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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제작사 청어람, SKT가 대주주인 IHQ로 넘어가
KT·KTF가 대주주인 싸이더스와 한 판 승부 불가피
양대 배급사 CJ-쇼박스 자존심 싸움도 치열해 질 듯
사상 최단 기간에 관객 1000만명을 돌파하면서, 한국영화사상 신기록을 써가고 있는 영화 <괴물>을 만든 영화사는 제작 및 배급사 청어람(대표 최용배)이다.
이 청어람의 지분 30%가 IHQ(대표 정훈탁)에 넘어갔다. IHQ는 46억원을 출자해 청어람의 지분 30%를 인수했다고 최근 밝혔다.
여성 내의업체에서 국내 최대 종합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변신한 IHQ는 연예 매니지먼트와 영화제작 및 배급업을 겸하고 있는데, 이 회사의 최대 주주는 SK텔레콤(이하 SKT)이다. SKT가 보유하고 있는 IHQ 지분은 옵션까지 포함하면, 약 6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즉 이번 IHQ의 청어람 지분 인수의 배후에는 SKT가 있는 것이다.
현재 청어람의 최대 주주는 최용배 대표이고, IHQ는 2대 주주다. SKT는 IHQ를 통해 청어람을 아예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SKT와 KT·KTF, 영화콘텐츠 확보전 불꽃
이에 대해 청어람 최 대표는 “현재진행형이다. 결정된 것은 지분 30%를 양도한 것뿐”이라며 “현금이 들어온 것은 아니고, 구주인수 형식이었다”고 밝혔다.
또 “영화 제작은 기복이 심하다. 보다 안정적인 여건에서 지속적으로 원하는 영화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구조가 필요했다”고 그 배경을 설명하고 “SKT가 움직이는 영화펀드만 300억 원에 달하고, IHQ에는 뛰어난 배우가 많다. 이것만으로도 안정적인 제작여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SKT는 왜 청어람 인수를 추진하고 있을까.
최 대표는 “IHQ는 SKT 엔터테인먼트 사업의 거점으로, 우리를 통해 영화콘텐츠의 생산역량을 강화하려는 취지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기존에도 SKT는 IHQ를 통해 영화사 아이필름, 방송채널사용 사업자인 YTN미디어, 게임제작사 엔트리브소프트 등을 지배하고 있다. 청어람 인수까지 성공하면, 아이필름을 합쳐 국내 정상권의 영화제작 능력을 확보할 수 있다.
현재 국내 최대 영화제작사는 싸이더스(대표 차승재)다. 싸이더스의 대주주는 KT(36%)와 KTF(15%)다.
최근 TV포털을 선보인 하나로텔레콤도 CJ엔터테인먼트(이하 CJ)·소니픽쳐스 등 17개 영화 관련 회사와 제휴를 맺었다.
이처럼 거대 통신기업들이 영화산업에 대거 진출하는 것은 영화 콘텐츠 판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DMB, 와이브로, IP-TV, TV포털 등 나날이 다양해지는 신규 서비스를 위해서는 콘텐츠를 최대한 많이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기 때문.
SKT와 KT·KTF의 양대 진영은 서로 상대방이 영화사를 인수하고 영화펀드를 운영하면서 영향력을 높이는 것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영화산업 진출을 확대해야 할 상황이다.
이제까지 한국영화산업을 좌지우지하던 것은 배급과 멀티플렉스 극장업을 겸하고 있는 CJ와 쇼박스(주)미디어플렉스(오리온 계열), 롯데 등이었다.
특히 CJ와 쇼박스의 라이벌 대결은 치열했다. 각기 CGV 273개 스크린과 메가박스 135개 스크린을 거느리고 있는 이들 양대 배급사는 치열한 자존심 대결을 벌여왔다.
지난해는 쇼박스의 승리였다. 쇼박스는 CJ보다 11편 적은 24편만 배급하면서도 <웰컴 투 동막골> <가문의 영광2> <말아톤> 등이 대박을 터뜨려 동원관객수 3300만명으로 CJ(3000만명)를 눌렀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는 상황이 역전됐다. CJ는 <왕의 남자> <투사부일체> <음란서생> 등으로 상반기 한국영화 흥행랭킹 1∼3위를 독차지하면서, 쇼박스를 완전히 압도했다.
절치부심하던 쇼박스는 이번 <괴물>의 유례 없는 대히트로 회심의 카운터펀치를 날렸다.
양대 배급사와 양대 통신사, 영화판 전선 복잡
하지만 앞으로는 영화판의 전선이 이 양대 배급사의 대결에다, 양대 라이벌 이동통신사의 대결이 어우러지면서, 한층 복잡한 양상을 띨 전망이다.
예를 들면 이렇다. 영화 <괴물>에는 배급을 맡은 쇼박스에 이끌려 KTF가 총 30억원을 투자했다. 그러나 청어람이 완전히 SKT에 인수되면, KTF는 앞으로 청어람이 제작하는 영화에 투자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중간에 있는 쇼박스가 어느 쪽을 편들어줄 것인지도 관심거리다.
일각에서는 “이제는 ‘이동통신사 자본’ 대 ‘극장업을 겸한 대기업 자본’간의 싸움으로 구도가 바뀔 것”이라는 성급한 전망도 있다.
양 진영의 대결이 현실화되면, 승부는 예측불허다. CJ와 쇼박스 및 롯데는 유통채널인 멀티플렉스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 최대의 무기이고, SKT와 KT·KTF 진영은 자본력에서 상대보다 우세하다.
이와 관련, KTF의 영화투자 책임자인 정명훈 팀장은 “CJ와 쇼박스의 지위가 워낙 공고해 통신회사들이 이들과 맞서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극장용이 아닌 모바일 전용 영화제작도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전망했다.
<괴물>과 마케팅
“프리미엄 브랜드 전략 먹혀 들었다”
<괴물>이 한국영화사상 최고의 흥행 대박 행진을 계속하고 있는 요인에 대해서는, 영화계는 물론 언론계와 경제계 등에서도 다양한 분석들을 내놓고 있다. 본지는 제작자인 청어람 최용배 대표 스스로 얘기한 성공요인 및 마케팅전략 속에서, 기업경영에 대한 시사점을 찾아봤다. 1. 핵심맨파워를 브랜드화 : 배우 송강호·변희봉·박해일·배두나는 연기력으로 인정받은, 검증된 배우들이고, 봉준호 감독은 <살인의 추억>을 만든 흥행감독이다. 이들은 관객에게 확실한 믿음과 신뢰를 주는 요소이므로, 이들 핵심 맨파워를 브랜드화해 마케팅에 집중적으로 이용했다. 예를 들면, 영화 예고편에서 봉 감독이 “고교시절 한강에서 우연히 괴생물체를 목격하고, 영화감독이 되면 꼭 괴수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는 말을 부각시키면서, 봉준호라는 브랜드를 한층 고양시켰다. 2. 마케팅 포인트는 ‘괴수’ : <괴물>의 진짜 주인공은 역시 괴수다. 한국 최초로 첨단 컴퓨터그래픽을 통해 만든 괴수영화임을 강조하고, 한국에서도 할리우드와 비교해 손색없는 CG를 만들었다는 점이 포인트. 3. 최적의 시기, 고객층 다변화 : 여름방학과 휴가철 성수기에 맞춰 유통망을 장악했고, 온 가족이 즐기기에 적합한 한국형 가족영화를 지향했다. 특히 어린이들이나 좋아할 법한 괴수영화에, 어른들에게도 어필할 수 있는 사회풍자와 현실비판의식을 녹여 넣고, 결국 믿을 것은 나 자신과 가족뿐이라는 메시지로, 남녀노소 모든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영화로 만들었다. 4. 고품질 프리미엄 브랜드 전략 : 칸 영화제 감독주간에서 열광적 지지를 얻은 것을 집중 홍보, 국내시장에서의 기대치를 증폭시켰다. 특히 이를 CF에서 적극 활용해 영화의 작품성, 즉 제품의 질에 대한 자신감을 대중에게 각인시켰다. “작품성이 있으면서도 재미있는 드라마를 원하는, <살인의 추억>을 좋아하는 관객층을 기본 고객으로 잡았다. 여기에 괴수를 덧붙이고,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한강이라는 현실감을 더하고, 여름철 성수기를 겨냥한 가족영화로 만들었다”는 최 대표의 말에서, 기업들도 마케팅적 시사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괴물 마케팅’으로 웃는 기업들 복더위에 골뱅이, 컵라면 잘∼팔았네! ◆ 소니코리아 소니코리아는 이 영화에 9개 제품을 협찬했다. 헤드폰·워크맨·노트북·TV·카메라 등의 제품들이 이 영화 곳곳에 PPL로 등장했다. 영화 초반, 괴물이 여의도 고수부지에서 시민들을 습격하는 신. 모두가 공포에 질려 달아나는데, 유독 아리따운 아가씨 한 명은 헤드폰을 쓰고 음악삼매경에 빠져 있다가, 괴물에게 당한다. 이 때 헤드폰의 소니 로고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이 신은 영화 광고에도 사용돼, 소니는 덩달아 엄청난 홍보효과를 누리고 있다. 대개 영화 PPL에는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까지의 비용이 필요한데, 소니는 제품만 제공했고, 그나마 촬영을 마친 후 고스란히 돌려 받았다. 돈 한 푼 안들이고 수십억 원의 홍보 대박을 터뜨린 셈이다. 소니뿐 아니라, 이 영화 PPL에 참여한 기업들은 거의 제품 협찬만 했다. 골뱅이 깡통, 컵라면, 캔맥주 등의 제조회사들이다. ◆ 국민은행·국민카드 국민은행은 전 점포에 괴물 포스터를 부착하고, ATM 단말기에 영화장면이 잠깐씩 뜨게 하는 방식으로 이 영화를 마케팅에 활용했다. 국민카드는 신규 카드가입자들에게 영화관람권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실시했다. ◆ 기타 한겨레여행사는 여행사 광고시 괴물 영화의 비주얼을 삽입했고, 래프팅클럽 레스펠은 한탄강·동강 래프팅 참가자 전원에게 CGV 영화 관람권을 무료 증정했다. 쇼핑몰 러브트리에서는 괴물 영화 이벤트를 진행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