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 - 수레바퀴 (1)
허인회는 마치 유람을 하듯 천천히 움직였다. 섬서에서 태행산맥을 넘어 하남에 들었고, 지나는 현마다 들려 환단을 거래하며 움직였기에 진행 속도는 매우 느렸다.
그렇다고 지역의 유지나 세가와 관계를 돈독히 한 것도 아니었다. 많은 세가들이 건곤장과 가까이하려고 다가왔지만 호장 무인들의 기세를 이기지 못하고 물러나서는, 그들끼리 모인 곳에서 살막을 들먹이며 어울려서는 안 되는 곳이라 스스로 현명하게 물러났다고들 말했다.
허인회 일행이 진평을 떠난 뒤 건곤장에 모여 있던 세가의 아가씨들은 함곡관을 통해 하남성 낙양에 들었고 그곳에서 각 세가의 상회를 통해 전언을 보내고 각자의 길로 떠나갔다.
황보령은 남궁혜의 말대로 안휘 남궁세가로 함께 가려 했지만 팽여주와 제갈지가 각자의 세가로 돌아가자 낙양의 방계 상가에 머물며 세가의 지시를 기다리기로 했다.
*
황보 세가주 패권 황보경은 황보령의 전언을 받고 장로들을 대전으로 모이게 했다.
"대장로께서 살피신 바는 어떻습니까?"
"가주님, 건곤장의 움직임은 거치는 현마다 환단을 거래하며 매우 느린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 합니다. 제갈세가와 팽가에서도 의외로 여겨 다른 뜻이 있지 않을까 주시하고 있지만 아직은 별다른 정황이 보고되지는 않고 있습니다."
"일단은 이 장로께서 천왕대 한 조를 보내 령아를 돌보게 조치하십시오."
"가주님, 건곤장이 느리게 움직이고 있기는 하지만 곧 절강에 도착하면 변화가 있지 않겠습니까, 차라리 소제가 직접 가보겠습니다."
"우리가 먼저 움직이면 남궁 세가나 다른 세가에서 달리 보지 않겠소이까?"
"남궁 세가는 안방이나 다름없는 곳이니 대처하기에 문제가 없지만 우리는 다릅니다. 풍운을 몰고 다니는 자이니 미리 준비해서 나쁠 것은 없다 여겨집니다."
"대장로님께서는 어찌 생각하십니까?"
"이 장로가 지난번 호남에서의 일도 겪었고 하니 조금은 더 알지 않겠습니까, 맡겨주시지요."
"그리 하십시다. 이 장로께서는 수고해 주시오."
"예 가주님, 일조와 이조를 이끌고 다녀오겠습니다."
가주 황보경은 고개를 끄덕여 허락하고 대공자 황보화인을 보며 물었다.
"령아가 저리 고집을 부리는데 그만한 가치가 있다 보느냐?"
"아버님, 령아의 뜻대로 된다면 충분히 노력해 볼 만합니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진평의 당 부인도 세가의 아가씨들이 마음을 드러내도 받아주고 있었습니다. 그 가운데서도 령아는 드러내놓고 다가서는데도 꺼리는 것을 보지 못했습니다. 만일 뜻을 이룬다면 그만한 가치는 있다 여겨집니다."
"음~ 투기하지 않는 여인은 없다 생각한다. 네가 본대로라면 나름의 사연이 있을 것이니 유념해 두고 살피도록 해라."
"예"
*
남궁 세가주 남궁홍운은 남궁혜의 말을 전해 듣고, 건곤장주 일행을 남궁세가에 들게 해 남궁 세가가 절강의 일을 처리하는 데 도움을 주고 그 대가를 받고자 했지만, 세가의 텃밭과 같은 절강으로 들어오는 것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남궁세가의 입장에서는 건곤장이 절강으로 들어와 움직이는 것보다는 남궁세가가 중간에 서서 거래를 이끌어내는 것이 이득이었고, 허인회가 당문의 사위인 것도 마음에 걸렸다.
결국 만나서 건곤장의 움직임에 제약을 두어야 했지만, 답답한 남궁세가의 생각과는 달리 건곤장의 움직임은 느리기만 했다.
건곤장이 시간을 끄는 동안 황보 세가의 천왕대가 하남을 떠나 호북으로 향했다는 전언이 있었고, 팽가와 제갈 세가에서도 얼마간의 무력이 움직였다는 보고가 있었다.
이들이 중간에 건곤장과 만나 일이 틀어질까, 혹시라도 안휘를 거치지 않고 장강으로 움직이면 어디에서 막아야 하는지 고민이 깊어갔다.
*
황궁에 이런 곳이 있었나 싶으리만치 낮고 긴 회랑을 가진 건물이 담장을 따라 소천문까지 이어져 있고 그 앞을 고목들이 줄줄이 늘어서 존재마저 가리고 있는 곳에서 늙고 병든 환관이 장죽을 힘겹게 빨아 한 줄기 연기를 내고는 지나는 말처럼 해골을 연상시키는 노인에게 건곤장의 행적을 묻는다.
"참으로 부지런한 놈 아니오?"
"들어내고 밝히지는 않아도 힘을 가졌으니 되찾으려는 것 아니겠습니까?"
환관이 뿜어낸 담배 연기가 검 모양을 이루더니 곰방대 위에서 춤을 춘다. 담배 연기로 만들어진 검이 내 뿜는 예기가 제법 날카롭게 느껴지는 것이 환관의 무공 경지가 예사롭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곰방대 위에서 노닐던 검이 사라져 가자 환관이 느릿하게 말했다.
"청운 그놈만 아니었어도 ............그놈의 제자라니."
"이제 곧 대제께서 대성을 이루실 때가 되었으니 치워야겠지요?"
환관은 다시 볼이 오목하도록 빨아들인 담배 연기를 천천히 내며 물었다.
"주산에 남은 것이 있소이까?"
"진몽 휘하의 나찰귀들이 남아있소이다."
"어찌 생각하시오?"
환관의 물음에 잠시 생각하던 노인은 절강을 책임지던 대사령 척장도를 떠올렸고, 지금 척장도는 사황 대제의 곁에서 대법을 준비하고 있었기에 잠시 망설였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두고 보면 어떻겠소이까?"
귀주를 버리고 이곳으로 피하고서 또 절강을 버리자는 말에 환관의 눈빛이 불을 뿜어내며 환관 특유의 찢어지는 듯한 목소리가 날카롭게 대전을 울렸다.
"아직도 놈에 대해서 모른다는 말씀이시오?"
해골처럼 뼈만 남은 노인, 월검 산장의 전대 장주이며 천사루의 대사령 장루는 호한관의 눈빛에도 흔들림 없이 대답했다.
"시기가 좋지 못해 부딪치지 않고 피해오기는 했지만 이제 머지않아 대제께서 출관하시는데 알고는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병들어 누워있는 환관이 오히려 보기 좋다 여길 만큼 뼈만 남은 노인 장루를 보며 다시 길게 담배 연기를 뿜어냈다.
"큰일에 작은 희생이 따르는 것이야 어쩔 수 없다지만 괜찮겠소이까?"
"척 대사령은 대제께 도움이 되었다 하면 이해할 것입니다."
"진몽은 그가 매우 아끼는 자인데...... 장 대사령께서 다녀오시지요."
장루는 환관의 말이 사안이 크니 사황대제에게 보고하고 허락을 구하던지, 아니면 척장도의 의견 정도는 들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뜻으로, 장루에게 사황 대제가 대법을 행하는 곳에 다녀오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장루 역시 이제 머지않아 대공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허락이 계실지는 모르지만 대제를 뵌 지가 오래되었으니 뵙고 싶기도 합니다. 척 대사령의 동의를 얻으려면 만나야 하겠지요."
"이번에 많은 수고를 하신 줄 알지만 마지막 대법이라 하셨으니 준비과정도 한번 살펴주시기 바랍니다."
"소생이 한 일이 뭐 있겠습니까, 모두가 마 대사령의 공이시지요."
"십여 년 동안 본루의 모든 역량이 들어갔습니다. 한 갑자 이상 미뤄진 대계를 마무리 지을 일이니 노파심에 드린 말씀이외다."
환관복장의 대사령 마축이 기대고 누워있던 자리를 뒤로 물리자 그 아래로 암동이 드러났고 대사령 장루는 순식간에 암동 속으로 사라졌다.
장루는 천사루의 대사령이었지만 사황 대제의 곁으로 가는 길은 수십 곳에서 은신하고 있는 사혼대의 확인을 거쳐야 했다.
빠르게 움직이지는 않았지만 거의 한 시진이 걸려서야 암동을 빠져나온 대사령 장루의 앞에 사혼대주 감복개가 인사를 하며 맞이했다.
"장 대사령님을 뵙습니다."
"고생이 많구나, 척 대사령께서는 어디 계시느냐?"
"대공을 준비하고 계십니다. 곧 나오실 것이니 잠시 기다려 주십시오."
"그래, 준비는 잘 되어가느냐?"
"모든 것이 갖춰졌으니 문제가 있겠습니까?"
"장사꾼 놈들이 자식을 보냈을 리가 없지 않느냐, 만에 하나라도 흠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척 대사령님께서 직접 살피고 계십니다. 더구나 담 대사령께서도 고고(상궁) 두 분을 보내주시어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장루는 제왕부의 공주 출신으로 나찰대를 관장하는 대사령 담소미가 상궁들을 보내왔다는 말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 여겨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대법을 위해 정략적인 혼례를 관시로 내세워 모아들인 아가씨들을 구분하는데 황궁의 나인 출신 상궁들이 나섰다면 실수는 없을 것이라 여겼지만, 수십 년을 떨어져 지내며 천사루의 일에 관여하지 않았던 담소미가 대제의 마지막 대공에 끼어드는 것은 마뜩치가 않았다.
"감 대주, 담 대사령께서 이전에도 대법에 관여하셨는가?"
사혼대주 감복개는 장루 대사령의 생각을 읽고 공을 나누려 하지 않는 것을 알았지만 감복개의 생각에는 이 사람이고 저 사람이고 다를 것이 없었다.
"처음입니다."
"혼당사의 나인들이냐?"
"제왕부에서 나오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대제께서 대공을 앞두고 계시니 담 대사령이 조급해진 모양이로구나, 살펴볼 수 있겠느냐?"
"척 대사령님께서 나오시면 여쭙도록 하겠습니다."
"알겠다."
"모시겠습니다."
사혼대주 감복개는 장루를 향해 허리를 숙여 보이고 앞장서 맞은편 석문들 가운데 한 곳을 열고 들어갔다. 곳곳에 밝혀진 굵은 황초가 회랑을 밝게 비추고 있었고, 중간 중간 문을 열고 들어설 때마다 입구에 야명주가 박혀있었다.
오르고 내리기를 거듭하다 대전이 나오자 사령령주 감복개는 장루를 향해 다시 허리를 숙여 인사하고 온 길을 돌아나갔다.
장루가 대전 가운데 놓여진 의자에 앉자, 하녀들이 차를 내었고 잠시 생각을 정리하는 동안 대사령 척장도가 들어왔다.
학창의를 입고 들어선 척장도는 반듯한 용모에 입가에 미소를 지어 호감이 갈 수밖에 없는 인상이었다.
"오셨소이까!"
장루도 드러나 보이는 표정은 아닐지언정 눈가에 반가움이 나타났다.
"수고하시는 분께 또 번거로움을 끼쳤소이다. 마 대사령과 말씀을 나누다 대제께 보고를 드려야 할 것 같아 들었소이다."
척장도가 놀라며 장루를 바로 보며 물었다.
"대공이 멀지 않았는데 무슨 일이 벌어졌소이까?"
장루는 놀라는 척장도를 보며 급히 손을 흔들어 대고 말했다.
"하하, 아니올시다. 안순에서 일을 망친 놈이 절강으로 향했기에 어찌해야 할지 ........."
척장도는 장루의 말에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바로 알아차리고 물었다.
"건곤장의 어린놈 말씀이시오?"
"그렇소이다. 놈이 무슨 억하심정인지 안순의 일이 있어도 대공이 멀지 않아 물러섰건만, 기어이 절강으로 움직였소이다. 대책을 논의하다 척 대사령의 뜻을 묻고 허락을 얻으려 합니다."
"두 분은 어쩌시기로 하셨소이까?"
"허락을 얻으려 왔다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뜻을 세웠으니 오신 것 아니시오?"
"대제께서 대공을 이루시는 중요한 시기인데 달리 움직일 수가 있겠소이까?"
척장도는 장루의 말에 절강을 포기하겠다는 뜻으로 이해하고 분통을 터트렸다.
"겨우 어린놈과 살막이 아니오, 절강을 버려서 얻는 것이 무엇이오?"
장루는 척장도를 힐긋 보고서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시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놈이 어쩐 일인지 매우 천천히 움직이고 있소이다. 절강을 치면서 명분과 실리를 모두 얻으려는 것으로 판단되지만 소생의 생각은 조금 다르외다. 놈이 세가의 관작을 회복하는 조건으로 절강을 도모한다 널리 알려왔으니 지금의 움직임과는 맞지 않는 행동이올시다. .......... 아마도 놈은 다른 세력 다시 말씀드려 안휘의 남궁 세가 따위가 먼저 손을 쓰기를 기다리는 듯하외다."
척장도는 장루가 느릿하게 말하는 것도 불만이었지만 불끈하는 마음을 눌러 참으며 들었다.
장루가 길게 설명하자 어느 정도 이해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도 자신이 오랜 세월 동안 노력해서 길러온 세력을 한낮 미끼로 내주기에는 마뜩치가 않았다.
"진몽을 미끼로 걸었으면 잡고자 하는 물고기는 무엇이오? 그 어린놈의 목이라도 갖고 오는 것이오?"
"흠흠, 시간을 벌고자 하는 것뿐이외다. 대제께서 대공을 마치실 시간이 다 되었으니 그동안 일을 만들어 공을 세우고자 함입니다."
"흥!, 잠시만 기다리면 될 일을 두 분이 공을 탐해 움직이려 하는 것 아니오, 대제의 진노가 계실 것이외다."
"일은 때가 있는 법입니다. 지금처럼 조건이 맞아 들기가 쉽지 않소이다. 놈이 살막과 함께 움직이니 근거가 비워진 것이 하나이고, 놈이 천천히 움직여 시기적으로 대제의 대공이 끝나는 시각에 맞춰진 것이 둘이지요. 놈의 무공이 특출나다 하여 손대기가 꺼려졌었지만 대제께서 대공을 이루시면 이 또한 문제가 되지 않으니 지금이 아니면 언제 움직이겠소이까?"
척장도는 장루의 말을 들으며 한편으로 이해가 되기는 했지만 만약의 경우를 모르기에 열흘이면 열흘만 늦추면 될 일이라 생각하고 장루에게 말했다.
"열흘이면 충분하외다."
장루는 척장도의 열흘이라는 말에 크게 놀라며 말했다.
"열흘이라 하셨습니까? 음~~~ 그렇다면 서둘러야 할 것 같습니다. 최소한 한 달은 걸릴 것이라 생각했는데 시간이 모자랄 것 같소이다. 차라리 잘되었소이다. 놈의 근거는 비어있을 것이니 서두르면 아무런 문제없이 성공할 것입니다."
"차라리 열흘 뒤로 미루면 어떻겠소이까?"
"아니 될 말씀이십니다. 그러다 정말 절강을 잃을 수도 있소이다. 조금 걱정된 것이 놈의 분탕질이었는데 대공이 일찍 끝나신다 하니 걱정을 덜었소이다. 오히려 최대한 서둘러야 합니다."
"그렇게 말씀하시니 두 분께 맡기겠소이다."
"열흘이라 하셨으니 이미 대공을 이루신 것 아니십니까?"
"그렇소이다. 대오각성하시어 모두 이루시었고 그동안 손실된 영기를 메우고자 열흘의 시간이 필요한 것이외다."
"허허허 경하드린다 전해주십시오."
"내친걸음에 한 발 더 나가신다 하셨소이다."
"무슨 말씀이시오.......... 화경이 아니었소이까?"
"기대하라 하셨소이다."
"오~ 현경이 가능하다는 말씀이시오?"
"반로환동을 말씀하시는 듯했지만 그것까지는 아니어도 확실히 젊어 보이시는 것은 분명합니다."
장루는 조금의 불신도 없이 부러움과 호기심이 가득한 채로 물었다.
"혈지에 드셨소이까?"
"그것이 마지막 관문 아닙니까. 마침 맞게 오셨으니 가서 뵙도록 하십시오."
"놈의 근거를 친다 말씀 올려도 되겠소이까?"
"말씀하신 대로라면 칭찬하시지 않으시겠습니까? 우리 것을 잃지 않고 놈의 근거를 없애신다 하셨으니 말씀입니다."
"척 대사령께서는 아직도 소생을 믿지 못하시는 것 같소이다."
"본루의 천년 대업이 걸린 일을 쉽게 여기지는 않습니다."
척장도는 더는 대답을 듣지 않고 들어온 문으로 앞서 움직였다. 장루도 서둘러 척장도의 뒤를 따라 들었는데 입구에서부터 비릿한 혈향이 맡아졌지만, 이제 마지막이 가까웠다 싶은 마음뿐이었다.
머물던 대전 만큼은 아니었지만 거의 비슷한 공간에 거대한 침상 위에 누워 알몸에 나삼을 걸친 여인들의 시중을 받고 있는 사람의 얼굴을 바라본 장루는 그 자리에 엎드려 인사했다.
"장루가 대제를 뵈옵니다. 대공을 이루신 것을 감축드립니다."
"가까이 오라."
장루는 감히 몸을 일으키지도 않은 채 무릎걸음으로 사황 대제 앞으로 다가가 엎드렸다.
"마축과 상의하고 들었을 터, 무슨 일이더냐?"
"청운의 제자가 살막을 이끌고 절강으로 나갔습니다. 놈의 근거를 치고자 합니다."
"흥, 돌아온 놈을 막을 방도가 있는지 알고자 든 게로구나?"
"윤허를 받고자 들었습니다."
"열흘이다. 하겠느냐?"
장루는 준비하고 다녀오는데 팔일이면 충분하다 여겼다. 조금의 여유마저 있으니 그것으로 되었다. 진평의 일을 끝내는데 닷새면 충분하고 전서구로 허인회에게 전해진다 해도 사흘은 걸릴 것이니 허인회가 진평으로 돌아와 확인하고 움직이기까지는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
허인회가 아닌 다른 사람이었다면 한 달도 짧다 여겼을 만한 거리였지만 그래도 들은 소문이 있었으니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계책을 마련했던 것이다.
"명하신 대로 따르겠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