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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윤 대통령 경제에 문외한...민생 파탄나면 정권은 붕괴"
김성욱2024. 3. 27.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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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개혁신당 상임고문 "대파 논란? 2년간 국민 불만 터진 것"
[김성욱, 권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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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인 개혁신당 상임고문은 "선거 때 민심이 어떻게 표출될지는 삼척동자도 다 알 것"이라고 일갈했다.
ⓒ 권우성
"대통령의 '대파 값' 발언 같은 유치한 사건이 정치적 논란까지 되는 이유가 뭔가? 국민들이 지난 2년간 윤석열 정부 경제정책에 불만이 쌓였기 때문이다. 민생이 파탄 나면 정권은 붕괴할 수밖에 없다."
김종인(84) 개혁신당 상임고문은 여권이 참패한 지난해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이후 일찌감치 이번 4.10 총선의 성격이 윤석열 정부에 대한 평가가 될 거라고 예견해왔다. 한달 전만 해도 국민의힘 우위를 점쳤던 언론·평론가들과 달리 그의 예측은 줄곧 일관됐다.
근거는 경제였다. 김 상임고문은 지난 25일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진행된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코로나 이후 자영업자·중소상공인들이 어려워지면서 양극화가 더 심화됐는데, 윤석열 정부는 오히려 재정을 긴축했다"라며 "정부 출범 2년이 되도록 경제정책이라 볼 만한 게 아무것도 없었다"고 혹평했다. 그는 "정부가 국민더러 각자도생 하라고 한 것"이라며 "선거 때 민심이 어떻게 표출될지는 삼척동자도 다 알 것"이라고 했다.
보건사회부 장관(1989~1990)·청와대 경제수석(1990~1992) 등을 지낸 그는 현행 헌법에 경제민주화 조항을 넣은 경제 전문가다. 지난 대선 당시 1년간 윤 대통령을 돕다가 선거를 두 달 앞두고 결별했던 김 상임고문은 "윤 대통령은 경제에 대해 문외한"이라고 말했다. 그는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을 하다 갑자기 대선 후보로 나타난 사람"이라며 "그럼 경제 참모들이라도 잘 작동해야 하는데, 최근 '대파 값' 논란을 보면 (최상목)경제부총리·(박춘섭)경제수석 등 참모 기능마저 전혀 돌아가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아래는 일문일답.
"한동훈 비대위원장, 선거 전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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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운동권 청산만 외치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선거 전략이 없다"
ⓒ 권우성
- 지난해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민주당 진교훈 56% - 국민의힘 김태우 39%) 이후 줄곧 대다수 유권자들이 이번 총선에 대한 마음을 굳혔을 거라고 언급해왔다. 일찌감치 민심 기저에 윤석열 정부에 대한 심판 정서가 깔려있다고 본 건가.
"당연한 것 아닌가. 윤석열 정부가 벌써 2년 가까이 됐으니 국민들 입장에서 판단 기준은 윤 대통령일 수밖에 없다. 선거라는 건 애초에 여당이 잘하면 야당에겐 기회가 돌아가지 않는다. 여당이면 응당 대국민 활동을 어떻게 할지 생각해야지, 쓸데없이 야당을 공격해봐야 효과가 없다. 야당 대표(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운동권 청산만 외치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선거 전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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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정부 심판 정서를 주장하는 근거는 뭔가.
"민생이다. 윤석열 정권은 집권 초에 이 정부가 어떻게 탄생할 수 있었는지부터 냉정하게 인식했어야 한다. 한국은 지난 3년간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자영업자와 중소상공인들이 극심한 경제적 어려움에 빠졌고, 양극화가 더 심해졌다. 미국이 코로나 대응을 위해 전체 GDP의 16%, 일본이 15%의 재정을 지출하는 동안 한국은 불과 (GDP의) 3%만 썼기 때문이다. 코로나 이후 경제 회복속도가 우리가 제일 느린 이유다. 문재인 정부의 잘못이었다.
국민들은 새 정부가 이 상황을 개선하리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가 한 게 뭐있나. '미래 세대에 부담을 줄 수 없다'는 엉뚱한 소리를 해가며 정부 재정을 오히려 긴축했다. '감세를 하면 저소득자가 혜택을 본다'는 뚱딴지 같은 소리를 하며 법인세를 낮췄다. 정부가 나서서 저소득층을 보호해도 모자랄 판에 거꾸로 간 것이다. 결국 국민들 보고 '각자도생 하라'고 한 꼴 아닌가. 이렇게 민생을 내팽개치고도 일반 국민들로부터 호감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던 건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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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인 개혁신당 상임고문은 "경제 얘기를 해도 윤 대통령이 별로 관심 있게 귀담아 듣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 권우성
- 대선을 두 달 앞둔 지난 2022년 1월 5일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직에서 사퇴하기 전까지 윤 대통령을 가까이서 도왔다. 일각에선 윤 대통령이 밀턴 프리드먼의 <선택할 자유>를 가장 좋아하는 책으로 꼽을 만큼 방임주의적 경제관을 갖고 있다는 시각이 있다.
"솔직히 얘기해서, 윤 대통령은 경제에 대해 문외한이다. 그러니 '모든 걸 시장에 맡기면 된다'는 단순한 논리가 얼마나 아름답게 들리겠나. 1990년에 경제수석을 지낼 때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밀턴 프리드먼 교수를 만난 적이 있다. 그에게 '당신의 경제 모형을 어디서 제대로 실현할 수 있겠냐'고 질문했다. 그때 답이 돌아온 게 '홍콩'이었다. 조그만 도시국가에서나 가능하다는 얘기였다.
대한민국 같은 국가 안에는 훨씬 다양한 구성원이 존재한다. 기업가도 있고, 잘 사는 사람도 있고, 어려운 사람도 있고, 노약자도 있고, 장애인도 있다. 그런 차이를 무시하고 그냥 시장에 맡기면 문제가 다 해결된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모든 경제 문제를 민간이 알아서 하도록 내버려두겠다면 도대체 정부가 뭐 하러 필요한가. 오늘날 방임주의적 시장경제를 주창하는 지도자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 윤 대통령을 돕는 동안 경제 문제 조언도 했을 것 아닌가.
"그땐 경선 등 선거 일정으로 바쁘기도 했지만, 경제 얘기를 해도 윤 대통령이 별로 관심 있게 귀담아 듣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검찰총장 하다 갑자기 대선 후보로 나온 사람이다. 그런 사람에게 구체적인 경제정책을 기대하기 어렵다면, 참모라도 잘 써서 인수위 시절부터 경제 운용에 대한 기본 방침을 명확히 세웠어야 했다. 그러나 그런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특히 최근 '대파 값' 논란을 보면서 도대체 경제 참모들은 대통령이 세상을 저렇게 모를 지경이 되도록 뭘 했던 건가 싶더라."
"우리도 '잃어버린 30년' 초입...조국혁신당 약진, 민생 불만 터진 결과"
- 그럼 양극화를 줄이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나.
"양극화는 우리 사회의 가장 본질적인 문제다. 어떤 것 하나만 고쳐서 해소할 수 없다. 정책 전반을 조화롭게 바꿔야 한다. 그 중에서도 나는 세제, 재정 운용, 중소기업의 경쟁력 향상 문제가 제일 중요하다고 본다. 우리나라 근로자의 80% 이상이 중소기업에 종사하고 있는데, 지금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차이가 2배나 난다. 사회가 찢어져 있다.
현재의 대기업·중소기업간 격차는 과거 박정희 대통령 시절부터 형성된 것이다.1960~1970년대 정부는 국가의 막대한 자원을 재벌에게 배분했다. 그래서 재벌이 성장할 수 있었고, 지금은 재벌 스스로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한 단계가 됐다. 그럼 이제 정부는 어떻게 해야겠나. 적어도 앞으로 10년은 국가가 중소기업들에게 자원을 집중 지원해야 한다. 그래야 거기 속한 대다수 근로자들에게 임금을 지불할 능력이 생기고 결과적으로 격차가 줄어든다. 우리 경제에 사라진 허리가 생긴다.
그런데 아무리 이런 얘기를 해도 안락함에 젖은 정치인들은 잘 알아듣질 못한다. 이러니 1997년 IMF 이후 양극화가 대두된 지 30년이 다 돼가는데 간극이 좁혀지긴커녕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2021년 한국은 공식적으로 '선진국'이 됐지만, 행복 지수는 처참하다. 양극화의 결과다. 세계 최악의 저출산·노인빈곤율·자살률도 그렇다. 여기서 양극화가 더 악화되면 사회적 긴장이 극도로 높아질 수밖에 없다. 계층별·지역간·성별 갈등구조도 양극화 해소 없이 해결이 요원하다. 이렇게 불만이 쌓이고 갈라진 사회에서는 경제도 잘 안 된다. 나는 한국이 '일본의 잃어버린 30년'과 같은 기간의 초입에 들어섰지 않냐는 생각까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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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극화를 그대로 놔두고 대한민국 사회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 권우성
- 최근 조국혁신당의 약진 현상은 어떻게 해석하나. 2023년 8월 발행된 근작 <독일은 어떻게 1등 국가가 되었나>를 보면 "좌든 우든 극단적 정치 세력은 국민의 불만이라는 감정을 먹고 자란다"고 썼다.
"조국혁신당이 바로 거기 해당한다. 조국혁신당이 지금 민생 문제를 내세운 게 뭐가 있나. 그저 검찰 공화국을 중지시켜야 한다는 극단적인 공격을 가하고 있을 뿐 아닌가. 그런데도 저렇게 지지도가 올라가는 이유에 대해 현 여당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어떻게든 제도 내에서 양극화 문제를 선제적으로 해소하지 않으면 이렇게 불만은 어디선가 터지게 돼있다. 조국혁신당은 그 결과다. 양극화를 그대로 놔두고 대한민국 사회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인터뷰②] 김종인 "입씨름만 해온 이준석, 아직 공부 부족...긴호흡으로 가야" 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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