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교경전의 성립과 전개
1.밀교의 정의와 분류
밀교는 진언문, 진언승, 금강승, 시륜승 등의 여러 이름으로 불리워지며 경전마다 그 정의와 의미가 조금씩 다르다. 그러나 간단히 정의하면 밀교는 '비밀불교(秘密佛敎, Tantrism& Esotericism)'의 줄인 말로 불교의 전승 가운데 진언, 다라니, 만다라, 도상(圖相) 등에 담겨 전해진 비밀한 가르침을 의미한다.
'비밀'의 의미에 대해 밀교교단 내부에 자격을 갖춘 전법스승인 아사리(阿闍梨)가 특정 제자에게만 전해지는 것이므로 밀교를 비밀한 가르침이라 하여 공개된 가르침인 현교와 구별된다. 또한 비밀은 자세히 신밀(身密), 어밀(語密), 심밀(心密)의 3밀로 구분하는데, 이 가운데 신밀은 붓다의 신체적 비밀로 붓다의 32상 80종호 등의 외형이며, 구밀은 진언, 다라니, 종자 등을 가리키고, 심밀, 또는 의밀은 붓다가 깨달은 정각의 세계를 말한다.
3밀의 해석에 대해 중국의 불공삼장은 『총석다라니의찬』에서 "3밀의 문에 상응하여 오랜 겁 동안 난행과 고행을 하지 않고, 선정을 수행하여 속히 성불한다"라고 한데서, 3밀이 밀교수행과 깊은 관계가 있음을 보이고 있다.
밀교를 분류하는 방법의 하나로 시기적으로 초기, 중기, 후기로 나누어 설명하는 방법이 일반화되어 있다.
먼저 초기밀교는 인도에서 4세기로부터 6세기에 걸쳐 성립한 것으로 주술 중심의 체계가 잡히지 않은 밀교이다. 주로 병을 치료하거나, 장수, 기우법(祈雨法) 등의 현실적 목적을 성취하기 위한 경궤들이 여기에 속한다. 또한 불상에도 현교와 달리 십일면‧천수‧불공견삭 등의 변화관음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중기밀교는 7세기 중엽 성립된 『대일경』, 『금강정경』 등을 기반으로 하는 체계적인 밀교이다. 『대일경』에는 결인법, 진언의 염송법 및 조직화된 만다라를 비롯해 밀교의 삼밀가지(三密加持)의 수행과 관련된 제요소가 망라되어 있다. 또한 밀교의 필요 불가결한 실천체계의 제요소인 호마법, 공양법, 관정법 등이 체계적으로 설해져 있다.
마지막으로 후기밀교란 8세기 인도에서 성립한 탄트리즘의 전개와 함께 성립한 밀교로서 속칭 탄트라불교라 불리고 있다. 이 단계의 밀교는 중기밀교까지 볼 수 없었던 성(性)요가와 대락사상이 최초로 설해지기 시작한다.
한편 밀교분류의 일반화된 구분으로 잡밀과 순밀이 있는데. 잡밀은 잡부밀교의 줄인 말로 밀교의 교학적 입장에서 정비되지 않은 밀교를 가리키는 초기밀교를 의미하며, 이에 반해 정비된 교리와 수행체계를 갖춘 순밀은 중기밀교 이후의 것으로 다음의 특징이 있다.
첫째, 순밀의 경우 교주가 비로자나여래이지만, 잡밀의 경우 석가여래나, 약사여래 등의 전통적인 불‧보살로 이루어지거나, 십일면관음이나 천수관음 등의 변화보살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둘째, 순밀의 경우 3밀을 구성하는 신밀, 구밀, 의밀의 조직이 체계적이다.
셋째, 잡밀의 경우 치병, 연명 등 현세적인 이익이 목적으로 되어 있으나 순밀의 경우 성불을 통한 중생구호의 이념이 담겨있다.
넷째, 잡밀은 만다라가 완성되어 있지 않지만, 순밀은 조직적인 만다라가 경전의 교리를 반영하여 성립되어 있다.
이상 순밀과 잡밀의 분류는 일본의 경우 중기 밀교시대까지의 경전만 해당되며, 한자문화권의 밀교는 『대일경』과 『금강정경』을 중심으로 전개된 반면, 인도에는 탄트라 중심의 새로운 성격의 밀교가 계속 발전하였다. 이러한 밀교경전을 탄트라로 부르며, 이를 기반으로 한 밀교를 진언승(Mantrayāna), 또는 금강승(Vajrayāna)이라는 명칭으로도 부른다.
밀교를 서양에서는 'Tantric Budhism', 또는 'Esoteric Budhism'이라고 하는데. 7세기 이후부터 밀교 최후의 무렵(12세기경)까지의 밀교문헌을 'Tantra'라고 하는 것에 근거하여 밀교를 '탄트라의 불교', 즉 'Tnatric Budhism'이라고 한 것에서 비롯된다.
탄트라의 분류는 소작탄트라‧행탄트라‧유가탄트라‧무상유가탄트라의 네 가지가 전해지는데. 이를 간단히 소해하면 아래와 같다.
(i)소작탄트라(所作, kriyatantra)는 실천법 위주의 주문과 다라니‧호마법‧관정 등의 의례를 포함한 것이며, 공양법‧천문과 점성술‧제사법 등도 담겨 있다. 내용은 주로 재난과 병의 방지, 현실적인 안녕과 이익을 추구하는 내용으로 대승경전과 경계가 명확치 않고, 내용상 작법이 체계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잡밀(雜密)로 분류된다.
(i)행탄트라(行, caryātantra): 체계화된 진언과 다라니, 수인 등의 만다라 조직을 가지고, 성불을 목적으로한 공양법과 호마‧관정의 예배법 등의 외형적인 작법들이 설해진 경전이다. 대표적으로 『대일경』이 여기에 해당되며, 성불이라는 불교의 순수한 목적에 부합되기 때문에 순밀(純密)로 분류된다.
(i)유가탄트라(瑜伽, yoga-tantra)는 행탄트라와 같이 진언과 다라니를 비롯한 만다라 등의 조직적인 밀교의례를 포함하면서도 외형적인 작법에 의지하지 않고 순수한 유가수행을 통해 깨달음을 성취하려는 내면적 작법이 중심이 된다. 대표적인 경전으로 『금강정경』, 『이취경』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iv)무상유가탄트라(無上瑜伽, anutarayoga-tantra)는 인체의 생리작용을 우주적 활동으로 관하는 고도의 관법을 담고 있으며, 중생의 죽음과 중음(中陰)과 삶의 세 가지 현상계를 붓다의 법신과 보신과 화신에 대비하여 궁극적으로 열반과 현실의 삶이 다르지 않음을 체득하고, 이를 성취하는 수법을 담고 있다.
이와 같이 밀교는 인도와 티벳의 탄트라 중심의 분류와 한자문화권 지역의 현밀의 분류나, 순밀과 잡밀의 분류가 그 성격을 달리하여 존재하지만 인도밀교를 초기와 중기‧후기로 분류하면 인도와 한자문화권 지역의 밀교도 포괄적으로 수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인도밀교의 성립 배경 연구/ 배관성 동국대학교 대학원 불교학과 박사학위논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