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품
임병식 rbs1144@hanmail.net
마트 경품추첨 행사에서 어쩌다 당첨이 되었다. 개가 알을 낳을 노릇이라는 말이 있지만 그야말로 소 뒷걸음질 하다 개구리잡는 일이 벌어졌다. 내가 언제 행운이 따른적이 있었던가. 이것은 숫제 쥐구멍에 볕이든 것이 아니라 구름낀 하늘에 해가 쨍하고 비친 격이다.
상품은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은 쌀 20Kg 한 포대이다. 하지만 얼마나 뿌듯한지 모르겠다. 상품도 상품이지만 우선 행운을 잡았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싶다. 나는 경품행사에서 거의 당첨이 된 적이 없다. 생각해 보면 내 번호 앞뒤 사람은 흔히 뽑히는데 나만 비켜간 경우가 유독 많았다.그때마다 나만 왜 그러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내가 고집하는 것이 있다. 물건을 사면 나눠주는 경품권을 버리지 않고 모아 두는 것이다. 행운을 바라서가 아니라 하나의 절차쯤으로 여기는 탓이다. 그래서 이번에도 물건을 사고 받아놓은 추첨권을 추첨함에 넣어 두었다. 한데 그게 덜컥 당첨이 된 것이다. 기대를 하지 않은 일이라 여간 기쁘지 않다.
쌀 한포를 받아드니 밀려오는 감동이 짜릿했다. 이 기분을 뭐라고 할까. 낚시터에서 조사가 대어를 낚아 올릴 때의 그런 손맛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나는 정작 당일 추첨행사장에는 참석을 하지 못했다. 그간 열심히 모아둔 응모권을 추첨함에 넣었으나 추첨을 깜빡 잊어먹고 만 것이다. 나중에야 그것을 알고서 관계자에게 물으니 진작에 추첨행사를 마쳤다는 것이어서 포기를 해버렸다.
그런데 나의 문의를 받은 종업원이 내 뒤통수에 대고 말했다. 이번에는 마트 사장이 파격적인 결정을 내려서 참석을 못한 당첨자에게도 상품을 주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러니 혹시 당첨이 됐을지도 모르니 입구에 내붙인 안내문을 보라는 것이다. 그래서 찾아가 훑어보니 내 이름이 떡 하니 올려져있는 게 아닌가.
그걸 보자마자 흥분이 되었다. 진한 감동이 밀려오면서 뿌듯함이 일었다. 그것은 결코 공짜상품을 받는 당첨 때문은 아니었다. 이만한 행운이라면 앞으로도 더 좋은 것을 기대해도 좋지 않을까 하는 또 다른 희망까지도 갖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시각으로 볼 때 공짜란 결코 좋은 인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오죽하면 러시아에선 ‘공짜 치즈는 쥐덪에만 놓여있다’는 말까지 있을까. 우리 속담도 우호적이거나 긍정적이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공짜 좋아하면 대머리 된다’거나,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 또는 ‘공짜 술 한잔 보고 십리길 간다.’ 고 비아냥거리는 뉘앙스가 섞여있다.
그런 건 아마도 땀 흘린 대가가 아닌, 요행수를 바라고 얻은 것이라는 생각 때문인지 모른다. 하지만 이날의 굴러온 행운이 결코 나쁘지는 않았다.
응모를 하게 된 계기이다. 어느 날 동네마트에서 물건을 사고 계산을 하니 종업원이 "이것 드릴까요? "하는데 벌써 내 손은 이미 내밀어 건네주는 티켓 하나를 손에 쥐고 있었다. 처음에는 좀 쑥스러웠지만 그것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러고는 인적사항을 적어 응모함에 넣었다. 그것을 계기로 이후로는 물건을 살때마다 꼭 응모권을 받아왔다.
꼭 무슨 행운을 바라서가 아니라 모아둔 게 아깝기도 하고 ‘혹시 적어내다 보면 당첨도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하나 간절히 바라는 마음은 없었다. 되면 좋고 안 되더라도 서운할 것은 없다는 가벼운 마음이었다.
여러 달이 지나자 응모권은 많이 모아졌다. 십 수 년간 주부 아닌 주부생활을 하면서 시장을 봐오고 있는데 그만큼 치른 대금도 상당했던 것이다. 셈을 해보니 그런 응모권이 스무장 남짓 된 것 같다.
그렇다면 당첨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경품을 푸짐하게 준비한다고 했으니 기대해도 될까. 그것이 비록 작은 것이면 어떠랴. 백수로 지낸 지 십 수 년이 넘었는데 작은 경품이나마 받는다면 행운이 아니겠는가.
한데 막상 추첨은 하는 날은 깜빡 잊고 말았던 것이다. 추첨행사가 지나버렸다는 말을 듣고는 크게 실망했다. 그런 마음에 종업원을 보면서 ‘왜 알려주지 않았냐’고 물을 뻔 했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나는 비교적 종업원과 안면을 트고 산다. 물건을 사는 고객입장이기도 하지만 내가 늘 책을 건네주기도 하는 사이인 것이다. 그러나 나는 따져 묻지 않고 입을 다물어 버렸다.
알려준 대로 마트 입구에 가보니 안내문이 나붙어 있었다. '행운상 당첨자'라는 명단에 이름이 올려져 있었다. 그것을 보니 무슨 어려운 시험에 합격이라도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바로 상기된 얼굴이 되어 사무실로 찾아갔다. 사장이 반겼다.
“축하드립니다. 전에는 당첨 한날 현장에 나오지 않는 분은 취소시켰습니다. 그런데 금년에는 그렇게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저의 마트를 애용하는 소중한 고객들인데 바빠서 못 올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 규칙을 바꾸었습니다. ”
그러니까 안내문은 당일 추첨 시에 당첨되고도 참석 못한 사람을 위해 적어놓은 것이었다. 나는 내어준 쌀을 받아들고 집으로 곧장 향했다. 다른 때 같으면 배달을 부탁했겠지만 공짜로 받는 마당에 심부름까지 시킬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한데 발걸음이 하나도 힘들 지가 않았다. 거의 2백 미터가 넘는 거리를 오는데도 중간에 한 번도 쉬지 않았다. 행운의 기쁨은 힘도 솟게 만들었다.
상품은 가격만으로 치면 별것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행운의 전조로 본다면 어떤 값어치에도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만큼 행운이 따른 것은 앞으로 펼쳐질 운세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말이 아니겠는가.
더구나 병신년 연초이니 앞으로 남은 한해가 더욱 기대가 되지 않는가. 예부터 복 있는 과부는 앉아도 요강꼭지에 앉는다는 말이 있다. 거의 사리질 뻔한 행운이 다시 돌아온 것은 좋은 징조를 예감하게 해주는 것이 아닌가.
나는 벅찬 감동을 바로 지인에게 알렸다. ‘나 이런 사람이야’하고 자랑하고 싶은 마음에서가 아니라 ‘금년엔 왠지 좋은 일이 많을 것 같은 느낌’이라는 걸 한껏 전하고 싶어서였다. (2016)
첫댓글 '스무장은 받을 수 있다는 통빡이 나왔으니' 앞으로 빨통이 설렘입니다.
그간 많은 선업을 뿌렸으니 자연스런 과실이라 생각합니다.
금년에는 행운이 만복래입니다. 축하드립니다~^^
연초에 '행운상품'을 받았으니 좋은 징조같습니다.
정작 당첨을 하던날은 잊고 가보지 못했는데 금년에는 마트측에서 단골손님을 배려하여
당일이 오지 않았으나 담첨이 된 사람은 상품을 주기로 했다는군요.
그 덕분에 멀리 나갈가버릴 뻔 한 상품을 가져올수가 있었습니다.
기념으로 작품도 한편 쓰고 그 공지사항도 스마트폰에 찍어 왔습니다.
우와, 늦었지만 축하드려요. 그 쌀가마 하나도 안 무거웠을 것 같아요.ㅋ 저는 안경점 경품 추첨에서 20만 원짜리가 당첨 된 적이 있어요. 기분 참 좋았어요.ㅎㅎ
저는 쌀 20Kg이 가장 큰 액수같군요.
TV를 보니 경품으로 집안 살림을 장만한 달인도 있더라구요. 당첨이 되는 나름 노하우도 있구요. 저는 한번도 경품에 당첨된 적이 없어서 그 느낌을 알 수가 없지만 엄청 좋았겠습니다. 경품행사도 모객행위를 하기 위한 마케팅의 일환이겠지만 금액을 떠나서 삶의 활력을 가져다 줄수 있다는 면에서 긍정적이지 싶어요. 오랜된 얘기지만 제가 다 기분이 좋아지네요.
저는 거의 경풍행사에서 담첨이 된적이 없는데 그날은 담첨이 되어 쌀한포를 타보았습니다. 기분이 좋더군요. 공짜가 생겨서 그랬는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