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라인 공간이 너무 좋다?
쓰던 공책이 몇 장 남지 않아 문방구를 찾았다. 내가 쓰던 종류의 공책을 찾으니 찾기가 쉽지 않다. 몇 군데를 다니다가 내가 왜 이리 고생하며 다녀야 하나 하는 생각과 함께 인터넷 쇼핑몰을 떠 올렸다. 다시 집으로 돌아와 인터넷 쇼핑몰에서 필요한 것을 장바구니에 챙겼다. 이젠 거의 모든 필요한 물건들을 인터넷 쇼핑몰을 이용하게 되었고 오늘 이후로는 더욱 더 그러할 것 같다. 일주일에 한 번 꼴로 택배사를 통하여 물건을 받는 정도가 되니 고객등급도 실버 고객이라 인정을 받았다.
젊은이 교회의 큐티집 ‘새나’도, 장년부의 ‘십자가의 길’ 교재도, 부모님의 목침과 화장품도, 나의 자전거 용품도, 아내의 봄옷도 모두 인터넷 쇼핑몰을 통하여 구매하게 되었다. 주문하면 이틀이면 도착하니 편리하기 그지없다. 나의 쓰지 않는 배낭도 인터넷을 통하여 판매했으니 이만하면 ‘인터넷 쇼핑 매니아’라 해도 무방할 듯싶다.
공부도 컴퓨터 앞에 앉아 시작한 지가 수년째다. 사이버 대학에서 사회복지사, 평생교육사, 건강가정사, 독서 지도사 자격을 취득했고, 지금도 사이버 강좌를 통하여 ‘청소년 상담사’,‘청소년 지도사’ 국가자격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이외에도 베트남어 초급반, 클래식 기타 초급반, 통기타 중급반 강의도 온라인을 통해 공부하고 있다. 앞으로도 ‘아동복지 상담학’, ‘영어 지도학’ 등, 하고 싶은 공부들이 왜 그리 많은 지, 사이버 대학을 통하여 쉼 없이 학업에 정진하고자 한다.
건강이 꺾이고 난 이후, ‘오프-라인’ 상의 활동을 거의 줄였다. 밖으로 활동하던 목회 형태는 점점 교회 안에서 주로 이루어지게 되었다. 이전에는 주로 찾아가는 목회였다면 지금은 찾아오게 하는 목회, 아니면 책상 앞에서의 목회로 전환된 셈이다. 지금은 심방, 전도가 거의 없다. 전화, 또는 문자 메시지, 소식지 사역, 그리고 필요한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목회상담 성경공부’가 사역의 전부이다. 그리고 책상 앞에서 인터넷 강의를 통한 학업에 열중하고 있다.
온 라인 상의 학업에 익숙해지니 오프-라인 상에서의 학업보다 그 성취도가 높다. 시간,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아주 저렴한 학비로 공부할 수 있고, 가끔은 전액 국가 장학금을 받아 공부할 수 있다. 또한 경기도에 거주하는 학생이라면 무이자 학비대출을 이용할 수 있기에 그야말로 일석 다조의 혜택으로 공부할 수 있다. 학과 담당 교수 역시 인터넷 공간에서 투명하게 공개되는 강의를 해야 하기에 검증된 실력 위에 충분히 준비된 강의, 그리고 질문과 답변 게시판, 전화를 통하여 상호소통의 문제를 해결했기에 양질의 교육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자기 계획에 따라 맞춤식으로 하는 ‘자기 주도 학습’이기에 나로서는 대만족이다. 아직도 대학 간판을 따지는 사람들은 코웃음 칠지 모르겠으나 서울의 S․K․Y 대학이 아니라면 그럴 입장이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 알 것이다.
하지만 내가 컴퓨터만을 고집하는 것은 아니다. 디지털을 아날로그로 바꾼 것도 있다. 설교가 그것이다. 이전에 설교를 타이핑하여 컴퓨터에 저장하고 종이로 출력하여 사용하곤 했었는데 언제 부턴가 설교 공책을 선호하게 되었다. 십여 년 동안 파일로 저장되어 있는 설교는 하드 디스크 속에서 잠자고 있다. 언제 다시 꺼내보게 될지 의문이다. 그런데 공책에 기록된 설교는 그 공책이 다하기까지 들고 다니며 들추어 본다. 은혜 위에 은혜를 더하는 맛이 있다. 내겐 그 어떤 유명 저자의 책보다도 내게 주신 영감으로 기록된 설교 공책이 더 값지다. 더군다나 이는 하나님과 나만의 온 라인 공간에서 주어진 은혜 아닌가! 참 온 라인의 혜택을 많이 보고 있는 목사임에 틀림이 없다.
‘현재 환경이 나를 온 라인의 예찬론자로 만들었나?’라는 생각에 예수님의 제자들이 변화산에서 했던 말, ‘여기가 좋사오니’ 라는 구절이 생각난다. 천국과도 같은 그 높은 산의 신비로움에 잡혀 영원토록 머무르기를 원했던 제자들에게 하늘의 음성이 들렸다. “저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요 내 기뻐하는 자라 너희는 저의 말을 들으라.” 제자들은 예수님의 말씀을 따라 산을 내려가야 했고 십자가를 감당해야했던 것이다. 아무리 좋아도 제 자리에 머물러 있어서는 안된다. 내게도 인터넷 세상, 주께로부터 오는 영감이 아무리 좋아도 그 자리에서 십자가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곧 오프-라인 공간으로... 십자가가 있는 현장으로...그러고 보면 지금 나의 자리가 엘리야의 로뎀나무 아래 쯤 되는가 보다.
“주여 이 로뎀나무 아래서 엘리야에게 주셨던 그 한 병 물과 숯불에 구운 떡의 은혜가 채워지는 줄 믿습니다. 그리고 자리를 박차고 그 호렙의 현장으로 달리게 될 줄로 믿습니다.” <김상학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