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선맨, 버 디맨, 이 프로, 그리고 나 모두 약간씩 하체가 풀려오는 3홀 남았다.
주 선맨은 아직도 타수계산에 열심이고,
버디맨는 게임은 옛날일이고 캐디와 대화에 열중이다.
19홀 얘기를 진행중인데 캐디는 웃고만 있다.
이프로는 게임은 포기한 듯했다.
"본전뽑고 가야지. 어프로치 한번이라도 더 연습해야돼. "
실수를 남발하더니 자포자기로 양파작전이랜다.
주머니 속의 세종대왕을 계산하니 오늘은 선방했다.
본전을 넘겨서 몇 장은 더 주머니 속에 있는 듯하다.
점수관리에 들어가야지.
파3에서 9번으로 날린 볼이 벙커.
아이쿠. 어떡하나. 오픈하고 슬라이스성으로 친 볼이 무사히 벙커 아웃. 온 그린.
쭈루루 구르더니 깃대 옆 1미터.
무난한 파 세이브.
니어는 못 먹었지만 잃을 것 같지는 않다.
샤워실.
고추를 내놓고 하는 대화는 진솔하다.
다 보여줘서 그런가?
20 년전까지 거슬러가서 시작한 우리 얘기가 끝이 날줄 모르더니, 급기야 식당에서는
첫 사랑 얘기까지 끄집어낸다.
일이 있다고 일찍 헤어졌다.
내기에서 잃었어도 늘 땄다고 아이스크림을 사다 줬는데
오늘은 드뎌 진짜로 땄으니 빨리 가서 자랑해야지.
딩동. 딩동.
"누구세요?" 마누라 목소리.
나야. 깜짝 놀란 아내에게 호기 있게 한 마디 하면서 저고리를 벗는다.
"오늘은 돈 다 쓸었어." 일단 마누라에게 5만원.
"오셨어요?" 게임하다가 마무리 하느라 늦게 나온 아들에게 1만원.
샤워를 마치고 나오니 작은 딸이 학원에 갔다 왔다. 만원.
밥을 먹고 인터넷에 들어가서 사이트를 뒤지는데 어느 골퍼가 고해성사를 한 것이 올라와 있다.
무려 5000명이 접속해서 인기있는 글이다..
어느 골퍼의 고해성사..
여보 미안하오 그놈의 골프 때문에... 골프를 시작 한 뒤 당신과 약속했었소.
보기(Bogey)정도만 하면 연습장에 가는 횟수도 줄이고
주말엔 당신이랑 하나있는 아들이랑 손잡고 산에도 오르고
외식도 한다고...
그러나 보기플레이어가 되고 보니 80대 골퍼도 있고 80대 아래는
싱글도 있더이다. 싱글 아래는 또 언더가 있다니
그것은 못 해도 나인 홀 이븐은 쳐봐야 되지 않겠소?
그러면 앞으로 3년이 될지 5년이 될지 아니면
평생을 연습장에 들락거려도 오르지 못 할 고개가 될지도 모르겠소.
언젠가 골프 모자와, 티셔츠를 가지고 집에 갔을 때
당신이 그게 뭐냐고 묻길래
티셔츠는 아는 사람이 운영하는 골프 샵에서 제일 싼 걸로 하나 사고
모자는 판촉물로 얻었다고 말 한 것 사실이 아니요.
티셔츠는 우리아파트 한달 관리비만큼 주었고 모자도 샀지만
차마 말할 수는 없었소. 그 뿐인 줄 아오?
당신 모르게 골프클럽도 두개나 더 샀는데
아직도 카드 빛이 남아 있다오.
당신도 눈치를 채고 있다고 생각하니 등에 식은땀이 다 나오는 구려.
당신이 싸구려 허드레 옷만 입고 다니는 것이 안쓰러워
백화점 세일 때 보기 좋은 옷 하나 사 입으라 했더니
백화점에 간 당신은 자기 옷 사는 것은 잊어버리고
이 못난 남편에게 딱 맞는 골프 옷이 있다고 전화를 했었소.
소갈머리 없는 나는 그 길로 백화점에 가서 당신 옷 대신
내 옷만 사왔던 거 정말 미안하오.
그런 내가 얼마나 서운했겠소?
지난 추석 다음 날 온갖 변명을 해가며 처가댁에 못 간다고 한 것
실은 골프장에 갈려고 그랬소.
죄를 받아 비가 와서 그 때 골프도 못했지만
그렇게 당신 속이고 라운딩 간 것이 처음 있었던 일은 아니었소.
그 뿐 아니오 운동 끝나고 내가 말한 그 날의 스코아 중
몇 번은 뻥튀기였소.
날마다 연습하면 서 그 정도는 나도 할 수 있다고 하는
당신의 핀잔이 싫어서 서너 타는 빼서 말했던 것이오.
아들아 미안하다. 골프 때문에...
지난 9월 회사 골프대회 때 집에 가져간 메달리스트 패는 아빠 것이 아니었단다.
그 때만해도 네가 우리 아빠는 싱글 했다고 자랑하고 다니던 때인데
아빠는 믿을 수 없는 타수로 입상을 못하고
네가 몇 타 쳤느냐고 전화로 물어 보 길래
너에게 실망을 주지 않으려 잠시 빌려갔었던 거란다.
그러나 집에 있는 싱글 패와 동호회 우승 패는
진짜라는 것 믿어 주라.
또 있다. 골프 끝나고 내기에서 이겼다고
용돈도 주고 과일봉지도 들고 갔는데
그 중에는 아빠가 비참하게 패한 적도 있지만
같이 놀아 주지 않는다고 불만이 쌓여 가는 너를 달래기 위해서
그런 거야.
너에게는 정직하라고 하면서 아빠가 해서는 안 될 짓을 했구나.
사장님 죄송합니다. 골프 때문에...
사장님 10월 어느 토요일 날 필드에 갔었을 때
L과장이 회사에 일이 있으니 저 보고 당장 들어오라고 하셨다는데
핸드폰을 꺼버렸습니다.
그 날도 업무와 관련해서 운동 간다고 했는데
사실은 업무와 무관한 지인들과 약속을 어길 수 없어 그랬습니다.
비행기를 타고 갈 수도 없고 라운딩을 중간에 포기 할 수도 없어
그랬던 것을 용서하십시오.
그러나 경비를 회사 카드로 긋지는 않았습니다.
제가 천성이 나쁜 놈은 아닌 것 아시지요? 그놈의 골프 때문에...
제가 골프를 시작한다고 했을 때
사장님께서는 쓰시던 드라이버와 우드, 아이언을 주시고
심지어는 캐디백까지 새로 사주셨습니다.
그러나 6 개월 만에 드라이버를 새 것으로 바꾸고 같이 라운딩 할 때
드라이버를 바꾸었냐고 물으시길래 친구와 바꾸었다고 했던 것
거짓이라는 거 알고 계시지요?
사장님께서 애지중지하던 그 클럽을 버리고
거금을 들여 새로 바꾸었다고 차마 말할 수는 없었답니다.
그러나 미워하지는 마십시오.
지난 15년 동안 회사를 위해서 열심히 일했고
앞으로도 일도 잘하는 놈이 골프도 잘 친다는 말을 듣도록
골프도 일도 열심히 하렵니다.
L과장 미안하오. 골프 때문에 당신한테까지...
L과장 정말 미안하이. 토요일 퇴근시간 1시간정도 남겨두고
차마 골프를 간다고 말하기 뭣해서
손님과 점심약속이 있다고 나가서 들어오지 않은 적이 몇 번 있소.
때마침 사장님이 찾자 순진한 당신은
내가 점심약속이 있어 나갔다고 했는데
실은 사장님께 이미 말씀드렸었소.
그대는 졸지에 바보가 되어버린 거지...
필드에 나 갔을 때 핸드폰 꺼버린 것도 미안하이.
회사 일로 얼마나 급했으면 전화를 하였겠는가 만은
당신도 골프 해보면 알 거요. 결정적인 순간에 벨소리가 울리면
어떻게 되는지?
그리고 주말에 상가나 예식장에 대신 가달라고 할 때도
사정이 있었다고 했지만 실은 골프 때문이었다는 것 고백하오.
이해해 주구려.
머지않아 그대도 골프에 입문하게 내가 힘쓸 생각이오.
친구 J 미안하이. 자네도 이해 해주겠지?
골프를 시작 할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고 언젠가 내게 고맙다고 한
자네에게 난 미안한 마음뿐이네.
자네가 부킹을 하면 언제나 나를 불러 주지만 나는 그렇지 못 했네.
오히려 백골단이라고 놀리지 않았는가?
두 군데서 불러주면
나는 기량이 좋은 동반자들을 선택한 적도 있다네.
8월 어느 주말에도 자네가 불러줄 때
집안에 일이 있어 못 간다고 둘러댔지만
실은 나도 자네와 같은 무안 골프장에 있었다네.
2시간간격이라 혹시나 자네를 만나지나 않을까
가슴이 두근거려 제대로 골프를 칠 수도 없었다네.
언젠가 자네가 라운딩 전 날 술을 많이 먹고 헤메던 날
나도 연습장에도 못 갔다는 말은 거짓이었네
실은 손이 부르트도록 연습을 했지만 그렇게 이야기 한 거라네.
또 있네. 아주 오래 되었네만 자네와 라운딩 할 때
양심 불량하게 애매한 라이에 있는 공을
발로 툭 차셔 옮겨 친 적도 있다네,
하늘이 내려다보고 벌을 내렸는지
그 공은 여지없이 오비가 나고 말았지
그 뒤로 양심불량은 안 한다네.
진짜 창피한 이야기지만 이것까지 고백하겠네.
내가 처음 보기를 하던 날 실은 91개를 쳤다네.
어느 홀에선가 트리플을 했는데 캐디가 사장님 더블보기 하셨지요? 하길래
고개를 끄덕였다네 매너 없이 말이시..
그리고 아크로에서 84개 치던 날 스코아표를 내가 받아보았는데
실은 서툰 캐디가 타수 계산을 잘못해서
내 타수를 하나 빼 먹었더군.
85개인데 84개라고 씌여있어 그냥 모른 척 했다네. 미안하이.
자네는 유난히도 오비가 많지.
그럴 때마다 나는 우정어린 표정으로 ‘에이 좀 잘 치지 그러냐’ 고
자네를 격려했지만 그것은 말 그대로 인면 수심이었네.
자네가 오비를 내면 자네 등 뒤에서 속으로는 쾌재를 불렀고
내가 오비를 내면 자네도 그러기를 바라며
표정 관리에 더 힘쓴 나쁜 친구였다네.
그러나 지금은 안 그러네.
진심으로 자네가 100파를 해서
한번이라도 더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네.
연습장 사장님께도 미안합니다.
새벽 6시에 연습장에 도착하면
그때까지 문을 못 연 사정 이해합니다.
그러나 저는 냉정하게 불만을 이야기하곤 했지요?
얼마나 원망 하셨습니까?
젊은 놈이 잠도 없다’고 또 욕은 얼마나 많이 하셨는지요?
그래도 언젠가 고객이라고 살짝 불러
품질 좋은 양피 장갑 한 장과 공 한 줄을 제 손에 쥐어 줄 때
감격하면서도 사과는 하지 못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이제 한해가 저물어 갑니다.
골프 때문에 일으킨 저의 죄를 용서하시고
내년에는 또 이런 고해성사를 하지 않도록 심기일전하겠습니다.
공 좀 친다고 개구리 올챙이 시절을 까 먹 듯 건방도 떨지 않겠습니다.
기량 좋은 골퍼보다는 매너 좋은 골퍼가 되겠습니다.
골프를 하게 된 것만도 주님의 은총인 것을 부킹 못하는 것을 원망하고,
회원권 가지고 주중에 골프하는 사람들과 다른 처지를 원망도 했습니다.
한 달에 두 번은 교회 가리라 자신과의 약속을 못 지킨 것을 회개합니다.
싱글 했을 때, 동호회 우승했을 때 십일조보다도
더 많은 돈을 썼지만 감사헌금 한번 제대로 내지 않은
저의 죄를 용서하시고 저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악에서 구 하소서.
주말골퍼라도 된 것을 감사 드립니다. 아멘
첫댓글 푸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아니왜내가 저기있는거야.....
참다운 글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비범한 시작, 화려한 마침....
기도 부분에 진짜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가슴을 싸하게 만드네요....월요일 아침부터 잘 보았습니다. 가족들에게 정말 잘해야 겠네요..
기도 부분에 진짜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가슴을 싸하게 만드네요....월요일 아침부터 잘 보았습니다. 가족들에게 정말 잘해야 겠네요..
멋진원장님 글로 월요일을 시작하니 너무 좋습니다.. 재미있는 글 잘 읽었습니다.. 가끔 후기 올려주시구요.. 올해는 열심히 연습하셔서.. 내년에 싱글하세요~~
공개된 고해성사는 첨 봤습니다. 모두가 경험한 부분이지요 기억이 새롭습니다.좋은 글 감사합니다
가슴에 팍팍 와 닿는 이야기들.....
무척 뜨금한 내용이 많아 얼굴을 들수가 없네요.............ㅜㅜ
ㅎㅎㅎㅎㅎㅎ.. 저도 양심이 쬐금 찔립니다요. 어쩜 저랑 비슷할까요. 골퍼님들의 공통된 내용일거라 생각합니다. 그래도 힘냅시다!!!!!! 홧~~~~~~~~~~~팅 주말 골퍼들이여.
ㅎㅎㅎㅎㅎ...나도 양심이 파르르 하는 대목이 쪼까 있네.....
가슴시린글 공감합니다.진심으로 싱글하시길바라며.....
픽션인데... 실화가 아닙니다. ㅋㅋㅋ
어쩜 그리도 맛갈스럽게 글을 쓰시나요? 맘껏 웃었습니다.ㅋㅋㅋ
원장님께! 언더를....
주말골퍼들의 전설이 아닐까 싶네요...저런사람이 진짜 존제 했다면...-_-;
하하하~~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