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2187곳 아파트 대상 노동환경 실태 조사 강북권 70%·강남권 59%..미설치 사유 "주민 반대"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서울 지역 아파트 경비실의 10곳 중 4곳은 냉·난방기 설치가 안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지난해 여름 기록적인 폭염에도 상당수 아파트 경비노동자들이 무방비로 노출된 것으로 나타나 근무 환경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서울시는 관내 총 2187곳의 아파트 단지 경비실(총 8763실) 냉·난방기와 휴게실 설치 실태에 대한 첫 전수조사를 실시한 결과, 냉·난방기 설치율은 64%(5569실)에 그쳤다고 9일 밝혔다.
이번 조사는 서울시가 노동환경 실태조사 차원에서 의무관리대상 단지(150가구 이상)와 SH공사 임대주택 단지 등 총 2187단지를 대상으로 4월3일부터 22일까지 실시했다. 유효 응답률은 80%(1752개 단지)다.
서울 시내 아파트 경비실.(연합뉴스 제공)
조사 결과 전체 단지 중 경비실에 냉·난방기를 100% 설치한 단지는 78%(1752개 단지 중 1369개 단지)로, 경비실 냉·난방기 평균 설치율(64%)보다 높게 나타났다. 이는 단지당 경비실 수가 적은 소규모 단지가 대단지에 비해 냉·난방기 설치율이 높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강북권(한강 이북 14개 자치구) 설치율은 70%(3709실 중 2598실), 강남권(한강 이남 11개 자치구)은 59%(5054실 중 2971실)로 강남 지역의 설치율은 강북에 비해 11%포인트, 전체 평균보다도 5%포인트 더 낮게 나타났다. 자치구별로는 성북·종로·동대문·은평·강동·서대문·강남·중구·성동·마포 10개 자치구가 설치율과 유효 응답률 모두에서 평균값 이상을 나타내며 최상위 그룹을 형성했다.
경비실 냉·난방기 미설치 사유를 묻는 질문에는 ‘주민 및 동대표 반대’(54%)라고 응답한 비율이 가장 컸다. 이어 △‘예산 부족 및 장소 협소’(31%) △‘에너지 절약, 재건축 준비 등’(16%)이 뒤를 이었다.
서울시는 올해 냉·난방기 설치 예정인 127개 단지를 포함하면 평균 설치율은 72%로 8%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여름철 기온은 평년보다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기록적인 폭염을 기록했던 지난해 온열질환자는 총 4526명이 발생했고 이중 48명이 사망했다. 이에 시는 아파트 경비실 냉·난방기 설치율을 높이기 위한 맞춤 대책을 수립할 계획이다.
류훈 서울시 주택건축본부장은 “에어컨 없이 좁은 경비실 안에서 근무해야 하는 아파트 경비노동자들은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폭염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며 “에어컨 설치율을 높일 수 있도록 자치구와 협력해 다양한 대책을 적극 추진해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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