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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분 정도 걸어 마을을 벗어나 농경지가 끝나는 지점에 우람한 소나무가 서있는 곳에 도착한다. 휴식공간으로 충분하고 길 가장자리에는 오색찬란한 시그널이 펄럭이고 있다.
2~ 3분 정도 가면 농경지가 끝나고 산입구에 들어서면서 이정목이 『←0.7㎞ 상담주차장,/ 정암사 갈림길 0.9㎞↗』을 알리고 있다. 이제 마을과 농경지를 벗어났는데 0.7㎞을 올라왔다고 한다.
산행은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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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길은 흙으로 된 부드러운 길이라 걷기가 매우 편하고 경사도는 서서히 높이기 시작한다. 소나무 숲이 음이온을 내뿜으며 그늘을 만들어 시원함을 느끼게 했고 조금 더 올라가니 잡목들이 뒤엉킨 숲길로 이어지는 길가에 붉게 화려한 복사꽃이 화사하게 피어있다.
주변의 경관이 바뀌면서 길은 경사도를 느낄 정도로 가파르기 시작하더니 산비탈에는 온통 낙엽송이 하늘을 찌를 기세로 높이 우뚝 솟아 있고 가지마다 새싹을 틔우려는 잎눈이 겨울잠에서 깨어나 새로운 세상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오늘은 미세먼지가 나쁨 단계라고 했는데, 산속에 들어서니 맑은 공기 빠른 호흡을 하면서 가슴은 더 넓어진다. 숲속에 들어서면 미세먼지는 나무들이 잎의 기공으로 흡수한다고 한다. 오늘 같은 날은 도시민들은 미세먼지로 고통을 알겠지만 이곳은 나무들 덕분에 맑은 공기를 마시며 산행을 즐길 수 있은 것이다. 나무에 감사하고 자연에 고마움을 알아야 한다.
자연의 섭리에 감사하면서 약 30분 정도 오르니 정암사 사거리 임도에 닿는다. 이 임도를 내포 문화숲길이라 명명하면서 임도를 따라 오르는 길과 만나게 되고 이 문화숲길은 산허리를 가로 질러 내원사를 거쳐 주류성으로 이어진다.
임도 주변 정암사 방향으로 산비탈에는 느티나무, 단풍나무, 상수리나무들이 앞 다투어 새싹을 틔우고 봄 햇살을 맞으며 화려함을 장식하고 있다.
주변에는 작은 주차장이 있고 공중화장실이 있으며 대형 안내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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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가장자리에 선 이정목은 여러 갈래의 길을 안내하고 있다. 『←3.1㎞ 쉰질바위, ←4.1㎞ 내원사,/ ↑0.3㎞ 정암사 계곡길,/ ↓2.4㎞ 상담주차장(임도길),/ 상담주차장 1.6㎞→』을 알리고, ‘백제의 혼불 오서산’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 ‘백제의 혼불 오서산’
오서산은 홍성군, 청양군, 보령시의 경계부분에 걸쳐 있으며 홍성쪽으로는 광천읍과 장곡면 사이에 동서로 길게 걸쳐 있다. 예부터 서해바다 천수만 일대를 항해하는 배들의 등대구실을 해서 서해의 등대산으로 통하기도 한다.
오서산은 백제 때는 ‘오산(烏山)’으로 불렀고 통일신라 때는 오서악(烏捿岳)이라 불렀다. 당시에는 ‘신령스러운 기운이 넘치는 산’으로 숭배되어 성대한 제사의식을 올리던 산이다.
오서산의 이름에 들어 있는 ‘오(烏)’는 ‘새’를 넘어 하늘과 통하는 신성한 의미의 까마귀인 것이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가을 억새꽃과 천수만 바다가 아름답다. 오서산에는 정암사와 내원사 등의 오래된 절이 있고, 백제부흥운동의 주역인 ‘복신전설’이 깃든 복신굴도 있다.
여기서 정암사 코스를 선택했더니 오르는 길은 딱딱한 아스팔트에 경사도가 매우 높아(예측하건데 45%는 넘을 것) 무척 힘든 길이었고, 조금 오르다 보면 왼쪽 중간 지점에 음용수 시설이 있고, 길 주변에는 단풍나무가 가을을 대비하고 층층나무도 보인다.
정암사 일주문 앞에 올라서면 낡은 등산 안내도와 이정목이 세워져 있고, 일주문 위에는 범종이 걸려있고 이곳을 통과하는 옛길 등산로가 있으며 계단 오르기가 불편하신 분들은 이곳을 이용하라는 안내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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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천의용소방대가 세운 안내판에 『← 정상 1,275m, ◉ 정암사 현위치, 등산로 정상 1,600m→』을 알리고, 『←』 화살표 방향은 정암사를 통과하여 정상으로 가는 옛길을 의미하고 『→』 방향은 계단을 길게 오르는 새 등산로이다. 새 등산로 계단 입구에 안내문이 있다.
☞ 잠깐! 여기를 보세요.
정암사에서 정상까지는 1,600 계단이 있습니다. 계단이 불편하신 분은 중간에 열려있는 옛길을 이용하시기 바랍니다.
등산로는 처음부터 계단이 시작된다. 나무계단에 타이어 깔판을 깔아 놓았고 가드레일을 설치하여 안전에 유념하도록 하였으며, 계단을 오르다보면 중간 중간에 안내문을 설치하여 옛길을 이용해도 좋다는 배려도 아끼지 않았다.
데크계단을 오르다보면 계단 옆에 이정목이 『↓2.8㎞ 상담주차장,/ 오서산 정상 2.6㎞→』을 알리고, 데크가 끝나면서 산비탈 숲이 무성한 나무계단으로 이어지고 능선에 오르면 광천의용소방대가 세운 두 번째 안내판이 세워져 있는데 『←325m 정암사,/ 정상 1,275m→』을 알리고 산비탈은 매우 가파르고 소나무를 비롯한 여러 종류의 나무들이 숲을 이룬다.
다시 능선을 올라서면 옛길 등산로와 나란히 새로운 데크 계단이 설치되고 그 옆에 등산로 이용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다.
☞ ♥등산로 이용 안내♥
오서산의 산림 훼손 방지 및 등산객의 안전을 위해 설치된 데크계단 입니다. 가급적 지정된 등산로를 이용하여 주시기 바라며, 등산객이 많거나 계단이 지루하실 경우 좌측의 구(舊) 등산로를 이용하시기 바랍니다.
이러한 안내문이 여러 곳에 설치하여 등산객들의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등산객을 배려하는 시책은 귀감이 되는 것 같았다.
길고 지루한 계단이 잠시 능선을 맞아 소나무, 바위길이 열리는가 싶더니 다시 계단이 시작된다. 계단 양옆으로는 우리나라 육산들의 전형적인 모습으로 상수리나무, 신갈나무, 굴참나무 등 참나무 종류 일색이고, 간혹 서어나무도 보이고 능선의 바위가 많은 곳에는 소나무가 무리를 짓는다. 간혹 키 낮은 진달래가 봄기운을 받아 화사한 꽃을 피우고 있을 뿐이다.
계단이 지루하다고 생각이 들 무렵 또 안내문이 눈에 들어온다,
☞잠깐! 당신을 위하여
무릎에 무리가 가고 옛길이 그리운 분은 계단을 이용하지 마시고 데크로드 옆의 옛 등산로를 이용하세요.
이곳은 총 1,600단 중 540단 지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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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객을 배려한 아름다움은 홍성의 자랑거리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무를 땅에 묻어 만든 나무계단을 가파르게 오르니 바위가 흩어진 길은 산허리를 돌아 오르고 길가에는 화사하고 하려하지 않는 진달래가 가득 피어 있다.
능선 앞에 이정목이『←0.6㎞ 정암사,/ ↘아차산,/ 오서전망대(구오서정) 0.9㎞→』을, 이곳에서 아차산으로 이어지는 길을 안내하고 있다.
다시 계단은 시작되고 그 앞에 또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다.
☞잠깐! 정상을 향하여
계속되는 계단을 오르시느라 어려움이 많겠지만 조금만 참고 오르시면 성취감을 느끼실 것입니다.
이곳은 총 1,600단 중 1,066단 지점입니다.
다시 계단을 오르면 이내 능선안부 휴식공간에 닿는다. 바위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자연석 의자가 되고 한 편에 나무의자가 놓여 있으며 ‘자연사랑, 광천사랑’ 안내판과 이정목이 아차산 갈림길임을 다시 알린다.
나무들이 늘어 선 곳에 신갈나무뿐 아니라 단풍나무들이 무리지어 숲을 이루는 것을 보고 봄의 진달래 핀 산이 참 아름답고 좋지만 이에 못지않게 가을 또한 울긋불긋 단풍의 오색찬란한 모습이 연상되고, 오서정에서 능선으로 이어지는 억새 평원 또한 가을의 멋일 것이라 느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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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서정이 가까워질수록 진달래는 마음껏 활짝 웃음을 터뜨린다. 화사한 봄날에 연분홍 입술이 가슴을 설레게 한다.
‘쯔삐 쯔삐’ ‘쩝쩝쩝’ 새들이 봄을 노래한다. 노랑 제비꽃이 땅바닥을 수놓았다. 화사한 햇살이 더욱 화려하게 밝힌다. 지상의 낙원 봄의 환상이 깨질까 조심스레 한 발 한 발 옮겨본다.
능선 위로 올라섰다. 지루하던 계단이 잠시 끝나고 이제 흙을 밟는 발걸음은 한 결 가볍게 느껴진다. 멀리 서해바다가 보이고 옹기종기 섬들이 다정한 모습으로 닦아 온다. 여기가 작은 전망대이다.
능선으로 이어지는 길옆으로 진달래가 유혹한다. 진달래 속에 묻혀 카메라를 눌러본다. 꽃이 아름다우니 내 모습도 진달래를 닮아가는 것처럼 환하게 웃는다.
능선위에 소나무 두 그루도 가간이다. 교목이 본성인데 이놈은 왜 관목으로 자랐을까! 허기야 한 몸에서 태어난 동물들도 흰둥이와 검둥이가 있는데 소나무라고 특별할 수는 없지 않는가 말이다. 그래서 관목의 형상도 분재 모양으로 아름답다.
오서정 오르막길 바로 아래 능선에는 ‘애기나리’ 군락지가 있다. 보호하고 보존할 가치가 있는 것으로 등산객들 모두가 관심이 필요한 곳이다.
능선 위에 설치된 이정목은 『↓1.6㎞ 문수골,/ 오서산 정상 1.8㎞→』을, 문수골로 내려가는 길을 안내하고 있다.
오서정으로 가는 길은 바위 옆으로 설치된 데크를 지나 계단을 오르는데, 멀리 앞쪽으로 오서정이 보이고 마치 출렁다리를 놓은 것처럼 흐르며 그 앞쪽으로 내려앉은 산비탈에는 아직도 겨울 티를 벗지 못한 채 갈색으로 변한 억새밭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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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이 끝날 즈음에 소나무 한 포기가 외롭게 서있고 그 옆에 누군가가 쌓다가 미완으로 남겨 둔 돌탑이 있고 이곳에 선 등산로 안내도와 이정목은 『←3.4㎞ 상담주차장, ←1.4㎞ 정암사,/ ↓3.9㎞ 상담주차장, ↓3.1㎞ 중담주차장,/ 오서전망대(구오서정) 0.2㎞→』을, 이곳에서 광성리 방향으로 내려가도 상담주차장을 갈 수 있다는 길을 안내하고 있다. 하산할 때 이 방향으로 내려가겠다고 생각해 둔다.
돌무더기를 넘어서니 길 왼쪽 능선에는 진달래가 군락을 이루며 진홍과 연홍이 섞여 울긋불긋한 진달래 향기가 코끝을 자극하고, 오른쪽은 지난해 자랐던 억새의 잔재들이 흩어져 있다.
데크는 오서정을 향해서 직선으로 설치되어 있다.
드디어 오서정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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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넓게 꾸려진 데크에 오서정 전망대 해설판, 등산 이용 안내판이 있으며, 사방을 둘러볼 수 있어 가슴이 탁 트인다.
북쪽으로는 섬을 닮은 낮은 산 사이로 농경지가 넓게 조성되어 있고 연못과 마을이 산 밑까지 가까이 닦아 서고 있다. 서쪽으로는 광천읍이 섬섬옥수로 장식되고 평온한 마을이 곳곳에 자리 잡아 마치 한 폭의 서양화를 연상케 한다.
남쪽으로는 능선으로 이어지는 데크와 멀리 정상으로 이어지는 작은 봉우리들의 연속이다.
정상으로 향하는 능선에는 데크가 직선으로 이어지고 데크 왼쪽으로는 진달래 군락이, 오른쪽은 억새 군락이 이어진다.
작은 봉우리 하나를 넘어서 드디어 정상에 도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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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CI- KOREA- 광천에서 세운 오석으로 다듬은 표지석에 【서해의 낙조, 억새풀에 스며드는 오서산, 해발791m‘】 이라고 새겨 우뚝하게 세웠다.
뒷면에는 ‘오서산에 대한 이야기가 새겨져 있다.
☞ 오서산
서해안의 최고봉 오서산은 예로부터 천수만의 뱃길을 알려주는 등대산이었으며, 광천 토굴새우젓 조선김 대축제 기간 중 개최되는 오서산 억새풀 등산대회시 정상에 펼쳐진 억새풀의 장관을 보기 위해 많은 관광객들이 찾고 있다.
2007. 3 후원: 광천 JC 특우회
오서정에서 약 200m 까지는 억새 능선이고 나머지 100여m는 싸리나무 군락을 이루고 있으며 그 이후로는 주로 신갈나무인데 신갈나무도 특성상 교목의 형태이고 이곳의 능선과 산비탈에 있는 나무들은 관목의 형태를 이루며 마치 전지라도 한 것처럼 가지런하다., 이곳에 설치된 이정목은 『←0.3㎞ 오서정,/ ↓1.5㎞ 쉰질바위,/ 오서산 정상 0.9㎞→』을, 쉰질바위가 있는 길을 안내하고 있다.
능선 아래 오솔길은 부드럽고 낙엽이 쌓여 밟는 소리가 바스락 거린다. 참나무는 터질 것 같은 잎눈울 하늘 높이 치켜세우고 봄을 재촉하고 있다.
청양에서 오르는 능선삼거리에 세운 대형 ‘오서산 등산로 종합안내도’가 설치되어 있고 정상으로 오르는 능선에는 억새 평원이 짧게 펼쳐지고 이곳에도 이정목이 서있다.
『←4.0㎞ 청소성년(용못),/ ↓3.0㎞ 명대계곡(금자동 경유),/ 오서산정상 0.2㎞→, 명대계곡(월정사 경유) 2.5㎞→』을, 청라면의 명대계곡에서 어느 방향으로 오르느냐를 알리고 있다.
능선은 오서정에서 광천JC에서 세운 정상을 거쳐 보령시에서 세운 정상으로 이어지는 약 1㎞을 가는 동안 능선 주변에는 억새밭과 진달래가 붉게 피어 발길을 가볍게 하고 멀리 섬섬옥수 섬들이 그림처럼 바다위에 떠있다. 정상으로 가는 발길은 가볍다. 주변의 경관이 너무나 아름다워 심취(心醉)했기 때문이다.
드디어 보령시에서 세운 정상에 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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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은 황토 광장에 오석으로 만든 큼직한 표지석이 좌대위에 우뚝 세워졌고 【‘오서산, 해발 790.7m, 보령시’】 라고 쓰여 있다. 뒷면에는 보령을 찬양하는 글이 있다.
☞오서산 (뒷면의 글)
허리를 휘감는/ 억새능선을 헤쳐 나가다/ 문득 뒤돌아보면/ 유난히 아름다운 낙조로/
온갖 시름에서 벗어나/ 황홀경을 맛볼 수 있다.
아! 이곳 내 고향...
보령을 사랑합니다.
화강암으로 만든 사각기둥의 표지석에 한문으로 ‘烏棲山, 790.7m‘라는 쓰여 있다. 누구가 설치한 것인지는 표시가 없어 알 수 없다.
그리고 대형의 ‘오서산 등산로 안내도’가 설치되어 있고, 또 다른 안내판에는 가운데 화려한 억새평원의 사진을 두고 오서산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억새꽃과 바다가 있는 곳!
서해안 최고봉 오서산
보령시 청소면 성연리에 위치한 오서산에는 부드러운 능선을 따라 1만여 평에 이르는 억새풀이 장관을 연출하고 있어 전국 억새 명소의 5선 중의 하나입니다. 수려한 산세의 오서산 정상에는 넓게 펼쳐진 억새밭이 거친 듯하지만 활달하고 분망한 모습으로 쪽빛바다 위 원산도 등 크고 작은 섬들과 어우러져 마치 한 폭의 그림과 같아 보는 이로 하여금 초연한 마음을 갖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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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정상은 보령시라는 뜻인데 어디가 홍천과 경계인지는 지나면서도 잘 못 찾았고, 봉우리 주변에는 관목형태의 신갈나무가 자리고 있다.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경관은 능선을 출발할 때나 이곳 정상에서 보는 것이나 하나같다. 때가 이른 봄(2018. 4. 21)이라 진달래만 활짝 피었을 뿐 나무들은 아직 새싹을 피우지 못했고 억새도 볼 수 없어 아쉽게 느껴지면서 가을에 다시 찾을 기회가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본다.
정상에 오른 성취감과 주변의 아름다운 경관에 감탄하면서 그냥 돌아갈 수 없다는 생각에 땀 흘린 모습으로 표지석과 나란히 포즈를 취하고 케메라 셔터를 눌렀다.
계단을 오를 때는 수없이 오르고 쉬고를 반복했는데 정상에 서니 힘들고 어려웠던 기억은 모두 사라지고 환희의 기쁨만 남는다.
오서정 북쪽 마을은 산 턱밑까지 닿아 있는데 광성리 마을이 아닌가 짐작해 보고 논과 밭, 연못, 넓은 들판이 살기 좋은 고장, 부촌이라는 느낌이 들었고 남쪽 광천쪽으로는 바다 위에 섬들이 수를 놓아 한 폭의 그림이다.
오서산을 오르는 등산로는 여러 곳이 있다는 것을 정보가 없는 나에게는 정상에 올라와서야 알았고 그 중에서 상담코스가 힘든 코스임도 알았다.
이곳 정상에 세워진 이정목은 『←3.0㎞ 성동마을, ←2.6㎞ 문수골,/ 청소성연주차장 3.7㎞→』을 알리고 있다.
‘긴급신고 및 구조요청 위치도’가 세워져 있으며 문수골, 용못, 성연주차장에서 오르는 안내가 자세히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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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 길은 오서정까지 되돌아가서 돌탑이 있는 삼거리에서 중담마을로 내려선다.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 것은 흥미롭지 못하고 새로움을 발견할 수 없어서 가급적 내 승용차가 머무는 곳으로 갈 수만 있다면 반드시 돌아가는 길을 선택하고 싶은 것이 내가 산을 오르는 목적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계단을 내려선다. 이어지는 계단은 오래 전에 만든 계단으로 네모난 기둥을 일정하게 잘라 양쪽 끝부분에 말뚝을 박아서 흙을 고르고 만든 계단이다. 세월이 흐르는 동안 계단 위에 깔아 두었던 흙은 비바람이 쓸어가 버리고 이제는 앙상한 뼈대만 남아 걷기가 퍽 불편하다. 나만의 생각이 아닌 모양이다. 많은 산객들이 계단 옆으로 비좁은 오솔길을 만들어 놓았다. 그래도 계단 위를 걷지 않을 수 없는 곳도 있고 경사도가 심해서 때로는 계단이 오히려 도움이 될 때도 있었다.
길 양옆으로 산비탈은 장관이다. 진달래가 만발했다. 진달래 군락이다. 높은 곳에는 청초한 소나무가 배경이 되고 내 키보다 더 큰 진달래가 화려함 보다 수수하고 아름다움의 진미를 맛보는 것 같아 정말 감동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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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식장에 신랑신부가 첫발을 딛는 레드카페 보다 화려하고 순수한 아름다움을 처음 느껴보는 그런 아름다움이 20여분 내려오는 동안 계속 이어지고 거북바위 가까이 오는 동안 온 산비탈은 진달래 물결이다. 그 이후에도 진달래 능선은 계속되지만 기온과 계절의 차이 때문에 산 중턱 아래는 꽃잎은 떨어지고 녹색의 잎이 돋아난다. 같은 산이라도 고도의 차이뿐인데 진달래는 민감하게 작용한다.
진달래 시가 생각난다. 한 수 옮겨 본다.
☞한반도에 진달래꽃 피었습니까?
겨우내/ 찬바람 속에/ 웅크리고/ 봄 기다린 꽃/ 진달래
반도는 엄동설한일지라도/ 밑바닥 삶의 애환에/ 아직 따뜻한/ 옛 봄기운 남아 있어/
활짝 피려고/ 꿈꾸는 화려한 꽃
이 산 저 산/ 팔도에 두루 자리잡고/ 경계선 지우는/ 분홍빛/ 봄꽃
꽃 봉우리 맺혔습니까/ 한반도에 진달래꽃 피었습니까?
(함영숙, 재미 시인)
마지막 가파른 계단을 내려오면서 봄에 오서산을 찾는 분들은 상담주차장이 아니라 오서산 주차장에서 관리사무소를 거쳐 이 진달래 능선을 타고 올라야 한다고 권하고 싶다.
임도까지 내려와서 아스팔트길을 따라 굽이굽이 돌아 1.4㎞를 20여 분만에 정암사 사거리에 도착했고 여기서 내려가는 길은 오전에 오르던 길을 되돌아 내려가서 주차장에 당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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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등산은 오를 때는 너무 밋밋한 산행처럼 느껴졌으나 산등성으로 연결되는 1,600개 데크께단만 오르느라 무척 힘이 들었다.
오서정에서 정상까지 1.2㎞는 진달래가 피운 봄향기가 물신 나는 길을 걸으며 억새평원이 이룬 가을을 연상케 했고, 관목의 형태로 자란 신갈나무의 터지지 않는 잎눈은 봄을 재촉이나 하듯 부풀어 있었고 멀리 산 아래로 펼쳐진 촌락과 잘 다듬어진 농경지, 그리고 그 앞쪽으로 펼쳐진 섬들이 바다를 가득 메운 아름다운 경관이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케 했다.
하산 길에 화려하게 펼쳐진 진달래 능선의 화사한 봄을 느끼게 했고 이렇게 많은 진달래기 핀 것을 한 곳에서 맞이하는 것 또한 처음이며 가슴 듬뿍 담은 추억으로 남겨도 충분하다는 생각을 한다.
오늘의 산행은 진달래를 한 아름 선물 받은 즐거운 산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