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S는 21세기에 들어와서도 훨씬 더 확신에 찬 모습으로 나아가고 있다. BIS가 더 이상 존재해야 할 이유가 사라졌음에도 말이다. BIS의 은행업무는 일반 상업은행들에게 맡길 수 있다. 그 경우 상업은행들은 필요한 비밀은 지켜야 할 법적 의무를 지게 될 텐데, 이의 목적은 중앙은행의 개입 정보를 이용한 시장의 투기를 막기 위해서이다. BIS의 연구부서와 데이터베이스는 적절한 대학으로 옮길 수 있다. 유명한 BIS의 방식의 손님맞이는 다른 많은 고급 호텔이나 컨퍼런스 센터에서 쉽게 재현할 수 있다. 은행과 국제금융시스템을 규제하는 BIS 주관의 위원회들은 IMF로 옮길 수도 있고, 개방적이고 투명한 거버넌스를 갖춘 신설 싱크탱크로 이관할 수도 있다. BIS를 몇 개의 구성 부분으로 분해하는 것은 세계금융을 민주화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그러나 BIS는 이러한 논의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BIS는 유력한 친구들을 보유하고 있는데, 그들이 BIS의 불가침성과 생존을 보장해줄 것이라고 믿는다. BIS가 들어서 있는 국가의 통치 기구인 스위스 연방평의회는 BIS의 법적 불가침성에 대한 약속을 강하게 재확인하고 있다. BIS의 업무를 처리하는 이사회의 구성원들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중앙은행가들의 명부와 일치한다. 여기에는 벤 버냉키, 머빈 킹, 마크 카니, 마리오 드라기, 독일 연방은행의 옌스 바이데만, 중국 인민은행의 저우샤오촨이 들어가 있다. BIS 경영진은 이들 누구와도 전화로 연락할 수 있으며, 중앙은행 총재들이 그들에게 시간을 내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BIS가 앞날을 걱정하지 않는 데에는 문제를 잘 해결해 왔다는 집단 기억도 작용한다. 1945년에, BIS는 미국 재무부장관 헨리 모겐소와 같은 강력한 적들을 노련하게 물리쳤다. 모겐소는 BIS가 나치와 협력했다는 이유로 그것을 폐쇄하려고 했다. 은행업계 관계자들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유로존의 붕괴, 금융위기의 심화, 또는 새로운 전쟁과 같은 여러 종류의 법적 또는 정치적 난관이 앞에 놓여 있더라도 전쟁 당사국 사이에서 또는 무대 뒤에서 금융을 중개해야 할 필요성은 항상 존재할 것이다.
BIS는 유로화의 탄생을 도왔고 유로화가 실패할 경우 개입할 준비도 하고 있을 것이다. 유로화 위기가 더 나빠지고 단일통화가 깨지면, BIS는 틀림없이 자기의 전문성을 활용하여 그 파장을 억제하려고 할 것이다. 2013년 초, 독일 연방은행이 이제 인류 최고의 가치 저장물에 신뢰를 두기 시작했다는 징후가 있었다. 그 가치 저장물이란 금이다. 독일 연방은행에게는 자기 의지에 반하여 단일통화를 채택할 수밖에 없었던 사정이 있었다. 독일 연방은행은 뉴욕 연준 금고에 보관하고 있는 300톤의 금을 본국으로 가져올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독일은 소유하고 있는 금의 3분의 2이상(금액으로는 1,830억 달러 이상)을 뉴욕, 파리, 런던에 보관하고 있다. 독일은 파리에 보관하고 있는 374톤의 금은 이동시키지만 잉글랜드은행 보관분은 옮기지 않는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금을 파리에서는 빼내 오고 런던에는 남겨두기로 한 결정은 곧바로 유로화와 초국가 프로젝트에 대한 신뢰의 상실로 해석되었다. 유로존과 유럽 초국가 프로젝트가 휘청거림에 따라, 독일 전역에서는 금에 대한 열풍이 휩쓸고 있다. 인류가 가장 선호하는 가치 저장물은 겨우 10년 된 화폐보다 더 안전한 선택으로 간주된다. 2012년에 독일 감사원은 독일 연방은행이 외국에 보관하고 있는 모든 금의 보유 현황을 조사할 것을 지시했다. 연방은행 간부들은 자기들이 파악한 모든 금을 직접 확인했다고 밝혔다. 금 열풍은 얄마르 샤흐트와 몬태규 노먼에게는 매우 낯익을 것이다. 대중들의 기억은 깊이 흐르는 법인데, 특히 지난 세기에 두 차례(1918년과 1945년)의 경제 붕괴에 직면했던 독일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세계인의 칭찬을 받는 독일의 경제기적은 항상 외국 자본의 대량 유입에 뿌리를 두고 있었다. 그 외국 자본이 1920년대에는 월 스트리트에서 나왔고 1945년 이후에는 미국 정부에서 나왔다. 그러한 진수성찬이 오늘날 또다시 차려질 것 같지는 않다. 만약 유로화가 무너진다면, 또 다시 구제 자금이 대서양을 건너서 오기를 바라기보다는 금을 선택하는 것이 더 안전할 것이다.
금에 대한 관심이 새롭게 높아진다는 사실은 BIS에게는 좋은 일이다. 그것은 BIS의 뿌리로 돌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BIS의 공식 역사가인 지아니 토니올리가 언급한 바와 같이, 화폐의 가치를 금의 무게에 고정한 금본위제도는 다름 아닌 “BIS의 DNA에 배어 있었다.” 금본위제는 오래전에 사라졌지만 금값은 계속 오르고 있고 금은 여전히 투자자들의 심리를 강하게 지배하고 있다. 확실히 금은 BIS의 은행업무에서 중심을 차지한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그리하여 『파이낸셜 타임즈』는 BIS를 ‘최고의 금 전당포’라고 묘사할 정도였다. 2012년의 BIS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BIS는 금 스와프 계약과 관련하여 355톤(금액으로는 약 190억 달러)의 금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BIS가 금과 통화를 교환한 것이고 따라서 계약이 끝나면 금을 되돌려 주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풍부한 경험을 가진 국제 은행가인 루디 보그니는 “유로화가 무너진다면 BIS는 모든 구제 작업에서 필수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BIS는 기술적으로 확실히 도움을 줄 수 있다. BIS는 시장 개입에 필요한 다양한 기술을 가지고 있으며, 개입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개입할 것이다.” BIS는 또한 대규모의 새로운 전쟁과 같은 어두운 시나리오에서도 유용하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을 것이다. BIS는 확실히 분쟁 당사자들 사이에 금융창구를 열어두었던 풍부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현대와 같은 글로벌 경제에서, 그러한 연계 고리를 유지하는 것은 제2차 세계대전 때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고 밝혀질 것이다. “사람들이 서로 대화하기보다 서로 총질을 시작할 때도, 경제와 무역은 계속된다. 전쟁보다 더 큰 이해관계는 항상 존재한다”고 보그니는 말했다. “한 개인이 죽은 뒤에도 금전적인 이해관계는 계속 이어지며 누구든 여기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러므로 전쟁에서 죽지 않은 교전 당사자들은 자기들의 이해관계를 전후에도 계속 보유하기를 바랄 것이다.” 바젤은 의심할 여지없이, 다시 한번 당사자들 사이에 창구를 열어둘 수 있는 선택지가 될 것이다.
그러나 21세기에 들어서 전개되고 있는 상황은, BIS에게는 가장 중요한 도전이고 위험일 수 있다. BIS는 세계화와 경제 발전의 빠른 진전으로 헤아릴 수 없는 이익을 얻었다. 앞으로 개발도상국들이 새로운 회원으로 가입하면 그 이익은 더 늘어날 것이다. 개발도상국들은 BIS의 전문지식과 은행업무 서비스를 통해 이익을 얻기를 갈망하고 있다. 킹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신흥시장 경제로 편입된 많은 나라들이 존재한다. 이들 나라에서 BIS의 은행업무는 실질적인 가치를 갖는다. 이 나라들은 중앙은행을 위한 은행, 곧, BIS가 없다면 뭔가를 잃을 수 있다고 느낄 것이다.”
현재도 진행 중인 금융위기는 BIS의 대차대조표를 변경시키는 것 그 이상이다. 전 세계 시민과 활동가들은 은행과 금융기관에 책임성과 투명성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시민과 활동가들도 대부분은 BIS에 대해 들어본 적도 없다. 나는 이 책이 그러한 정보 부족 부분을 채웠기를 희망한다. BIS 경영진은 국제연합이나 유럽중앙은행처럼 국제조약에 의해 보호되고 있는 법적 불가침성을 BIS의 가장 큰 강점으로 보면서, 이 은행이 영구히 보호될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1930년대라는 전혀 다른 시대에 경의와 복종의 뜻을 담아 작성한 BIS의 법규는 그것의 아킬레스건이 될 수도 있다.
아르헨티나 외환준비금 문제는 BIS의 법적 불가침성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다시 말해서, BIS의 면책 특권은 다시 검증대에 오를 수 있다. 2013년 초에 대부분의 소식통들은 그리스가 국가채무를 재협상할 것으로 예상했다. 재협상 과정에서 그리스 채권을 보유한 투자자들은 보유 채권의 장부 가치를 가격이 떨어진 시장가치로 현실화하거나 일부 탕감해야 한다는 요구를 받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그리스가 아르헨티나처럼, 분노한 채권자들을 피하기 위해 외환준비금을 BIS로 옮겨버린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리스가 아르헨티나가 했던 대로 한다면 BIS에 대한 인식은 달라질 것이다. 도덕적 진실성이나 공공의 이익을 위한 행동이라는 BIS의 주장은 단연코 뻔한 말로 들리기 시작할 것이다. 지금까지 BIS는 스위스 법원과 연방평의회의 보호와 지원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익명 계정과, 숫자로만 관리하는 계정을 허용하는 스위스에서조차 나라의 평판(법적인 불투명성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피난처라는 평판)에 대한 여론이나 법률가들의 의견은 변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 당국은 스위스에게 비밀주의와 익명성 보장을 완화하려고 압력을 넣고 있다.
아르헨티나 외환준비금이 채권단의 손에서 벗어나 있는 한, BIS는 해결책 없는 선례를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만약 BIS의 한 회원국이 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지거나 빠지기 직전인 경우 그 나라는 자기의 준비금을 바젤로 보내서 안전하게 지킬 수 있을 것이다. BIS에게는 불편하겠지만, 현재의 BIS 행동은 1930년대와 1940년대의 유사한 행동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 1939년 3월, BIS의 설립자의 한 명이자 가장 영향력 있는 이사인 몬태규 노먼과 BIS 총재 요한 바이엔은 체코 명의의 BIS하위 계자로 잉글랜드은행이 보관하고 있는 금 일부를 제국은행 명의의 BIS 하위 계좌로 이체하라는 체코슬로바키아 중앙은행의 지시를 거부하지 않았다. 나치가 체코슬로바키아를 침공한 뒤에 내려진 이체 지시는 협박에 의한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노먼은 의도적으로 BIS와 새로운 초국가적 금융시스템의 이익이 더 중요하다는 관점을 받아들였다. 그 결과 그는 체코 중앙은행의 요청을 거절하지도, 심지어 지연시키지도 않았다. 바이엔도 이 결정에 동조했다. 금은 제국은행 계좌로 이체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 동안, BIS는 나치가 약탈한 금의 보관소 역할을 했다. 금이 도난당한 것일 수 있다는 경고가 맥키트릭 BIS 총재에게 구체적으로 전해졌음에도 말이다. 맥키트릭은, BIS는 금이 어디에서 나왔는지 알 바가 아니고 어쨌든 그러한 BIS의 행위가 자체 법규에 의해 보호를 받으리라고 믿었다. 그러나 강력한 동맹세력을 가지고 있었던 BIS도 약탈한 금을 받아들였다는 사실 때문에 폐쇄위기에 놓였고, 이를 피하기 위해 열심히 싸워야 했다.
현재로는, BIS의 특권적 지위와 스위스 법률시스템의 지원에 의해 BIS의 자산은 불가침의 영역에 있다. 그러나 법률과, 국제은행 설립의 기반이 된 조약은 정치적 맥락에서 만들어진 것이며, 따라서 변경이 가능하다. BIS에 대한 법적, 정치적 압력은 가중될 수 있다. BIS에 대한 인식의 변화는 이미 일어나고 있다. 위에서 인용한 클라우디오 루저와 같은 영향력 있는 분석가들과 경제학자들은 BIS의 윤리, 행동, 그리고 법적 불가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의 시대에 BIS의 중심적인 역할과 중요성이 드러나면, BIS는 세계인의 비판이 자기를 과녁으로 삼고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깨닫게 될 것이다.
BIS의 자산은 불가침의 영역으로 남아 있겠지만, 더 많은 활동가들이 글로벌 금융시스템에서 BIS가 수행하는 역할, BIS의 비밀주의와 엘리트주의를 이해함에 따라, 그들은 BIS의 운영, 역할, 그리고 존재의 필요성에 대해 점점 더 의문을 가질 것이다. BIS에 대한 세계인의 그러한 인식 변화, 그리고 그것을 좀 더 책임 있게 만들라는 요구는 정치인들에게 압력을 넣을 것이다. 그러한 압력은 중앙은행 총재들에게 전달될 것이다. 중앙은행 총재들은 정부가 임명했음에도 독립적인 지위를 누리고 있다. 아르헨티나 외환준비금에 대한 논란은 결국 BIS의 소프트파워, 곧, 규제와 감독 틀에 대한 기반을 부식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BIS가 가맹 중앙은행을 채권자들에 대항해서 확실히 보호해주고 있는데, 왜 상업은행들은 바젤은행감독위원회 규칙을 따라야 하는지를 물을 수 있다.
적어도 현재로서는, BIS는 강력한 친구들에게 의존할 수 있다. 그러나 만약 정치적인 분위기가 투명성과 책임성의 방향으로 계속 옮겨간다면 BIS 경영진은 자기들의 도움 요청에 달려오는 친구들이 점차 줄어들고, BIS의 수명도 짧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BIS는 생존을 보장받기 위해 세 가지 영역에서 개혁을 해야 한다. 그 영역이란 투명성, 책임성, 그리고 기업의 사회성 책임을 말한다.
투명성은 가장 간단한 영역이다. BIS는 두 달에 한 번씩 주말에 열리는 중앙은행 총재회의 뒤에 기자회견을 열어야 하며 이를 인터넷으로도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BIS는 주말 회의의 참석자 명단과 회의에서 다룬 폭넓은 주제들을 공개해야 한다. 특히 일요일 저녁 식사 자리에 앞서 갖는 엘리트 경제자문위원회, 다음날 열리는 글로벌경제회의, BIS 지배구조를 다루는 BIS 이사회 회의, 그리고 국제 금융시장을 다루는 시장위원회의 심의사항에 대해서는 회의 참석자와 회의 내용을 반드시 공개해야 한다.
BIS와 중앙은행 총재들은 그러한 움직임이 토론을 방해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킹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BIS는 자기의 재정 상태, 법적 지위, 이사회 구성원,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공개하기까지 꽤 먼 길을 걸어왔다. BIS 회원국은 잘 알려져 있다. 이를 통해 어떤 회원국의 중앙은행 총재들이 회의에 참석할 것인지를 추론할 수 있다. 토론 주제와 소재는 순전히 기일이 지켜지기 때문에 가치가 있다. 나는 BIS 회의와 공동 선언문을 발표하는 G20, IMF 회이를 비교하고자 한다. 확실히 G20과 IMF는 투명성을 확보하고 있고 무슨 발언이 오갔는지를 공개한다. 그러나 공개가 예정되어 있다면 유용한 토론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BIS에서 이뤄지는 대화의 중요한 점은 그것들이 사적이고 은밀하다는 것이다. 사적인 대화라도 고유이 유용한 역할이 분명히 있다. 중앙은행 총재들 사이의 모든 대화를 회의록으로 작성하여 보고하게 할 수는 없다. 그렇게 한다면 유용한 대화는 오가지 않고, 단순히 서로 공식적인 발언만 주고받을 것이다.
중앙은행 총재들은 바젤에서 중요한 일 처리를 하는 것이 아니다. 중앙은행 총재들이 책임을 갖고 정책 협력과 조정을 한다고 얘기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정책 결정의 책임은 중앙은행의 위원회들에 그대로 남아 있다. BIS 회의를 통해서 중앙은행 총재들은 왜 사람들이 다양한 일을 해오고 있는지, 그리고 그들이 앞으로는 무슨 일을 하려고 하는지를 훨씬 더 잘 알게 된다.”
중앙은행 총재들이 서로 자유롭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회의실에 카메라를 설치하거나 회의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리거나 녹취록을 공개할 필요는 없다. 그럼에도 BIS는 회의록만큼은 공개해야 한다. 회의록에는 토론의 광범위한 주제, 논쟁의 흐름, 그리고 회의의 전반적인 결론이 들어있어야 한다. 총재회의에 참석하는 중앙은행 총재들과 간부들은 모두 국가의 준비금(공적인 자금) 관리 책임을 맡은 공직자들이다. 중앙은행 총재들은 자기들에게 급여와 연금을 지급하는 시민들에게 설명책임을 진다. 중앙은행 총재들이 비밀스런 무리를 이루어 모이고, 그들의 만남에 대한 최소한의 내용조차 공개하기를 거부하는 것은 더 이상 받아들일 수 없다. 여기에서 미국 연준은 참조할만한 유용한 모델이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열리기 전에 연준은 항상 그 이전 회의의 회의록을 편집해서 배포한다. 연준 웹사이트에는 이미 어떤 은행 간부들이 BIS 주말 회의에 참석하고 있는지와 바젤에 머무는 동안 그들의 시간대별 일정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실려 있다. 그러한 정보 공개의 결과로 연준, 달러, 심지어 BIS도 무너지지 않았다.
중앙은행가들은 BIS가 의사결정기구가 아니기 때문에 비교가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킹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잉글랜드은행은 회의록을 공개한다. 그 이유는, 잉글랜드은행은 영국 정부가 위임한 사항에 대해 공식적인 결정을 하기 때문이다. BIS에서는 그와 같은 공식적인 결정이 내려지지 않는다. 만약 BIS가 금리 결정을 내리고 있다면, 그에 걸맞은 투명성을 갖는 것이 옳을 것이다. 우리는 BIS에서 여러 결정을 만들어 내지 않는다. 우리는 비공식적인 논의를 한 다음 자기 나라로 돌아가서 자기 나라의 결정을 내린다.
둘째로, BIS에게서 법적 불가침성을 박탈해야 한다. BIS는 국제조약에 의해 보호받는 상업은행 업무를 통해서 매우 높은 수익을 올리는 기묘한 혼합조직이다. BIS를 설립할 때 제정한 법령은 확실히 현대와 동떨어져 있다. 그 법령들을 통해서 공적자금을 취급하는 BIS는 불필요한 수준의 법적 보호를 받는다. 이러한 법령들은 BIS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왜곡시키며, 특히 고위 경영진 다수의 유별난 오만함에 기름을 붓는다. BIS는 공적서비스의 사명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그 구조는 법적 면책특권의 보호를 받으면서 대중은 가능한 한 멀리 떼 놓는 방식으로 설계되어 있다. 불가침성의 박탈과 같은 변화를 위해서는 BIS의 특별 총회가 필요할 것이다. 여기에는 선례가 있다. 최근에 특별총회가 소집된 적이 있다. 안건은, BIS의 회계단위를 스위스 프랑에서 특별인출권SDR으로 바꾸는 것, 민간이 소유하고 있는 BIS 주식을 강제로 사들이는 것, 옛 유고슬라비아가 보유하고 있던 BIS 주식을 그 승계 국가들에 배분하는 것이었다. 특별총회의 안건은 중앙은행 총재들의 투표로 결정하기로 했다. 만약 회원국 정부들이 자국의 중앙은행 총재들과 간부들에게 BIS 변화와 현대화에 투표하도록 위임했다면, BIS는 그러한 변화에 동의해야 할 것이다.
셋째, 특별총회에서는 또한 BIS가 이윤의 일부를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기여활동에 쓰도록 결의할 수 있다. BIS는 수십 년 동안 각국의 중앙은행 자금과 같은 공적자금의 관리로 풍부한 보상을 받아 왔다. 2011-2012 회계연도에 BIS는 매달 거의 1억 달러의 비과세 이익을 냈다. 이 이익의 일부는 중앙은행 주주들에게 해마다 지급하는 배당금을 넘어서 더 넓은 사회에 환원해야 할 때이다. BIS는, 기여금에 얼마나 지출하는지에 대한 저자의 질문에 답변을 거부했다. 2011-2012년 연차보고서에는 자선이나 기부라는 단어가 등장하지 않는다. BIS의 홍보부장 리사 윅스는 직원 대부분이 바젤 시내나 근교에 거주하기 때문에 BIS는 “바젤 지역에서 선택한 프로젝트나 기관에, 사회적 또는 문화적 목적을 갖고서, 적절한 재정적 지원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BIS는 또한 필리핀의 태풍 희생과 같은 큰 자연재해가 있을 때 비정기적인 기부를 한다고 말했지만 그 금액의 얼마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것은 의지박약이다. 이제는 BIS가 그토록 사랑하는 세계주의를 BIS의 사회적 양심에까지 확장해야 할 때이다. BIS는 재단을 설립하여 청년 사업가와 은행가를 위한 세계 규모의 직업훈련, 교육, 인턴십, 그리고 개발 프로그램을 지원해야 한다. 연간 이익의 하루분인 320만 달러만으로도 그러한 프로그램을 시작하기에 충분할 것이다. 그러한 프로그램은 BIS의 후광으로 금세 기업 후원을 이끌어낼 것이다. BIS 직원들에게는 소득세를 면제받는 만큼의 기부를 장려할 수 있을 것이다. 재단에는 BIS 주식의 일부를 배정하여 시민사회가 BIS의 연차총회에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중앙은행 총재나 간부들로 구성된 특권그룹은 중앙은행가와 BIS의 정책과 의사결정이 외부 세계에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듯하다. 특권그룹 바깥의 현실 세계에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그러한 사실에 대한 유용하고 신선한 깨우침을 줄 것이다.
중앙은행가들은 BIS가 이미 수많은 세미나와 회의를 통해, 그리고 금융안정연구소를 주관함으로써 사회에 어느 정도 기여하고 있다고 반박한다. BIS의 바젤은행감독의원회는 1999년에 금융안정연구소를 설립하여 각국의 금융분문 감독자들과 협력하고 있다. 킹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금융안정연구소는 BIS의 소규모 회원들이 BIS에 와서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데에 훌륭한 역할을 한다. BIS는 지배 구조와 중앙은행을 운영하는 데에서 생기는 어려움에 대한 비공식 워크숍을 개최하는데, 소규모의 BIS 회원들은 이것이 엄청난 가치를 지닌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들은 한 소모임에 들어가서 그들의 중앙은행 동료들과 이야기할 기회를 갖는다. 자기 나라 안에서는 조언을 구할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그런 종류의 의견 교환은 매우 소중하다. 그것은 BIS가 큰 나라들의 자원을 사용해서 신흥시장과 개발도상국에 가치 있는 뭔가를 돌려주는 것이다.”
작지만 고무적인 징후도 있다. 일부 중앙은행 총재들은 거대한 금융의 힘에는 사회적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는 사실을 이해한다. 2012년 10월에 잉글랜드은행 금융안정담당 집행이사인 앤드루 홀데인은, 사회적 항의 운동의 런던지부인 경제학을 점령하라가 주관한 한 모임에서 사회적으로 유용한 은행에 대한 연설을 했다. 그는 점령 운동이 금융개혁의 첫 단추를 꿰는 데 도움을 주었다고 말했다. 정책 입안자들은 비판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고 세계 금융시스템의 균열을 메우기 위해 행동하고 있었다.
“점령 운동은 세계 금융시스템의 문제를 대중에게 알리는 데에 성공했는데, 그 유일한 이유는 단순히 그것이 옳기 때문이다.” 수년 동안 사람과 돈이 은행, 특히 투자은행으로 급속하게 빨려 들어갔다. 이는 인적자원과 금융자원을 경제의 나머지 부문에서 빼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BIS조차 인정한다. 홀데인은 연설 가운데서 BIS의 최근 연구를 인용했다. 이에 따르면, 금융 부문의 성장이 어떤 수준에 이르면 금융이 경제성장을 방해한다. 왜냐하면 금융 부문과 경제의 다른 부문이 희소한 자원을 두고 서로 경쟁하기 때문이다. “금융의 성장이 항상 좋은 것은 아니다”고 스티븐 세체티와 애니스 카루비는 썼다.
그렇다면 BIS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수십 년 동안, 샤흐트-노먼 시대부터 제2차 세계대전과 유로화의 탄생을 거쳐서, 오늘날 규제위원회들의 범람에 이르기까지, BIS는 그 시대의 필수적인 존재로 자리매김하는 비범한 능력을 보여주었다. BIS는 자기가 떠맡은 역사적 짐을 반복적으로 떨쳐내면서, 그리고 자기를 재창조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스템의 중심위치를 보존해왔다.
은행가들을 향한 세계인들의 적대감이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날카롭게 인식하고 있는 BIS는 이제 국제기구로서의 위상과 공공 이익에 대한 기여를 강조한다. 이것은 확실히 효과적인 인재 모집 수단이다. “BIS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질은 매우 높다”고 킹은 말했다. “훌륭한 인재를 모집할 때, 이곳이 단지 싱크 탱크가 아니라 여러분이 일할 국제기관이라고 말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사람들은 자기가 공공서비스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BIS는 최근 사회적으로 책임 있는 기관으로 발전해가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큰 어려움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금이 BIS의 DNA에 배어 있듯이 비밀주의, 불투명성, 책임성의 결여도 마찬가지이다. 앤드루 홀데인은 BIS가 새로운 요청, 곧 설명책임을 가지며 사회적으로도 책임을 다하는 금융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요청에 적응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서술했다. 그러나 살아남으려면 그렇게 해야 할 것이다. 정보와 자본이 매우 빠르게 흐르는 시대에, 시민들이 자기 삶을 지배하는 힘 있는 기관들에게 더 많은 투명성과 책임성을 요구하는 시대에, 월 스트리트조차 몇 주 동안 점령될 수 있는 시대에, 바젤탑은 더 이상 불가침의 영역이 아니다.
성경에 나오는 바벨탑과는 달리, 바젤탑은 도시 스카이라인 위의 18층까지만 닿는다. 그러나 성경의 탑 건설자들의 운명은 은행가들을 잠시 멈추게 할 것이다. 주께서 그들의 일을 보시고, 그들의 말을 혼란스럽게 하시며, 여러 말로 얘기하도록 하셨다. 건설자들은 더 이상 서로 알아들을 수 없었다. 건설 공사는 멈췄고, 그들은 흩어졌다. 그들의 탑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355~368)
〔출처〕 바젤탑
Tower of Basel(2013)
아담 레보어, 임수강 옮김, 더늠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