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감 속에 빠진 돌로미테 오봉 친꿰 또리 트레킹
영화 오감도. 어쩌면 흔한 사랑 이야기가 될 수 있지만 등장 인물들의 솔직하고 은밀한 사랑이 우리의 오감을 자극한다! 아내를 떠나 보낸 남편, 지켜주지 못한 아내에 대한 ‘위험한 사랑’ 지루한 출근 길의 남자, 처음 만난 매력적인 여자와의 하룻밤 ‘짜릿한 사랑’ 두 명의 아름다운 여배우, 괴팍한 영화 감독을 향한 위험한 유혹 ‘자극적인 사랑’ 사랑을 확인하고픈 여섯 명의 고등학생 커플,
그들만이 공유하는 ‘도발적인 사랑’ 남편의 애인과 동거하게 된 아내, 그들의 거부할 수 없는 ‘치명적인 사랑’ 때로는 상상하고, 때로는 경험하는 色다른 감각의 에로 영화 “오감도”였다. 오기환 감독이 만든 영화는 같은 고등 학교 친구 세 쌍의 커플들이 누군가의 제안에 의해 단 하루 동안만 각자 서로의 파트너를 바꿔서 데이트를 즐기는 아슬아슬하고 발칙한 커플 체인지 게임이었다. (오감도 2009년 ‧ 드라마/로맨스
‧ 2시간 10분)
흔히 인간의 감각은 다섯 가지라고 한다. 시각 (보는 것), 청각
(듣는 것), 미각 (맛보는
것), 후각 (냄새 맡는 것), 촉각 (만지는 것)의
감각을 오감이라고 하는데 인간에게는 이 감각들 이상의 더 많은 지각능력이 있다. 기압이나 온도를 감지하고, 중력을 감지해 균형을 잡기도 한다. 이들 감각은 감각 수용 기를
이용한 전통적인 감각, 즉 오감(五感)과 비전통적인 감각, 그리고 특정 감각 기관을 가지기 않은 지각 능력의
세가지로 나눠진다.
지난 7월
돌로미테의 오 봉 친꿰 또리(Cinque Torri 다섯 개의 봉우리들)에서 오감의 등반을 했다. 친꿰 또리는 돌로메테의 3개 주중 벨루노(Belluno) 주에 있으며 코르티나(Cortina)에서 약 30-40분 거리에 있다. 바로 옆에 팔자레고 고개(Passo Falzarego)가 있으며
코르티나 최고의 명봉 토파나(Tofana)나와 라고주오이(Lagozuoi)
사이에 있는 초원 위의 작은 바위 돌 5개 이다.
제 1-2차
세계 대전의 격전지였으며 지금도 당시의 처참했던 전투 현장을 느낄 수 있어 많은 참호와 군용 터널과 전쟁 박물관이 산재해 있다. 전쟁 격전지를 도는 트레킹 코스도 인기를 얻고 있으며 각 전쟁터의 중요 부분의 참호와 터널, 군 막사 등이 잘 보존 되어 있다. 특히 겨울철에는 스키를 타고
도는 “세계대전 격전지 스키 투어”는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대부분 많은 사람들은 돌로미테를 처음 보는 순간을
잊지 못한다. 충격적인 시각 때문이다. 그 동안 보아 온
모든 산들과는 전혀 다른 산의 모습에서 충격을 받는다. 마치 우주의 한 횡성에 온 듯한 착각. 미를 추구하는 사람들은 골계미의 절정이라고들 한다. 현실을 거부하고
현실을 부정하는 듯한 풍자 미가 바로 골계미라면 돌로미테는 분명 현실의 산을 부정하는 산이다.
돌로미테를 등반하는 동안 호텔에서 잠을 깨우는 것은
새들의 지저귐 노래 소리와 바람과 구름이 춤추는 소리를 듣는 청각, 이태리와 독일, 오스트리아 음식의 장점이 만나는 티롤 알프스의 맛에서 느끼는 후각과 미각, 아름답지만
날카로운 백운암의 촉각을 느끼고 초록의 끝이 없이 풍요로운 초원의 카페트를 걷는 오감.
그러나 전 세계 어느 산과의 차이는 바로 산악 문화가
탄생했고 발전하고 있는 곳이라는 점이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 된 산악 영화제는 65년 전 트렌토에서 시작 되었고 산상 오페라와 산상 음악 연주회 등 산에서 열리는 문화 행사는 매 주말 돌로미테의
여러 산에서 동시에 열린다.
많은 산장이나 목동의 집에서는 티롤 알프스 전통
의상을 입고 요리를 하는 주방장부터 서빙을 하는 가족이 모두 민속 옷을 입고 있고 운이 좋다면 높은 고 산의 산장에서도 티롤 알프스 전통 음식을
먹으며 이들만의 전통 음악 연주를 무상으로 즐길 수 있다.
친꿰 또리를 360도 도는 방법은 여러 길이
있다. 가장 길고 오래 걷기를 원한다면 팔자레고에 주차를 하고 고개 바로 앞의 초원(겨울에는 스키 슬로프)를 걸어서 약 2시간 30분이면 아베라우 산장 2.649m 산장에 도착한 다음 정상인 누볼라우
산장 2.575m에 오른다. 정상에서 하산해서 다시 아베라우
산장을 경유해서 스코이아똘리 산장 2.255m으로 약 1시간
하산해서 다시 밑으로 내려가면 친꿰 또리 산장 2.137m에 도착한다.
친꿰 또리를 한 바퀴 도는 전쟁 격전지 트레킹을 하고 다시 팔자레고 고개로 내려간다면 8-9시간 산행을 하게 된다. 종주를 한다면 누볼라우 산장에서 반대편
빳쏘 지우로 내려가는 방법과 –친꿰 또리 산장에서 다시 약 2시간을
내려가서 종주를 마칠 수 있다. 가장 짧게 트레킹을 한다면 스코이아똘리 산장까지 스키 리프트를 타고
오른 후 누볼라우 산장을 경유해서 내려와 다시 스키 리프트를 타고 내려온다면 3-4시간이면 등반을 할
수 있다.
우리 일행은 박한묵(남)함현숙(여) 부부와 김미경(여) 박희완(남) 부부. 김용일(남) 윤상균(남) – 최정만(남)으로 뜨레 치메 라바레도를
360도 도는 트레킹을 하고 포르도이, 카나제이, 마르몰라다를
돌고, 쌋쏘 룽고와 발 푸네스 계곡과 로젠가르텐을 도는 돌로미테 10개
명봉 순례 중 하나로 친꿰 또리를 돌면서 오감에 대한 여러 해석을 하며 즐거운 산행을 했다.
“좋은 것 예쁜 것만
보기도 바쁜 시간이 눈 깜짝 할 시간에 지나가 버렸다.
커다란 바위 산들 넓고 광활한 초원의 풀밭.
나도 거기 어딘가에 머물고 싶었고 가슴속 어디선가 고개 내미는 무언가를 살며시 누르며 비행기에 몸을 싣고.... 집으로 오는 버스를 타고서야 발이
땅에 닿은 느낌? 나는 어디에
있었던 것 일까? 나는 과연 꿈 속에 있었던 것은 아닐까? 아니면
허상의 세상에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것도 아니라면 우주 한 아름다운 횡성에서 골계미에 빠져 있었던
것은 아닐까?
눈이 작아 다 넣을 수 없었던 드넓고 거대한 바위들, 구름과 끝없이 넓은
초원들, 오랜 시골 생활을 했었음에도 다르게 다가오는 그림 같은 전원의 풍경들, 김치와 밥 없이도 맛난 것 많이 먹을 수 있었던 티롤 알프스의 맛 집들 순례.
모든 게 꿈 같았던 돌로미테.
안개 가득했던 뜨레 치메가 나에게 손 짓 한다 오감 속에 또 만나자고.....”
(함현숙)
누구나 오감을 가지고 있으며 즐긴다지만 우리의 오감은 특별하다며 우리만의 특권
의식을 가지기도 했었다. 그리고 마침내 우리가 만끽한 오감 산행에 대해 정의를 내리게 되었다. 오감 산행이란 어떤 것일까?
“하늘이 다르고 땅이
다르다. 간간히 구름 사이로 비치는 태양이 따사롭다. 바람이
분다. 비가 온다 습기 찬 눅눅함이 아닌 산뜻함으로 내게 가슴 깊게 조용히 그러나 깊게 다가온다. 여름답지 않은 선선한 기온에 우리의 여름이 슬며시 떠나고 만다.
짧지 않은 일정인줄 알았는데 너무나 쏜살같이 지나가 아쉽기만 하다.
그래도 나는 오늘도 산으로 간다! 처음 돌로미테를 접하고 세 번 놀랐다. 그 잊을 수 없는 풍광에, 맑은 공기에, 그리고 맛난 음식에~~~ 나의 버킷리스트에 또 하나가 추가되었다. 그 넓은 돌로미테를 도보로 다 걸어가 보고 싶다는...
이번 여행은 한동안 잊혀질 것 같지 않다. 아니 영원히 잊지 못할 것
이다. 가족같이 내게 다가온 여러분들 조금 징그럽지만(?) 형님처럼
잘 챙겨주신 용일형님, 전세계를 내 집처럼 다닌 젊어 보이시는 의사선생님 부부, 항시 밝은 미소가 아름다우신 암벽등반을 하신다는 부부님, 팀의 가장
큰형님으로 중심을 잡아주신 윤선생님과 같이 한 오감 만족 등반을 온 몸으로 온 마음으로 가슴에 아니 우리 영혼에 담을 수 있는 산행이었다. (최정만)
한 번 오감으로
등반을 하게 되면 다른 등반을 할 때도 모든 오감의 경험을 동원하려고 애를 쓰게 된다. 분명 등반에
대한 감각이 한층 더 높아진다.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스로의 오감을 키워나가는 것 이다.
“지금 이 순간 내가 뭘 느끼고 있는가? 내가 느끼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내가 느끼고 즐기고 싶은 것을
더 만끽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를 연구한다면 오감을 넘어 산의 육감을 느끼게 될 것 이다. 산의 오감을 진정으로 느낄 수 있다면 산의 육감과 칠감, 팔감 그리고
마지막 고비를 넘어 혹시 산의 구감을 느끼는 것은 아닐는지,,,,
글, 사진 임덕용 꿈속의 알프스 등산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