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살기 시작한 지 언 1년
좋지 않은 상황에서 제주로 넘어와
모든 상황을 극복하고 있다.
극복하는 과정에서 제주와 사랑에 빠졌고
3개월의 시간을 넘어 1년 아니 2년 혹은 평생을
제주와 함께 하고자 한다.
나는 현재 제주에서 미래를 그리며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숲을 좋아하는 나에게 여름은 조금 힘들다. 나무 그늘이 조금이라도 없는 곳이면 머리에 땀이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 송골송골 맺히고, 등에는 커다란 지도를 그려 여름이라는 것을 상기시킨다. 그렇기에 나는 이번 여름은 숲을 포기하고 지내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한 달이 넘는 기간 숲을 안 갔고, 숲에 대한 그리움은 점점 더 커져만 갔다. 그래서였을까. 날씨가 덥더라도 숲을 포기할 수는 없어 일단 힘들더라도 가자는 마음으로 집을 나섰다. 그 발걸음 끝에 도착한 '이승이오름'은 내가 숲을 사랑하는 이유를 다시 상기시켰고, 더위를 버티는 것이 숲을 안 가는 것보다 쉽다는 것을 깨닫게 했다.
나무 밑동, 이끼로 가득 낀 나무에 누군가 하트를 그려 넣었다.
이승이오름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남원읍 신례리 산2-1
해발 539m, 높이 114m인 기생화산으로 분화구는 동쪽으로 벌어진 말굽형의 형태를 하고 있다. 이승이오름의 이름 유래는 오름의 생김새가 살쾡이와 닮았다는 것에서 유래되었다는 이야기도 있고, 살쾡이가 이곳에 살고 있어 이승이라는 이름이 되었다는 설도 있다. 하지만 그 어느 것도 정확한 유래는 없다. 또, 이 오름엔 표고 재배를 하고 있는 숲과 삼나무로 이루어진 숲도 존재해 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을 오가게 한다.
이승이오름을 정복하려면 총 세 개의 코스를 섭렵해야 한다. 첫 번째 코스는 가장 길고 볼 거리가 많은 이승이오름 순환코스로 2.5km 거리에 40분에서 한 시간 정도가 소요되는 코스다. 두 번째 코스는 삼나무 숲을 만날 수 있는 표고 재배장 코스로 첫 번째 코스와 갈림길에서 갈라지게 된다. 세 번째 코스는 정상으로 등반으로 등반코스로 750m 거리에 20분 정도 소요되는 트래킹 요소가 가미된 코스다. 이승이오름은 그렇게 큰 오름이 아니기에 세 개의 코스를 한 번에 섭렵이 가능했고, 그 순서와 방법에 대해 먼저 다뤄보려 한다.
이승악을 대표하는 화산탄
이승이오름 순환코스
이승이오름 순환코스는 굉장히 많은 볼거리가 있다. 2.5km 거리에 40분이 소요되는 이 순환 코스는 [이승이오름 앞 → 제2코스 갈림길 → 해그므니소 →정상 등반로 입구 →일본 군경도 진지동굴 → 화산탄] 로 이루어져 있다. 이 코스는 표고 재배장 갈림길 앞에서 왼쪽으로 가면 나오는 순환로로 많은 것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울창한 삼나무 숲과 화산탄은 이 코스에서 가장 빛나는 장소였다.
이곳에서 만난 화산탄은 특히 이승악을 대표하는 장소로 비주얼이 상당했다. 거대한 바위 덩어리에 동남아시아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 유적에서 봄직한 뿌리를 길게 내린 나무가 자라는 화산탄은 이승악 순환 코스에 자리 잡아 거대한 위용을 보여주었다. 또 순환코스를 걷다 보면 만나는 삼나무 숲길을 만나는데 우직하고 반듯하게 자라는 나무들의 모습이 장관을 이루고 그 사이로 들어오는 햇살은 따사롭게 다가와 행복한 기분을 선사한다.
정상을 향하는 등반코스
정상을 등반하는 코스는 짧지만 강렬했다. 100m 가량 남짓의 높이를 가지고 있는 이승이오름을 약 750m 정도의 거리를 걸어 올라가는 코스로 올라가는 내내 들리는 매미소리는 이 트래킹의 친구가 되어주고, 나무가 만들어준 그늘은 뜨거운 뙤약볕을 피할 수 있게 도와준다. 오름의 정상에 오르면 바로 코앞에 한라산이 보이고, 맞은편엔 서귀포 바다가 멀리 시야에 들어온다. 사방으로 뻥 뚫린 전망대에서 푸른 한라산의 모습을 본다면 이곳 이승이오름을 왔다는 것에 감사함을, 또 만족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표고 재배장 너머에 있는 삼나무 숲길은 이곳이 최고의 오름임을 알려주는 듯 올곧게 서있다.
표고 재배장 코스
마지막 코스인 표고 재배장 코스는 첫 번째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된다. (왼쪽은 이승이 순환 코스이다.) 시작은 오르막길로 시작되어 거부감이 들지만 시작점의 오르막을 제외하곤 이승이 순환 코스와 등반 코스와는 비교될 정도로 제법 평탄하다. 이곳을 약 10분 정도 천천히 걷다 보면 믿기 힘든 장면을 마주하게 되는데 그 모습은 마치 비밀의 숲과도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삼나무가 빽빽하게 가득 차있는 이 삼나무 숲은 화산송이가 붉게 깔려 걷는 내내 기분 좋은 포근함을 선사하고, 걷는 내내 퍼져 나오는 피톤치드 향은 더운 여름을 시원하게 만든다. 또 이 멋진 광경은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켜 현재 sns에 뜨거운 감자로 떠올라 많은 이들이 스냅사진을 찍으러 오는 장소가 되었다.
그저 가는 길마저도 아름다웠던 이승이오름
이승이오름은 시작과 끝마저 아름답다. 이승이오름으로 가는 길, 길 너머로 보이는 오름과 한라산의 풍경은 말 그대로 절경이었고, 그 모습에 이승이 오름은 시작부터 행복감을 준다. 또 오름이 끝날 때 만나는 목장의 소는 평화로움을 다시 한번 선사해 내가 숲을 좋아하는 이유에 온점을 찍어준다. 숲이기에 주는 평화로움, 숲이기에 만나는 아름다운 숲과 방목된 소까지. 이승이 오름은 시작과 끝이 완벽한 오름이었다.
이승이오름의 소는 뜻밖의 선물로 다가왔다.
뜨거운 여름, 이승이오름을 가보자. 삼나무의 그늘 속에서 맞이하는 시원한 피톤치드 향과 그늘은 우리의 기분을 한껏 올려줄 것이고, 방목된 소와 같은 뜻밖의 선물들이 눈앞에 나타나게 될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