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성지순례의 정석 (성지순례 잘 하려면…….)
가) 왜 그곳이 성지일까?
먼저 효과적인 순례의 방법을 가정(假定)해 보겠습니다
-. 순례를 가기 전 그 성지에 대해 알고 가는 것과 그곳이 왜 성지인지 모르고 가는 것에는 차이
가 있습니다.
-. 한국의 성지는 순교성지, 그리고 사적지와 순례지로 분류되며, 순례지 일부가 성모성지이고
그 외 대부분이 순교자 관련 성지입니다.
-. 그곳이 왜 성지인지? 어느 순교자와 관련이 있는지?
-. 그 순교자분이 우리에게 보여주신 증거(하느님 사랑)는 무엇이고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무엇인지?
-. 모르고 가면 어느 관광지를 가도 볼 수 있는 평범한 건축물과 장식물로 보일 수 있습니다.
-. 알고 가려면 공부를 해야 하고, 교회사를 알아야 가능합니다.
-. 원칙적으로 성지라 부를 수 있는 팔레스타인(이스라엘지역)을 순례하려면 마태오 복음서만 읽
고 가도 도움이 됩니다.
-. 하지만 한국의 성지를 알아보려면 한국 천주 교회사를 이해해야 합니다.
-. 결국, 성지순례와 한국 교회사는 떼어 놀래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입니다.
5. 참된 순례길이 되려면.
-. 우선 그곳이 왜 성지이고 어떠한 성지인지 알고 떠나자.
-. 그리고 그곳에서 무엇을 눈으로 보았으며,
-. 무엇을 가슴으로 느끼게 되었고,
-. 무엇을 머리로 생각(자신을 돌아봄)하게 되었으며,
-. 무엇을 마음으로 결심하게 되었는지?
-. 그리고 순례를 다녀와서 결심한 뜻을, 실행하기 위하여 얼마나 노력
했는지에 따라,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내리실 상급이 정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성지순례 후원회]
6. 성지순례의 목적
누구든지 일상에 파묻혀 숨가쁘게 살다 보면 자기 개인의 신앙생활은 물론, 교회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도 꾸준히 하느님의 뜻에 맞게 살아가기가 어렵다.
그러나 신앙인에게 하느님과 나의 관계처럼 중요한 것은 없다. 형편이 아무리 어렵더라도 하느님과 자신의 멀어진 관계를 그냥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된다.
자신의 내적인 삶을 하느님 안에서 다시 살펴보는 가운데 흐트러진 신앙을 바로잡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그래서 어려운 일이 생기거나 인생에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 또는 일을 새로 시작할 때, 잠시 복잡한 일상을 떠나 조용히 성지를 순례하는 것이다.
하느님과 관계된 성스러운 땅, 순교 성인들의 발자취가 생생히 남아 있는 성지를 찾아 자신의 삶을 진지하게 돌아보고 반성할 때, 좀 더 성숙한 신앙인으로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다.
왜냐하면, 순례를 통해 자신을 정화하고 하느님을 자기 생활의 중심에 모시고 살아가는 지혜를 순교자를 비롯한 신앙의 선조들로부터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7. 성지순례에 임하는 태도
언뜻 성지순례라 하면, 성지를 찾아가 참배하고 해당 성지에 대한 설명을 듣고 기도하고 미사를 봉헌하는 것이 전부라고 잘못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이런 외적인 행사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는 순례를 다 했다고 할 수 없다.
신앙인의 삶이란 결국 예수 님을 믿고 따르는 데 있다면, 이와 같은 신심 행위는 나의 삶이 변화되어 예수 님의 참된 제자로 거듭 태어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성지와 인격적으로 만나야 한다.
선조들의 삶은 우리 눈으로 볼 수는 없지만, 마음의 눈을 뜨고 침묵 속에 조용히 귀 기울이면 얼마든지 그분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이렇게 해서, 예수 님을 믿고 따르다 마침내 목숨마저 바친 순교 성인들의 삶을 배우며, 본받으려는 결심을 세우고, 그분들의 도움을 빌며 돌아올 수 있다면 순례의 발걸음이 헛되지 않을 것이다.
8. 성지순례 사전준비와 순례지침
-. 먼저 고해성사를 본다. 새로운 삶의 여정을 떠난다는 각오와 하느님과 화해 한다는 의미를지
닌다.
-. 다음은 찾아가고자 하는 성지 또는 사적지의 역사, 그리고 그곳과 관련된 순교자들의 삶에 대
해 알아본다. 그리고 성지순례를 하면서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를 생각하고 준비한다.
예컨대, 성지를 찾아 이동할 때 어떤 기도를 바칠 것이며 기도와 묵상 중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어떻게 정리하고 기록할 것인지 까지도 구체적으로 구상하고 떠난다면 더욱 효과적인 성지순 례가 될 것이다.
-. 성지순례는 관광으로 여겨서는 안 되며 복장을 단정히 하고 기도서, 성가집, 묵주등을 반드시
지참해야 한다. 물론 성지순례 일정 동안 기도만 할 수는 없겠지만 주류와 각종 악기 등 오락
기구 등은 피하고 음식도 간소하게 하며 호화로운 복장, 식사 등은 절제해야 한다.
-. 한편, 전국의 많은 성지와 사적지들은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각자 정성
껏 성지 운영을 위한 성금 봉헌에도 소홀해서는 안 된다.
-. 순례지에서의 몸가짐은 우선 주님과 함께 걷는 자세로 기도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또 일상
생활에서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는 참회와 회개의 태도를 갖춰야 하고 극기와 보속의 정신으
로 참된 순례의 자세를 갖춰야 한다.
-. 종종 순례지에서 화초나 돌, 나무 등을 훼손하거나 가져오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는 잘못된 자
세로 오히려 잡초 하나라도 뽑고 쓰레기를 주우며 각종 공공 시설물을 내것처럼 아끼는 자세
가 필요하다.
-. 성지에서는 박해와 순교 당시의 사건들을 실제로 느낄 수 있도록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와 묵
상에 전념하고 순례 도중에 떠오른 기도와 묵상의 내용을 글로 적어 남겨두는 것이 바람직하
다. <박영호 기자>young@catholictimes.org
9. 도보 성지순례의 의미.
성지순례를 통하여 우리의 신앙 선조들이 어떻게 신앙을 지키셨고, 우리는 어떠한 신앙인이 되어야 하는지 순교자들의 발자취를 따라 걸으며 묵상하고, 하느님 사랑과 자비를 체험하는 성지순례는 그 자체만으로도 큰 은총입니다.
도보 성지순례는 고통과 갈등 속에서도 묵묵히 하느님만을 믿고 따른 우리 순교자들이 겪었던 고난의 길을 몸소 체험하므로 순교 영성을 더 깊이 있게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얻는데 의미가 있습니다.
도보 순례 길은 자신과의 싸움이며, 자신과 대화의 장이기도 합니다.
때로는 주저앉고 다시 서기를 반복하며 기쁨과 슬픔을 스스로 극복하는 과정을 통하여 더 많은 것에 감사 할 수 있고 인생의 참다움과 자아를 찾아낼 수 있는 인생 여정입니다.
도보 순례를 하면서 함께 나누는 순교자 이야기 중, 옥중에서 젖먹이 어린 자식이 굶어 죽는 고통 속에서 신성과 인성의 갈등을 넘나들던 최양업 사제의 어머니 이성례(마리아)의 순교 이야기를 나누며, 공감의 눈물을 흘리는 순례자들 속에서, 묵상과 함께 자신을 돌아보며, 자신이 누리는 행복의 고마움을 깨닫는 경우를 종종 보며 나눔의 소중함도 맛보게 됩니다.
막상 걸어보니 목도 마르고, 배도 고프고, 다리가 아파 중도에 포기하고 싶지만, 순교자들이 이런 경우에 포기했다면 배교로 이어졌을 거라는 생각과 지금도 지구 한편에서는 먹을 것이 없어 굶어 죽는 사람들을 생각하여 중도에 포기할 수 없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우리는 도보 순례의 의미를 되새겨 보게 됩니다.
도보 순례 순례 후기 속에서, 조금만 가면 배불리 먹을 수 있고, 목이 마르면 언제든 배낭에서 꺼내 마실 수 있으며, 종점에 가면 태워줄 차량이 기다리고 있는 현실 속에 있는 자신이, 순교자분들께 크나큰 죄를 짓고 있는 것 같다는 이야기 속에서 순례의 은총을 엿볼 수 있습니다.
10. 성지순례에 임하는 우리의 자세
성지를 찾아가 참배하고 해당 성지에 대한 설명을 듣고 기도와 미사를 봉헌하는 외적인 행사만으로 순례를 다 했다고 할 수 없다.
신앙인의 삶이 결국 예수님을 믿고 따르는 데 있다면, 성지순례와 같은 신심 행위는 나의 삶이 변화되어 예수님의 참된 제자로 거듭 태어나는 계기가 되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성지와 인격적으로 만나야 한다.
마음의 눈을 뜨고, 침묵 속에 조용히 귀 기울이면 선조들의 삶을 그려볼 수 있으며 그분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예수님을 믿고 따르려 끝내 목숨까지 바친 순교자들의 삶을 배우고 본받으려는 결심과 순교자들의 삶에 나 자신의 삶을 비교하며, 성찰과 반성의 태도로 순례에 임한다면 그분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성지순례를 관광으로 여겨서는 안 되며 호화로운 복장과 식사 등은 간소하게 절제하고, 대부분 성지와 사적지들이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각자 정성껏 순교자 터전에 봉헌하자.
순례자가 순례에 임하는 태도를 요약하다 보면, 성지에 가서 순교성인들과 인격적으로 만나, 그분들은 어떠한 환경에서 어떻게 살았으며 무슨 생각으로 목숨까지 내어 놓을 수 있었는지? 궁금한 점을 그 시대, 그 환경, 그 조건 하에서 대화를 나눠야 답이 나올 것 같다.
그분들은 어느 브랜드 옷을 입으시고, 무궁화 몇 개짜리 호텔에 묵으셨으며, 하루 세 끼 식사는 무슨 메뉴로 하셨을까?, 그리고 커피는 뜨거운 커피인지 냉 거피를 드셨는지? 마음의 문을 열고 150년 전, 그분들과 같은 시대적 상황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그러면 지금 우리가 차를 타고, 먹고, 입고, 자고, 마시는 현실이 그분들 앞에 얼마나 부끄러운지 알게 될 것이다.
그래도 성지순례 중, 먹고, 자고, 타는 일에 불평과 불만이 생기거든 일단 성지순례를 잠시 미루고 마음의 준비부터 다시 하자 그게 최소한의 도리이다.
프란치스코 수도회 영성중에 포르치운쿨라 행진이 있다. 이 도보 순례는 탁발 순례로 신부님 수사님, 수녀님, 그리고 재 속 회원들이 매년 약 열흘 정도 그것도 한여름에 걷는다.
일정 중 식당이나 숙소 예약은 아예 없다. 배낭 속에는 얻어먹을 때 사용할 식기와 수저는 필수로 지참해야 하며, 제일 고급숙소가 그 동네 마을회관, 남자들은 아예 다리 밑에서 주무셔야 할 각오를 하고 참여해야 한다.
먹을 것도 그 근처 공동체에서 밥이라도 해 주면 감사하고 그것도 없으면 빵 한 조각으로 때운다. 우리도 배울 건 배우자, 우선 배낭 속에 순례 중 얻어먹을 식기와 수저부터 챙긴 후, 처마 밑에서라도 자려면 비닐 한 장쯤 챙겨 넣고 순례에 나서 보자, 자세를 바로잡으면 마음도 바로 잡힐 것이다.
11. 도보 성지순례 준비 및 유의사항
1) 성지순례는 하느님과 예수그리스도와 관련된 성스러운 땅, 순교자들의 유해가 안치 된 성지나
교우 촌 등을 방문해 경배드리는 신심 행위이다. 순례 중 갑자기 바치고 싶은 기도가 있을 수
있으니 기도서와 묵주는 꼭 챙긴다.
2) 단체로 움직일 경우 세밀한 사전 답사를 통하여 순례 코스, 소요시간, 날씨, 성지 및 식당 등
의 연락처, 화장실 위치 등을 미리 파악해야 한다.
3) 길라잡이 봉사자의 도움이 어려울 경우 스마트폰의 길 찾기 “map”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편
리하다. 길 찾기 프로그램 이용 시 선택 사양에서, 도보 나 자전거 길을 선택 해야 한다. 아니
면 고속도로로 안내하는 경우가 종 종 있다. 길 찾기 구간 선택을 멀리 잡으면 도보나 자전거길
안내가 되지 않고, 고속도로로 안내하는 경우가 많다. 구간을 짧게(5~10km) 정도로 끊어서 입
력하는 것이 좋다.
4) 시골길이나 산 중에서는 휴대전화 배터리 소모가 크므로 필요할 때 낭패를 볼 수 있으니
주의하고 항상 보조 배터리나 충전기를 휴대하도록 한다.
5) 도보 코스 선정 시 가능한 차량 통행이 적은 곳을 택한다. 부득이 차도를 걸을 때 한쪽 편으
로 행진하고 차량이 오는 것을 마주 보고 걷는 것이 안전에 유리하다.
그러나 도로교통법은 “보행자는 보도와 차도가 구분되지 아니한 도로에서는 도로의 좌측 또는
길 가장자리로 통행하여야 한다.” 또한, 행렬 등은 차도의 우측으로 통행 하여야 한다.”이니 참
고 바란다.
6) 신발은 걷기 편한 운동화나 길이 험할 경우 대비 발목 보호를 위해 등산화를 준비하되 가능한
새것은 피한다. 복장은 긴 팔과 챙 넓은 모자와 선크림, 두꺼운 양말과 마스크, 겨울철에는 털 모자, 털장갑, 털목도리 등과 눈, 비 등을 대비한 방한 용구준비로 동상에 대비한다.
7) 평소 복용하는 약과, 비상약 약간, 그리고 도시락과 간식은 먹을 만큼만 준비한다.
많으면 짐이 되고, 걷다 보면 제때에 식당 찾기가 쉽지 않다.
8) 물을 많이 마셔도 갈증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땀이 많이 날 때 가볍게 자주 마신다. 발에 물
집이 생기면 그냥 두는 그것보다 뾰족한 이쑤시개 등으로 물집을 짜내고 심할 경우 얼음찜질이
도움이 된다. 신발 밑창에 솔잎을 깔면 발이 덜 미끄러 져 물집을 예방한다.
9) 가능한 50분 걷고 10분 정도 휴식 시간을 갖는다. 혹시 모를 긴급 상황에 대비하여 가까운
사람, 또는 가족에게 하루에 한두 번씩 자기의 위치를 알려준다.
10) 순례 중 만나는 사람에게 먼저 인사를 하거나 성지순례 중임을 알리는 조끼나 깃발, 어깨띠
를 착용하여 이방인에 대한 경계심을 해소토록 하여 순례 중 원만한 대인관계를 유지한다.
11) 도보 순례 행사 중에 발생할 수 있는 사고에 대비, 대열 중간 합류와 이탈 시 주최자에게 꼭 알려 준다. 인솔자의 통솔에 적극적으로 따르고 개인 보험 가입도 염두에 둔다. 자발적 참여
와 귀가로 이루어지는 도보 순례 행사는, 만일의 사고 시 주최 측에서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점
을 유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