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고교 투수와 최고의 대졸 투수를 한꺼번에 손에 넣었다. 대학 최고의 사이드암 투수와 대학 최고의 좌투수 두 명도 확보했다.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고교 에이스를 지명했고, 발빠른 타자와 파워히터 타자까지 확보했다. 그야말로,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다. 창단 두 번째로 참가한 NC의 2013년 신인 드래프트 이야기다.
NC 다이노스는 20일 열린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에 앞서 우선지명으로 윤형배(북일고)와 이성민(영남대)을 발표했다. 두 선수는 각기 고교와 대학 무대에서 최고의 투수 유망주로 각광을 받은 선수. 당장 내년 1군 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는 실력은 물론,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도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군 진입을 앞둔 NC 입장에선 어찌 보면 매우 당연한 선택이다. 올해 퓨처스리그에서 선두를 질주하고 있긴 하지만, 현재 NC 투수진 중에 내년도 1군 마운드에서 통할 만한 자원은 그리 많지 않다. 2차 드래프트나 보호선수 20명에서 제외된 선수 중에서 주력 투수감을 찾기도 쉽지 않다. NC로선 재능있는 투수를 최대한 많이 확보해둘 필요성이 있었다.
우선지명 후 1라운드 8개팀을 거쳐 찾아온 NC의 1라운드 9번 차례. 여기서는 행운이 따랐다. 앞선 순번의 삼성이 유격수 정현(부산고)을 지명하면서, 남은 고교 투수 중 최대어인 장현식(서울고)과 대졸 좌완랭킹 1위 손정욱(경희대)이 NC까지 돌아온 것이다. 앞의 팀들이 먼저 데려갈 줄로 예상했던 NC로서는 쾌재를 부를 수밖에 없었다. NC는 주저없이 1라운드 9번과 2라운드 1번으로 두 선수의 이름을 차례로 불렀다. 그리고 2라운드 끝난 뒤 특별지명 순서에서는 사이드암 강속구 투수 윤강민(인하대)을 제일 먼저 선택했다. 초반 다섯 장의 지명권을 모두 즉시전력감 투수에게 할애한 것이다.
이후에도 3라운드에서 장신의 좌완 임정호(성균관대)을, 6라운드에서는 슬라이더가 날카로운 우완 김병승(연세대)을, 7라운드에서는 경기운영능력이 뛰어난 좌완 이상민(동의대)이 지명을 받았다. 프로에서 갈고 다듬기에 따라 얼마든지 주력으로 성장할 수 있는, 확실한 장점이 있는 선수들이다.
최우선 순위였던 투수를 원없이 확보한 뒤, NC는 남은 특별지명권으로 발빠른 내야수 김정수(원광대)와 역시 번개같은 스피드를 자랑하는 박으뜸(경남대)을 선택했다. 반면 4라운드 외야수 윤대영(진흥고), 9라운드에서 뽑은 외야수 권희동(경남대)과 10라운드 1루수 장동우(한양대)는 펀치력이 좋은 선수들. 5라운드에서 선발한 유격수 유영준(덕수고)은 수비와 작전수행능력 등에서 강점이 있는 선수다. 2라운드 이후로는 신생팀의 필요에 맞게 다양한 포지션의 좌타자와 우타자, 교타자와 장타자를 골고루 확보했다.
NC의 지명선수 명단을 보면 15명 중 11명이 대졸자로 대학 위주로 스카우트한 것이 눈에 띈다. 이에 대해 박동수 팀장은 “내년 1군 진입을 대비해 즉시전력 내지는 백업요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선수를 뽑는데 주안점을 두었다”고 밝혔다. 다만 대졸자가 주를 이루면서 향후 선수들의 군입대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가 중요해졌다. 또 경남대 선수 두 명과 마산고 출신인 최재원(연세대)을 선발한데 대해서는 “지역 팬들을 감안해서 비슷한 실력이라면 연고지 출신을 배려하려고 했다”고 했다.
NC 스카우트 팀 관계자들은 이번 드래프트에 대해 “원하던 선수들이 대부분 우리 차례까지 돌아왔다”며 큰 만족감을 표했다. 야구계의 평가도 비슷하다. 다른 구단의 관계자는 “NC가 매 라운드마다 좋은 선수들을 잘 데려간 것 같다”며 “투수 최대어 두 명을 데려간 것만으로도 절반은 성공”이라고 평했다.
이는 철저한 사전 준비와 숨은 노력이 뒷받침한 결과다. NC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지명 당일 전까지 아마추어 야구에서 잔뼈가 굵은 5명의 스카우트가 부지런히 전국을 누볐다. 연습경기와 지방 주말리그 경기를 빼놓지 않고 관찰하며 선수의 장단점과 발전 가능성을 다각도로 체크했다. 여기에 드래프트 현장에서 나올 수 있는 다양한 경우의 수를 놓고 수 차례 회의를 통해 치밀한 계획을 세워놓고 지명회의에 임했다. 그야말로 ‘준비된 신생구단’의 면모를 보여준 NC의 드래프트였다.
다음은 NC가 지명한 선수들의 간략한 프로필과 올해 성적, 그리고 리포트다.
우선지명: 북일고 윤형배 (투수, 우투우타, 185cm/86kg)
2012년 14경기 53이닝 7승 1패 76탈삼진 평균자책 0.51
고교와 대학 통틀어 올해 투수 최대어. 최고 152km/h의 빠르고 묵직한 직구에 슬라이더를 중점으로 다양한 변화구를 구사한다. 부드럽고 밸런스가 좋은 투구폼을 지녀 부상 위험성도 적다. 제구력도 고교 투수 중에서는 최상위권이며, 1학년 때부터 에이스로 활약해 경기 경험도 풍부하다. 일찌감치 고교 최고의 자리에 올랐지만 결코 만족할 줄 모르는 근성과 승부욕도 지녔다. 변화구를 좀 더 가다듬는다면 KIA 윤석민과 같은 투수로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우선지명: 영남대 이성민 (투수, 우투우타, 185cm/87kg)
2012년 14경기 83.1이닝 7승 3패 68탈삼진 평균자책 0.65
대학 최고 투수. 다른 구단 스카우트에 따르면 “프로에서도 바로 중간계투 요원으로 통할 수 있는 기량을 갖췄다”. 일각에서는 “KIA 박지훈보다도 우위”라는 평가도 한다. 최고 147km/h의 빠른 볼에 각이 큰 브레이킹 볼을 구사한다. 묵직한 빠른 볼을 꾸준히 낮은 코스로 던지는 제구력을 갖췄고, 경기를 풀어가고 타자와 상대하는 요령도 빼어나다. 야수 출신으로 투구 후 수비동작이나 견제 등도 뛰어나서 딱히 약점이라 할 것이 없는 투수다. 성격도 서글서글하고 자신감이 넘쳐서 투수로는 제격이다. 굳이 흠을 잡자면 투구동작이 거칠어 부상 위험성이 제기된다는 것 정도. 그러나 이성민 본인은 1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같은 폼으로 계속해서 던지면서도 한 번도 부상을 겪은 적이 없다.
1라운드: 서울고 장현식 (투수, 우투우타, 183cm/83kg)
2012년 15경기 89.1이닝 8승 2패 93탈삼진 평균자책 1.62
서울고의 완투머신. 이틀 연속 완투를 하면서도 140km/h대 구속을 기록할 만큼 위력적인 투구를 자랑한다. 중학교 때부터 혼자 완투한 경험이 많다는 게 선수 본인의 얘기. 지난해까지는 부상 등으로 크게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지만, 동계훈련을 거친 뒤 올해 초 주말리그 개막전에서 16 탈삼진 완투승을 따내며 이름을 알렸다. 정통 오버핸드로 높은 팔각도에서 공을 뿌리는 것도 장점이다. 빠른 볼 최고구속은 147km/h, 꾸준히 142~4km/h대를 찍는다. 청룡기를 앞두고 감독이 뽑은 팀내 훈남 선수 1위에 뽑혔다. 본인은 ‘당연한 결과’라는 반응이다.
2라운드: 경희대 손정욱 (투수, 좌투좌타, 182cm/84kg)
2012년 13경기 73.1이닝 7승 3패 72탈삼진 평균자책 1.85
최고구속 143km/h에 경기 운영 능력이 뛰어난 투수다. 뽑히기는 KIA에 지명된 손동욱(단국대)이 먼저지만, 스카우트에 따라서는 손정욱을 더 낫다고 평가하는 이도 많다. 마운드에서 보여주는 되바라진 모습도 타자와 싸워야 하는 투수로서는 장점이 될 수 있다는 평이다.
특별지명: 인하대 윤강민 (투수, 우투우타, 184cm/86kg)
2012년 12경기 49이닝 7승 2패 47탈삼진 평균자책 2.20
올해 사이드암 투수 중 최대어로 꼽힌다. 140km/h 중반까지 나오는 빠른 볼을 무기로 타자를 윽박지른다. 쓰리쿼터와 사이드암의 두 가지 팔 각도에서 공을 던지는데, 이는 좋아하는 투수인 임창용에게 영향을 받은 부분. 140 중반대 빠른 볼은 주로 쓰리쿼터 팔각도에서 나온다. 잘 생겼다. 굳이 비유하자면 아침드라마 주연배우 스타일의 귀공자풍 외모다. 나성범과 김태우가 피부 관리에 보다 신경을 써야 할 것 같다.
특별지명: 원광대 김정수 (유격수, 우투좌타, 181cm/80kg)
2012년 19경기 71타수 25안타 .352/.453/.423 도루 12개
유독 발빠른 타자가 많이 포진한 원광대 타선의 첨병이다. 빠른 발을 무기로 상대 내야진에 위협을 주는 선수다. 주루 센스나 작전수행 능력도 우수하다. 유격수 수비도 상위권에 속하는 편이고, 최근에는 타격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특별지명: 경남대 박으뜸 (외야수, 우투좌타, 178cm/74kg)
2012년 18경기 68타수 17안타 .250/.364/.324 도루 12개
대학 외야수 중 으뜸가는 빠른 발을 자랑한다. 2학년 때 도루 13개, 올해도 12개를 기록하며 도루상 단골 후보다. 중견수로서 수비범위나 송구 등도 수준급이다. 올해 타격에서 다소 어려움을 겪인 했지만 기본적인 타격 재능은 좋은 편이다. 최소 대주자와 대수비로라도 활약이 가능하다. 발과 수비에는 슬럼프가 없으니까.
3라운드: 성균관대 임정호 (투수, 좌투좌타)
189cm 장신 좌완투수. 지난해까지만 해도 대학 좌완랭킹 1~2위로 거론됐다. 올해 들어 구속과 제구 모두 어려움을 겪으며 부진했지만 투구폼에 적응하지 못해 생긴 결과일 수 있다. 인스트럭터로 지도한 경험이 있는 이광우 화순고 감독은 “밸런스만 잘 잡히면 위력적인 공을 던질 수 있는 투수”라고 평한 바 있다. 박동수 팀장은 “지옥에서도 데리고 온다는 좌완투수”라며 “성적은 좋지 않았지만 기대감을 갖고 뽑았다”고 밝혔다.
4라운드: 진흥고 윤대영 (외야수, 우투우타)
바람의 아들의 조카. 이종범의 조카로 유명하다. 타격에서 보여주는 파워가 일품이라 프로에서 어떻게 발전할지 기대하게 만드는 선수다. 다만 수비에서는 보완할 점이 많다. 일단 맞으면 타구가 쭉쭉 날아가지만 변화구에는 속절없이 헛스윙할 때가 많다는 것도 보완점.
5라운드: 덕수고 유영준 (유격수, 우투우타)
NC 유영준 스카우트와 동명이인. 올해 덕수고 내야진을 진두지휘하며 좋은 수비력으로 인정을 받았다. 작전수행이나 주루플레이도 수준급이고, 타격에서는 덕수고 출신답게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일단 수비가 되는 선수라는 점에서 앞으로 많은 기회가 주어질 것으로 보인다.
6라운드: 연세대 김병승 (투수, 우투우타)
연세대 에이스로 올해 좋은 투구를 보였다. 지난해는 부상으로 모습을 자주 보기 어려웠지만, 올해 들어 부상에서 회복하며 140km/h 중반대의 빠른 볼을 구사했다. 특히 날카롭게 들어오는 슬라이더가 뛰어나다. 다만 아직까지는 연투나 긴 이닝 투구 때는 다소 힘에 부치는 모습을 보여주는 감도 있다.
7라운드: 동의대 이상민 (투수, 좌투좌타)
지난해 동의대 춘계리그 우승의 주역으로 좋은 투구를 선보였다. 건강할 때 구속은 140km/h대. 슬라이더와 제구력이 뛰어나고 타자를 요리할 줄 아는 투수라는 평가를 받는다. 올해 허리부상으로 구속이 떨어진 모습을 보였지만, 몸 상태만 회복하면 실전용 좌완으로 가능성이 충분하다.
8라운드 연세대 최재원 (내야수, 우투우타)
NC 연고지인 마산고 출신이다. 올해 연세대 주장으로 좋은 리더십을 보여줬고, 유격수 자리에서 안정적인 수비를 펼쳤다. 타격에서는 장타력은 다소 떨어지지만 컨택 능력은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주 빠른 발은 아니지만 주루도 준수하다. 백업 요원으로 빠른 시일 내에 기대해볼 수 있는 선수다.
9라운드 경남대 권희동 (외야수, 우투우타)
체구는 176cm로 작은 편이지만 한방이 있는 타자다. 롤모델도 신체조건이 비슷한 SK 박재홍. 1학년 첫 대회 춘계리그부터 홈런포를 작렬하며 화끈하게 신고식을 한 뒤, 2학년 때부터 팀의 주력 타자로 자리를 잡았다. 3학년인 지난해도 홈런 3개를 기록했다. 다만 수비나 주력 등에서는 보완할 점이 많다.
10라운드 한양대 장동우 (1루수, 우투좌타)
한양대 1루수로 3학년인 지난해 타율 .340를 기록하며 주전으로 발돋움했다. 올해는 성적은 다소 부진했지만, 프로에서 잘 다듬으면 파워히터로 성장할 잠재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롤모델도 삼성 이승엽. 다만 발이 빠르지 않은 편이고 포지션상 활용 범위가 넓지 않아서, 타격 쪽에서 보다 확실하게 자기 색깔을 드러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