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초순.
대학 과 친구들의 송년모임이 있었다.
우리는 해마다 국내외 여행을 자주 떠나는 편이다.
그 자리에서 2019년도 3월에 동해바다로 '봄여행'을 가자고 결의했다.
'고래 잡으러 가자'고 했다.
마침, 강릉이 고향인 모그룹 P상무가 친구들을 안내하겠다고 했다.
고마운 일이었다.
작년 가을엔 여수권 여행을 함께 했었다.
작년 그 시기에 친구가 '여수 해양수산청장'으로 근무하고 있었고, 그의 안내로 시종일관 매끄럽고 유익한 여정을 엮을 수 있었다.
덕분에 추억도 많이 쌓았다.
그 전 해인 2017년엔 '쓰촨 주자이거우'(구채구)에서 값진 감동을 경험했다.
'주자이거우'와 '황룽'의 위대한 자연 앞에서 인간의 필설로는 도저히 그 극상의 아름다움과 빼어난 지경을 표현할 길이 없었다.
그래서였을까?
눈길이 머무는 데마다 전율하고 또 전율했던 기억들이 지금도 새롭다.
80년대에 대학을 다녔던 우리들은 많은 영역에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었다.
그 당시에 우리들이 자주 부르곤 했던 '가요분야'도 그랬다.
적어도 가요에서 만큼은 모두가 하나같이 '송창식'의 포로였다.
그로부터 빠져나올 수가 없었다.
그건 불가능했다.
축제 때나 M.T 때, 수련회나 여행 시에도 그리고 학과 답합대회나 각종 캠퍼스 행사 때에도 '송창식'은 늘 우리의 가슴 속에서 살아 숨쉬고 있었다.
함께 울고 함께 웃었다.
그는 당시 청춘들의 별이었고 달이었다.
심지어는 '전두환 독재타도'를 외치던 격정의 민주화 투쟁현장이나
강원도 깊은 산 속의 농활 중에도 주옥같은 그의 노래들을 통기타 반주에 맞춰 목이 터져라 열창하곤 했었다.
특히, 고 최인호 작가가 노랫말을 쓰고, 송창식이 직접 작곡하여 불렀던 '고래사냥'은 그 당시에 뜨거웠던 '콰이어'의 정수였다.
더욱이 1975년에 개봉돼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인기영화 '고래사냥'의 주제가여서 더욱 그랬다.
술마시고 노래하고 춤을 춰봐도
가슴에는 하나 가득 슬픔뿐이네
무엇을 할 것인가 둘러 보아도
보이는 건 모두가 돌아 앉았네
자~ 떠나자 동해 바다로
삼등삼등 완행열차
기차를 타고
간밤에 꾸었던 꿈의 세계는
아침에 일어나면 잊혀지지만
그래도 생각나는 내 꿈 하나는
조그만 예쁜 고래 한마리
자~ 떠나자 동해바다로
신화처럼 숨을 쉬는
고래 잡으러
우리들 사랑이 깨진다해도
모든 것을 한꺼번에 잃는다 해도
우리들 가슴속에 뜨렷이 있다
한 마리 예쁜 고래 하나가
자~ 떠나자 동해바다로
신화차람 소리치는
고래 잡으러
"그래, 바로 이거야"
"친구들아. 우리도 다시 한 번 고래 잡으러 가자"
그거였다.
우리들이 비록 나이는 좀 먹었지만 아직도 심장이 용솟음 치는데 동해바다로 가서 큰 고래를 잡자고 했다.
제주에서 2명, 청주에서 한 명, 수도권에서 열 명, 이렇게 총 13명이 함께 했다.
청량리역에서 KTX를 타고 갔다.
많이 웃고, 떠들었고, 신명나게 노래했다.
우리들에게 3월 23-24일은 그런 날이었다.
행복했고 꿈결같은 1박2일이었다.
내가 늘 하는 얘기가 있다.
'우정'은 깊은 산 속 오솔길 같은 것이라고.
자주 내왕하지 않으면 그 길이 금방 수풀에 덮혀 끝내 사라지거나 희미해 진다고.
무릇, 인간관계란 그런 것이라고 믿는다.
일견 강하고 탄탄한 것 같으나 차근차근 챙기고 돌아보지 않으면 참으로 허망하기 짝이 없는 것이 '인간관계'다.
긴밀한 것 같으나 속절없고, 막역한 것 같으나 못내 부질없는 것이 사람 사이의 관계 아니던가.
지속적으로 배려하고, 챙기고, 소통하지 않으면 나도 모르는 새 지겟다리 썩듯이 무너져 내린다.
오늘 새벽 큐티시간에도 나는 이렇게 기도했다.
'돈보다 일중심으로', '일보다 사람중심으로', '사람보다 기도와 말씀중심으로' 살겠노라고.
강직하면서도 따뜻한 영혼의 명령에 순종하는 삶을 엮어가겠노라고.
나는 대학 1학년 마치고 군대에 자원입대했다.
전역하고 복학하여 2학년부터 내리 6학기 동안 연속 '과대표'를 맡았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어떤 행사를 준비하든, 무슨 일을 하든, 친구들의 중심에 서서 대부분의 일과 행사들을 계획하고 추진했다.
"나 혼자 먹기 위해 밥 짓지 마라. 내가 밥을 짓되 모두가 '함께',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삶의 방식을 견지하라"
지금까지 내가 화두로 삼고 있는 기도문의 핵심이다.
친구들과 함께 행복을 추구하고, 더불어 기쁨을 나눌 수 있어서 감사했다.
어차피 인생길을 혼자 갈 수 없다면 차라리 화끈하게 같이 가는 것이 현명하리라.
80년대부터 현재까지 끈끈한 우정을 이어오고 있는 대학 과 친구들에게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심심한 감사를 전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친구들의 동선과 편의를 위해 세세하게 신경써 준 'P상무'에게 깊은 사의를 전한다.
아들이 이번에 '카이스트'에 합격했다며 흔쾌하게 한턱 쏴 준 '청주 친구'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모두에게 배려가 녹아 흐르고 있어 늘 고마운 친구들이다.
중,고등 친구들보다 더 죽마고우같은 '대학친구들'에게 뜨거운 감사의 박수를 보낸다.
인생은 꽃피고 새우는 봄날보다 더 아름답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이 우리에게 임한 '기적'의 전부임을 믿는다.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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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보유한 곡 중에,
송창식의 '고래사냥'이 없어서
아쉽지만 대신 그의 노래 '우리는'을 올립니다.
첫댓글 ktx를 타고 동해 바다로... 삼등삼등 완행열차에서 많이 변화가 되었네요. ㅎㅎ
멋진 추억으로 우정이 이어지는 모습이 참 아름답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형이 더욱 멋지게 다가오네요.
우정은 깊은 산속 오솔길 같은 것..참으로 가슴에 와 닿는 말이다.오랫동안 친분을 이어와서 이젠 가족보다 더 가까운 사이라고 믿었던 관계도 사소한 서운함이 하나둘 쌓이다 보면 어느새 오솔길에 덤불이 덮이듯 그 관계가 희미해져 버린 경험을 하곤 한다.친할수록 더 예의를 지켜서 더 자주 돌보고,더 자주 만나고,더 자주 소통하며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사실을 절감한다.오래오래 사랑하며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