대 두세 번 읊으니 淸詩可以比南金-청시가이차남금-이 맑은 시를 천금엔들 비하랴.聖君若下調羹手-성군약하조갱수-거룩한 임금께서 국 끓이는 솜씨를 내리신다면 才德超於李翰林-재덕초어이한림-재주와 덕이 이한림(李翰林)보다 뛰어나련만.
Ⅰ-080-17) 蓮 - 원천석(元天錫).月滿錢塘淨麗-월만전당정려-연못에 가득한 달빛 맑고도 곱고 霜摧玉樹婢娟-상최옥수비연-나무에 얽힌 서리 깨끗도 하구나.客子遠遊不返-객자원유불반-나그네길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으니 含愁一朶秋蓮-함수일타추련-시름 머금은 한 송이 가을 연꽃일세.
Ⅰ-080-19) 가(可) - 원천석(元天錫)
可
醒亦歌醉 亦歌○-성역가취 역가○-깨어도 노래하고 취해도 노래하니 疎散吾行 與時左-소산오행 여시좌-어설픈 내 행동이 세상과 등졌네.
麤繒大布 穩纏身-추증대포 온전신-굵은 베 누더기로 온 몸을 둘러싸고 十載蝸廬 常獨坐-십재와려 상독좌-십 년 동안 오막살이에 혼자 앉았네.
沈沈黙黙 凡如愚-침침묵묵 범여우-잠자코 지내자니 어리석은 듯하건만 出處無可 無不可-출처무가 무불가-출세나 은둔이나 어느 쪽도 좋아라.
由來窮達 命之然-유래궁달 명지연-궁달(窮達)은 본래 명(命)이 있는 법 何用飯牛 歌轗軻-하용반우 가감가-소먹이며 노래한들 그 무엇하랴.
君不見阮嗣宗臧否不掛口 所以能避禍군불견완사종장부불괘구 소이능피하그대는 완사종(阮嗣宗)을 보지 못했던가!좋고 나쁨을 입에 담지 않는 것이 화를 피하는 길이라네.從今有志方外遊 欲向滄洲買得釣魚舸종금유지방외유 욕향창주매득조어가이제부터 세상 밖에서 노니는 데다 뜻을 두노니창주(滄洲)에 가서 낚싯배 한 척을 사고 싶어라.
Ⅰ-080-20) 연민(憐) - 원천석(元天錫)憐.農功已畢歲廻旋-농공이필세회선-농사걷이 끝나고 한 해가 저무니 鼎鼎流光最可憐-정정류광최가련-빠른 세월이 가장 가련하구나.懷故意存吾有感-회고의존오유감-지난 일 생각하면 별별 생각 많건만 致君時至子爲賢-치군시지자위현-임금을 도우니 그대가 바로 어진 이일세..雲收鵠嶺迎朝日-운수곡령영주일-구름 걷힌 곡령(鵠嶺)에서 아침 해를 맞으니 雪擁蜈山近臘天-설옹오산근랍천-눈 쌓인 오산(蜈山)에도 섣달 그믐이 가까웠네.旅舍不堪寒夜永-여사불감한야영-여관방 춥고 긴 밤을 어이 견디시나 定應遙憶舊靑氈-정응요억구청전-옛 집의 청전(靑氈)을 멀리서 그리워할 테지.
Ⅰ-080-21) 촛불(燭) - 원천석(元天錫)燭許子哦淸詩-허자아청시-허군(許子)이 맑은 시를 읊으면 英風起空谷-영풍기공곡-꽃바람이 빈 골짜기에 일었지.韜光麗水金-도광여수금-여수(麗水)의 금처럼 빛을 숨겼고 待價荊山玉-대가형산옥-형산(荊山)의 옥같이 값을 기다렸지..看釰引深盃-간검인심배-칼을 보면서 깊은 술잔을 당기고 閱書燒短燭-열서소단촉-책을 뒤적이며 짧은 촛불을 태웠지.交道似鸞膠-교도사란교-우리의 사귐이 아교풀 같으니 斷絃猶可續-단현유가속-끊어진 줄도 이을 수가 있으리.
Ⅰ-080-22) 비단(錦) - 원천석(元天錫)錦吾子眞賢儒-오자진현유-그대는 참으로 훌륭한 선비 作詩如織錦-작시여식금-시를 지으면 비단을 짠 것 같았지.怡然發醉吟-이연발취음-즐겁게 취해 한 번 읊으면 雲月繞高枕-운월요고침-구름과 달이 높은 베개를 감돌았지..
Ⅰ-080-23) 병풍(屛) - 원천석(元天錫)屛流水潺湲常奏樂-류수잔원상주악-잔잔히 물 흐르는 소리가 언제나 음악 아뢰고 雲山邐迤遠鋪屛-운산이리원포병-구름과 산이 둘러싸며 멀리 병풍 펼쳤네.外人若問閒居味-외인약문한거미-한가롭게 사는 맛을 묻는 이가 있다면 聲色中間醉未醒-성색중간취미성-물소리와 산 빛에 취해 깨지 못한다고 하리라..
Ⅰ-080-24) 깊이(深) - 원천석(元天錫)深君不見杜牧不及湖州約 自恨花殘成綠陰군불견두목불급호주약 자한화잔성록음그대는 보지 못했던가! 두목(杜牧)이 호주(湖州)의 약속 못지켜꽃 지고 녹음 우거진 것을 스스로 한탄했지.又不見崔顥當年不見面 紅桃門外空傷心우불견최호당년불견면 홍도문외공상심또 보지 못했던가! 최호(崔顥)가 그 해 얼굴을 보지 못해붉은 복숭아 문밖에서 부질없이 상심했었지.先生所遇異於斯 到處皆是名花林선생소우이어사 도처개시명화림선생의 경우는 이 두 사람과 달라서이르는 곳마다 모두 이름난 꽃숲이었지.金塘夜夜採蓮去 苒苒濃香薰素襟금당야야채련거 염염농향훈소금금 연못에 밤마다 연 캐러 가면짙은 향내가 흰 옷자락에 젖어들었지.平生行樂盡適意 淸興何須論淺深평생행악진적의 청흥하수론천심평생 행락을 마음껏 즐겼으니맑은 흥취가 얕고 깊고를 어찌 따지랴.別後新詩忽然落吾案 相憶相思猶未禁별후신시홀연락오안 상억상사유미금헤어진 뒤에 새로 지은 시가 문득 내 책상에 떨어지니그리운 마음을 달랠 길 없네.君乎君乎速廻轡 毋使儂家含憤守寒衾군호군호속회비 무사농가함분수한금그대여! 말고삐를 빨리 돌리소.나 혼자 차가운 이불에서 외롭게 만들지 마소..Ⅰ-080-25) 처소(處, 나비가 꽃을 생각하는 격 蝶戀花) - 원천석(元天錫)處(蝶戀花)客裏應難爰得所 鄕思悽然夢繞秋蓮渚객리응난원득소 향사처연몽요추련저나그네는 제 살 곳을 얻기 어려운 법가을 연못가에서 몇 번이나 고향을 꿈꾸었던가.日暮長安愁幾許 羨他孤鳥高飛去일모장안수기허 선타고조고비거날 저문 장안(長安)에서 얼마나 시름겨운지높이 날아가는 외로운 새도 부러워했지.我亦凉凉無伴侶 閒寂幽居只有山禽語아역량량무반려 한적유거지유산금어나 또한 친구 없어 외로운 신세이니고즈넉한 집에는 산새 소리만 들려오네.忽憶前遊多意緖 悠悠往事尋無處홀억전유다의서 유유왕사심무처옛 놀음이 문득 떠오르건만지난 일 이제는 찾아볼 곳이 없네.
Ⅰ-080-26) 비추임(照) - 원천석(元天錫)照邇來音信稀疎-이래음신희소-요즘 편지마저 드물고 보니 竚待重遊一笑-저대중유일소-다시 만나 웃을 일만 기다려지네.何時細雨夜床-하시세우야상-어느 날에야 부슬비 내리는 밤 평상에서 共看靑燈相照-공간청등상조-푸른 등불 마주하고 서로 바라볼거나.
.Ⅰ-080-27) 어떠한지(何) - 원천석(元天錫)何洗耳全身避世譁-세이전신피세화-귀 씻고 몸 온전히 해 시끄러운 세상 피했던 穎川遺跡問如何-영천유적문여하-영천(潁川)의 남긴 자취가 어떠한지 묻고 싶네.棄瓢巖畔當年月-기표암반당년월-표주박 버린 바위에는 그 당시 달이 尙至于今不屬他-상지우금불촉타-아직도 그 자리에 그대로 있겠지. .Ⅰ-080-28) 정(情) - 원천석(元天錫)情吾友許夫子-오우허부자-내 친구 허군(許夫子)은 相親如弟兄-상친여형제-형제같이 서로 친했지.何時一樽酒-하시일준주-언제 술 한 통 앞에 놓고 重與細論情-중여세논문-다시 한 번 정겹게 이야기하려나.
Ⅰ-081) 유종원(柳宗元)의 문집을 읽고 (두 수) - 원천석(元天錫)讀柳宗元集(二首)Ⅰ-081-01)長自懷沙事不忘-장자회사사불망-회사(懷沙)의 일을 오래도록 못 잊어 往還江海十餘霜-왕환강해십여상-강과 바다를 오가며 십 년이나 방황했었지.悠悠萬里零陵夢-유유만리영육몽-머나먼 만리 밖 영릉(零陵)의 꿈이 幾逐春風到故鄕-기축춘풍도고향-몇 번이나 봄바람 따라 고향을 찾았던가. Ⅰ-081-02)竄逐窮荒恨未忘-찬축궁망한미망-거친 땅 귀양살이를 한스럽게 잊지 못해 對湘垂淚鬢如霜-대상수루빈여상-소상강(瀟湘江)에 눈물 흘리며 귀밑머리 희어졌네.至今淸夜愚溪月-지금청야우계월-지금도 맑은 밤이면 우계(愚溪)의 달이 夢照先生入醉鄕-몽조선생입취향-선생의 취향(醉鄕)에 비춰 들겠지.
Ⅰ-082) 1365년(을사) 초여름 외진 집(幽居)에서- 원천석(元天錫)
首夏幽居(乙巳)-수하유거-원천석(1330∼?)
樹影濃加幄-수영농가악-나무 그늘이 장막을 친 듯 짙은데 幽禽屢報時-유금루보시-산새들은 철이 돌아왔다고 자주 알려주네.海棠花正發-해당화정발-해당화 꽃이 한창 피었고 山杏子初肥-산행자초비-살구 열매도 이제 막 굵어지는데,
心遠雲無定-심원운무정-마음이 멀어지자 구름처럼 정처 없고 身閑日更遲-신한일경지-몸이 한가로워 하루 해가 길구나.晴窓覓佳句-청창멱가구-맑게 개인 창가에서 아름다운 시구를 찾아 聊復寫新詩-료복사신시-새로운 시를 다시 짓는다네.
Ⅰ-083) 형님께서 원(元) 서곡(西谷)과 함께 시를 화답해 보내셨기에 다시 두 수를 씀- 원천석(元天錫)
.家兄與元西谷見。和復書二首。- 원천석(元天錫)
Ⅰ-083-01)
鸎囀花林外-앵전화림외- 꽃 숲 너머로 꾀꼴새 지저귀고淸和雨霽時-청화우제시-비가 막 개어 날씨 화창하네.遶園烟柳細-요원연류세-정원을 에워싼 버들은 연기 속에 가느다란데 出屋露桃肥-출옥로도비-지붕에 달린 복숭아 이슬 맞아 실팍하네..行止無憂樂-행지무우락-나고 들면서 걱정하고 즐거워할 것 없으니 功名任早遲-공명임조지-공명이 이르건 늦건 무슨 상관이랴.臨風梳短髮-임풍소단발-바람 맞으며 짧은 머리를 빗다喚酒且吟詩-환주차음시-술 불러 오고 또 시를 읊네..Ⅰ-083-02)
卜居西谷裏-복거서곡리- 서곡(西谷) 한 구석에 자리를 잡았는데池舘過芳時-지관과방시-연못가 정자에 꽃다운 철이 지나가네.水減荷莖瘦-수감하경유-못물이 줄어들어 연 줄기도 약해지고 風熏藥蔓肥-풍훈약만비-바람이 훈훈해 약초 넝굴이 살찌네..雲光侵步武-운광침보무-오가는 구름이 내 걸음을 가리고 山色照棲遲-산색조서지-산 빛은 자리 위를 비추는데,若問逍遙處-약문소요처-무엇하며 노니느냐고 내게 묻는다면 煎茶且賦詩-전다차부시-차 다리고 또 시도 짓는다고 하겠네.
Ⅰ-084) 春城(춘성) 鄕校(향교)의 여러 大學(대학)들에게 보냄- 원천석(元天錫)寄春城鄕校諸大學-기춘성향교제대학.烏兎相騰背我歸-오토상등배아귀-내가 떠나온 뒤에 세월이 너무나 빨라 舊遊蹤跡已爲非-구유종적이위비-예전에 놀던 자취 이제는 다 달라졌네.共知樂事年來少-공지락사년래소-즐거운 일은 해마다 더 줄어들고 却愧知音日漸稀-각괴지음일점희-갈수록 알아주는 이 없어 부끄러워라.
信斷原川魚不到-신단원천어불도-편지 끊긴 원천(原川)에게선 잉어도 오지 않고 夢尋光海蝶先飛-몽심광해접선비-꿈에나 광해를 찾으면 나비가 먼저 날아오네. 故人各各平安否-고인각각평안부-옛친구들이여. 모두들 평안하신지 愁滿秋山照夕暉-수만추산조석휘-석양 비치는 가을 산에 시름이 가득하네.
Ⅰ-085) 나옹(懶翁) 화상(和尙)의 운산도(雲山圖)에 씀- 원천석(元天錫)題懶翁和尙雲山圖-제라옹화상운산도
靑山隱映白雲中-청산은영백운중-푸른 산이 흰 구름 속에 은은히 비치며 遠近奇觀一一窮-원근기관일일운-멀고 가까운 경치가 낱낱이 다 보이네.半幅華牋心萬里-반폭화전심만리-반 폭 화려한 종이에 마음은 만리이니 方知妙筆卽神通-방지묘필즉신통-기묘한 붓이 신에 통한 줄 이제 알겠네.
Ⅰ-086) 覺林寺(각림사) 堂頭(당두) 圓通(원통) 스님의 祝上詩(축상시)에 차운함- 원천석(元天錫)次覺林堂頭圓通祝上詩韻-차각림당두운통축상시운.瑞氣蔥龍滿洞天-서기총룡만동천-영롱한 서기(瑞氣)가 온 골에 가득하고 梵聲遙振白雲邊-범성요진백운변-염불 소리가 멀리 흰 구름 가에 들리네.岳靈已獻吾君壽-악령이헌오군수-산신령께서도 우리 임께 헌수(獻壽)했으니 化日舒長政似年-화일서장정사년-덕화의 하루가 한 해처럼 길어지리.
Ⅰ-087) 꾀꼬리 소리를 듣고- 원천석(元天錫)聞鶯(문앵).凌晨碧樹黃鸝聲-능신벽수황리성-새벽부터 푸른 나무에 꾀꼬리 소리 漸近曲檻嚶嚶鳴-점근곡람앵앵명-굽은 난간 가까이 차츰 들려오네.悠然驚斷翠樓夢-유연경단취루몽-푸른 누각 꿈에서 놀라 깨어나니 滿眼林園春意生-만안임원춘의생-눈에 가득한 동산이 온통 봄빛일세..千紅半落春欲暮-천홍반낙춘욕모-붉은 꽃 반쯤 지고 봄은 저무는데 宿雨初收天氣淸-숙우초수천기청-묵은 비가 막 개어 하늘 맑구나.此時風日姸且好-차시풍일연차호-때마침 고운 햇빛에 날씨도 좋아 舍南巷北晴烟橫-사남항북청연횡-집 남쪽 골목 북쪽에 아지랑이 잠겼는데,.斜穿柳影轉饒舌-사천류영전요설-버들 그림자 옆을 뚫고 혀를 굴리니 惱殺粧閣幽人情-뇌살장각유인정-규방 여인의 마음을 괴롭히는구나. 愧予本是靑山人-괴여본시청산인-부끄럽구나! 나도 또한 푸른 산의 사람이라 靑山數點爲四隣-청산수점위사린-푸른 산 두어 점을 이웃삼아 사노라니,.門無車馬經過少-문무거마경과소-문 밖에 찾아오는 수레와 말이 적고 只有山鳥長常親-지유산조장상친-산새만 찾아와 서로 친하네.初聞布穀報耕種-초문포곡보경종-포곡조(布穀鳥)가 처음으로 씨 뿌리라 알려주고 亦有提壺呼酒頻-역유제호호주빈-제호조(提壺鳥)도 자주 술 권하는데,.今朝又聞黃鳥語-금조우문황조어-오늘 아침에 또 꾀꼴새 소리를 들으니 似問東君歸去處-사문동군귀거처-봄이 어디 갔는지 묻는 것 같네.東君背汝不回頭-동군배여불회두-봄이 너를 버리고 돌아보지 않으면 汝可與吾爲伴侶-여가여오위반려-네가 나를 벗삼아 지내도 좋으련만,
憐渠啼破寂寥愁-련거제파적요수-가여운 네 울음이 고즈넉한 시름 깨뜨리고 却羨綿蠻爰得所-각선면만원득소-가녀린 네 울음이 알맞은 곳 얻었구나.出谷遷喬吾有心-출곡천고오유심-골짜기에서 나와 교목(喬木)으로 옮기는 게 바로 내 마음이건만 借便高風在何許-차편고풍재하허-높은 바람을 어디서 빌려야 하나.
.Ⅰ-088) 1366년(병오) 늦은 봄暮春(丙午).雨過鸎啼滑-우과앵제활-비 그치고 꾀꼴새 소리 재잘거리니晴山碧四圍-청산벽사위-개인 산이 사방에 더욱 푸르네.樹陰連草徑-수음연초경-나무 그늘은 풀 길까지 덮었고 柳影掩柴扉-유영엄채비-버들 그림자가 사립문을 가렸네..尊酒宜多辨-존주의다변-술 마실 기회야 많지만 園花恐亂飛-원화공난비-정원의 꽃이 흩날릴까 염려되네.誰成曾點服-수성증점복-누가 증점(曾點)의 옷을 마련해주면 吾與舞雩歸-오여무우귀-나도 무우(舞雩)에서 놀다가 오고 싶네..
Ⅰ-089) 여름 구름夏雲(하운).變成千狀眼前橫-변성천상안전횡-천 가지 모습으로 변하며 눈앞을 가로막더니 更作奇峯勢不平-갱작기봉세불평-다시 기이한 봉우리 되어 들쑥날쑥 피어나네.拖雨駕雷翻覆頻-타우가뢰번복빈-비를 품고 천둥을 타며 자주 뒤집히다가 漏星藏月卷舒行-루성장월권서행-별을 토하고 달을 숨기며 자유롭게 다니네.
Ⅰ-090) 돈 무늬 같은 이끼(苔錢)苔錢(태전)-동전모양의 이끼滿庭留得寂寥痕-만정유득적요흔-뜨락에 가득 고요한 자취를 남기고 偏愛蒼蒼映小軒-편애창창영소헌-파릇파릇 서재를 비추는 모습 사랑스럽네.若使圓紋爲世寶-약사원문위세보-만약 네 둥근 무늬가 세상의 보배라 肯容生長在吾門-긍용생장재오문-어찌 내 문 앞에 자라나 있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