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강의는 사회복지정책론이 사회복지행정론과 함께 사회복지사 1급 자격시험에서 전통적으로 고득점이 어려운 과목으로 알려진 만큼, 정책학과 사회사상에 대한 각별한 주의와 심도 있는 학습을 위해 마련하였다.
구체적으로는 먼저 제1강부터 제3강에 걸쳐 사회복지정책의 개념과 가치이념 및 발달이론 등을 살펴봄으로써 제1부 서론에 갈음한다. 다음으로 제4강 및 제5강에 걸쳐 사회복지국가의 역사적 발전연혁과 복지국가 관련 사상적 흐름을 설명하는 제2부 복지국가론을 전개한다. 이어서 제3부는 사회복지정책과정론으로서, 제6강부터 제7강에 걸쳐 정책과정의 기본 성격을 전반적으로 살펴봄으로써, 사회복지 영역에서의 정책과정이 갖는 특징을 좀더 명확하게 파악하고자 한다. 제4부는 사회복지정책분석론으로서, 제8강부터 제9강에 걸쳐 사회복지정책의 구체적 내용을 구성하는 재원의 마련, 사회복지정책의 경제적 효과, 나아가 수혜자의 선정 및 급여의 형태 등을 분석한다. 마지막으로 제10강부터 제15강까지는 제5부 사회보장론으로서, 사회보장제도에 대한 일반론에서부터 공공부조와 각종 사회보험 및 사회복지서비스를 간단히 정리함으로써 학생들의 사회보장제도에 대한 구체적 이해를 확보하는 기회로 삼는다.
이러한 내용과 구성을 통해 본 강의는 학생들이 사회복지정책에 대한 이론과 실제를 체계적으로 파악하고, 우리나라의 현실 사회복지정책에 대한 학생들의 응용력을 높임으로써 사회복지사 1급 및 2급 자격취득을 위한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데 그 목적을 둔다.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의 거시적 의미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민선 지방자치의 본격적 실시 기반이 된
1988년 전부개정 이후 32년 만인 2020년 12월 9일에 제21대 국회에서 통과되었다.
이러한 역사적 사건에 즈음하여,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행정학분야 학술공동체인
(사)한국지방자치학회의 제24대 회장(2020-2021)으로서
한국자치발전연구원에서 발간하는 「자치발전」(2021년 1월호, 통권 309호)에
게재한 글을 통해 그 거시적 의미를 살펴본다.
문병기(한국지방자치학회 회장)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민선 지방자치의 본격적 실시 기반이 된 1988년 전부개정 이후 32년 만에 제21대 국회에서 통과되었다. 일단 축하할 일이다. 비록 실질적인 내용을 독립된 법조문으로 구체화하는 것에는 실패했지만 동법 목적 규정에 주민자치의 원리를 명시하였고, 지방의회의 인사권 독립과 자율성 제고가 일부나마 가능해지게 되었다. 특별자치단체 설치와 특례시 제도 및 인수위원회 제도 등도 지방행정의 효율성 제고에 일익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된다. 추가적인 입법과정을 통해 설치될 중앙·지방협력회의를 통해 지방자치단체를 국정의 동반자로 격상시킬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것도 반가운 일이다.
일찍이 셀즈닉(P. Selznick)은 미국 TVA에 관한 연구를 통해 환경과의 교호작용(co-optation)이라는 용어를 창안하면서, 조직이나 사업이 제도로 승화될 때 거기에는 그 시대, 그 사회의 사상이나 이념과 같은 가치체계가 녹아 들어간다고 설파하였다. 즉, 32년 만에 이루어진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의 국회통과는 그간에 누적적으로 지적되고 고민해온 지방자치 제도의 문제점 및 해결 노력에 국가, 즉 대한민국 국민 대부분이 공감하였고 그러한 판단과 가치가 전부개정 법률이라는 제도로 현실화되었다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각각의 조문 내용에 대한 논의를 떠나서 가장 아쉬운 점은 법 개정 과정을 통해 여실히 드러났다. 즉, 비록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 ·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 전국시군자치구의회의장협의회의 4대 자치분권협의회가 적극적으로 나서긴 했지만, 여전히 법안은 행정안전부라는 중앙정부 부처의 손안에 있었고, 수많은 지방주민과 의회 의원은 소위 ‘링’밖에서 그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공적 영역에 있어서 가장 대표적인 좌절감은 자신의 이익과 미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책 사항을 정하는 과정에 직접적으로 참여하지 못하는 당사자 주민의 좌절감이다. 바로 이러한 점이 지난 세기 전환기를 즈음하여 소위 뉴 거버넌스(new governance)에 대한 논의가 요원의 불꽃처럼 확산한 이유이다.
최근에는 단순히 협력적 행정 정도의 의미로 축소된 뉴 거버넌스라는 개념은 원래는 하버마스(J. Habermas)가 주장한, ‘공론의 장’의 활성화를 통한 절차적 민주주의 및 토론민주주의에 기초한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국정운영의 틀로서 제기되었다. 20세기 대의민주주의의 팽창과 행정국가 모형의 보편화에 따른 지속적인 행정부의 비대화에도 불구하고, 정책 과정 전반에 걸친 주민의 참여 욕구 충족에 전혀 성공적이지 못했다는 비판에 대응하기 위해 등장한 대안적인 국정운영의 새로운 모델인 것이다. 뉴 거버넌스 국정운영 모델 안에서 지역주민은 단순히 공청회에 몇 번 불려나와 사업설명을 듣고 귀가하는 참여행정의 수혜자적 존재에서 벗어나, 정책대안의 형성 및 분석, 정책결정 및 집행 등의 정책 과정 전반에 걸쳐 핵심적인 주역으로서 활동하기 때문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이번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 국회통과의 의미를 분석하기 위해서 자치분권의 본원적 목적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한다. 자치분권은 그 자체가 목적일 수 없다. 자치분권의 최종 목적은 주민의 총량적 삶의 질 향상이며, 궁극적으로는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체계의 집합적 발전이다.
미국의 비교정치학자 파이(L. Pye)는 정치발전에 관한 다양한 논의를 정리하면서 대부분의 국가사회에서 나타난 공통적인 정치발전의 기본요소를 세 가지로 요약하고, 이를 “발전 증후군(development syndrome)”이라고 명명하였다. 이러한 정치발전의 기본요소는 첫째, 평등을 지향하는 정신과 태도의 확산, 둘째, 정치체계의 종합적 능력 증대, 그리고 셋째, 사회제도 및 구조의 분화 및 전문화이다.
그런데 이러한 3요소는 단순히 정치 분야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한 사회가 총체적으로 발전된 상태로 나아가기 위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체계 전반의 성숙도의 증가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 부분을 우리 행정학계에서는 두 가지의 기본적 가치로 압축한다. 바로 민주성과 효율성의 증진이다. 평등을 지향하는 정신과 태도의 확산은 민주성의 증진으로, 정치체계의 종합적 능력 증대와 사회제도 및 구조의 분화 및 전문화는 효율성의 증진에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치분권은 이러한 국가사회발전의 두 가지 기본 가치인 민주성과 효율성의 증진과 관련하여 상반된 평가를 받고 있다. 즉, 자치분권은 주민 대응성의 향상뿐만 아니라 경쟁의 촉진을 통한 창의성 및 효율성의 제고와 지역경제 성장을 가져온다. 반면에 자치분권은 지방간의 불균형 심화, 중앙-지방 간 정책연계의 약화, 규모의 경제효과 감소, 지방 내 부패의 증가라는 부작용을 낳는다는 것이다. 이상의 측면들은 단순히 주장되는 수준을 넘어 오랜 연구와 분석을 통해 하나하나 다 실증적으로 검증된 바이다.
이러한 어긋난 평가를 요약하여 필자가 현재 회장으로 있는 한국지방자치학회의 고문인 하혜수 교수는 최근 출간한 저서, 「지방분권 오디세이: 우리나라 지방분권의 진단과 대안」의 서문에서 “탈출하기 어려운 깊은 함정”이라고 압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에서 32년의 역사에도 불구하고 아직 자치분권의 수준이 미흡한 이유를 설명하는 두 가지 가설을 제시하였다.
첫째 가설은 지방분권 수준의 미흡 → 지방정부의 자치 역량 저하 → 중앙집권 및 중앙정부 중심의 연대 강화 → 자치분권 증진을 위한 정책의제 채택률의 저하 → 자치분권 수준 향상 노력 추진의 저해 및 지연이라는 악순환의 구조이다. 여기서 핵심은 중앙집권 및 중앙정부 중심의 연대 강화이다. 그렇지 않아도 자치분권의 기치 앞에서 기존에 장악하고 있던 각종 권력을 양보해야 하는 중앙정부 중심의 연대진영은 여러 가지 부작용과 불협화음을 증거로 들면서 자기강화를 모색하게 된다. 이것은 어찌 보면 권력의 장악을 핵심적 수단으로 하는 정치 세계에서의 인지상정이다. 인지상정이라는 말은 정당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만큼 총력을 기울여 고민하고 그 극복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뜻이다.
둘째 가설은 지방분권 수준의 미흡 → 지방정부의 자치 역량 저하 → 지역 맞춤형 정책 추진의 저하 → 자치분권 연대의 응집력 약화 → 자치분권 수준 향상 노력 추진의 저해 및 지연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구조이다. 여기서 핵심은 지역 맞춤형 정책 추진의 저하 및 자치분권 연대의 응집력 약화이다. 획일적이고 평등 만능주의적 발상에 함몰된 정책논의들은 지역 여건에 어울리지 않는 무리한 사업들을 양산함으로써 지방정부의 위상을 더욱 어렵게 하여왔다. 나아가 국내·외적인 여건의 악화로 더욱 팍팍해진 행·재정적 환경은 지방정부 간의 무한경쟁을 부추기고, 이는 지방정부 간의 협력과 일체성을 저하함으로써 더 높은 수준의 자치분권 실현을 위한 정책연대의 응집력을 쇠잔시켰다.
실제로 이러한 두 가지의 가설에서 보여주는 “탈출하기 어려운 깊은 함정”이 이번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 국회통과 과정에도 여실히 드러났다는 점은 모두가 공감할 것이다. 이번에 통과된 전부개정 법률에서 소위 ‘아쉽다’라고 평가되는 사항들이 대부분 이러한 악순환 구조의 함정 중 어느 하나, 또는 두 가지 악순환 구조가 동시적으로 작동하고 상승효과를 발휘하면서 그에서 헤쳐 나오지 못한 결과라고 할 만하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하여야 하는가? 무엇보다도 먼저, 중앙 대 지방이라는 대립 구도를 청산해야 한다. 중앙 대 지방이라는 대립 구도는 주도권 싸움을 일으키고, 이는 아이러니 하게도 중앙에 대한 의존성 증가와 중앙의 책임회피를 초래했기 때문이다. 다른 말로, 국가주의에 대한 경계가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중앙의 판단이 지방의 판단보다 질적으로 우월할 것이라는 생각 자체가 근거 없음을 자각하여야 한다.
소위 집합적 선택에서의 불가능성의 정리(impossibility theorem)를 증명해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애로우(K. Arrow)는 정부가 개인이나 지방보다 더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일관성 있게 행동하는 존재란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고 설파하였다. 개인이나 소집단의 선택이 부족한 정보나 일관되지 않은 선호로 인하여 효용의 최적화에 곤란을 겪는다면, 국가 및 그를 대표하는 정부가 개인이나 소집단의 선택을 대신하는 온전히 자율적인 실체라고 가정하더라도 처음의 상태보다 국가의 개입이 상황을 크게 개선하거나 문제해결에 효과적일 수 없다는 근본적인 한계가 여기에 존재한다. 실상은 거대 집단의 선택은 개인이나 소집단의 선택보다 오히려 더 불리하기 때문이다.
둘째는 획일적 평등주의를 벗어나야 한다. 어느 정도의 격차는 차별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라면 여유롭게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사회경제적 성장이 발생하면 소득의 평균치 증가와 함께 편차도 같은 크기만큼 증가한다는 것은 수학적 진리이다. 각 지역에 걸맞은 소위 ‘맞춤형 자치분권’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해야 한다. 격차에 대한 이러한 여유와 독창성의 존중이 있어야만 지방 연대의 응집력 강화를 통해 자치분권의 진일보를 쟁취할 수 있다.
이번에 국회 통과된 전부개정 「지방자치법」의 아쉬운 부분에 대한 다각적인 보완 작업이 이미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고 믿는다. 온전한 자치분권에 대한 식지 않는 불굴의 의지와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그러한 과정을 더욱 신속하고 심층적으로 완수해 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