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천혜-자연, 순수 -이지민-
누군가를 좋아하는데 ‘왜 좋아하는데?’ 라는 이유가 있을까? 꼭 사람이 아니고 물건이라 할지라도 좋아하는 것은 그 마음 자체로 아름다운 것이다. 이러함이 말할 것도 없이 진리이건만, 나는 내가 당하면 아무리 진리이더라도 이 진리를 한 번 엎어보려고 대단한 도전을 강행한다.
한 달에 한 번씩 대구경북에 있는 에세이스트 작가 토론회에 참례한다. 회원들 가운데 내가 가장 어리고 그런 만큼 철도 없으니 나잇값을 톡톡히 한다. 처음 만났을 때는 작가님들이 좀 의아해했을지 모르나 이제는 철부지 표를 내도 그러려니 하고 넘어간다. 여기에는 나의 밝은 표정과 티없이 호탕하고 맑은 웃음이 한몫 했다고 내 스스로 위안을 한다.
올해 공직에서 퇴임을 하고 글을 쓰며 제2의 인생을 새로 엮어가려는 멋쟁이 선생님이 등단하셨다. 김상준 작가님이다. 토론을 할 때도 고정석처럼 늘 내 옆에 앉으신다. 대구경북 여 작가님들은 어쩜 모두 예쁘고 멋지시다. 그런데, 가장 못한 내 옆에 앉으시니 그 이유를 당체 알 수가 없다. 다른 작가님들이 ‘가장 젊어서’라고 그럴듯한 농담을 건네기도 한다. 김상준 작가님은 말 한 마디도 허투루 하는 법이 없고 내가 몸이 불편하니 늘 격려하고 용기를 주시는 천사임이 틀림없다.
어느날 작가님께 여쭈었다.
“이렇게도 모자란 데가 많고 몸도 불편한 제가 뭐가 그렇게 좋은 거에요? 그렇다고 눈에 띄게 이쁜 것도 아닌데요.”
김상준 작가님이 나에게 좋아한다고 말을 건네지도 않았건만 나 혼자서 지레짐작으로 결론을 내고 이유까지 질문해대는 어이없는 나다. 이 정도만 보더라도 내가 왜 철부지인지 알아차렸으리라 짐작된다.
스스로 생각해봐도 눈에 띄게 예쁜 것도 아니고, 머리가 출중한 건 더 아니고, 마음씨가 그다지 고운 것도 아니다. 남들이 봤을 때 눈에 띌 만한 데라고는 눈 뜯어놓고 봐도 없는 초라한 나다. 그런데 뭐 때문에 이리도 사랑을 받을 수 있단 말인가? 솔직히 쑥스럽기도 하다. 너무나도 보잘것없는 내가 이렇게 사랑을 받는다는 게 감사할 뿐이다.
김상준 작가님이 대답하셨다.
“자연! 이지민 작가님은 자연, 순수라서 좋아요.”
외사촌 용경 오빠도 ‘자연, 순수’와 같은 의미로 ‘천연, 천진’이라고 얘기한 적이 있다.
‘나’라는 천연기념물은 순수하여 참 좋다는 차원을 뛰어넘는다. 순수함이 지나치다. 세상의 물이 안 든 것이다. 어떻게 이리 될 수 있을까 궁금할 테지만, 여기에도 그럴 만한 나만의 사연이 있다.
나는 여중생 시절, 횡단보도를 걸어가다 차에 치여 죽었다. 기적(奇跡)적으로 55일 만에 깨어나 제 2의 삶을 시작하였다. 퇴원하고도 학교 생활만 하였다. 성인이 되어서도 대학교만 다녔고 졸업하고도 직장을 나가지 않아 사회 생활을 못해 보았다. 그러니 시쳇말로 세상 물이 들 틈이 없었다. 지인들은 거저 듣기 좋은 말로 이 혼탁한 세상에 순수하고 맑은 마음을 가진 너 같은 드문 사람이 보물이라며 좋다고 한다.
요즘은 내가 땅을 밟고 사는 데가 대한민국인지, 미국인지, 아프리카인지 헷갈리곤 한다. 어른은 말할 것도 없고 서너살 꼬맹이부터 중고등학생들까지 태어날 때 받은 머리카락 빛을 가진 이가 없다. 노랑색, 갈색, 빨강색, 파랑색 가지각색이다. 나를 빛나보이게 하고 싶어 얼굴 만이 아니라, 머리카락 빛깔도 꾸미는데 누가 뭐라 할 쏜가? 그러나 세상에는 늘 예외도 있는 것 아닌가?
나는 태초에 어머니가 주신 검은 머리카락 그것 그대로 가지고 있다. 파마 한 번 하지 않고 생머리에 학생 단발 머리로 늘 ‘중2’다. 몸은 어른이지만 애석하게도 마음 내지는 정신 연령이 그에 따라가지 못하며 철이 도통 없다.
순수하고 때묻지 않으면 어린아이처럼 복잡한 생각하지 않고 소박하게 살면 그만일 테다. 마냥 편안하게 걱정 없이 살아갈 것만 같다. 그러나 그게 말처럼 그다지 쉽지 않다. 어차피 세상살이라고 하는 것이 나 혼자 살아가는 것이 아니다. 물론 나 혼자 산다면 저 위에 계신 하느님한테나 칭찬을 받을 수 있을지는 모르나 남들의 사는 모습과 비슷하게 어우러져 살아감이 더 좋지 않을까.
때때로 성적인 얘기를 하면 꼭 ‘별나라’에서 온 외계인인냥 될 때가 많다. 이 자리를 빌려서 감히 외치고 싶다.
“그래도 저는 지구의 대한민국 사람 맞거든예.”
남들에게 너무 눈에 띄는 어리숙함을 지양하면서 누가 뭐라 해도 하느님이 내어주신 본연의 순수하고 맑은 마음을 가지고 살아야 하겠다.
첫댓글 순수. 단어만으로도 정화되지요.
천사님! 응원합니다
늘 행복하세요~~
님들께 모두 다 감사뿅뿅입니당,모두 덕분입니다 저는 없습니다. 오늘은 내 탓 아닌 하느님 탓 좀 해볼까나?하느님 매 드셔도 맞고 말랍니다. [하느님:아이다,내가 왜 이뿐 널 때리노? ]
하느님이진짜저카시겠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