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 최규창
내 영혼의 하늘에 그대는
초롱초롱한 별로 뜨나니
햇빛 쨍쨍한 대낮이나
달빛 하나 없는 컴컴한 밤에도
잠든 내 영혼을 깨우나니
세상의 잠 속에서 깨우나니
하늘나라 강마을 가는 길
가로등 없는 골목길까지
훤히 훤히 비추고 있네
일몰日沒 /최규창
일몰日沒의 영산강榮山江은
산자락에 물들면서 흐느적거리더라
산천山川은 피를 토하고
어느덧 세월은 땅거미
섣달 그믐밤에 문풍지를 울리던 기침소리가
눈두렁에서 들리지 않던가
살빛을 머금고
물곬에 몰려드는 여울소리
기슭에서는 나목裸木처럼
신음하는 백제百濟
역사는 또 하나
삼국유사三國遺事를 쓰고 있다
아이야 영산강榮山江 가자 / 최규창
아이야 영산강榮山江 가자
잎새에 맺혔다 떨어지는
빗방울처럼
아이야 영산강榮山江 가자
거기에 가면
너의 눈꼽낀 얼굴을 씻으리라
어디 눈물 고일 겨를이나 있는가
강가에 무지개 피고
사금파리 놀던 눈망울이
보고 싶지 않는가
아이야 영산강榮山江 가자
가을비 온 후 / 최규창
작은 풀잎사귀가
눈물을 머금고
바르르 떨고 있다
하늘은
한없이
높게 퍼져 있다
머금은 눈물이
바들바들
떨면서
희멀건 낮달을
바라보고 있다
오늘밤 막달라 마리아는 / 최규창
오늘밤
막달라 마리아는
다시
골목길에 서성이고 있다
꿀벌처럼
윙윙거리는
로마병사의 휘파람소리
오늘밤
예수는
다시
골목길에서 낙서를 하고 있다
오늘밤
다시 예수의 땅에는
막달라 마리아의 그림자와
로마병사의 휘파람소리가
지나가고 있다
예수는 말없이
낙서를 하고 있다
[ 최규창 시인 약력 ]
* 1954년 전남 나주 출생으로
* 강남대학교를 졸업하고 〈기독교신문〉에 입사한 이후 41년 동안 근무
* 1982년 《현대문학》지에 시추천 완료로 등단
* 시집 《어둠 이후(以後)》(영언문화사 1986년), 《행방불명》(종로서적 1989년), 《영산강비가》(영언문화사 1993년), 《강물》(시와 산문 1996년), 《환상변주곡》(고요아침 2007년), 《아이야 영산강 가자》(시선사 2019년) 이외에 시론집 《한국기독교시인론(韓國基督敎詩人論)》(대한기독교서회 1984년), 《사랑의 넓이와 깊이》(대한기독교서회 2014년) 등을 펴냈다.
* 서울장신대와 총회신학교 등에서 ‘기독교와 문학’과 ‘문장론’ 등을 강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