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로 살다보면....

형사로 살다보면 내가 잡아 넣은 절도범이라 하더라도,, 그를 위해 탄원서를 쓰는 경우도 있습니다. ...... 오늘 지난번 구속시킨 특수절도범을 위해 탄원서를 써 법원에 접수시켰습니다. --------------- 존경하는 재판장님 탄원인은 현재 수원중부경찰서 강력2팀장으로 근무하는 형사고, 피탄원인은 탄원인에 의하여 검거된 경기대학교 박물관을 털었던 특수절도범입니다. 2005. 3. 10. 09:30 경기대학 박물관이 털렸다는 소식을 접하고 한걸음에 현장에 달려갔지요 경기대 중앙도서관 5층에 있는 철옹성 같은 박물관에 도착하니 시정장치는 굳건했고 5층에서 내려다 본 땅바닥은 까마득했습니다. 박물관 안에 감시카메라(cc-tv) 3대가 설치되어 있지만 범인은 그 카메라를 피했고, 대학이 자랑하는 4억대의 이조청자, 도자기, 민속화 36점은 어디로 증발했는지 흔적도 없었습니다. 경찰서와 경기청 과학수사계 요원 8명을 동원, 8시간 동안 잠재지문과 족적 머리칼 등을 채증 했지요. 오후 5시 반, 현장 조사를 마치고 그래도 석연찮아 고개 갸웃거리던 중 벽면 진열대 위에 놓인 농기계 쟁기 날 모양이 자연스럽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쟁기를 치우고 나니 쟁기 뒤엔 아이 머리통 만한 구멍이 나 있더군요, 좁은 구멍에 삐썩 마른 조권상 형사를 밀어 넣고 수색하던 중 침입구를 찾아냈고, 침입구와 연결된 철문에서 범행과 관련된 주요 증거 등을 찾아냈지요. 경찰청으로부터 넘겨받은 지문 관련 인적사항을 분석한 후 우회 수사를 시작했습니다. 박물관 조교, 박물관 소독업자 및 출입자 등을 섣불리 조사했다가는 경찰에 소환되었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상처를 받을 수 있으니까요. 하나 하나 배제해 나가던 중 신학대학을 졸업하고, 현재 수원 모 교회에서 전도사생활을 하고 있는 피탄원인을 수사하게 되었습니다. 부모형제 아무도 없는 그는 서른 일곱의 나이임에도 수도권에 있는 모 신학대학을 작년에 졸업한 후 전도사 생활을 하고 있었지요. 재판장님도 잘 아시겠지만 종교인들을 수사하고자 하면 형사들은 난색을 표합니다. 그들을 불러 범행 사실을 추궁하는 사실부터가 부담스럽기 때문입니다. 주소지에 주민등록만 등재되어 있는 그를 찾기 위해 화성시에 있는 모 대학에 가서 학적부까지 확인 동급생들을 수소문하여 가까스로 타인 명의의 핸드폰(신용불량자인 관계로)을 사용하는 그와 연결되었습니다. 그에게 종교적 문제로 상담을 원한다고 통화했지요. 그리고 수원중부경찰서 서문지구대 앞 도로상에서 피탄원인을 만났습니다. 눈이 착하게 생겼더군요. 신분을 밝힌 후 서문지구대 안에 들어가 커피 한잔을 주었습니다. 그 다음 아무소리하지 않고 그의 눈을 들여다보고 있자니 그가 당황하더군요. ‘ 팀장님.. 저를 보자고 한 게 상담 때문에 그런 게 아니지요 ? ’ 고개만 끄덕였습니다. ‘ 저에게 하고 싶은 말이 뭐지요 ? ’ 저는 커피를 다 마신 다음 끊었던 담배를 한 대 피워 물었지요 그리고 한참 있다가 물었습니다. ‘ 왜 그런 실수를 했나요 ? ’ 피탄원인을 말을 하지 않더군요. 그 대신 그의 눈 속에 파장이 이는 걸 봤습니다. 더 이상 추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지요. ‘ 다른 사람은 다 속일 수 있어도.... 양심은 못 속이는 거 아시죠... ? ’ 그를 데리고 경기대 중앙도서관 입구에 데리고 갔습니다. 고개를 푹 숙인 채 차에 앉아 있는 그에게 말했습니다. ‘ 이 도서관 관계자들은 우리가 형사라는 걸 알아. 모르는 척 할 테니 5미터 앞에서 당시 했던 대로 자연스럽게 움직여. 분명한 건 자네를 처벌할 목적으로 수사하는 건 아니야. 그 피해품 찾아 학교로 돌려줘야 하지 않겠어 ? ’ 피탄원인은 고개를 떨구고 그러더군요. ‘ 팀장님... 제 가 큰 실수했습니다. 목숨까지 맡길 테니 맘대로 하세요’ 모든 답이 한꺼번에 풀리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는 그 날 골동품을 팔아 쓰지도 못하고 숨겨 놓았던걸 모두 내 놨습니다. 그리고 조금도 숨김없이 다 자백한 후 유치장에 들어갔습니다. 다음 날 서울 인사동 등 서울 시대를 돌아다니며 골동품 36매 모두를 찾을 수 있도록 수사에 협조해 주었습니다. 2005. 3. 21. 일요일 형사 2명과 함께 교회에 데려가 주일예배를 봤습니다. 하염없이 눈물 흘리며 기도하는 그를 보며 실족한 그를 위해 기도했지요. 그 다다음 날 경기대학 총장이신 이영수님을 만났지요. 고아인 그가 빚 보증 문제로 시달리다가 실족한 과정, 양심의 가책을 받아 수사에 협조하기까지 과정 모두를 조심스럽게 얘기 해 드렸더니 ‘ 그 친구. 처벌 안 하고 봐 주면 안 되느냐 ? ’고 반문하시더군요. 아무도 의지할 데 없는 피탄원인을 위해 서울 외국인 노동자교회 김해성 목사님과 수원 산상교회 최용현 목사님에게 피탄원인 문제를 의논했더니 성경책도 넣어 주시고 면회 다니며 기도도 해 주시고 있습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피탄원인은 현재 수원구치소에서 수인번호 666 으로 수용되어 있습니다. 지난 번 면회 가보니 검찰 구형 3년보다 짐승번호 666을 받았다며 울고 있더군요. 탄원인은 형사생활 20여 년 하다보니 선악을 볼 줄 아는 눈이 생겼습니다. 숱한 죄를 짓고도 빤질거리는 눈이 있는가하면 단 한번의 실수라도 양심이 가장 무서운 형벌이 되어 우는 사람도 있습니다. 재판장님.. 형사생활 한다고 절도범 잡아 즐거운 건 절대 아닙니다. 고아가 되어 주위에 아무도 의지할 데 없어 실족한 피탄원인에게 촛불을 켜 주십시오. 하나님의 뜻이 재판장님과 함께 하시길 기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