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라고 바다와 계곡을 무대로 축제가 열리라는 법은 없다. 전남 강진에서는 '흙, 불 그리고 사람' 이라는 주제로 축제가 개최된다. 이름 하여 '강진청자축제'. 고려시대에 강진은 왕실에 청자를 납품하던 관요가 있던 고장이다. 최고 품질의 청자가 제작된 것은 당연한 일이다. 고려청자의 진면목을 배우게 되는 강진청자축제는 '대한민국 최우수축제'에 17번 선정됐고, 초·중등 교과서에도 나오는 대한민국 대표 축제다.
2017년 강진청자축제가 '흙, 불 그리고 사람'이라는 주제로 청자의 고장 강진군 대구면 일대에서 펼쳐진다. <사진제공·강진군청>
온몸으로 느끼는 강진의 흙
강진의 흙은 사람과 닿을 때 더 큰 가치를 발휘한다. '점토 밟기'로 강진청자축제 여행을 시작해본다. 원래 청자를 만들 때도 '수비'(물통에 흙을 넣어 불순물을 제거하고, 고운 흙을 침전시키는 것) 이후의 첫 작업이 흙밟기다. 점토를 발로 꼼꼼하게 밟는데 청자 성형 전에 하는 반죽 과정이다. 흙밟기는 맨발로 한다. 맨발의 섬세함으로 작은 흙덩이를 찾아서 잘게 부숴야 하기 때문이다. 맨발로 흙을 꾹꾹 밟으면서 발로 먼저 강진의 흙을 느낀다. 축제 기간 내내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청자촌에서 진행된다.
[왼쪽/오른쪽]흙메치기. 2017년 강진청자축제에는 흙메치기 대신 발로 직접 흙을 밟는 '흙밟기'를 진행한다. / 축제 체험 부스 '물레 성형'<사진제공·강진군청>
축제 체험 부스에는 '점토 바디 트리트먼트' '점토 팩 체험' 등 온 가족이 흙과 하나가 될 수 있는 다양한 체험이 마련된다.<사진제공·강진군청>
점토 밟기로 몸이 좀 풀렸으면, 본격적으로 흙과 뒹굴어본다. '시원한 점토 바디 트리트먼트'는 진흙을 만지고, 문지르고, 던지면서 온몸으로 강진의 흙을 느끼는 체험이다. 큰맘 먹고 동심으로 돌아가 아이들과 하나 될 수 있다. 자연스러운 스킨십이 필요한 연인에게도 강력 추천한다.
온몸에 흙이 묻는 게 싫다면 '강진점토 팩 체험'은 어떤가? '뭐 대충 얼굴에 진흙을 바르는 거 아니겠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광주여대의 미용 전문가 학생들이 직접 현장에 나와 방문객들의 얼굴에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는 강진의 머드를 정성스럽게 발라준다. '점토팩 체험'은 특별히 아이들과 함께 방문한 엄마아빠의 쉼터로 마련한 체험이다. 아이들은 잠시 놀이존에 풀어두고 이곳에서 머드팩을 하며 쉬어 가면 좋다.
'점토 바디 트리트먼트'와 '점토 팩 체험' 모두 강진청자축제 상시 프로그램으로서 청자촌 체험 부스에서 체험할 수 있으며, 체험 후에는 '시원한 물 분수'에서 몸에 묻은 진흙을 씻으며 더위를 식힐 수 있다.
총길이 150m에 달하는 초대형 워터슬라이드 <사진제공·강진군청>
깨끗하게 몸을 씻고, 강진군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초대형 워터슬라이딩'에 몸을 던진다. 강진청자축제를 가장 역동적으로 즐길 수 있는 체험으로 물을 만난 고기처럼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푹신푹신한 에어바운스에서 신이 났다. 점토 밟기나 점토팩 체험 후 자연스럽게 연계되는 체험으로 축제 상시 프로그램이다. 청자촌의 디지털박물관 뒤편, 수영장 구간에 마련되어 있다.
청자 조각하기 <사진제공·강진군청>
[왼쪽/오른쪽]물레 성형 / 청자 풍경 만들기 <사진제공·강진군청>
강진청자, 깊이 체험하기
물놀이 후에는 강진청자축제의 진수를 깊이 느껴보자. 도자기축제에 '물레 성형'이 빠질 수 없다. 고려청자박물관 정문 앞 체험 부스에서 전동물레로 직접 도자기를 성형해볼 수 있다. 처음 해보는 물레 성형이 잘될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전문 도예가 도우미들이 방문객 옆에 앉아 초보 도공의 작품을 도자기 장인의 명품이 되도록 리드해준다. 자신의 작품을 받기를 원하는 체험객에게는 재별구이까지 마친 작품을 집으로 보내준다.
물레 성형 체험 외 청자촌 체험 부스에는 다양한 청자 체험이 마련되어 있다. '청자 코일링 체험'은 점토를 굵은 국수처럼 만들어 컵이나 그릇 모양으로 말아 올리는 체험이다. 이번 강진청자축제에서 만든 컵은 연필꽂이가 아니라, 정말 컵으로 사용하는 것을 목표로 집중하여 만들어본다. '청자 조각하기'는 이미 제작된 청자 물컵이나 다양한 청자 소품에 글과 문양을 넣어 꾸며보는 체험이다.
'청자 풍경 만들기'는 경쾌한 소리를 내는 청자 풍경을 구리동판으로 장식하는 체험이다. 예쁜 풍경을 현관문이나 테라스에 달아놓으면, 바람과 손님이 오는 것을 귀로 먼저 알 수 있을 것이다.
[왼쪽,가운데/오른쪽]화목가마 요출과 청자 경매. 화목에서 꺼낸 청자 작품을 직접 경매를 통해 구매할 수 있다. / 청자상감 운학문매병 <사진제공·강진군청>
'화목가마 요출'은 청자축제의 큰 볼거리가 될 것이다. 방문객들은 8월 3일(목) 오전 11시, 고려청자박물관 1호 가마에서 본벌구이를 마친 청자를 가마에서 꺼내는 장면을 직접 볼 수 있다. 말 그대로 가마에서 갓 나온 따끈따끈한 청자를 만나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당일 오후 3시에는 이 청자 작품을 즉석 경매를 통해서 판매한다. 이쯤에서 잠시 강진청자에 대해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기한 잡학지식'을 대방출한다. 우리나라 국보, 보물급 청자 중 무려 80%가량이 강진에서 만든 것이다. 또 세계 곳곳에 나가 있는 명품 고려청자의 대부분이 강진 작품이다. 그뿐이 아니다. 전국에서 발굴된 400여 곳의 가마터 중 약 절반이 강진, 그중에도 이곳 대구면과 그 인근에 위치해 있다. 강진, 진정 청자의 고향이라 할 만하다. 국토의 끄트머리 강진이 청자의 메카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왼쪽/오른쪽]2009년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에서 복원한 청자운반선 '온누비호' / 화목가마 불 지피기. 2017년 강진청자축제에는 화목가마의 열기로 찜질을 즐기는 '화목 불가마 체험'을 마련했다. <사진제공·강진군청>
강진은 개경에 고려청자를 납품하던 관요가 있던 곳이다. 강진에서 제작된 청자는 개경과 강화도에 있는 고려의 왕족과 귀족들에게 상납되었다. 강진군 대구면의 가마터들은 강진만으로 흘러 들어가는 용문천을 따라 밀집해 있다. 이 지역은 우선, 질 좋은 도자기 흙과 땔감으로 쓰는 나무가 풍부했다. 그리고 그 지형이 가마의 구조에 적합하게 적당한 경사가 있었다. 또 청자를 안전하게 운반할 수 있는 뱃길이 있었다는 점도 매우 중요한 요인이었다. 지금도 그렇듯 뱃길의 유무는 대규모 무역에 있어서 핵심적인 물류 환경이다. 그 많은 청자도자기를 수레에 싣고 덜컹거리며 수천, 수백리 길을 갈 수는 없었다. 또한 이곳 강진만의 위치는 중국 남방요의 선진 도자 기술과 제품을 받아들이기에 용이했다.
[왼쪽/오른쪽]청자 깨기 체험 / 명품 고려청자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는 고려청자 특별전<사진제공·강진군청>
강진청자축제 이색 체험
지금까지 흙과 몸, 물과 몸이 하나가 되었다면, 이제 불과 몸이 하나가 될 차례다. '이열치열 화목 불가마 체험'은 청자 화목가마에 불을 지핀 후, 그 뜨거운 열기로 찜질을 하는 건강 체험이다. 뜨끈뜨끈한 불가마 안에서 청자가 나인지, 내가 청자인지 모를 진정한 물아일체를 경험할 수 있다. 체험객을 위해 찐 계란과 음료도 마련했으니, 최고급 찜질방이 부럽지 않다. '이열치열 화목 불가마 체험'은 축제 기간 중 오후 1시에서 6시까지 하루에 3번 운영하며, 홈페이지에서 사전 예약을 해야 한다.
축제 행사장 뒤 놀이존에서는 아이들이 날아다닌다. '어린이 짚트랙'은 아이들에게 단연 최고의 인기다. 100m 정도의 튼튼한 와이어에 트롤리(trolley 활차)를 걸고 약 30~40초 동안 하늘을 날 수 있는 체험이다.
고려청자 깨기 체험'도 이색적이다. 청자를 굽는 과정에서 불량품으로 분류된 청자그릇을 깨는 체험으로 '이 귀한 청자를 진짜 깨도 되나?' 망설이는 것도 잠시, 와장창 청자 깨지는 소리와 손맛에 스트레스가 한방에 날아간다.
그밖에 '제17회 고려청자 특별전' '대한민국 청자공모전 및 수상작 전시' '강진산 고려청자 국보(보물) 재현품 전시' 등 고려청자와 관련한 수준 높은 전시회가 축제 기간 동안 상시 열린다.
여행정보
제45회 강진청자축제
- 기간 : 2017년 7월 29일(토)~8월 4일(금)
- 장소 : 강진청자박물관 - 강진군 대구면 청자촌길 33(사당리 127번지)
- 문의 : 1688-1305
체험료 및 사전 신청
- 워터슬라이드 : 반일 3천 원, 종일 5천 원
- 점토 팩 체험 : 5천 원
- 물레 성형하기 : 개인 3천 원, 단체 2천 원
- 어린이 점토 빚기 : 2천 원
- 청자 조각하기 : 물컵 8천 원, 소품 1만 5천 원
- 청자 코일링 : 5천 원
- 청자 풍경 만들기 : 1만 원
- 화목 불가마 찜질 : 3천 원
- 고려청자 깨기 : 1천 원, 3천 원, 5천 원(도자기 크기에 따라 나뉨)
※ 체험 사전 신청 : 강진청자축제 홈페이지 → 체험 행사 → 체험 신청(사전 접수)
강진청자축제 강진문화유적 투어
- 기 간 : 2017년 7월 29일(토) ~ 8월 3일(목) 6일간
- 신청 방법 : 강진청자축제 홈페이지 신청 및 현지 탑승
- 이용 요금 : 5천 원(청자쿠폰 5천 원, 물, 기념품 증정)
- 운행 코스
1코스 (10시 출발) : 영랑생가 주차장 → 영랑생가(세계모란공원) → 다산기념관 → 가우도 함께하는 길(망호 – 저두) → 영랑생가 주차장
2코스 (14시 출발) : 축제장 남문주차장 → 영랑생가(세계모란공원) → 다산기념관 → 가우도 함께하는 길(망호 – 저두) → 축제장
주변 음식점
- 청자식당 : 바지락회무침 / 칠량면 칠량로 76-1(칠량면 공영주차장 옆) / 061-433-1515
- 해태식당 : 한정식 / 강진읍 서성안길 6 / 061-434-2486
- 강진만갯벌탕 : 짱뚱어탕 / 강진읍 동성로 18 / 061-434-8288
숙소
- 다향소축 : 도암면 다산초당1길 7-5 / 061-432-0360, 010-3616-0360
- 사의재 한옥체험관 : 강진읍 사의재길 31-5 / 061-430-3328
- 한옥과 돌담 : 성전면 달빛한옥길 17-3 / 010-2682-6898, 010-2737-6898
글 : 이병유(여행작가)
※ 위 정보는 2017년 7월에 작성된 정보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