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물머리 소식] 10월 3일 (229일) 스물 아홉번째 두물머리 생명평화 미사

[플로렌시오]

평화와 공동선,

오늘은 여우가 시집가는 날이었나 봅니다. 오전부터 찌푸리던 두물머리 하늘이 여지없이 비를 뿌리다가도 미사 시간이 임박하자 햇빛이 내리 쬐기를 반복합니다. 

제대를 하우스에 준비해야될지, 야외 미사터에 준비해야 할지를 몰라 갈팡질팡, 아무래도 오늘은 여우가 시집을 세번은 간 것 같습니다.  다행히 바람이 심하게 불어 하우스 안에 미사 제대를 준비하였습니다.

일요일 당번이신 수원교구 서상진 신부님은 ME 피정으로, 단대동 성당 이상헌 신부님은 본당의

날 행사로 인해 두물 머리 미사를 집전하시기 어려운 형편이었는데 다행히 수원교구 사회복음화국 국장이신 홍명호 신부님께서 오늘 두물머리 미사에 함께해주셨습니다. 

두물머리 미사가 2백회를 넘어서고 그 횟수를 거듭해도 미사 참례인원이 늘지 않고 고착화 되는 현상을 보면서 단순한 종교 행사로 전락했다거나 그저 하나의 문화로 정착했다고  두물머리 미사를 평가하시는 분들이 계시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미사는 평가와 평론의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미사는 하느님께 올리는 제사요, 공동체의 기도이기 때문입니다. 제사와 기도를 평가하고 평론한다는 것은 또 다른 오만이요, 독선입니다.

두물머리 미사는 생명을 위한 그리스도인들의 절절한 염원이며 생명의 터전을 지키려는 농민들

과 끝까지 함께 하려는 우리들의 결의이며 기도일 뿐입니다.  오직 하느님만이 아시는 기도입니다.

4대강 사업 중단과 팔당 유기 농지보존을 위한 229일, 스물 아홉번째 두물머리 미사는 수원교구 홍명호 신부님의 집전으로 거행되었습니다. 서울교구 쌍문동 성당을 비롯한 20여분의 교우들이 이백 스물 아홉번째 두물머리 주일미사를 봉헌해주셨습니다.

미사 후에 노태환님 농막에서 바다 낚시를 다녀온 양평 인근 지역 농민분들과 함께 소주잔을 기울였습니다. 고기를 많이 잡지는 못했지만 두물머리 농민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서산 어시장에서 대하를 가져오셨습니다.

과부사정 홀아비가 알고 홀아비 사정 과부가 안다고 농부의 마음은 농부들이 아는 것 같습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말없이 건네는 소주잔이 왠지 서러워 보였습니다.

한 사람, 두 사람 술자리를 떠나고 아무도 없는 농막안에서 노태환 형님이 쓴 소주를 연거푸 홀로 들이킵니다. 꿀꺽 소리와 함께 소주가 넘어갈때 마다 붉어지는 목의 혈관이 두물머리 농부들

의 울분을 대변하는 것 같습니다.  미안한 마음에 뒤돌아섰습니다.

노태환, 김병인, 임인환, 최요왕, 서규섭, 이주향, 이효준, 공만석, 이경순, 유영훈, 방춘배, 양정순,

정지영, 생명의 터전인 땅을 지키려는 분들에게 큰 힘이 되어주지 못하는 것이 못내 서럽고 미안합니다.

내일은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4대종단 성직자들의 단식 촛불기도회가 있는 날 입니다. 

그동안 두물머리 미사를 함께 해주셨던 수도권 지역 교구 신부님들과 제주교구, 청주교구 신부님들에게 혹여 참석이 어려우시더라도 내일 단식기도회가 행사를 위한 행사가 아니라 간절한 기도가 될 수 있도록 기도중에 기억해주시기를 청하는 내용의 문자와 전화를 드렸습니다.

늦은 밤, 언제나 하느님안에서 숨쉬고 살아가는 우리가 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레베카]

늘 한결같은 마음으로 생명평화미사를 주도해주심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한조각]

2박3일간의 단식촛불기도회가 잘 치뤄지고 정부와 국회 인사들이 대오각성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