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2시 즈음에 제주도 각지의 오름마다 봉화가 솟아올랐다. 남로당을 주축으로 한 무장대가 봉기를 일으키겠다는 신호였다.
무장대는 경찰지서와 서북청년회 등 우익의 집을 습격했다.
경찰 4명, 민간인 8명, 무장대 2명이 목숨을 잃었다.
무장대와 군경토벌대의 전쟁이 시작됐다.
남로당은 주민들에게5.10일 총선 거부를 선동하고,
선거를 못하게 산으로 피할 것을 권유했다.
결국 제주는 남한에서 유일하게 총선을 거부한 지역이 되었다.
1948년 11월 17일 제주도에 계엄령이 선포된 이후,
군경토벌대는 중산간 마을에 불을 지르고 주민들을 살상했다.
해안마을에 소개한 주민들까지도
무장대에 협조했다는 이유로 희생되었다.
그 결과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입산하는 피난민이 늘었고,
추운 겨울을 한라산 속에서 숨어 다니다
잡히면 사살되거나 형무소로 끌려갔다.
고은 시인은 만인보에서
4.3당시 오라리 마을의 잔혹상을
아래와 같이 그렸다.
오라리 제주도 토벌대원 셋이 한동안 심심했다 담배꽁초를 던졌다 침 뱉었다 오라리 마을 잡힌 노인 임차순 옹을 불러냈다 영감 나와 손자 임경표를 불러냈다 너 나와 할아버지 따귀 갈겨봐 손자는 불응했다 토벌대가 아이를 마구 찼다 경표야 날 때려라 어서 때려라 손자가 할아버지 따귀를 때렸다 세게 때려 이새끼야 토벌대가 아이를 마구 찼다 세게 때렸다 영감 손자 때려봐 이번에는 할아버지가 손자를 때렸다 영감이 주먹질 발길질을 당했다 이놈의 빨갱이 노인아 쎄게 쳐 세게 쳤다 이렇게 해서 할아버지와 손자 울면서 서로 따귀를 쳤다 빨갱이 할아버지가 빨갱이 손자를 치고 빨갱이 손자가 빨갱이 할아버지를 쳤다 이게 바로 빨갱이의 놀이다 봐라 그 뒤 총소리가 났다 할아버지 임차순과 손자 임경표 더 이상 서로 따귀를 때릴 수 없었다. 총소리 뒤 제주도 가마귀들 어디로 갔는지 통 모르겠다
(동백길에 있는 토벌대의 주둔소)
오라리에 등장하는 토벌대원.
그들도 우리나라의 평범한 국민이었다.
전쟁이 적을 만들었고,
적 앞에 미치광이가 된거다.
군인은 적 앞에서 약해지면 죽는거다.
군경토벌대만 끔직한 학살을 한 것은 아니었다. 무장대도 반동분자 처단과 보복을 외치며
자기들에게 비협조적인 제주도민들을 학살했다.
벌건 대낮에는
군경토벌대가 '빨갱이 색출'을 한 후에 마을을 떠나고,
그리고 저녁에 빨치산들이 내려와서는
살기 위해 군경에 협조한 서민들을 학살했다.
"
아 이렇게도 보복해야 할 증오더냐
아 그렇게도 복수하고 또 복수해야 할
원한이더냐 자력으로 민족해방을 쟁취하지 못하고 외세에 휘둘린 역사
"
"
이것은 누구의 범죄인가.
기관총인가. 기관총 사수인가, 사격명령을 내린 장교인가,
무선전화로 처단명령을 내린 대대장인가.
그 위의 연대장인가,
그 옆의 그림자 같은 미군사고문인가.
그 위 또 그 위, 마침내 삼각형의 꼭짓점은 누구인가?
트루맨은 진인(眞人)이었나?
"
미국 트루먼 대통령이
일본에 핵폭탄을 투하해서 광복을 맞았기 때문에, 정감록에 나오는 진인(眞人)=True+Man=Truman이라고 여겼다는 웃지못할 얘기가 전해온다.
첫댓글 좋은 구경에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