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blogfile.paran.com%2FBLOG_140644%2F200612%2F1166072604_1sig.gif)
단결!~
1. 규정에 죽고 규정에 산다.
FM대로 행동하는 사람...
참 고지식하고 딱딱해서 왠지 정이 안가는 사람..이라는 의미겠죠.
한편으로는 정확하고 믿음직스러운 감도 없지않아 있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의
정서상 왠지..
아시겠지만 FM 이란 말은 Field Manual 즉, 야전교범이란 뜻입니다.
기술병 출신인 분들은 아마도 TM이란 말을 자주 보셨을텐데 이는 Technical Manual 즉, 기술교범이란
뜻일테고요. 물론 훈련교범인 Training Manual 도 TM입니다.
미군은 규정에 죽고 규정에 사는 조직입니다. 무엇이든지 규정입니다. 이것도 규정, 저것도 규정..
실제로 늘 "According to the manual..According to the regulation..즉 교범에 따르면,,규정에 따르면"을
입에 달고 다니는 장교 녀석도 있었습니다..(우리는 녀석을 두고 저 녀석은 꿈도 규정대로 꿀 것이다..라고
놀린 적도 있습니다)
물론 사람사는 곳이니 늘 규정대로 살 수는 없을테지만 대부분 "규정"에 근거한 행동을 합니다.
이러한 "규정군대"이니만큼 교범이 참 방대하면서도 정교하게 짜여져있는 것도 다 규정입니다.
무엇이든 매뉴얼을 만들어서 표준화시켜라..가 규정입니다.
때문에 이처럼 정교하면서도 표준화된 교범과 규정이 존재하기때문에 다양한 학력과 인종, 언어가 혼재하는
맘모스 미군 시스템이 그런대로 잘 돌아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하나 들자면,
법학을 전공했던 카투사 동기녀석이 Medic(의무대)에 들어가 미군 의무장교의 보조일을 합니다.
이 녀석이 하는 일은 초진입니다. 문진을 주로 하지요. 증상을 묻고 이에 대한 1차 소견을
써주더군요. 기가 막힐 노릇이죠.
배아프면 소화제, 머리아프면 두통약, 상처나면 빨간약발라주기..가 다라고 부르짖던 법학도 녀석이
환자앞에 떡하니 앉아선 이것 저것 물어보고 있습니다.
나중에 이 쌩돌팔이 녀석을 만나 물었습니다.
- 김이병(본인):사람 잡을 일 있냐..이 녀석아
- 메딕병 동기: 없지. 무슨 말인지는 잘 아는데 이거 한번 봐라...
녀석이 보여주는건 다름아닌 매뉴얼이더군요. 그 중 "순서도" 한 페이지를 보여줍니다.
환자와 문진시 처음에 물어보는 말로 시작해서 이렇게 물어봐서 이렇게 대답하면 이쪽으로 화살표,
저렇게 대답하면 거기에 맞는 화살표..다시 질문이 시작됩니다. 이렇게 물어봐서 이렇게 대답하면
다시 이쪽 화살표, 저렇게 대답하면 또 저쪽 화살표....이렇게 저렇게 하다보니 맨 마지막엔
의심증상이 서술되어있는 칸으로 가게 되어있습니다.
그럼 녀석은 그걸 써서 의무장교에게 넘깁니다.
매뉴얼의 힘입니다.
전깃줄을 만지면 감전되 죽는다..로만 생각하고 있었던 저 역시 통신 매뉴얼의 도움을 독톡히 봤습니다.
물론 매뉴얼의 존재와 그 힘을 알려준 녀석은 카투사 고참도 아닌 제 룸메이트, James Randazzo 상병
이었습니다.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blogfile.paran.com%2FBLOG_140644%2F200612%2F1166759712_rank2.gif)
사진 출처:katusa.pe.kr
2. 매뉴얼 매뉴얼..
아직은 카투사 신병이니만큼 일과를 마친 후에도 한동안은 카투사 day room에 앉아 "안녕하십니까!!
수고하십시오" 만 허공에ㅡ대고 우렁차게 외치다가 (약 1달동안) 제 방으로 돌아오면 저 녀석이
날 기다려줍니다.
고민을 얘기하기도 전에 녀석이 먼저 이야기를 해 주더군요.
통신장비 수리병인 Randazzo 상병은 아마도 제가 속해있는 소대 미군들로부터 제 얘기를
들었었나봅니다. (훗날 이 녀석은 내 태권도 제자가 됨)
Private Kim은 영어를 잘 함에도 불구하고 게으름을 피울려고 일부러 못알아듣는 척 하는
lazy KATUSA다...라는 얘기를 들었었겠죠.
전 억울하기도 하고 분하기도 한 나머지 그 녀석에게 넋두리를 합니다.
통신 교육을 받은 적도 없고 또 영어도 너무 빨라서 알아듣기 힘들고..게다가 내가 속해있는
소대의 업무내용를 잘 알고있는 카투사 고참도 없고..그리고 비록 카투사지만 한국군인 내가
미군에게 얼차려를 받은 것도 분하고..등등..
녀석은 자기 책상에서 뭔가를 뒤적이더니 책 몇권을 꺼냅니다. 그리곤 나보고 읽고 외우라고 합니다.
그리곤 해주는 말.
"US military system is activated by only manual..
Kimmy! Read and keep'em in ur brain repeatedly.
That'll give u a lot of help. Don't be depressed, thou""
( 미군은 교범으로 운영되는 시스템이니 이걸 읽고 외워라
도움이 많이 될거다. 너무 기분 상해하지말고..")
듣고나니 눈물이 찔끔하더군요.
3. 군대에까지 가서도 밤새워 공부를....된장..
녀석이 준 책을 한장 한장 읽어봅니다.
미군 편제부터 시작해서 일반적인 전술통신의 목적, 한국에서의 전술목적, 소속 통신대대의 편제 및 목적,
그리고 장비편제 및 각 장비별 운용 방법 등등...
읽다보니 낮에 소대원들로부터 들었던 몇가지 용어들이 책에도 나옵니다.
특히나 장비 설치 및 운용과 정비 (installation, operation and maintenance)등에 대한 내용 그리고
특히나 골치아픈 약자들. 아흐..머리가 다 아파옵니다만 그래도 읽고 또 읽어보니 대충 낮에
소대 선임하사와 소대원들이 나누던 대화의 내용이 눈에 들어옵니다.
특히나 AN/TRC가 어떻고 저떻구..Radio terminal 어떻구 저떻구..
장비도 장비지만 대대의 전술적 목적 및 운용에 대한 내용과 함께 내가 속해있는 소대의
업무 내용을 알게되니 좀 살것 같더군요...
그날 밤 이후로 전 매뉴얼을 늘 옆에 끼고 다녔습니다. 그리고 통신 관련 용어부터 외우고
또 이를 다음날 아침 미팅시간에 반드시 확인했습니다.
확인하는 방법: 그 전날 외워두었던 용어를 사용해서 소대 미팅시간에 나도 의견을 제시한 후
녀석들의 반응을 살핍니다. 일단 내가 말이 되는 말을 했구나..하고 판단이
되면 내가 전날 공부한 내용을 나 스스로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겁니다.
확인 끝 !
미군들은 카투사병을 손님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렇기때문에 카투사라고 봐주는
일도 없습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인정머리 없는 녀석들일 수도 있지만 또 어떻게 생각하면
차별을 하지않는다는 말로 이해할 수도 있으니 생각하기 나름입니다.
때문에 비록 카투사지만 소속된 곳에서 인정을 받게되면 미군들도 카투사를 따릅니다.
여기서 인정이란, 업무에 대한 이해도, 숙달 및 리더쉽에 대한 인정입니다.
전술통신대이니만큼 차량 및 기타 장비에 대해 꽤뚫고있어야 하는 건 당연하지요.
일이 없는 날은 motor pool (차량및 통신장비들이 보관되어 있는 곳입니다. 이 곳에서 정비도
이루어집니다)에 가서 교범과 장비를 비교해봅니다.
Motor Sergeant이 저를 부릅니다.
그 녀석: Hey~ Kimmy ! U study too much! I am afraid u gonna get stuck in this fuckin'
army..ain't u? (야..김이병..공부 너무 한다..너 군대에 말뚝박을려고 그러냐)
김이병: Hey, Sergeant. No away!~ I am busy doin' my biz as a spy of ROK army..Don't u know that?
(선임하사님..뭐 그런 말씀을..모르셨어요? 전 한국군 스파이라서 지금 간첩질 중...)
그 녀석: No kidding! Any way, take it easy, man..(뭐 그런 농담을..수고해라)
4. 업무에 숙달되고나니..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https://t1.daumcdn.net/cafefile/pds58/11_cafe_2008_01_07_23_47_47823b88544c2)
(사진에 카투사는 접니다. 규정에 따라 방독면은 늘 차고 다녀야했다는..옆에 있는 녀석은 Douglas 상병..
제 사수입니다)
이처럼 혼자 공부를 하기를 두어달 정도 지나고나니 소대에서 전반적인 업무 이해도가
저만큼 높은 녀석들이 계급 불문하고 별로 없더군요.
일부 보직을 제외하고 당시에는 (86년-88년)일반적으로 카투사병들은 운전이 금지되어
있었습니다. 운전 면허증을 소유하고 잇는 카투사들도 많지 않았지만 한국군 단본부에선
사고에 대비하여 카투사들에게 운전을 금지시켰지요.
특히나 듀슨햅(deuce and a half...2와 1/2톤 트럭)과 같은 차량은 더할 나위 없었습니다.
(트레일러를 몰아야하는 일부 19지원사 46 수송중대 카투사병들 이야기는 나중에.,.)
때문에 일부 미군 소대원들로부터 오해를 받기도 했습니다만 한국군 지침이 그러하니
어쩔 수 없는 노릇.
여하튼 차량 운전을 제외한 전반적인 소대 통신 관련 장비 및 운용 그리고 업무 flow에 대한
브리핑도 결국 제가 하게됩니다.
특히나 새로 소대로 전입해오는 소대 신입병(신입병 계급은 이병 일병 상병등) 교육의 일부분을 제가
맡게 되는데 그 때 얻은 별명이 "Gimme 20"였습니다.
조금만 잘못하거니 이해를 못하면 내 입에서 무조건 "Gimme 20!!..푸셥 20회 실시"가
나갔으니..크크..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blogfile.paran.com%2FBLOG_140644%2F200612%2F1166759712_rank1.gif)
(사진 출처:katusa.pe.kr..E-4는 상병..E는 Enlisted로서 사병이란 뜻)
일병(PFC..Private the First Class-계급장은 당연히 노란색 한국 육군 계급장)을 달고
곧 이어 상병 (미군 상병은 두가지..Spc 즉 Specialist 와 Cpl 즉, Corporal이 있는데 Cpl만
하사관 대우를 해 줍니다..카투사들은 자동으로 Cpl)을 달고나니 소대내에선 그런대로
고참 노릇을 하게 됩니다. 미군들은 한국에서의 임기가 대부분 1년이므로 같은 소대에서
1년 이상을 근무하는 병사들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여하튼 아무런 미군 통신관련 교육도 받지 않은 채 자대배치를 받은 어리버리 김이병은
매뉴얼 덕분에 그런대로 업무에 숙달한 능력있는(?) 카투사 소리를 듣게 되는데..
훗날 이것 때문에 카투사들의 꽃..인 카투사 선임병장이 되는데 애로사항이 생기게
됩니다.
-to be continued-
사족:
미군들과의 에피소드, 미군이 보는 한국군, 내가 본 한국군 장교들, 미군과 패싸움한 카투사병들 ,
미 육군 하사관학교 초급과정(PLDC)다녀온 이야기, 원복(한국 육군으로 재배치)간 쫄따구 카투사병,
88올림픽 통역요원 차출등등 재미있으면서도 가슴아픈 이야기들도 계속 준비중입니다..
기다려 주시길..
이글의 목적은 "카투사 잘났다 못났다"가 아니라 제목 그대로 "카투사 있는 그대로 이해하기"
입니다. 모든 카투사들이 다 똑같은 생활을 한 것도 아니니만큼 제 이야기를 일반화시킬 수도
없습니다. 때문에 부족한 내용은 카투사 선후배님들께서 리플을 통해 보충해 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아참 그리고 카투사의 추억과 현재 후배들이 어떻게 지내고 있나..가 궁금하신 분들은
www.katusa.pe.kr 한번 가보시기 바랍니다...동기들도 찾아보시고요..그럼..
단결!~
출처: 유용원의 군사세계, 카투사86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