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음악 3월 7일(월)*
▲아카데미상 2022
◼주제가상 후보②
◀Dos Oruguitas(두 마리 애벌레)
*영화 엔칸토(Encanto)-마법의 세계
◾세바스티안 야트라
◀Everlasting Love(영원한 사랑)
*영화 벨파스트 사운드트랙
◾제이미 도너(영화 속 아빠역)
(원곡: The Love Affair)
◀Down to Joy(기쁨에 젖어)
*영화 벨파스트(Befast) 주제가
◾밴 모리슨(Van Morrison)
◀Somehow You Do(어떻게든 해내야)
*영화 Four Good Days
◾레바 맥엔타이어(Reba McEntire)
◉지난주 경칩 금령(驚蟄 禁令)을
얘기하며 산불을 걱정했었는데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습니다.
산불재앙이 찾아온
주말이 됐습니다.
많은 사람이 삶의 바탕과
생업의 터전을 잃었습니다.
피해자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지만
지켜보는 모두에게도
가슴 아픈 일입니다.
인명 피해가 적은 것이
그나마 다행입니다.
숲은 바싹 말라 있고
바람은 강하기만 한데
비 소식은 저 멀리 있습니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그래도 불길이 조속히 잡히기를
빌고 기대해 봅니다.
◉겨울 동안 눈이 자주 내려
쌓인 낙엽들이 얼고 녹으며
거름이 돼야 하는데
눈이 거의 내리지 않았습니다.
최악의 가뭄이라 바짝 마른 낙엽이
산등성이에, 계곡에 수북이 쌓여
바람에 굴러다닙니다.
불길만 닿으면 화약고입니다.
전국 어느 산이나, 숲이나
사정이 비슷할 것 같습니다.
건조하고 바람 심한 초봄에
정말 조심해야 할 산불입니다.
사람에게 주는 피해가
심각한 것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이제 막 잠에서 깨어난 벌레와
동물들, 산에서 겨울을 난
야생동물들은 삶 자체가 사라져
버렸습니다.
꽃눈과 잎눈을 피워
봄을 준비하려던 초목들도
봄을 채 맞기도 전에
잿더미로 변했습니다.
산불은 이렇게 모든 생명체에게
불행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더 이상의 산불이 없도록
조심 또 조심해야 할 3월입니다.
◉집 근처 산과 숲에서
산초(山椒)나무를 자주 만납니다.
산행길인 임도 근처에서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지금은 앙상한 가지에 가시와
겨울 눈만 달려 있지만
다음 달이면 연녹색의 잎을
매달기 시작합니다.
이 산초나무는 운향과(芸香科)에
속합니다.
향기가 진한 나무라는 얘깁니다.
초피나무, 탱자나무, 귤나무가
모두 이 운향과에 속합니다.
매운탕이나 추어탕을 먹을 때
사용하는 향신료가 산초나무나
초피나무 열매에서 나옵니다.
◉우산모양을 하고 있는
사람 키보다 조금 큰 관목인
산초나무는 잘 떨어지지 않는
가시를 매달고 있습니다.
특이하게도 가지가 변해서 된
가시에는 나이테까지 있습니다.
강한 가시라 자칫 손을
다치기 쉽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산초나무를 보면
잘라버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사람에게 약재와
향신료를 제공하는
이로운 식물입니다.
특히 호랑나비에게는 고향입니다.
산초나무는 호랑나비알에서 깬
애벌레를 품어서 나비가 돼
날아갈 때까지 키워냅니다.
◉산초나무의 녹색 잎 근처를
찬찬히 살펴보면 나뭇잎과
같은 색깔의 녹색 애벌레를
발견할 수가 있습니다.
숲 공부를 할 때
산초나무에서 찾아 열심히
관찰했던 애벌레입니다.
좋아하는 산초잎을 먹으며
몇 차례 허물을 벗는 일을 계속합니다.
그러면서 몸집을 키워 번데기로
용화(蛹化)합니다.
애벌레가 번데기로 변하는 것을
용화라고 합니다.
이 번데기는 날씨 좋은 날
우화(羽化) 과정을 거쳐서
호랑나비가 돼 날아갑니다.
곤충의 번데기에서 탈피해
날개 있는 성충이 되는 것을
우화라고 부릅니다.
날개가 돋아 신선이 돼
하늘로 올라가는 것을 의미하는
우화등선(羽化登仙)이란 말이
여기서 나왔습니다.
◉강한 산초나무의 향을
다른 곤충이나 새들은
좋아하지 않아 근처에
오질 않습니다.
하지만 호랑나비는 강한 향을
가진 잎을 먹으며 몸 안에
향을 축척 해 자신의 무기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산초나무와 호랑나비 애벌레
이야기를 하는 것은
올해 아카데미 주제가상 후보에 오른
영화 ‘엔칸토’(Encanto) 속의
‘두 마리의 애벌레’,
(Dos Oruguitas) 때문입니다.
물론 노래 속의 ‘두 마리 애벌레’는
‘두 연인’으로 의인화됐지만
바탕의 메커니즘은 같습니다.
◉엔칸토-마법의 세계는
특별한 능력을 지닌
가족 이야기입니다.
그 가족을 지키는 수장이
할머니인 알마입니다.
알마와 할아버지 페드로의
여정을 그린 엔딩곡이 바로
아카데미 주제가상 후보에 오른
스페인어 노래 ‘Dos Oruguitas’,
‘두 마리의 애벌레’입니다.
알마가 가족을 지키기 위해
Encanto라는 고치를
만드는 과정이 담겼습니다.
할아버지 페드로는 내전 중에
가족을 지키고 목숨을 잃습니다.
이 영화 자체가 가족이 번데기에서
껍질을 깨고 나비가 되는 과정을
중심으로 그렸습니다.
용화와 우화를 거쳐 날게 되는
나비는 가족의 화해를 이끄는
길과 같은 상징입니다.
이 노래 마지막에서
할머니 알마와 마법이 없어
구박받던 주인공 미라벨이
서로를 이해하면서 화해를 아룹니다.
영화 전체 라운드 업 영상에
담긴 ‘두 마리의 애벌레’입니다.
https://youtu.be/1N0dUL0jAK8
◉다재다능한 작곡가
린 마누엘 미란다가 콜롬비아
민요 느낌이 나는 서정적인 노래로
만들었습니다.
미란다는 EGOT, 즉 에미상과
그래미상, 오스카상을 모두 받은
실력파입니다.
노래는 젊은 콜롬비아 가수
세바스티안 야트라가 불렀습니다.
엔칸토의 다른 노래
‘We Don’t Talk About Bruno’
(브루노는 입에 담지 마)가
5주 연속 빌보드 hot 100 차트
1위에 있어서 디즈니가
아카데미 후보 추천을 잘못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노래도 영화 성격에
잘 맞는 좋은 노래가 분명합니다.
알바와 페드로의 여정이 담긴
영상과 함께 세바스티안 야트라의
노래로 다시 만나봅니다.
https://youtu.be/DUGtyj5QlEM
◉벨파스트(Belfast)는
북아일랜드의 수도입니다.
아일랜드 땅에 있지만 영국령입니다.
아일랜드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하는 과정에서 여러 갈등과
분열이 끊임없이 발생한
아픈 역사를 가진 도시입니다.
오는 23일에 개봉되는 ‘벨파스트’는
이 도시의 또 다른 갈등
1960년대 후반의 종교 갈등을
배경으로 9살 소년 버디의
눈에 비친 벨파스트를
그려내고 있습니다.
이 영화감독 케네스 브라운은
벨파스트 출신입니다.
그래서 이 영화는 9살 때
이 도시를 떠났던
브라운 감독의 경험을 담은
자전적인 영화이기도 합니다.
◉‘아무리 멀리 간다 해도
영원히 잊을 수 없는 곳이 있다’.
영화가 전하는 이 메시지가
감독이 벨파스트 이야기를
어떤 시선으로 담았는지를
얘기해주고 있습니다.
당시 상황을 재현하기 위해
영화는 흑백으로 제작됐습니다.
배우들도 대부분 북아일랜드
출신들이 맡았습니다.
이들 가족이 내전의 혼란으로
떠나야 말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됩니다.
그 속에서도 가족과 이웃과
음악이 있어 행복했던
가족 이야기가 군데군데 펼쳐집니다.
◉지금은 77살인 벨파스트 출신
벤 모리슨(Van Morrison)이
1970년, 25살 때 만들었지만
미공개 상태로 있었던 노래를
새로 다듬어 여기에 올렸습니다.
‘Down to Joy’(기쁨에 젖어)란
이 노래가 바로 아카데미 주제가상에
노미네이트 됐습니다.
미공개 Original Song이라
수상 대상이 됐습니다.
하지만 영상도, 가사도, 정보도
빈약합니다.
그래서 우선 이 영화 속에
등장하는 장면과 함께 실린
영국의 팝 앤 소울 밴드
‘더 러브 어페어(The Love Affair)의
‘Everlasting Love’ (영원한 사랑)부터
들어봅니다.
영화 속에서 아빠역의
제이미 도넌이 부릅니다.
그는 할리우드 시사회장에서도
이 노래를 불렀습니다.
https://youtu.be/yQbKX9dvu-E
◉이어 이 영화 주제가
‘Down to Joy’입니다.
하수구 뚜껑을 방패로 들고 있는
어린 버디를 내세운
영화 포스트 한 장면에 살린
노래입니다.
https://youtu.be/u6R_flCWidw
◉밴 모리슨의 ‘Wild Night’를 비롯한
특히 60년대 70년대 사랑받았던
아일랜드의 올드 뮤직들이 등장해
관객들에게 1960년대 벨파스트로
떠나는 낭만 여행을
경험하게 해준다고 합니다.
이 영화는 주제가상을 비롯해
7개 부문에서 아카데미상
후보에 올랐습니다.
◉66살의 작곡가 다이앤 워렌
(Diane Warren)은 올해로
13번째 자신의 곡을
아카데미상 주제가상 후보로
올려놓았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12번 모두
수상에 실패했습니다.
올해 13번째로 후보에 오른 곡은
영화 ‘Four Good Days’(나흘 좋은 날)의
주제가 ‘Somehow You Do’
(어떻게든 당신이 해내야)입니다.
친구 격인 67살의 컨트리 스타
레바 맥킨타이어(Reba McEntire)에게
이 노래를 부르도록 부탁했습니다.
60대 노장이 손발을 맞춰
내놓은 이 노래는 올해
아카데미의 깜짝 후보곡으로
꼽히기도 합니다.
◉이 영화는 약물중독에서
벗어나려는 딸과 그 딸을 돕는
어머니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워싱턴포스트에 소개된 기사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입니다.
10년 간 14차례 재활에 실패한 딸이
엄마에게 도움을 요청합니다.
여러 번 실망했던 엄마지만
믿음과 사랑으로 다시 돕기에 나섭니다.
‘나흘간의 좋은 날’은
약물치료를 위해 견뎌내야 하는
고비를 이야기하는 것 같습니다.
서로에 대한 믿음으로
시작한 치료는 서로가 의지한
사랑으로 약물중독이란
어둠의 터널을 빠져나와
모녀가 함께 미래를 찾게 됩니다.
◉노래는 팬데믹 시대를 겪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한 가사와
멜로디를 담고 있는 발라드곡입니다.
‘산이 높고 바다가 넓다고 생각하면
결코 통과하지 못할 것입니다.
더 나은 내일이 있습니다.
당신은 어떻게든 해내야 합니다.’
실제로 레바는 뮤직비디오에서
먼지 많고 건조한 도로를 걸어
바위투성이의 산에 오르고
다시 바다로 나가 여행하면서
이 노래를 부릅니다.
그 사이사이 엄마와 딸의
재활을 위한 노력과 투쟁이
삽입됩니다.
https://youtu.be/r_sSxlIjDzE
◉수상 곡은 오는 27일
선정 발표됩니다.
주석과 구리 합금에 24K로 도금한
3.4Kg의 트로피는 값으로 따지면
별것 아니지만 엄청난 가치와
상징성을 갖고 다가옵니다.
◉아침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날이
며칠 남지 않았습니다.
모레부터 아침에도 영하의 기온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그래도 앞서 말한 대로 건조하고
바람이 심한 날이 한동안 이어질
모양입니다.
마음을 상하게 하는 잔인한 봄날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배석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