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한미약품그룹의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와 비상장사인 한미헬스케어가 합병을 결정하면서 한미약품 창업주인 고(故) 임성기 회장의 자녀들이 보유한 한미사이언스 지분율이 확대될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020년 8월 임 회장의 별세 이후 한미약품그룹 오너일가는 5000억원에 달하는 상속세를부과받았다. 오너일가는 상속세 부담에 주식담보대출을 최대한 받고 보유 중인 한미사이언스 지분도 매각하고 있는데, 이번 합병을 통해 상속세 납부 여력을 다소나마 확보했다는 분석이다.
◇ 한미사이언스-한미헬스케어 합병, 오너일가 지분↑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한미약품그룹이 발표한 한미사이언스와 한미헬스케어 합병이 완료되면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 임종훈 한미약품 사장 등 한미약품그룹 오너 2세들이 보유한 한미사이언스 주식수는 현 1497만3707주(21.8%)에서 1878만주(25.9%)로 늘어날 것으로 분석된다.
한미사이언스는 전날 이사회를 열고 한미헬스케어와 합병을 결의했다. 한미사이언스가 한미헬스케어를 흡수합병하는 형태로 한미사이언스는 한미헬스케어 주주들에게 신주를 발행한다. 합병비율은 1 : 0.2845706로 결정됐다. 합병계약일은 8월 25일이고 합병기일은 11월 1일이다.
한미헬스케어는 한미약품그룹 오너 2세들이 주주인 비상장계열사다. 시스템통합(SI) 회사 한미IT와 자회사인한미메디케어가 2018년 4월 합병해 설립됐다. 한미헬스케어는 고 임성기 회장의 장남 임종윤 사장이 489만9781주(35.86%), 장녀 임주현 사장이 330만3520주(24.18%), 차남 임종훈 사장이 517만2445주(지분 37.85%)를 보유하고 있다.
이번 합병으로 이들 세 명은 한미약품그룹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신주 380만여주를 각각 나눠 받는다. 합병비율대로 받는 주식수를 계산해보면 임종윤 사장은 139만주, 임주현 사장은94만주, 임종훈 사장은 147만주가량이다. 합병 후 지분율은 임종윤 사장이 9.4%, 임주현 사장이 8.1%, 임종훈 사장이 8.4% 정도다.
이번 합병은 한미사이언스가 합병대가로 새로 발행해야 할 신주가 총발행주식의 10%를 넘지 않는 소규모 합병이라 주주총회 없이 진행되고 기존 한미사이언스 주주들에게는 주식매수청구권이 보장되지 않는다.
다만, 발행주식총수의 100분의 20 이상에 해당하는 주식을 소유한 주주가 소규모합병 공고일로부터 2주내에 서면으로 합병에 반대하는 의사를 통지하는 경우 합병이 무산될 수 있다. 하지만 오너일가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이 61.5%에 달하기에 합병이 무산될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
한미약품그룹은 2010년 7월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으며 한미사이언스는 한미약품 지분 41.40%를 가지고 있다. '오너일가→한미사이언스→한미약품'인 지배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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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속세 부담이 배경인가
한미헬스케어는 그동안 한미약품그룹 오너일가의 지배구조 강화에 활용될 것이라는 관측을 꾸준히 받아왔다. 한미헬스케어는 계열사 내부거래를 통해 성장한 전형적인 오너일가 가족회사다.
다만 이번 합병은 2020년 8월 고 임성기 회장의 타계로 부과된5000억원에 달하는 상속세가 촉발했다는 분석이 힘을 받고 있다.
임 회장은 별세 전 한미사이언스 주식 2262만4496주(지분율 34.27%)를 보유하고 있었다. 부인인 송영숙 현 한미약품 회장의 지분율은 1.26%에 불과했고 임종윤 사장이 3.65%, 임주현 사장이 3.55%, 임종훈 사장이 3.14%를 각각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임 회장이 별세한 이후 배우자와 세 자녀들은 2:1:1:1 비율로 주식을 상속받았고 가현문화재단과 임성기재단에도 주식이 일부 증여됐다. 결과적으로 배우자인 송영숙 회장은 지분 11.65%를 가진 최대주주에 올랐고 오너 2세들은 각각 8% 대 지분을 보유하게 됐다.
한미약품그룹 오너일가는 이후 상속세 납부를 위해 증권사를 통해 총 3000억원이 넘는 주식담보대출을 받았다. 이조차도 부족해지자 오너일가는 지난해말부터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일부 매각하고 있다.
지난해말부터 송 회장과 임주현 사장,임종훈 사장은 에쿼티스퍼스트홀딩스코리아와 5년 뒤 주식을 다시 살 수 있는 환매조건부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자금을 조달하고 있고임종윤 사장 역시 올해 2월 보유하고 있던 주식 가운데 45만 주를 시간외매매 방식으로 매각했다.
결과적으로 이번 합병을 통해 임종윤 사장 등 오너 2세들은 줄어든 한미사이언스 지배력을 다소 회복하고 상속세 납부를 위한 자금력 역시 강화할 수 있게 됐다. 오너 2세들이 합병대가로 받을 예정인 한미사이언스 신주의 가치는 이날 한미사이언스 종가(4만350원)기준 1535억원에 달한다.
한미약품그룹 관계자는"이번 합병은 지배구조를 단순화하고 지주사가 헬스케어분야 전 부분을 아우를수 있는 종합회사로 도약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승용 기자 romancer@sisajourna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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