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점점 더 무더워진다. 예전엔 30도만 돼도 큰 더위라 했는데, 요즘은 여름이면 40도를 육박하는 게 보통이 되었으니. 그래서 사람들은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더워서 못살겠단 소리를 절로 한다.
하지만 아주 어린 시절 여름을 생각해 보면, 냉장고, 선풍기도 없이 오직 부채 하나로 더위를 쫓고, 손님이라도 오실라치면 새끼줄로 묶은 얼음을 사와선 바늘과 망치로 얼음을 깨 수박화채나 설탕물을 내면 최고의 접대였다. 이 시절 아이스께끼와 삼각봉지에 들은 1원짜리 쥬스는 더위를 달래주는 크나 큰 즐거움이었고.
ROTC 후보생 시절엔 여름방학마다 성남의 문무대로 4주간의 병영훈련을 들어갔는데, 그 무더위 속에서도 두꺼운 군복 입고 연병장을 박박 기고, 유격훈련으로 비오듯 땀을 흘렸으니, 우리들 등짝엔 하얀 소금꽃이 피어나고, 강의실엔 땀냄새가 진동했다. 어찌나 더위에 질렸는지 병영훈련을 마치고 나와선, 남은 방학은 밖에 나가는 게 싫어 집에서 책읽기에만 몰두했던 기억이 난다.
그뿐이랴 전방에서의 군 시절엔 여름이면 대대 ATT, 연대 RCT 등 많은 훈련과 작업이 이어져, 군복에 땀 마를 새가 없었는데, 그러다가 혹시라도 서울로 휴가 나오게 되면, 군복을 입고도 전혀 더운 줄 몰랐다.
지금 생각하면 그 시절을 어찌 보냈는지. 그 거에 비하면 요즘이야 아무리 덥다 해도 전철, 사무실, 상가 등 어딜 가나 에어컨이 켜있고, 집집마다 샤워할 수 있는 욕실이 갖춰져 있으니 얼마나 좋아졌는가. 사실 예전과 비교 시 덥다는 소리를 해선 안되는데, 지난 시절은 금세 잊어먹는 모양이다.
어찌 됐든 오늘이 입추, 일요일이면 말복이니 올 여름 더위도 큰 고비를 넘기는 듯 싶다. 머잖아 불현듯 사위가 조용해지면서, 서늘하고 마른 바람이 불어오고, 풀잎들 서걱대는 가을이 곧 오리니, 이젠 조금 남은 여름, 그만 구박하고, 아껴주며 즐겨야 하지 않을까.ㅎㅎ
그래도 문무대는 샤워시설이 갖춰진 현대식 막사였는데 지방 사단의 훈련소는 정말 열악했겠지요. 더우면 정제 소금 가지고 다니던 기억 저도 납니다. 폭염을 피해 낮시간에 수면을 취해야 한다고 해서 교육장에서 구보로 내무반까지 와서는 매트리스 깔자마자 다시 나오던 기억도.ㅎㅎ
첫댓글 그때는 참 더웠지요.
벌써 43년이 되었네요- 대프리카 50사단 낡은 막사는 대단했지요.ㅠㅠ
혹서기 대책이라고는, 수도물과 소금..ㅎ
그래서 지금도 에어컨 없이 지내지만, 어지간해서는 덥다는 소리 않고 산답니다.^^
그래도 문무대는 샤워시설이 갖춰진 현대식 막사였는데 지방 사단의 훈련소는 정말 열악했겠지요. 더우면 정제 소금 가지고 다니던 기억 저도 납니다. 폭염을 피해 낮시간에 수면을 취해야 한다고 해서 교육장에서 구보로 내무반까지 와서는 매트리스 깔자마자 다시 나오던 기억도.ㅎㅎ
그래도 계절의 시계는 갑니다. 오늘이 입추고 곧 말복을 기점으로 살금살금 가을의 기운을 느낄 수 있겠죠? 항몽유적지에 가니까 때이른 코스모스가 가득 피었더라구요.
자올님 그럼요 아무리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뙤약볕이 무섭지만 분명 그 사이로 가을이 속삭이며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제 서늘한 가을바람 불면 올해의 남은 시간도 금세 지나가겟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