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장미숙
늦잠에 빠진 도시의 등을 툭툭 두드리며 버스가 지나간다. 눈 밝은 버스는 꼬부라진 길을 잘도 달려와 정류장에서 긴 하품을 쏟아낸다. 눈곱도 떼지 않은 가로등은 골목의 어둠을 쫓느라 긴 손을 휘젓는다. 형광색 옷을 입은 사람 하나, 밤새 쌓인 소음을 쓰느라 분주하다. 아침 일곱 시, 밤을 새운 사람들은 어둠을 끌어들이고 아침을 맞이한 사람들은 빛을 불러들이는 시간이다.
누군가는 주차장에서 자가용을 빼내느라 애를 쓰고, 어떤 이는 묵직한 오토바이에 묵직한 몸을 얹는다. 날렵한 자전거 한 대 그들 옆을 가뿐하게 스쳐간다. 사계절 불 꺼진 적 없는 상가의 간판이 피로에 찌들어 파르르 떤다. 낡은 수레 하나가 뒤척이는 아침을 힘겹게 끌고 온다. 허리가 구부정한 노인이 손잡이에 매달린 채 그네를 탄다. 도시의 껍질이 수레에 가득하다. 희미한 어둠 속에서 유난히 환한 불빛이 주위를 밝힌다. 빵집이라는 간판 아래 살짝 열린 문 사이로 냄새가 달려 나온다. 오늘의 현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