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와 사랑과 영혼의 세레나데 --金天雨 시집『내 안의 그대를 위한 연가』
金 松 培
1. 시와 사랑과 영혼의 함수관계 현대시에 나타난 사랑에 관한 언어는 다양하다. 그러나 대체로 살펴본 화자들의 어조는 ‘그리움’ 혹은 ‘기다림’이라는 발상에서 시적 원류를 이루는 경우가 많다. 이는 아마도 협의(狹義)의 개념에서 이성간이라는 성별적 요소의 단순성이 시적 상황으로 설정되는 것을 배제할 수가 없다는 점이다. 그러나 광의(廣義)의 개념에서 유추해 보면 자비(慈悲)나 박애(博愛)를 축으로 해서 모성애, 가족애, 자애(自愛), 우정 등에 이르기까지 그 범위는 확대 해석해야 타당할 것이다. 이처럼 시적 사랑학의 근원은 시의 본령인 존재의 의미 찾기와도 무관하지 않다. 이것은 우리 인간의 중심축을 이루는 생명의 확인이라는 절대적인 가치관을 지니게 되는데 더구나 시인의 정서 축에는 만유(萬有)를 사랑하는 시적기능을 잘 이해하면서 이를 작품 속에 투영하려는 속성을 가지게 된다. 김천우 시인은 이러한 사랑의 속성을 시와 융합함으로써 시집『내 안의 그대를 위한 연가』를 상재하고 시적 기능인 영혼의 음악과 사랑의 원류인 인생을 접목하고 있다. 이미 황금찬 시인이 ‘축하의 글’에서 ‘영원한 보헤미안 金天雨 시인의 내 안의 그대는 누구일까? / 그대가 바로 金天雨 시인의 뜨겁고 불타는 시혼과 사랑의 정신세계요 / 또 수채화 같은 영혼의 잔잔한 엘레지다’라는 하언(賀言)으로 시집 전체를 관류하는 화자(話者) ‘그대’에게 투영된 이미지를 이해시켜 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작품「내 안의 그대에게 1」에서 ‘아~ / 섬, 그 섬에 취하고 싶은 날 / 나의 詩는 꿈의 꽃밭에서 자라고 / 내 안의 그대는 사랑의 길 열어주었네’라고 어조를 정돈하여 이 시집의 첫 문을 열고 있다. 여기에서 간과(看過)할 수 없는 것은 ‘나의 詩’와 ‘꿈의 꽃밭’에 대한 시적 연결이 바로 ‘사랑의 길’이라는 점이다. 이렇게 유추하면 시와 사랑은 동일체로서 동질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이미지의 추출은 시인에게서만 가능한 일이기는 하지만, 詩=사랑이라는 등식을 성립시키면서 사랑에서 찾을 수 있는 어휘 즉 그리움이나 기다림 등이 각각 자기의 모습으로 분화하면서 행간을 장식하고 있다. 이처럼 그가 시와 사랑의 합일로 영혼과의 대화를 시도하는 것은 삶의 목적이나 존재의 이유가 모두 시로 귀결하는 그의 정서와 사유(思惟)의 범주(範疇)에는 시와 시인의 진실이 확고하게 자리잡은 그의 인생관에서 기인(基因)한다. 이러한 어조는 다음과 같이 현현되고 있다.
천년의 허기 채울 수 있는 펄펄 끓어오르는 詩 그 사랑에 빠져 한 줌의 재가 되고 싶다 --「내 안의 그대에게 4」끝 연
나는 시인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내 詩가 문학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내 인생의 마지막 사랑에게 가슴으로 읽혀질 수 있다면 영혼의 노래가 죽어서라도 불리어질 수 있다면 그대를 위한 그리움의 시를 쓰겠습니다
나는 훌륭한 시인이 아닙니다 나는 보이지 않는 바람으로 남아서 날마다 그대의 詩가 되어 눈부신 사랑이 될 것입니다 --「내 안의 그대에게 47」1, 2연
이것이 ‘내 안의 그대에게’ 띄우는 진실이다. 그는 이처럼 연작으로 63편을 써서 그가 탐색하려는 시와 사랑의 함수관계를 구명(究明)하고 있다. 그것은 ‘날마다 그대의 시가 되’는 일이나 ‘그대를 위한 그리움의 시를 쓰'는 일 모두가 이미 그에게서는 체질화한 시정신이며 시인의 위상이다. 일찍이 누군가 말했듯이 시는 이성의 조력에 상상력을 동원하여 진리와 즐거움을 결합시키는 예술이라고 했다. 이와 같이 예기치 않았던 새로운 것을 산출함으로써 경이와 환희 같은 것을 발견하게 된다. 김천우 시인도 이러한 경이, 시와 사랑과 결합의 마력을 감지하고 생명력 넘치는 생의 의미를 창출하고 있다는 점에서 현대시의 기능을 더욱 업그레이드하려는 그의 창조성을 높이 평가하고자 하는 것이다.
2. 형이상적 이미지의 조화 혹은 해체 김천우 시인은 다시 ‘아마도 글을 쓰는 시인이 아니었다면 /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 힘겨운 몸짓으로 밀려오는 그리움도 / 언어로 승화시키는 빼어난 기술이 없었다면 / 아마도 버티기 힘들었겠지요(「내 안의 그대에게 12」중에서)’라는 어조에서 알 수 있듯이 시와 사랑의 영생을 갈망하고 있다.
시인은 영원히 죽지 않듯이 시인의 사랑은 불변의 진리처럼 영생합니다 영혼을 불태우는 불꽃같은 詩들이 사방으로 흩어져 꽃이 되고 바람이 됩니다
위대한 시인과, 위대한 사랑이 존재하는 세상은 영원히 병들지 않고, 꽃으로 피어납니다 --「내 안의 그대에게 26-詩와 언어의 집」중에서
수없이 피고 지고 다시 피어나 꽃이 낙엽이 되고 낙엽이 꽃이 되고 사랑이 되고 눈물이 되었다 시인이 남긴 언어는 바로 詩꽃으로 피어나 그대와 나 어쩌다가 사랑하게 되어 별에서도 눈물이 난다 --「詩人의 봄」중에서
그는 이처럼 시와 사랑의 영생을 존재의 진실로 설정하지만 그 지향점은 ‘영혼’과의 교감을 탐색하고 있다. 그러나 ‘사방으로 흩어져 꽃이 되고 바람이 되는’ 사유의 혼란이 결국 감격의 ‘눈물’로 승화하는 이미지의 조화를 이해하게 된다. 일찍이 박목월 시인은「사랑의 결합에 대하여」라는 글에서 ‘참으로 사랑은 그것을 위하여 우리의 모든 것을 포기하거나 연소시키는 맹목적인 것이 아니다. 인간이 인간으로서 주어진 사명을 다하고 우리들의 삶을 보람찬 것으로 이룩하기 위하여 사랑이 소중할 뿐이다.’라고 다소 철학적 의미를 사랑에 부여하고 있으나 김천우 시인의 사랑학도 어찌보면 지향적 삶을 위한 하나의 충전이며 나아가서는 그가 천착한 ‘詩꽃’을 피우기 위한 일종의 선언이라고 할 수 있다.
오늘만이라도 시가 눈물이 되어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겠습니다
외로움도 쌀이면 별이 되는 것처럼 눈물이 흐르면 흐를수록 슬픈 시가 나를 또 울립니다 --「눈물의 詩」중에서
보라. 김천우 시인은 시나 사랑의 원천은 그것이 ‘눈물’이건 ‘술’이건 상관없다. 그의 작품「詩人은 눈물로 술을 마신다」에서도 ‘시인이 가슴에 쌓여가는 눈물의 깊이를 아는가 / 시인은 눈물로 반을, 술로 반을 채운 독주로 눈물을 희석시킨다 / 술은 술이 되질 않고 술이 눈물이 되어 전신을 감고 불태운다’거나 ‘시인은 눈물로 술을 마시고 / 시인은 술로 눈물을 마신다’는 어조에서 우리는 그가 피우려는 ‘詩꽃’의 원류는 인간의 연약성을 극복하고 사랑이라는 대명제의 실현을 성취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그의 시 정신에서 형이상적인 이미지를 조화하려는 지적 정서의 발원이거나 반대로 고정관념을 해체하려는 그의 시적 취향에서 생성된 또 다른 기원의 의식이 흐르고 있음을 이해하게 된다.
취하라Fascinate 취하라Fascinate
취하라Fascinate
그것이 술이건Either drink 詩이건Poem 생이건Live 사랑이건Love 눈물이건Teardrops or 죽음이건 간에Death
취하라Fascinate
취하라Fascinate
취하라Fascinate
이처럼 그는「취하라! 취하라! Fascinate! Fascinate!」에서 술과 詩, 생, 사랑, 눈물, 죽음 이 모두에게 ‘취하라!’라는 명령어로 외치고 있다. 이것은 ‘그러나 나는 / 그대의 시가 되고 / 나는 그대의 시가 되(「안개다발지역에 서면」중에서)’는 향방의 첩경을 모색하고 있어서 그가 추구하려는 시적의식에서 진실을 현현하는 다원적 사유를 유추할 수 있게 한다. 이러한 현상은 다음 작품들 일부에서도 그의 진실이 명징하게 드러나고 있다.
이제야 알 것 같다 이제야 죽을 듯 기댜려 왔던 그대, 그대가 바로 詩의 연인
무덤까지 함께 가야할 내 인생의 영원한 불꽃이여 詩, 육신의 빈 껍질을 벗기우는 그대는 詩의 연인 나의 관이여 --「詩와 연인」
이토록 시에 젖어 살아야 사랑을 찾을 수 있는가 보네 --「고독한 절망」첫 연
그렇다. 이러한 의식의 정제는 확고한 시 정신에서 기인하게 되는데 ‘시는 나의 연인이며 나는 시의 연인이다’라는 정의와 더불어 ‘내 인생의 영원한 불꽃이’ 바로 시와의 접신을 시도하여 시와 사랑과 인생을 거기에서 성찰하는 순정적 이미지를 포괄하고 있음을 알 수 있게 한다.
3. 결- 세레나데(serenade)를 위한 서정 김천우 시인은 이와 같은 서정적 이미지를 관념의 바탕에 견고한 진실로 구축함으로써 사랑시 혹은 시적 사랑학 구현에 다원적으로 형상화를 탐색하고 있음을 이해할 수 있다. 그는 ‘시처럼 태어나서 시처럼 가버린 / 님들의 짧았던 생애 / 통곡하도록 슬픈 절망이었을까(「고독한 절망」중에서)’하고 스스로에게 자문하고 있다. 이러한 심리적 변형은 슬픔과 절망 또는 상처를 위무하는 시인의 메시지이다.
물이 돌고 돈다면 몇 천 번을 돌아야 그대 가슴에 닿으리 물보다 더 먼저 취하는그대 사랑을 물굽이에 띄워 보내리
꿈결에 눈물로 얻은 詩 흐르는 물속에 담아 보내건만 내 안의 사랑이 하늘의 별이라면 그대 앞에 멈추었을 이 한 잔의 술 --「내 안의 그대에게 24-사랑의 세레나데」전문
이처럼 그의 작품에서 눈물과 술이 자주 등장하는 것도 어찌보면 그가 목청 높혀 부르고자 하는 사랑의 세레나데의 한 부분이다. 여기에서도 시와 별이 등장하여 조화를 유지하는 것보다는 해체성의 의미를 더욱 첨가하고 있다. 이는 김천우 시인이 천성적으로 시인의 길을 가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는 단정이 성립된다. 그는 다음 「詩人의 길」전문에서 ‘시인의 길’에 대한 단정적 의미를 적나라하게 표출하고 있어서 그의 시관(詩觀)과 시인정신의 현주소가 확연해 진다.
시인의 길은 끝없는 미로와 같다 빠져들면 들수록 늪에서 늪으로 다시 되돌아올 수 없어 헤어날 수가 없다 바로 신비의 마약이다
한 줄의 가얏고가 영혼을 울린다면 한 편의 시는 생명수가 된다
시는 노래가 아니고 시는 한여름밤의 꿈이 아니다
시는 허상이 아니고 시는 고독한 쉼표가 아니다. / 사랑이 없는 인생은 살아 있어도 죽은 목숨이지요 / 그러하기에 내 안의 그대를 위한 연가는 / 사막스러운 우리들을 위한, / 처음이자 마지막인 사랑의 송가(頌歌)가 될 것입니다‘라고 고백하고 있다. 이러한 진솔한 그의 고백은 스스로 ‘영원한 보헤미안 하늘비’라고 지칭하면서 종합 문예지 월간『문학세계』와 시전문 계간지『시세계』를 발행하는 열정으로 20여년 간 문학과 함께 청춘을 불사른 열혈 시인임은 우리 문단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일로써 그의 문학도 더불어 빛을 발하고 있다. 그가 부르는 사랑의 세레나데는 하늘 높이 그리고 영원히 우리의 영혼을 울릴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