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릇도 가득차면 넘친다
사물은 극에 달하면 반드시 반전한다는 물극필반(物極必反)이란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당서에 나오는 얘기입니다. 당 고종이 죽은 뒤 중종이 어린 나이에 즉위하자 측천무후가 섭정을 했습니다. 무후는 중종이 친정을 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는데도 여전히 섭정의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았습니다. 대신 소안환이 상소를 올려 "무후께서는 아직까지는 섭정의 자리에 계시지만, 사물이 극에 달하면 반드시 반전하고, 그릇도 가득차면 넘친다(物極必反 器滿則傾)는 이치를 아셔야 합니다"라며 무후의 퇴진을 권했다고 합니다.
아들들을 번갈아 제위에 올렸다 폐위를 일삼고 죽이기까지 한 무후가 그 말을 들을 리 있겠습니까? 무후는 이씨 왕조를 무씨 왕조로 바꾸려했던 여걸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녀도 노화와 죽음을 막을 순 없었지요. 무후의 사례는 자연과 인간사의 물극필반을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요즘 자연 현상으로 눈을 돌려보면, 폭염이 정점을 치닫고 있습니다. 습도까지 높아 한증막이라 하여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제 아무리 열기가 기승을 부려도 절기를 이길 순 없습니다. 내일이 입추(立秋)입니다. 힘들고 짜증나도 선선한 가을을 기대하며 이 가마솥더위를 이겨내야겠습니다. 물극필반, 사람의 일이든 자연 현상이든 이 이치를 벗어날 순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새겨봅니다. 복 짓고 나누는 날 만드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