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할 수 없는 그 놈
* 1.
휴... 일요일인데도 할 일 되게 없네..
엄마는 마실 나가셨고 아빠는 똥 빠지게 일하고 계시고 오빠들은 모두
다 나가버리고... 집엔 나 혼자 뿐이다... 쒸벨
이렇게 화창하고 좋은 날씨에 남들은 옆에 애인 하나씩은 끼고선 잘도 놀
러 다니는데..
난 하는 일도 없이 집에서 빈둥빈둥 놀고만 있으니 원....
TV나 볼까? 난 이리저리 화려한 리모컨 기술을 이용해 TV채널을 돌리기 시작했다.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 재방송하잖아.. 이거 본 건데..
MBC 논스톱이랑 KBS2 아내도 본 거고...
KBS1에선...... 국악 한마당.. 졸음이 밀려온다 졸음이..
마지막으로 뭐... 기대할 것 도 없지만 EBS나 틀어 볼까? 역시 나의 기대를 져버리지 않은 EBS...
일요초청특강.... 지존이다..
'꼬르륵' 뱃가죽이 울리는 구나..
심심하기도 하고 배도 고픈데 롯데리아 가서 불갈비버거나 하나 사 먹을까?
내가 롯데리아를 간다는 것은 정말 할 일이 되게 없다는 뜻이다.
우리 집은 시내와는 멀리 떨어져있는 버스도 다니지 않는 변두리 외곽지역이기 때문에 시내까지 나가려면 족히 30~40분은 걸리기 때문이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할 일이 진짜 없는 따분한 일요일 오후인데...
"어서 오세요"
헉.. 사람들 왜 이렇게 많은 거야.. 인간들이 말야 할 일 없으면 집에서 발 닦고 잠이나 잘 것이지 다 밖으로 기어 나오고 난리야 난리는
앞에 계산대서부터 서있는 줄이 족히 몇 만리는 되는 듯 했다.
어쨌든 뭐..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했던 가..
이제 앞에서 내 시야를 다 가리고 있는 덩치 큰, 아주머니만 비켜서고 나면..
"감사합니다. 손님 맛있게 드세요"
아싸~ 드디어 내 차례가 왔구나..
"언니 불갈비버거 하..........."
"불갈비 하나, 새우 셋, 바닐라쉐이크 하나, 콜라 셋 주세요"
갑자기 내 앞을 가로막더니 주문을 하고 있는 이름 모를 쪼매난 남정네 하나...
"저.. 저기.. 제가 먼저거든요.."
"누나 저 급해요.. 빨리 줘요.."
헉... 뭐 뭐야.. 내 말 씹은 거야? 지금?
"제 순서가 먼저라고요."
난 놈을 힘껏 야려주며 얘기했다.
그런데 저 놈... 날 쳐다보지도 않고 계속 내 말은 잘근잘근 씹더니 지가 시킨 버거 쟁반을 들고 지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는 테이블로 유유히 사라져 버렸다.
으메 열 받는 것! 지금 불갈비버거가 문제가 아니다. 난 이미 이성을 잃고 아까 그놈이 앉아 있는 테이블을 찾아갔다.
물론 이 때까지 내 간은 팅팅 부어 있었다.
"야!"
"나?"
"그래 너!"
"나. 왜?"
"내가 말했지? 내가 먼저라고"
"니가 언제?"
"참나.. 어이가 없어서.."
"근데 어쩌라고"
"어쩌긴 뭘 어째 내 불갈비버거 사 놔"
"그걸 내가 왜 사!"
그때였다.
"아.. 씨바.. 시끄러워 최충성 아가리 안 닥치냐.."
가운데 앉아서 가만히 바닐라쉐이크만 쪽쪽 빨고 있던 녀석이 갑자기 고개를 들며 얘기를 했다.
그러자..시끄럽게 떠들어대던 녀석이 입을 꾹 다물었다.
그런데 저 가운데 앉아있는 녀석의 얼굴은
우와.... 여자 애 같이 생겼어.. 아니.. 보통 여자애들 보다 더 예쁜 건가?
안쪽으로 얇게 진 속 쌍꺼풀.. 때문에 커 보이는 눈...
길게 뻗은 속눈썹.. ( 나보다 길다.. 제기랄)
오똑하게 솟은 콧날...
작고 새초롬한 입술 (거기다 붉기까지..)
여자보다 더 희고 여드름은커녕 잡티 하나 없는 피부....
무슨 만화 주인공 같이 생겼다.. 아닌가? 일본 혼혈아인가? 어쨌든 한마디로 잘 생겼다고 볼 수 있겠다... ( 그러나 나는 꽃 돌이 들을 싫어한다.. 나의 이상형은 눈 작은 ET다.. 배나온 ET..)
내가 그렇게 그 녀석을 감상하고 있는데 갑자기 녀석이 다시 입을 열었다.
"뭘 봐.... 할 말 다했으면 꺼져.."
뭐... 뭐야? 저 저런.... 아까 잘 생겼다는 말 취소다 취소 퉤엣!
그래.. 민예소 여기서 니가 밀리면 안 돼... 이럴 때일수록 더 대담하게 나가는 거야
"할 말 아직 다 안 했어"
"그럼 빨리 하고 꺼져.."
헉 어이가 없어서 말이 안 나온다...
열이 잔뜩 받고 약이 오를 대로 오른 나는 녀석에게 있는 힘껏 소리를 쳤다..
"뭐... 뭐야? 야! 너 말 다했어?"
"어.. 다했어.. "
"기집애같이 생긴 주제에.."
그러나... 이 말을 했던 건 지금까지 18년 살아온 내 인생 최대의 실수가 되 버렸다.
"너..방금 뭐라 그랬냐.."
"기..기집애같이 생겼다고 했다 왜!"
그때까지도 부어버린 내 간은 가라앉은 생각을 못 했다..
"너 은표한테 죽었다. 은표는 기집애같이 생겼단 말을 제일 싫어해.."
아까 새치기를 했던 놈이 말했다.
에잇 지는 비굴하게 저 기집애같이 생긴 놈이 조용 하라는 한마디에 쫄아버린 주제에... 이 비굴한 놈아
하지만 그 때까지도 멍청한 내 머리는 사태 파악을 못 하고 있었다.
"기집애같이 생겼으니까 기집애같이 생겼다고 하지.."
"그 소리 한번만 더 지껄여봐라"
"기. 집. 애."
한 자, 한 자 힘을 주어 포인트를 주어 얘기했다.
그런데 순간 놈의 표정이 순식간에 일그러졌다..
"너.... 죽고 싶어 환장했지?"
(이제서야 사태파악이 된.. 무능한 나.)
헉.. 저 자식 아까 와는 분위기가 틀리잖아.. 그래도 여자가 깡우가 있지...
민예소 여자가 칼을 뽑았으면 김치라도 써는 거야.. 여기서 밀리면 안 돼
난 부을 대로 부은 간을 움켜잡고 얘기했다.
"아니... 누가 언제 죽고 싶뎄냐?"
"어? 그러셔?"
"너 이제 죽었다.."
비굴이 넌 좀 빠져...
"난 너 죽이고 싶은데... 어떻게 죽여줄까?"
나한테 다가오면서 놈이 얘기를 했다.
우.. 웃으니까 더 살벌하잖아....
그래.. 이럴 땐..............................................................................................튀는 수밖엔 없다..
난 놈에게
"UFO다.."
라는 한마디만 남긴 채 롯데리아를 빠져 나왔다.
그리고선 열 나게 뛰었다..
그런데 이게 웬걸 놈이 따라나오는 것이 아닌가..
"야! 너 거기 안 서!"
"너 같으면 서겠냐"
난 뛰면서 소리쳤다..
그런데 놈 끈질기게도 소리치며 따라오는 것이 아닌가
"야! 너 잡히면 진짜 죽는다.. 좋은 말로 할 때, 서라"
"내가 미쳤냐?"
나는 뒤도 안 돌아보고 뛰었다.
이래뵈도 초등학교 때 전국 체전 나가서 2등하고 오신 몸이다.. 이 놈아..
난 죽을힘을 다해
저 공포스러운 놈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필사적으로 달리고 또 달렸다.
근데 저 새끼 밥만 쳐 먹고 달리기만 했나..
빠.. 빠르다..
그렇게 한참을 달렸을까 뒤에서
"너 웬만하면 시내에 면상 쳐들고 다니지 마라 걸리면 죽는 수 있다."
라는 무시무시한 소리와 함께
더 이상 따라오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나는 놈에게
가운데 손가락을 펴 보이는 여유까지 부리며,
도망쳤다.
휴.. 살았다... 그 때였다..
"따르릉.. 따르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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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또와-유나연재
거부할 수 없는 그 놈 1
녀우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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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02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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