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삿갓,전남 동복 적벽에서 편히 쉬다

[운 파 [雲 波]]

   

김삿갓 동복 적벽에서 편히 쉬다 *♣* 



나이가 들어 몸이 노후해진 김삿갓은 

전라남도 화순 동복 신석우라는 사람집에 머물게 된다.

며칠 몸을 쉰 삿갓이 어느날



`동복에는 소동파의 「적벽부(赤壁賦)」에 나오는 

적벽강(赤壁江) 과 똑같은 강이 있다고 들었는데, 

그 강이 여기서 얼마나 떨어져 있지요?`



`적벽강은 여기서 삼 리밖에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선생이 적벽강을 구경하고 싶으시다면 따뜻한 날을 택해 

제가 직접 모시고 가서 보여 드리겠습니다.`



김삿갓은 그 말을 듣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나는 적벽강을 한 번 보고 싶어요. 

그러나 나 혼자서 구경하고 싶지, 

누구하고 함께 보고 싶지는 않아요. 

매우 외람된 부탁이지만, 

내일 아침에 나에게 배를 한 척 빌려 주실 수 없으실까?`



김삿갓의 고집으로 다음날 신석우는 어쩔 수 없이 

김삿갓 혼자만 배를 타게 해 주었다. 

배는 조그만 놀잇배였다. 

물 위에 둥둥 떠도는 배는 노를 젓지 않아도 

흐름을 따라 조금씩 아래로 떠내려가고 있었다.



이제부터는 밥을 빌어먹기 위해 

남의 집 대문을 두드릴 필요도 없고, 

잠자리를 구하기 위해 이곳저곳으로 

헤매고 돌아다닐 필요도 없을 것 같았다.



`아아, 여기가 바로 나의 안식처였구나!`



배 위에 편히 누워 저 멀리 하늘을 우러러 보았다. 

하얀구름을 그윽이 바라보고 있자니, 

눈꺼풀이 무겁게 감겨왔다. 

이제는 눈을 뜨고 있기조차 힘에 겨울 정도로 

기진맥진했던 것이다. 

그러나 마음만은 그렇게도 편안할 수가 없었다. 

돌이켜 보면 기구하기 짝없는 50평생이었다. 

혼미한 의식 속에서 자신의 생애를 회고하며 

김삿갓은 다음과 같은 마지막 시를 읊기 시작하였다.

   



鳥巢獸巢皆有居 (조소수소개유거) 날짐승도 길짐승도 제 집이 있건만은

顧我平生獨自傷 (고아평생독자상) 나는 한평생을 혼자서 슬프게 살았노라.



芒鞋竹杖路千里 (망혜죽장로천리) 짚신에 지팡이로 천릿길 떠돌며

水性雲心家中方 (수성운심가중방) 물처럼 구름처럼 가는 곳이 내 집이니



尤人不可怨天難 (우인불가원천난) 사람도 하늘도 원망할 일 못 되어

歲暮悲懷餘寸腸 (세모비회여촌장) 해마다 해 저물면 혼자 서러웠노라.



初年有謂得樂地 (초년유위득요지) 어려서는 이른바 부잣집에 태어나

漢北知吾生長鄕 (한북지오생장향) 한양이라 이름있는 고향에서 자랐노라.



簪纓先世富貴門 (장영선세부귀문) 조상들은 대대로 부귀영화 누렸으며

花柳長安名勝生 (화류장안명승생) 장안에서 이름 높은 가문이었었노라.



隣人來賀生弄璋 (린인래하생롱장) 이웃 사람들은 생남했다 축하하며

早晩歸期冠蓋場 (조만귀기관개장) 머지않아 출세한다 기대 했건만



貧毛稍長命漸奇 (빈모초장명점기) 자랄수록 운명이 자꾸만 기구하여

小劫殘門變海桑 (소겁잔문변해상) 오래잖아 상전이 벽해처럼 변했으며



依無親戚世情薄 (의무친척세정박) 의지할 친척 없고 인심도 각박한데

哭盡爺孃家事荒 (곡진야양가사황) 부모마저 돌아가서 집안이 망했도다.



終南曉鐘一納履 (종남효종일납이) 끝내 새벽 종 소리에 방랑길에 오르니

風上異邦心細量 (풍상이방심세양) 생소한 객지라서 마음 애달팠노라.



心猶異域首丘孤 (심유이역수구고) 마음은 고향 그리는 떠돌이 여우같고

勢亦窮途觸藩羊 (세역궁도촉번양) 신세는 궁지에 몰린 양같은 나로다.



南州從古過客多 (남주종고과객다) 남쪽 지방은 옛부터 과객이 많은 곳

轉蓬浮萍經幾霜 (전봉부평경기상) 부평초처럼 떠돌기 몇 몇 해런가.



搖頭行勢豈本習 (요두행세기본습) 머리 굽신 거림이 어찌 내 본성이리

設口圖生性所長 (설구도생성소장) 먹고 살기 위해 버릇이 되었도다.



光陰漸向此市失 (광음점향차시실) 그런 중에 세월은 속절없이 흘러가

三角靑山何渺茫 (삼각청산하묘망) 삼각산 푸른 모습 생각사록 아득하네.



江山乞號慣千門 (강산걸호관천문) 떠돌며 구걸한 집 수없이 많았으나

風月行裝空一囊 (풍월행장공일낭) 풍월객의 주머니는 언제나 비었도다.



千金之家萬石君 (천금지가만석군) 큰 부자 작은 부자 고루 찾아 다니며

厚薄家風均試嘗 (후박가풍균시상) 후하고 박한 가풍 모조리 맛봤노라.



身窮每遇俗眼白 (신궁매우속안백) 신세가 기구해 남의 눈총 받다 보니

歲去偏傷髮髮蒼 (세거편상발발창) 흐르는 세월 속에 머리만 희었구나.



歸兮亦難佇亦難 (귀혜역난저역난) 돌아 가기도  머무르기도 어려워

幾口彷徨中路傍 (기구방황중로방) 노상에서 방황하기 그 몇몇해런가. 
   





김삿갓은 여기까지 읊다가, 

마침내 기운이 다해 입을 다물어 버리고 말았다. 

이제는 시를 읊을 기력조차 없어져 버렸던 것이다. 



배는 가벼운 바람에 조금씩 흔들리고 있었고, 

김삿갓은 조용히 눈을 감았다. 



이리하여 삼천리 방방곡곡을 두루 살펴보며 

수많은 시를 뿌려 놓던 시인 김삿갓은 마침내 

전라도 동복 적벽강 범선 위에서 영구 귀천(歸天)했으니, 

때는 철종(哲宗) 14년(1863년) 3월 29일이요, 

향년 56세였었다.





   

김병연(金炳淵)

1807(순조 7 ~ 1863철종 14) 조선 후기의 방랑시인. 자는 성심(性深), 호는 난고(蘭皐). 속칭은 김삿갓(金笠). 선천부사(宣川府使) 김익순(金益淳)의 손자. 1811년(순조 11년) 가산(嘉山)에서 일어난 홍경래(洪景來)의 난 때 그의 조부가 항복하여 가문이 적몰되었다. 이에 굴욕을 느껴 벼슬을 단념하였으며 삿갓을 쓰고 죽장을 집고 방랑생활을 하였다. 풍자, 해학(諧謔)으로 퇴폐되어가는 세상을 개탄, 저주, 조소하는 기발한 시구(詩句)를 가는 곳마다 쏟아 놓으며 세월을 보냈다. 김삿갓은 그가 삿갓을 쓰고 방랑한 데서 나온 별명이며 많은 한시(漢詩)가 구전(口傳)되고 있다.

[인산]

3년뒤에 둘쩨 아들에 의해 유골을 영월땅 와석 노루목에 모셔저 해마다김삿갓 문화 큰잔치가 거행되며 전국 한시 백일장을 개장하고있는 중입니다.

[인산]

귀중한 자료로 , 좋은 게시 물이네요. 스크 랩 해 갈게요.

[인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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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

쥔장님 김삿갓 을 연구하시나요? 좋은 글 즐감하였습니다 청산은 말없이...

[운 파 (雲 波)]

<인산>님, 삿갓영감에게 관심이 만쿤요. 자상하게 꿰고 있는걸보니요. 삿갓에대한 좋은자료 많이 주세요.

[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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