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위 리더'. 그 묵직한 이름에 신대철은 최근 '바른음원 협동조합 이사장'이라는 타이틀까지 추가했다.
지금 시점에 왜 '바른 음원'인가? 불합리한 음원 수익 분배 요율로, 창작자가 가져가는 음원 수익은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월정액 무제한 스트리밍을 통해 한 곡이 재생될 때 저작권자(작곡·작사·편곡자)가 정산받는 금액은 쌀알 10톨의 가격보다 못한 0.6원에 불과하다. 실연자(가수·연주자)의 몫은 0.36원이다.
현재 음원 시장의 수익분배 요율
△음원 서비스사(멜론·지니 등): 40%
△음원유통사(로엔 등): 8.8%
△저작인접권자(제작사): 35.2%
△저작권자(작곡·작사·편곡자): 10%
△실연자(가수·연주자): 6%
신대철은 '바른음원협동조합'(이하 바음협)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음원 서비스 업체를 만들어 기존 업체들이 가져가는 수수료 40%를 20%대로 낮추겠다고 선언했다.
이미 굳어진 불합리한 유통구조를 정상으로 돌리는 것. 절대 쉽지 않다는 것을 신대철도 잘 알고 있었다.
대의명분에 공감하는 소비자들을 넘어 이 구조를 잘 모르는 소비자들까지도 유인해낼 수 있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선보여야 한다는 것 역시 잘 알고 있었다.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현재 앱 개발에 모든 사활을 걸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서비스인지 지금은 말씀 못 드린다. 극비니까. (웃음) 내년 상반기에 서비스를 시작할 것이다."
한국 음악 시장의 문제, 바음협 활동에 대한 신대철과의 일문일답은 아래와 같다.
신대철이 직접 나선 이유: "지금처럼 기형적인 시장은 없었다"
- 왜 굳이 협동조합까지 만든 건가?
(웃음) 결국은 음악이 하고 싶어서다. 몇몇 유명한 사람들이 아니고서는 음악으로 먹고살 수 없는 세상이 됐다. (음원을 유통하는) 플랫폼이 절대적인 권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신대철 씨가 4월 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회 문화관광산업연구포럼 주최로 열린 '음원시장의 창작자 권리 어떻게 지킬것인가'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서 발표하고 있다.
- 신대철 씨처럼 유명해도 마찬가지인가?
그렇다. 다르지 않다. 대형 기획사도 음원 수익에 대한 기대는 사실상 하지 않는다. 한류스타, 케이팝 스타들도 음원 자체만으로 벌어들이는 국내 수익은 사실상 ‘없다’. 대부분 해외 매출, 공연으로 수익을 벌어들인다. 예전에는 가수가 음반을 발표하면, 음반을 홍보하기 위해 공연도 하고 그랬는데 지금은 거꾸로다. ‘행사’를 하기 위해서 음반을 낸다는 얘기다. 찍긴 찍어도 판매가 잘 안 되니까. 그래서 우리 끼리는 음반을 ‘명함’이라고 부른다. ‘방송국 가서 명함 돌리고 왔어’ 이렇게.(웃음)
- 아버지인 신중현 씨가 '디지털이 음악을 죽였다'라고 말한 바 있다. 동의하는지?
(끄덕끄덕) 많이 동의한다.
- 왜 음악을 만드는 이보다 파는 이가 압도적인 수익을 올리는 구조가 된 것인가?
(피로한 듯 담배를 빼물고 심각한 표정으로) IMF 이후였던가. 사는 게 힘들어지면서 음악을 사지 않게 됐다. 그리고 초고속 인터넷이 깔리고, MP3가 생겨났다. 음악이 공짜로 유통되기 시작하면서, ‘음악을 돈 주고 사니?’ 하는 생활 패턴이 굳어진 것 같다.
- 이전에도 그런 구조를 깨기 위한 노력이 있지 않았나?
불법 사이트를 근절하기 위한 여러 움직임이 있었다. 2004년 SK텔레콤이 멜론을 만들면서 했던 이야기도 음악을 듣는 사람들을 (초저가지만) 유료로 끌어오겠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해서 시작된 게 스트리밍 서비스다. 당시 음반사들은 그렇게 생각했다. 우리가 열심히 노력해서 불법사이트를 근절시키면 다시 오프라인 시장이 살아날 것이라고. 하지만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시장은 스트리밍 서비스로 넘어가 버렸다.
- '그 어떤 시대도 음악가에게 유리하지 않았으나 지금처럼 기형적인 구조는 아니었다’는 이야기를 하신 적이 있다. 어떤 점에서 그런가?
30년 가까이 음악을 해오면서 LP, CD, MP3 등의 시절을 다 겪었다. 그 예전에, 음반이 히트되면 가수를 비롯한 제작자들이 돈을 벌던 시절이 있었다. 100만 장, 200만 장 가수가 나오지 않았나. 김건모, 신승훈, 조성모, 서태지처럼. 그 당시에는 그 정도 판매를 이뤄내면 기획사가 건물을 하나 살 수 있었다. 아니, 건물을 아예 새로 지을 수도 있었다.(웃음)
하지만 지금 상황을 보라. 음악의 사이클이 굉장히 짧아져 버렸다. 얼마 전에 서태지가 음반을 새로 냈지만, 불과 이틀 만에 차트에서 사라졌다. 이게 현실이다. (담배에 불을 댕기며 심각한 표정으로) 제가 가르치는 대학생들한테도 물어보곤 한다. ‘작년에 나왔던 음악 중에 기억나는 게 몇개나 되느냐’고. 그런데, 학생들은 ‘기억이 안 난다’고들 한다. 음악을 소장하는 게 아니라 일회용품처럼 소비하니까.
음악의 생명력이 짧아지면서 음악인들이 좋은 음악을 만들 이유가 없어졌다. 지금 TV를 보면 몇 개 안 되는 순위 프로그램들이 있지만 사실 의미가 없다고 본다. 음악의 본질과 매우 멀어졌다.
바음협 성공의 핵심: 소비자의 참여
- 황폐화진 음악 시장에 소비자의 책임은 없다고 생각하나?
그렇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소비자는 상품이 있으니 그걸 쓴 거니까. 따지고 보면, 소비자 잘못은 없다.
- 바음협의 핵심은 멜론, 엠넷과도 대적할 수 있는 음원 유통 서비스를 협동조합 형태로 선보이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멜론, 지니, 엠넷, 벅스, 소리바다와는 다른 음원 유통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다. 현재 앱을 개발 중이고, 내년 상반기 중에 서비스를 시작할 것이다. 출시 전에 종합적인 브리핑을 통해 따로 발표할 것이다. 바음협 성공의 핵심이 바로 앱 개발이기 때문에 현재 여기에 모든 사활을 걸고 있다.
- 무엇이 다른가? 이미 기존 서비스에 익숙해져 있는 소비자들을 어떻게 끌어모을 것인가?
차별화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굉장히 독특한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다. 예를 들어, 음악 직거래 장터도 만들 수 있고. 지금 미리 말씀드리면 다른 곳에서 아이디어를 가로챌 수도 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이 정도밖에 말씀을 못 드린다. 이해해 달라.
- 바음협에 대한 구상은 언제부터 한 건가?
다른 음원 유통 서비스가 필요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은 오랫동안 해왔다. 최근 협동조합 열풍이 불면서 협동조합에 대해 알게 됐고,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사람들끼리 시작하게 됐다. 만약 어느 누군가에게 수십억을 투자받아서 주식회사 형태로 사업을 벌였다면, 지금처럼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도와주려고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협동조합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본다. 만약 바음협이 잘 된다면 소외계층을 위한 음악교육 등 다양한 사회 활동을 펼치고 싶다.
- 바음협 활동을 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웃음) 돈이 없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돈을 들고 시작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지금은 굉장히 힘들다. 많은 분이 조합원으로 가입해서 함께 해주신다면 차차 나아지겠지.
신대철의 호소: "케이팝 위해서라도 바음협이 필요"
- 어떤 분들이 조합원으로 가입돼 있는지 궁금하다
음악 하는 사람도 있고, 개인이 아닌 회사나 법인도 있다. 다들 고민해 왔던 문제니까 많은 분이 관심을 가져주고 있다.
- 1차 목표가 '업계 점유율 5%'인데
그렇다. 내년 상반기 중에 앱을 출시해 업계 점유율 5%를 달성하는 게 1차 목표다. 현재 소리바다의 점유율이 그 정도다. 할 수 있다고 본다.
-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바음협에 가입해야 하는 이유'를 직접 말해 주신다면?
홍콩영화를 기억하시는지? 저는 어렸을 때 홍콩 영화를 즐겨 본 세대다. 그런데 어느 시점엔가 홍콩 영화가 사라졌다. 왜 그렇게 됐을까? 10분만 보면 결론이 보이고, 그 스토리가 그 스토리고, 나오는 사람도 비슷하기 때문이다. 재미가 없으니 사라진 것이다.
한국의 음악 시장도 마찬가지다. 현재 한국의 케이팝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지만, 언제 식을 줄 모른다. 하도 아이돌 가수밖에 없으니까, 외국인들은 한국에 아이돌 음악만 있는 줄 알 정도다. 한국에도 락밴드가 있고, 재즈 뮤지션이 있고, 힙합 하는 사람이 있는데. 외국인들과 이야기하면 '아니, 한국에도 락밴드가 있어?' '한국에도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이 있어?' 그렇게들 반응한다. (웃음) 그만큼 한국 음악이 왜곡돼 알려졌다.
지금은 아이돌들이 해외 매출을 엄청나게 올리고 있지만 만약 중국에서 더 뛰어난 아이돌이 나온다면 어떨까? 국내 음악 시장은 저가로만 형성돼 있는데, 아이돌들은 어떻게 살아남을까. 현재 케이팝 스타들이 많지만, 사라질 때가 '반드시' 온다. 해외 매출도 없어지고 하면, 결국 SM·YG 같은 곳도 흔들리지 않겠나.
케이팝 열풍을 이어가기 위해서라도 바른음원협동조합이 필요하다. 우리는 음악의 생명력을 극단적으로 짧아지게 만든 주범인 멜론과 같은 음원서비스 플랫폼과는 다르게 할 것이다. 좀 더 오랫동안 음악이 유통될 수 있게끔, 음악인들이 음악을 할 수 있게끔 말이다. 이대로 가면 한국 음악은 망한다. 음악 소비자분들이 이 부분을 반드시 생각해 주셨으면 한다. 부탁드린다.
바음협에 대한 추가적인 정보
- 바음협: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만족할 수 있는 디지털 음원 서비스 플랫폼 개발'을 주요 사업으로 7월 16일 출범한 협동조합. 11월 10일 공식적으로 조합원 가입을 시작한 지 8일 만인 18일 현재 조합원 수 707명.
‘뛰는 개가 행복하다’ 신대철 김철영 지음 이 책은 라디오 PD 김철영이 신대철을 인터뷰한 인터뷰집이다. 올해 신대철은 뮤지션보다는 활동가로서 삶을 살았다. 지난 4월 신대철이 SNS에 올린 불합리한 한국 음원유통구조에 대한 글이 일파만파 퍼졌고, 이는 그 대안이라 할 수 있는 바름음원 협동조합(이하 바음협)의 출범으로 이어졌다. 이 책은 신대철의 어린 시절부터 최근 바음협 출범에 이르기까지 신대철의 일대기를 다루고 있다.
신대철의 인생이 곧 한국 대중음악의 한 단면이다. 그가 어린 시절 아버지 신중현과 함께 김추자, 김정미, 박인수, 이남이 등을 본 이야기부터 시나위 시절에 다양한 뮤지션들과 얽히고설켰던 일화들이 무척 흥미롭다. 인터뷰어인 김철영이 워낙에 이야기를 잘 받아주다 보니 가요계 이런저런 야사들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솔직하게 다 이야기하는 신대철의 직언은 통쾌하기까지 하다.
글을 읽다보면 활동가로서 ‘바음협’을 만들게 된 신대철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다. 시나위, 록을 하기 위해 가요계의 굴절된 상황들과 싸울 수밖에 없었던 신대철. 그는 머리말에서 “나는 엄청난 성공을 거둔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실패와 친하다. 그래도 후회하지 않는다. 하고 싶은 것 실컷 했으니 된 거 아닌가”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보면 신대철 덕분에 우리 가요계의 지형도가 꽤 변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행보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것도.
“음악가들이 프레임 전쟁에서 지니까요. 다른 사람들이 설정한 프레임 안에서 살려고 하니까요. 그걸 바꾸려는 생각을 하기 어려웠죠. 그걸 지금부터 해야죠.”
시나위의 신대철이 추진하는 '바른음원협동조합'이 다가오는 16일 정식으로 출범한다. 지난 4월부터 바른음원협동조합 추진위원회를 발족해 활동을 시작했고 같은 달 30일, '음원 창작자 권리, 어떻게 지킬까'라는 의제로 국회토론회를 열며 지속적으로 논의를 이끌어냈다. 각고의 노력이 이제 조금씩 빛을 보려한다.
기억을 더듬어볼까 한다. 인터뷰는 지난 4월 말에 가진 만남이었다. 유독 더웠던 날이었음에도 멀리서 다가오는 신대철의 복장은 한눈에 봐도 길고 또 두꺼웠다. 가까이서보니 안색도 그리 좋지 않았다. 목소리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제부터 몸살이 났어요.” 인터뷰, 괜찮을까. 걱정으로 운을 떼니 요즘 밤늦게까지 공부하느라 상태가 안 좋아졌다는 답이 돌아온다. 그러고서는 현 음원 시장 상황에 대한 설명이 바로 이어졌다. 한 시간 반 동안 쏟아진 말들 속에는 많은 고민과 연구, 그리고 적잖은 분개가 자리했다. 행동하는 분노의 지식인. 그날의 신대철은 시나위의 기타리스트가 아니었다.
현 음원 시장 상황이 어떻습니까.
전체 음원 수익 구조를 보면 로엔(멜론)이 반 이상, 54%를 차지해요. 모든 가격 정책을 로엔에서 먼저 정해놓고 나머지 업체가 그걸 따라가는 상황이죠. 말 그대로 대기업 자본 논리입니다. PLC(Product Life Cycle; 제품 수명 주기)가 한 기업에서 나오고 있잖아요. 음원 산업은 다른 콘텐츠 산업에 비해 굉장히 불리한 구조를 갖고 있다고 보면 돼요. 타파해가려면 스스로 자생하는 길밖에 없죠.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하는 구조로 말입니다.
스트리밍 중심의 소비 방식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스트리밍이 보통 디지털 음원을 사용하는 대표적인 방식으로 굳어졌어요. 엄격히 말하면 이건 대여업입니다. MR방식(Monthly Rental; 월 정액제 방식의 대여)이라는 렌탈의 일종이죠. 어렸을 때를 생각해보면 우리는 항상 음악을 소유해왔잖아요. LP를 쓰거나 CD를 쓰거나 하는 식으로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소유하지 않고 대여해서 듣는 방식이 생겨났어요. 그때 나온 게 스트리밍입니다. 2000년대 초에 광통신 고속인터넷이 깔리면서 냅스터나 소리바다처럼 무료 배포 방식이 많아졌을 때, 현상을 막기 위해 MR방식을 택하면서 지금의 스트리밍이 등장했어요. 산업 관계자들이 그렇게 주장을 하죠. 틀린 주장은 아니에요.
틀린 주장이요?
2004년 이후에 음원이 0원이었던 시장을 2000억 시장으로 만들었다는 얘기가 있어요. 뭐, 그런 업적이 분명 있겠지마는 문제는 분배방식이에요. 위탁 서비스를 하면서 40%를 가져간다고 하잖아요. 유통 수수료가 40%예요. 마진도 없이 말이죠. 게다가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을 보면 한 달에 100곡 듣는 사람도 있고 200곡, 300곡 듣는 사람도 있잖아요. 많이 사용할수록 음원 제작자에게도 많이 돌아가야 하는데 정작 그 혜택이 어디론가 사라져버리죠. 왜 음악에는 정가가 없을까요. 세상 모든 물건에, 하다못해 이 종이컵에도 정가가 있는데. 이마트나 롯데마트 같은 대형마트도 마진율이 25%를 안 넘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대여만 하는데도 40%. 상업적으로 있을 수 없는 사회죠. 거의 착취에 가까워요. 이걸 이번 (지난) 4월 30일 국회 공청회에서 얘기할 예정입니다.
비합리적인구조가 된 원인을 어떻게 보시나요.
우리나라 음악시장이 굉장히 빠른 속도로 변했어요. 1990년대 후반, 그러니까 IMF 이전과 이후가 판이하게 다릅니다. 이전이라고 한다면 굉장히 전통적인 방식의 시대죠. LP나 CD, 기존에 우리가 듣던 것들의 시대고, 그 이후라면 시장이 붕괴되면서 IT 산업이 발전하고 인터넷도 발전하면서 들어온 시대입니다. 통계를 보니까 1999년에 벌써 인터넷 사용자가 천만이 넘었고 불과 몇 년 후에 또 이용 가구 수가 천만에 달했어요. 기하급수적인 발전이죠. 여기에 음원을 MP3로 전환하는 기술이 생겼고 또 P2P로 공유할 수 있는 기술도 들어왔죠. “어? 음악을 공짜로 들을 수 있네?” 비슷한 시기에 냅스터가 나온 겁니다. 메이저 레이블들도 망하기 직전이었어요. 그 쯤, 2003년에 스티브 잡스가 아이팟 갖고 나오면서 아이튠즈를 소개했잖아요. 거기 시장에는 어느 정도 음원 정가가 자리 잡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 대해 구체적으로 듣고 싶습니다.
우리나라는 모바일 시대로 넘어갔죠. 다들 휴대폰을 갖게 되고 벨소리랑 컬러링들 많이 이용했잖아요. 온라인 시장이 오프라인 시장을 가볍게 넘기더라고요. 여기에 도토리로 음악을 사고 팔던 싸이월드도 있었죠. 음반 산업이 전통적으로 갖고 있던 가치가 온라인 시장으로 훅훅 넘어가더랍니다. 그때부터 종속되기 시작한거예요. 블루코드라고 싸이월드에 음원을 공급하던 업체가 있었어요. 그 회사가 도레미(미디어)를 현금으로 인수하더라고요. 우리나라 오프라인 음반 기업 중 가장 큰 규모였던 도레미를. 그런 변화가 일어난 거죠. 지금은 스마트폰들 쓰잖아요. 컬러링, 벨소리 급격하게 사라지고 싸이월드도 없어지고. 그쯤 이동통신사에서 부가서비스 산업으로 만들어낸 게 음원산업이에요. 이젠 완전히 종속돼버린 거죠. 디지털 음원을 폰에서도 듣고 컴퓨터에서도 듣고. 여기에 발맞춰서 스트리밍이 활성화됐어요. 음원을 갖지 않고도 바로 들을 수 있게끔 대여해서 들으라는 거죠. 여기에 자사 상품 50% 할인해주면서 한 달 이용료 3천원에 모든 음원을 들을 수 있게도 만들고.
음악계가 제대로 예측하지 못 한 건가요.
모든 수요가 저희 예측을 앞질렀죠.
스트리밍 시스템을 시행한 지도 꽤 됐잖아요.
아무도 얘기를 안 합니다. 오히려 소비자가 잘못했다고 얘기해요. 너희들은 왜 CD 안사, 왜 다운로드 안 받고 스트리밍해, 하면서 따지는 거죠. 그러면 안 된다는 겁니다. 소비자가 잘못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소비자는 죄가 없습니다. “싸게 나온 제품이 있어서 산 거다, 내가 내 돈 내고 내가 하는 거다“라고 말하는 데 무슨 잘못이 있어요. 소비자는 선한 사람들입니다. 여기다 대고 뭐라 그러면 안 되죠.
▶지난 4월 30일 국회토론회
바른음원유통협동조합에 대해 얘기해보겠습니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하는 협동조합의 사례가 있었나요.
유례를 찾기 힘들죠. 음악 산업 현장에 있어 음원 협동조합을 하기도 힘들고. 아마 따지고 보면 처음 있는 사례일 것이라 생각해요. 우리나라의 특수한 사회적 상황 때문에 이런 방식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어요. 음악이란 게 사실 소비자가 없잖아요. 공감을 하는 수단이니까. 이용자가 없다면 음원을 만들어봐야 소용이 없죠. 결국은 뮤지션과 함께 해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같이 갈 수밖에 없어요.
음원시장의 창작자권리도 같이 보장하는 활동인가요?
저작권은 관련 협회들이 있으니 그 문제는 그분들이 중점적으로 다뤄야하고요. 제가 말하고 싶은 건 지금의 퍼센티지로 나눠 갖는 건 문제가 있어요. 정가가 없잖아요. 왜 우리나라 모든 산업에는 정가란 게 있는데 음악에는 왜 없을까요. 우리가 성공한다면 (저작권협회 측에서) 20년 동안 못 해 온 걸 하는 겁니다. 저작권협회 규모가 상당히 큼에도 불구하고 창작자권리 보장이라는 일을 여태껏 못 해왔잖아요. 게다가 신탁단체가 세 개나 있는데.
어떤 배경으로 실시하게 되었나요. 최근 SNS에서의 글들을 보면 오래 전부터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문제점에 대해선 오래전부터 생각을 해왔어요. 어디서부터 이런 구조가 생긴 것일까. 시장은 계속 커진다는데 실제로 뮤지션에게는 왜 이리 적게 돌아올까. 동반성장은 없고 왜 회사만 커질까. 그 안을 들여다보니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구조더라고요. 이걸 바꾸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어요. 공정성의 문제기도 하고요. 여기에는 철학적인 접근도 필요하고 다른 산업과의 비교분석도 필요하죠. 음악의 가치와 원가의 필요성도 당연히 제기해야하고요. 돈을 들여서 우리가 만들었는데 왜 우리가 가격결정을 못한 채로 팔고 대여해줘야 하죠?
신중현 선생님께서 “디지털이 음악을 죽였다”고 말씀하셨죠. 이 발언은 언제쯤인가요.
그렇게 오래전은 아니고. 최근입니다.
활동 계획이 궁금합니다.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한다는 소식이 있던데요.
앱 개발로 가야죠. 온라인보다 모바일이 커지는 추세니까요. 이왕 앱을 만들 거 쿨한 앱을 만들자고 우리 모두 생각하고 있어요. 다른 음원 사이트 앱을 보면 상당히 구리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진짜 퀄리티도 높고 심플하면서도 쿨한 앱을 개발해보자는 겁니다. 재밌는 기능들을 많이 넣을 예정이에요. 아이디어들도 많고 연구도 많이 하고 있죠. 대기업 앱에서는 볼 수 없을 기능들일 겁니다. 그곳들은 워낙 비대해서 못해요. 기동력이 없으니 결재서류 다 넣어야하고 개발, 제작에 시간이 많이 소요되죠. 앱을 통해 하나의 새로운 놀이문화를 만들어보자 하고 있어요. 내용을 잘 말씀드리긴 어려워요. 개발단계, 개발이라기보다도 구상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아이디어가 새나가면 안 되거든요. 하여간.
말씀하신게 우리라고 하셨잖아요. 어떤 사람들이 함께 하고 있습니까.
그것도 아직 밝히긴 어려워요. 발기인은 있고요. 많이 모아서 할까하는 생각도 하고는 있는데 그러면 움직이긴 불편하잖아요. 지금은 여덟, 아홉 명 정도 있죠. 참가하려는 분들도 굉장히 많아요. 조금 자제하고는 있죠. 각계 전문가도 있고 정치계 쪽에 계신 분도 있어요. 협동조합을 운영하시는 분도 있고요. 이름을 얘기하면 대충 아실 분들도 있고 하니 밝히기 아직 어려워요. 보안상 어떤 장면이 나올 수도 있기 때문에... 물 흐리기를 할 수도 있고 발기인만 천 명 모은다 하면 나쁜 마음먹고 삼백 명 심을 가능성도 있죠. 여러 요소들 때문에 지금은 최소 인력으로 움직이고 있어요.
제작 기간은 얼마나 두고 있나요.
앱 개발하는 게 최소 3개월이더라고요. 우리가 만들려는 건 굉장히 쿨한 것이기 때문에 사실 좀 더 길게 두고 정말 멋진 걸 만들고 싶어요. 시간이 좀 더 걸려서 만들겠다는 욕심도 있어요. 음악 산업은 1,2년짜리가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해야하고 또 음악가들의 권익을 최대한 보장해줘야 하기 때문에 음악을 재생산할 수 있게끔 하자는 겁니다. 지금 상황에서는 수익을 창출해서 다음 작품을 위한 재투자가 가능한 선순환 구조가 전혀 마련될 수 없어요. 엄청난 악순환이에요. 황당한 얘기 하나 해드릴게요. 디지털 싱글 두 곡을 발표한다고 하면 저는 이제 계산이 딱 나와요. 그전엔 몰랐다가 이제 아는 거죠. 도저히 답이 안 나오는 거예요. 주위에서 왜 뮤비도 안 찍고 돈 천만 원 들여 홍보도 안 하냐고 하는데, 그 순간 천만 원 빚이 생겨요. 시나위도 수익 얼마 안 나요. 방송 3사에 홍보하고 뮤비 찍고, 이건 못할 짓이에요. 계속 다음 빚만 늘어나는 실정입니다.
음원 판매 방식도 궁금합니다. 네다섯 단계의 현 음원유통과정을 과정을 축소시키는 건가요.
줄일 수도 있겠고요. 직판장의 개념으로 하려 해요. 음원 직판장. 미니홈피 같은 방을 하나 내주고 자기가 만든 음악을 올리면 바로 판매가 되게끔 하려 하죠. (사운드클라우드처럼요?) 네. 일종의 그런 셈이죠.
그럼 아티스트들의 참여여부가 중요할 텐데, 독점계약 방식으로도 운영할 생각이신지.
아뇨 그런 건 없어요. 오픈 마켓이에요. 주위 둘러보면 많은 마켓이 있잖아요. 이마트니 뭐니 하면서. 그런 식으로 하나 더 만드는 거예요. 여기다가도 납품하고 저기다가도 납품하고. 그러다 마진이 많이 남는 마켓이 하나 생기는 거죠.
음원마다 가격이 다를 수도 있겠군요.
그럴 수도 있어요. 자기가 만들었으면 자기가 가격을 정할 수 있어야 해요. 무료로 판다고 하면 무료로 파는 거죠. '이 음악만큼은 500원 정도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면 500원에 파는 거예요. 최소한 그 정도는 정할 수 있는 거 아니겠어요? 노동력의 대가를 왜 대여업체 쪽에서 맘대로 정합니까. 말이 안 되는 거죠.
현행 40%의 수수료를 내리겠다고 하셨습니다.
갑자기는 못해요. 일단은 20%, 장기로는 10%만 가져가려 합니다. 지금은 유통 단계 수수료로 40%를 가져가고 있잖아요. 진짜 고혈 짜는 겁니다. 자기들은 손해 보는 게 하나도 없어요. 그냥 가져가는 거예요.
스트리밍은 아예 생각을 안 하시는지.
사실 세계 각국에서 시작하는 추세에요. 우리가 거꾸로 가는 거죠. 스트리밍은 세계적인 추세입니다. 가격이 높아지면 안 들을 거다, 불법 다운로드를 하게 될 거다라고들 하는데 다 개소립니다. 이런 얘기들은 온라인 음원서비스 업체들이 자신들을 보신하기 위해 하는 협박이에요. 요즘은 모바일로 알아서 변환해서 모바일로 다운로드하잖아요. 사람은 돈을 조금 내고서라도 짜증이 안 나는 방법을 찾습니다. 접근성이 안 좋으면 짜증이 나기 때문이에요. 결국 착한 소비를 하게 되는 거죠. 이용해왔던 방식들보다 더욱 좋은 모델이 있으면 말이죠. 스트리밍은, 기본적으로 해야겠죠. 조금 다른 방식으로 할 겁니다. 지금 말하기는 어렵고 아직 연구 단계기도 해요. 스트리밍을 전혀 하지 않을 수는 없죠. 다만 장기적으로 다운로드를 유도하려 하는 겁니다. 저쪽(대기업)과는 반대예요. 저쪽은 스트리밍으로 유도하는 거고 우리는 다운로드해서 가져가게 하는 거죠.
중요한 시점에 시작하셨습니다. 경쟁을 어떻게 할 생각인가요.
사실은 경쟁이 안 되죠. 경쟁이 안 되고. 사람의 성선설에 기댄다고 할까요. 이런 거예요. 커피 얘기를 해볼게요. 공정무역을 하고 노동력을 착취하지 않는 착한커피가 나온다고 해도 사실 스타벅스가 없어지진 않잖아요. 착한커피를 먹는 사람이 스타벅스에 가기도 하죠. 그러면서도 '그래도 난 꽤 좋은 사람이기도 하구나'하고 생각하기를 바라는 거예요. 저도 많은 대형 커피숍에 가지만 조금씩 죄책감을 느껴요. 어떤 업체라 애기할 순 없어도 '여긴 노동력을 많이 착취한다던데 다음에 누구 만날 땐 여기 말고 다른 데서 보자고 해야겠다'하고 생각하는 거죠. 윤리의식에 완전히 기대겠다는 건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개념을 이야기한다면 거기서부터 시작하지 않을까 싶은 거죠.
▶지난 4월 30일 국회토론회
시장 점유율도 따져야 할 텐데요.
우리가 당장은 뭘 시작한다 해도 시장점유율 측면에서는 상당히 크기가 작을 거예요. 일단은 5%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5%를 점유하고 시작한다면 굉장히 성공할 수 있을 거라고 판단하고 있어요. 나중에 음악 하시는 분들, 콘텐츠 생산하시는 분들이 보시면 알 겁니다. 95%를 점유하는 업체들에게서 받는 정산금액이랑 5%의 우리에게서 받을 정산금액이랑 비교하시겠죠.
곡당 가격이 영미권은 1000원대, 일본은 3000원 가까이도 올라간다고 들었습니다. 반면 우리는 비싸야 500원이죠. '500원의 타성'에 익숙해져있지 않을까요.
인식을 없애긴 어렵죠. 아까 말씀드렸듯 멜론 사용자가 어느 날 느낀 죄책감에 기대하는 거니까요. 그래도 알려 나가야죠. 일종의 계몽이 필요합니다. 이런 거죠. “당신이 산 가격에서 당신이 사랑하는 아이돌 오빠한테는 얼마나 가는지 아느냐” (웃음) 이런 식으로요.
매체 변화를 현 상황의 큰 원인으로 지목하셨습니다. 매체 변화에 따른 음악의 변화도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의미 있는 음악가가 덜 나오고 있어요. 미래를 본다면 문제가 있는 거죠. 서태지 같은 사람이 나올까요. 힘들다고 봐요 저는. 음악을 잘 만들고 못 만들고의 문제가 아니라. 자생능력이 없어서 그렇습니다. 계속 대형기획사 제작 위주의 기획 상품만 나오는 거죠. 수억, 수십억을 투자해 오디션 보고 작곡가들 투입하고 춤, 노래, 연기 트레이닝 시켜 만든 사람들만 나오잖아요. '난 알아요'는 서태지 자기 혼자 기획해서 만든 거예요. 돈 가져다 스튜디오 렌탈하고 세션 가져다 만들었어요. 이제 그런 게 나오기 힘들죠. 확실해요. 최근의 경우라면 장기하 정도? 스스로 나온 건 장기하 정도가 유일하지 않을까.
오랫동안 록 신에 계셨죠. 록 신의 상황은 어떻다고 보시는지.
우리나라엔 장르음악이 없어요. 그런 게 어디 있어요. 다 척 하는 겁니다. 시장이 있어야 장르 음악이 있는 거지. 여기엔 다 이유가 있어요. 대형 유통업체에서 다 북 치고 장구 치고 하다보니까, 왜 요즘에는 음원 서비스만 하던 업체들이 돈 크게 버니 제작까지도 하잖아요. 그럼 84%를 가져가는 거예요.
현 인디 신은 어떻다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태동기부터 봐왔잖아요. 사람들이 홍대 신을 어떻게 만들어왔는지 알잖아요. 일본에는 음반 100만 장을 파는 인디 밴드가 있어요. 우리나라 규모에서는 100만 장까지는 어렵죠. 그래도 만 장 팔면 성공한 겁니다. 발표했을 때 만 장은 팔아줄 수 있는 팬들이 있다는 거죠. 홍대 신 그 카테고리에는 나름 자생력이 있다는 소리예요. 그런 사람들이 많아져야 합니다. 대형 기획사 위주로 움직이는 시스템엔 병폐가 많아요. 창조적인 사고나 융합을 기대하기 어려워요. 우리나라에선 인정받지 못 하는 독특한 음악이 유럽에선 '이게 뭐지' 싶을 정도로 엄청 좋은 반응이 있을 수도 있잖아요. 현재로는 거기까지 가는 경로가 없어요. 열어줘야죠. 여러 측면에서 봤을 때 그런 것까지 연구하고 길을 자꾸 만들어가야 할 것 같아요.
사실 이런 일들이 소수일수록 정부 지원이 필요하죠. 정부가 나서야할 일이 있다면 어느 부분일까요.
창작자를 보호하지 않으면 문화콘텐츠 산업에 가치가 없죠. 자격도 없고요. 콘텐츠 만드는 사람이 제일 중요하고 원 소스 만드는 사람들이 제일 중요하잖아요. 그들의 가장 밑에서부터 제일 보호해주고 제일 지원도 많이 해줘야하는데 그 위에 있는 기업에만 해주니까 문제죠. 아니, 열심히 만들어놓고 가게 주인한테 “진열대에다 놓고 팔아주세요”라고 했더니 원작자가 가져갈 이윤을 다 가져가버리면 내가 만들 이유가 뭐가 있어요. 눈으로 잘 안 보이는 거라 인식이 어렵죠.
창작자, 실연자가 받는 금액이 잘해야 30원, 40원 선이죠. 이것저것 떼고 남는 이익입니다. 다음 음반을 내고 홍보, 뮤비까지 찍는다면 곡당 수익이 최소 얼마 정도 되야 하나요.
정가제가 시행돼야 합니다. 몇 퍼센트 정책으로 따지고 들어가는 것보다 최저 가격을 보장하는 게 우선이에요. 음원도 음원정가제가 있어야합니다. 법적으로 보호받아야 해요. 이것도 국회에서 얘기하려고 합니다. “당신네들이 법 좀 만들어주쇼.”하고요. 여기에는 사회적 협의가 있어야겠죠. 열 곡짜리 음반 한 장을 만원이라고 쳐봅시다. 이것저것 다 빼고나면 곡당 600원 정도, 거기다 제작비까지도 제하면 400원 정도가 남아요. 저는 400원에서 500원 정도로 원가를 보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이제 여기다 이윤 붙여서 팔게끔 해야죠. 이게 정당한 거 아닌가요?
SNS에 남긴 말 중 “계란으로 바위를 치면 악취라도 날거다”라는 문구가 있었죠.
무모한 도전이기도 합니다. 주위에선 다들 미친 거 아니냐고 그러죠. 대부분 반응이 다 그래요. 다만 바라는 것은 나와서 봐야한다는 점. 이쪽에서 저쪽을 보고 저쪽에서 이쪽을 보면서 뭐가 잘못됐는지를 봐야 해요. 그 안에 갇혀있으면 아무것도 안 보여요. 매트릭스죠. (웃음) “이거 먹을래? 아니면 이거 먹을래?
앞선 말씀 중 계몽을 언급하셨습니다.
소비자는 적이 아닙니다. 동반자예요. 팬이 없는 음악은 없어요. 관계를 만들어 나갈 수 있게 움직여야죠. “양질의 음악을 듣고 싶으세요? 여기 있습니다. 짠!”하면서. (웃음)
올 가을쯤 그럼 제대로 만나볼 수 있는 건가요.
처음에는 가을쯤 되지 않겠어했는데 이제 5월도 되고.. 정말 잘 만들려고 해요 시간이 걸리더라도 정말로. 내가 써보고 내가 화딱지 나면 안 되잖아요. “이거 씨, 뭐야 이게.” (웃음) 이게 아이디어 싸움이고요.
최종 목표가 무엇입니까.
음악가들에 자생력을 주는 것. 우리나라의 음악 시장을 바꾸는 것. 최소한의 원가를 보장해줄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목표를 달성해야죠.
오래 생각을 했을 텐데요. 이제 해야겠다는 생각은 언제쯤 들었나요.
작년부터. 이젠 안 되겠다 싶었어요. 나는 평생 음악을 만들 직업에 있다고 생각하는데 수익이 안 나면 뭘 더 만들 수 있겠어요. 이걸 팔아서 다음 걸 만들어내죠. 도서며 영화며 다 이게 가능한데 현재 음악은 불가능합니다.
여러모로 현 상황에서 가장 적합한 인물이 일어나지 않았나합니다.
누가 좀 해줬으면 좋겠는데... 하고 있었죠. (웃음)
인터뷰 : 김반야 이수호 전민석 정리 : 이수호 사진 : 전민석
“지금은 유통 자본과 대기업 자본에 의해 성장했던 한국 문화 산업이 지금은 거꾸로 유통 기업의 과다한 독점과 산업 구조의 문제로 위기를 맞게 됐습니다.“ (이동연 한예종 교수)
재주는 곰이 부리지만 돈은 ‘문화 유통 자본’이 더 많이 가져간다. 대표적인 유통 플랫폼으로는 CJ와 멜론, 넥슨, 카카오, 구글 등이 있다. 이 같은 플랫폼 사업자에 대해 문제제기 목소리를 내는 시간이 마련됐다. 12월16일 국회 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문화콘텐츠산업 유통 불공정행위 관련 국회 공청회‘다.
이날 자리는 문화사회연구소가 주관했고 배재정 의원실과 문화연대가 주최했다. 공청회에는 장서희 법무법인 나눔 변호사, 이동연 문화연대 공동집행위원장 및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강신규 문화사회연구소 연구원, 신대철 바른음원협동조합 대표, 이종임 고려대 언론정부학부 강사, 최현용 한국영화전략연구소 소장,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 등이 함께했다.
장서희 변호사는 현재의 콘텐츠 수익구조에서 유통사업자에 지급되는 수수료율이 지나치게 높다고 밝혔다. 그는 “모바일게임 시장이 잘 되고 있지만 유통 과정에서 카카오톡 같은 새 플랫폼이 등장하며 추가 비용이 발생해 정작 개발사 수익은 크지 않다”라며 “퍼블리싱 업체를 통해 카카오톡에 입점한 모바일게임(안드로이드 기준)의 수익분배 구조를 단순화하면 게임 매출의 30%가 구글플레이, 그 나지 70% 가운데 30%는 카카오가 가져간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수익분배율을 바꾸기란 쉽지 않다. 예를 들어 모바일게임에서 카카오는 시장 경쟁을 위해 꼭 거쳐야 하는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또한 특정 플랫폼이 지배적인 구조를 차지하면 문화 다양성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고 장 변호사는 설명했다. 그는 모바일게임 시장을 예로 들며 ”지배적 사업자의 트렌드에 부합하기 위해 모방이 많다”라고 지적했다. 실제 카카오게임에서 ’애니팡‘같은 캐주얼게임이 인기를 끌자 그와 비슷한 게임이 대세를 이뤘다.
음악 시장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게 장서희 변호사 설명이다. 그는 “미국 아이튠즈는 다운로드 한 곡당 0.99달러를 생산자와 서비스가 7대3으로 나누지만, 국내는 한 곡당 600원을 6대4로 나눈다”라며 “온라인 음악시장을 주도해온 멜론 등이 모회사였던 통신사 마케팅의 일환으로 사용되며 값이 더 낮아졌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멜론 도입 초기에 SKT의 고객 기반이 멜론을 지금 위치에 올려놨지만 멜론 역시 SKT 고객 유치를 위한 마케팅 역할을 했다”라고 밝혔다.
△ 창작자의 음원 수익료 60% 중에는 유통사의 수수료와 신탁관리단체 수수료 등이 포함되고 음반제작사 수익 44% 중 20%는 음원 유통사에 지급한다. (자료 : 문화콘텐츠 유통시스템의 구조적 문제점, 장서희 변호사)
또한 장 변호사는 “음반시장 몰락 후 나타난 디지털 음원 시장의 수익이 창작자들이 아닌 서비스업자의 직·간접적인 이익에만 편중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신대철 바른음원협동조합 대표는 “음원 가격 분배 정책에 대한 토론의 장이 없었다”라며 “(있었다 해도) 음악가들이 그 자리에 참여할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신 대표는 “그들이 설계해 놓은 방식대로 가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음악 소비 패턴에 대한 면밀한 연구가 필요한 것 같다”라고 밝혔다.
이동연 교수는 “유통사더러 착해지라고 할 수는 없다”라며 “대안적인 착한 유통 시스템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바른음악협동조합처럼 창작자들 스스로 조직화해 독점 구조에 맞선 유통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고 봤다. 이 교수는 “대안적 멜론이나 대안적 엠넷, 대안적 인터파크를 만드는 식으로 확산돼야 한다”라며 “내년부터 같이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음원 사재기’ 등으로 왜곡되는 시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음원 사재기란 음악차트 순위를 조작하거나, 저작권료 수입을 목적으로 저작권자 또는 저작인접권자가 해당 음원을 부당하게 구입하거나, 전문 브로커 및 기타 관련자로 하여금 해당 음원을 부당하게 구입하도록 하는 행위를 말한다. 이동연 교수는 “공공연한 비밀이지만 음원 사이트 상위 차트권에 있는 단기간 순위 차트에 있는 곡들이 음원 사재기로 만들어진다”라고 말했다.
장서희 변호사는 “사재기는 음원 차트 순위를 인위적으로 조작해 소비자들에게 전달되는 정보를 변질시키고 소비자들의 선택을 왜곡해 음원 유통 환경을 심각하게 왜곡시킨다”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음원 사재기에 대한 수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않다. 이동연 교수는 “로그 파일이 다 기록돼 있어서 실체를 파악할 수 있다”라며 “경찰은 어디서 어떤 곡들이 내려받아졌는지 밝혀줄 수 있는데 수사가 안 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음원 사재기가 일어나는 이유는 단순하다. 차트 순위가 음원 판매와 가수 인지도에 제일 효과적인 마케팅이 되기 때문이다. 이는 음원 차트 자체가 음악 소비에 매우 강력한 영향을 주는 환경 탓도 있다. 장서희 변호사는 “차트에 진입해야 방송 출연과 행사 섭외 등 수익에 영향을 주니 수익을 위해서라도 차트 진입이 절실하다”라고 지적했다. 이동연 교수는 “음원 사재기로 인해서 아티스트형 창작가수 노출 빈도는 줄어들어 버티기가 어려워질 정도”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대안은 없을까. 최현용 한국영화전략연구소 소장은 “우선 매출 집계부터 공식화하자”라고 밝혔다. 최 소장은 “(영화의 경우엔) 박스오피스를 실시간 집계해서 극장별 관객수와 영화별 매출을 확인할 수 있다”라며 “문제가 많다고 하지만 그래도 신뢰도가 95%를 넘는다”라고 말했다. 현재 영화진흥위원회는 영화 시장 유통 구조를 투명하게 들여다보기 위한 목적으로 전국 영화관 입장권 발권 정보를 온라인 실시간으로 처리 및 집계하는 시스템인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을 운영하고 있다.
△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시스템구조도
이와 비교해 음원 시장은 매출 집계가 투명하게 공유되고 있지 않다. 최현용 소장은 “저작권 협회나 노래방 차트 등 집계가 제각각이라 따지고 들어가면 확인할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며 “기본적으로 매출이 집계되지 않고 청중수도 집계되지 않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은 던져주는 대로 받는다”라며 “스트리밍 건당 몇 명이 이용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라고 말했다. 최 소장은 “국가 매출 집계 국가 차원의 전산망 시스템을 만드는 데 같이 노력했으면 좋겠다“라고 강조했다.
첫댓글 너무 괜찮은 분이신듯 해요 멋집니다 행보 하나하나가
당신을 응원합니다
마왕도 함께 했었던 바음협에 더 많은 분들이 관심 가져주셨으면 합니다.
멋져 보여요...뫙이 무얼 원하셨는지..알고 계신거같구요...
정말 지금이라도 바로 잡아야 할 부분 인 것 같아요.
가요계의 르네상스 시대였던 90년대 처럼 다시금 음반시장이 활성화가 되고 음악 생명력 또한 길어지길 바랍니다.
멋집니다. 너무너무 감사드려요!!
신대철님 행보를 보면 마왕생각납니다..좋은일에 앞장서주시니 더많은관심기울여야겟어요..너무 감사하고 또,마왕이안계시는 지금이순간 대철님께서 계신다는생각하면 든든한맘은멀까요..시나위에 더관심도가고 그러네요..
나설 때 확실하게 나서주는 모습 너무 멋지네요 진짜 바음협 잘되셨으면요
퍼가요
원래기사에 링크가 걸려있답니다 ㅡㅡ;
이제서 하나하나 읽어보네요 읽어보니 심각하네요. 하....
바음협 잘되야할텐테 좋은 글 잘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