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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사비나 (30세이상 남자들만의 벳남 생활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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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민 주재원 생활 야그 스크랩 러시아-35> 나는 또한 한국에 가고 싶다
LoBo 추천 0 조회 164 18.09.09 10:32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간밤에 비가 한번 왔다 갔다

현주는 6시부터 깼는데 이불속에서 빈둥대며 7시 40분까지 버티다 함께 일어났다,


그동안 춥고(내가 따뜻하다고 속였다며) 감기 때문에 챙겨 온 옷을 다 못 입었다고 투덜대더니 막판에 원없이 패션쇼를 하고 있다



아뢰나를 보러 여수팀이랑 지하로 내려갔다







아뢰나에게 커피를 '카페라떼로 달라' 고 했더니 안된다고 한다. 여수팀이 번역기를 켜서 보여주자 아뢰나가 " 시쑨등 ! " 이런 소리를 내며 검지 손가락을 세워 보여주고 주방으로 돌아갔다. 동작이나 표정으론 ' 잠깐만요 ' 로 백퍼 해석되는 상황인데 그 발음이 한국말처럼 들려 너무 재밌어서 일행들에게 아침부터 웃음을 선사했다.

잠시후 우유가 연하게 들어간 커피 4잔이 탁자위에 놓여졌다. 너무 찰랑찰랑하게 담아와 찻받침에 넘칠 정도였다


조식 메뉴는 어제랑 동일, 맛도 동일


용철씨가 약간 넋이 빠져 있었다. 사연을 들어보니

' 회사에서 오늘 용철씨 출근 안했다고 난리가 났는데 비상연락도 안되서 뭔 변고가 난 줄 알고 집까지 찾아갔다 ' 는 것이다. 휴가를 연장하는 과정에서 회사측에서 착오가 있었고, 처리는 잘 되었다고 한다. 날짜를 다 끌어모아 9일간의 휴가를 냈는데 그 이상 쉬면 바로 책상 빼 버린다고 달래씨가 농담반 진담반 이야기 한다.


아침 다 먹고 나오며 그동안 정든 아뢰나에게 ' 잘있어라, 우리 오늘 한국으로 돌아간다 ' 고 영어로 말했는데 못 알아 들었다

용철씨가 구글번역기로 적어 보여 주자 그제야 우리 말을 알아듣고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자기 폰을 가져오더니 역시 구글번역기로 우리에게 뭘 보여 주었다,


거기엔 이렇게 써 있었다

'  나는 또한 한국에 가고 싶다 ' 우리가 그걸보며 웃자

'  나는 한국을 사랑한다 ' 고 또 적었다


우리가 윗층으로 올라갈때까지 서서 지켜보고 있길래 손을 흔들어 주었다.



9시에 방으로 돌아와 짐 다 챙겨 9시반에 출발하자고 했는데, 여행동안 싣고 다닌 비상식량이 이 방도 저 방도 넘처나서 왠만한거 버리고 정리하느라 40분에나 나왔다





이 호텔,

처음엔 실망하고 화도 나고 그랬지만 세월이 지나면 아뢰나가 해준 푸짐한 아침상의 기억만 남아 한없이 그리워질거 같아. 


블라지미르 시내를 등지고 바로 외곽 도로로 빠져 신나게 달리는가 싶더니... 몇 km 도 못가 도로공사로 차가 극심하게 막혔다.


2차선이 하나로 줄고 다시 두개로 늘고 해도 여전히 기어간다.







도심지로 들어와서는 움직인 시간보다 서 있는 시간이 더 많았다,

덕분에 거리사진은 포커스 안 흔들리게 실컷 찍을 수 있었다













도심지를 벗어나도 역시 정체,

더워서 에어컨을 틀고 가는데 용철씨가 답답한지 수시로 창문을 내렸다. 그럴때마다 옆 트럭의 매연과 소음이 무지막지하게 밀려 들어왔다,

볕이 너무 뜨거워 2차선으로 차를 빼서 1차선 큰 트럭의 그림자에 차를 숨기며 갔다


몇 시간을 이러고 있으니 여자들은 화장실 가고 싶다고 하고,

엑셀과 브레이크를 수시로 반복하며 에어컨까지 틀으니 연비가 급격히 나빠져 기름도 다 닳아 버렸다.

곳곳에 웅덩이가 있는 흙마당 너머에 낡은 주유소로 차를 뺐다


도로에 서 있는 차들


여자들은 주유소 사무실에 가서 화장실을 물으니 숲속에 통나무집들을 가리키며 그리로 가라고 했다 한다.


남자들은 차에 기름을 넣으려고 주유건을 꽂았는데 기름이 안 나온다,

내가 사무실에 들어가 계랑기 넘버와 기름 종류를 이야기 하니 아줌마 직원이 뭘 눌렀고 용철씨가 밖에서 OK ! 를 외쳤다


기름 다 넣었다고 해서 아줌마에게 신용카드를 맡기고 난 옆에 냉장고 아이스크림을 고르고 있는데...


직원 아줌마 두명이 카드 전표를 나에게 보여주며 뭐라고 계속 말을 한다. 

분위기상 카드가 안되니 현찰을 내라는 것이었다. 다른 주유소에선 잘 되던 카드가 안된다는 것도 이상하고 내가 한눈파는 사이에 카드를 두번 긁은건지 확인할 방법도 없고 나온 전표를 보여주는데 러시아어라 해석도 안되고 ...갑자기 분노가 치밀었다


밖으로 나와 차를 멀찌기 세워놓은 용철씨를 불렀다


마침 여자들도 숲속을 헤매다 화장실을 못 찾고 돌아오고 있었다



용철씨에게 현찰 달라고 해서 2,170 루블 (39,000원)을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내버렸다

아즘마에게 화장실을 다시 물으니 이번엔 가게 안쪽 문을 손짓했다,


기분이 상해 나 먼저 밖으로 나오는데 문앞에 현상수배범 사진까지 붙여놔 더 불안해졌다. 아줌마들도 다 시기꾼으로 보였다,.


차로 돌아와 씩씩거리고 있으려니 용철씨가 내가 고르다 만 아이스크림을 사 왔다

너무 딱딱해 이빨로 잘라 먹으며 화를 삭혔다





여자들도 아이스크림으로 열을 식히며 돌아와 불평을 했다.

손짓한 화장실을 갔더니 문이 잠겨 있더라는 거다. 아줌마에게 다시 이야기 하자 문에 붙여놓은 A4 용지를 떼고 열쇠로 열어줬다고 한다. 기름을 넣은 우리랑 일행인지 몰라서 화장실을 못 쓰게 한건지, 아님 동양인이라고 무시해 숲속으로 가라고 한건지 기분들이 상해 있다



카드전표를 여수팀에게 보여주며 구글 번역기로 읽어 보라고 했는데 글자 인식마저 잘 안되었다



나중에 한국가서 확인하기 위해 전표를 잘 챙기고 다시 발걸움을 재촉했다.

주유소를 나와 다시 막히는 길로 합류했는데 그 사이에도 정체는 별 진전이 없었다



갓길에 경찰차가 서 있어서 바짝 쫄았다



그런데 가까이 다가갈수록 좀 이상하다.


"  헛,  C8 ! "

헛웃음이 나왔다. 실물크기 널판지에 경찰차를 그려 놓은 것이었다. 여긴 경찰들도 사기를 치나 ?



불에 타 버린 집


끝이 안 보이게 막히는 차들.

한국의 90년대 교통상황과 아주 똑같다



모스크바엔 현대차도 많지만 의외로 KIA 차들이 많이 보인다.


시간은 벌써 오후 1시가 지나가고 있다. 3시간 반 정도 운전했고 블라지미르에서 모스크바까지 190 여 km인데 지금 60 여 km를 남겨 놨다

주유로 신경썼더니 기분도 안 좋고 졸립고 피곤해서 갓길에 차를 빼고 용철씨랑 자리를 바꿨다,


이번 여행내내 주차할때만 용철씨에게 운전을 맡겼는데 마지막날 처음으로 조수석에 앉아 본다

피가 몰처 탱탱해진 다리를 대시보드위에 올리자 스르르 깊은 잠에 빠져 들었다,




20~30분 잤을까 ? 한결 개운하게 일어났는데 차안 분위기가 확 바뀌어 있었다.

모스크바에 도착해야 하는 시간은 3시. 지금 벌써 2시 언저리고 차는 뚫릴 기미가 안 보이자 용철씨가 다급한 마음에 자꾸 갓길을 달리고 있었다. 달래씨가 뒤에서 ' 여보 갓길로 안 갔음 좋겠네 ' 하는데 난 말릴 수가 없었다. 그저 움푹 패인 갓길 달리다 차가 옆으로 홱 돌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비까지 오락가락. 말쑤가 한결 없어진 용철씨.

만약 비행기를 놓치면 어떡해야 하는가 대책을 세워야 할 지경에 도달했다.

만약 늦으면 바로 공항까지 이 차로 가면 되니까 끝까지 안전운전하라고 용철씨를 격려했다


다행히 모스크바 광역시 경계로 들어오자 차흐름이 빨라졌다,








피뢰침







마침내 우리가 묵었던 하노이-모스크바 호텔이 보이자 모두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시 북쪽에서 진입하는 차들을 단속하고 있는 경찰들.

지금 같은 상황에서 괜히 트집잡히면 비행기를 완전히 놓치게 되서 눈치보며 찰칵 !



이 거리는 몇번 지다다녔다고 이제 친숙하다,



3시 조금 넘겨 베데엔하 지하철역에 안전하게 도착했다, 190 여km 오는데 5시간이 넘게 걸렸다

루블 남은거 용철씨 여비하라고 쥐어주고 제대로 작별인사도 못하고 얼른 들여보냈다


나는 또한 한국에 가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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