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 대사와 회심곡(悔心曲)
전해오는 불교음악 가운데 회심곡(悔心曲)이 있습니다.
회심곡은 본래 돌아가신 이를 위하여 제를 올릴 때
망자와 생자를 위한 화청(和請)에 나오는 노래로,
화청은 대중이 잘 알아들을 수 있는 민속음악에다
그 교리를 쉽게 이해시키고자 사설을 얹어서 부르는
불교음악을 말합니다.
회심곡은 조선시대 서산대사가 민중들을 포교하기 위해
가사를 지으신 것으로 회심곡의 회심(悔心)은
나쁜 마음을 돌이켜 뉘우치고 바른 신앙으로 돌아간다는 뜻입니다.
회심곡의 내용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면 어려운 이웃들을 위한
적극적인 복지실천을 뜻합니다.
주변을 돌아보면 끼니도 거른 채 불도 제대로 지피지 못하며
추운 겨울을 보내는 이들이 있습니다.
주위에서 조금만 신경을 쓰고 보듬어 주면
조금은 평안하게 추위를 버틸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한 마음을 일으키고 실천하는 것이 사랑이며 자비입니다.
세상은 거미 줄같은 인과로 이어져 있습니다.
이웃이 불행하면 결국은 나도 불행하게 됩니다.
이를 공통의 업(共業)이라고 합니다.
내가 잘되기 위해서는 남도 잘되어야 함을 유념하소서!
서산대사는 노래합니다.
"이 세상에 누구의 덕으로 나왔는가.
아버지의 뼈와 어머니의 살을 받아 세상에 나왔다.
어렸을 때는 철이 없어 부모 은공을 모르고,
나이가 들면 부모은공 갚을 시간이 없구나. 애달픈 인생이로다.
부모가 자식을 길러 낼 때 어떤 공덕을 드리는가.
진자리는 어머니가 눕고, 마른자리는 아기를 뉜다.
쓰디 쓴 것은 어머니가 먹고, 달디 단 것은 아기에게 먹이고,
밤에 모기 빈대 각다귀가 아기 뜯을 세라 어머니는 잠도 못 잔다.
더우면 세살부채로 바람을 날려주고,
설한풍 백설이 펄펄 날리면 이불 덮은 데 또 덮어준다.
아기에게 젖 물려놓고 하시는 말씀이 은을 주면 너를 사랴,
금을 주면 너를 사랴. 만첩청산 보배동아.
부모은공 생각하면 태산이 무겁지 않네.
불효자 거동보소, 젖 물린 어머니 가슴에 대못을 박네.
검던 머리 백발 되고, 고운 얼굴 주름 잡히고,
귀먹어 절벽 되고, 이 빠져 낙지 되고,
두 무릎으로 서질 못하니 망령이 났다고 한숨 쉬네.
자식이 부모 구박하는 소리 절통하구나.
인간 세상에 나온 사람은 빈손 빈 몸으로 나왔다.
부모 귀찮아하지 마오. 물욕탐심을 내지 마오.
못다 먹고, 못다 쓰고, 두 손 모아 배 위에 얹고 가는 사람들
참으로 한심하고 가련하다.
인생 백세를 다 산다고 해도 병든 날, 잠든 날,
걱정근심 다 제하면 사십을 못 사는 인생. 일신이 망극하구나."
계룡산인 장곡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