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자 중심의 교육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이해했을 때 다중지능 이론을 보다 정확히 이해하고 이를 교실에서 올바로 응용할 수 있을 것이다. 학습자 중심 교육이라는 말이 너무 흔하게 쓰이면서도 예비교사들이나 현장 교사들이 정확히 설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1. 학습자에게 선택의 권한을 부여
1995년 5·31 교육개혁을 시작한 이래, '수요자 중심의 교육'이라는 용어를 많이 들어 왔다. 이는 교육을 제공하는 측과 교육의 혜택을 받는 측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교육을 제공하는 측에는 정부로부터 시작해서, 교육부, 교육청, 학교, 교사에 이르기까지 교육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을 포괄적으로 교육의 공급자로 보고 있으며, 학생, 학부모, 더 나아가 사회에 이르기까지 교육의 혜택을 받는 모든 사람들을 교육의 수요자로 보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까지의 교육을 공급자 측면에서만 생각하여 왔다고 보고, 교육개혁은 교육 수요자 측면에서 보자는 것이다. 그러나, 수요자와 공급자라는 그 말 자체가 교육적이라기 보다는 다분히 상업적인 뉘앙스가 있고, 교육관련자가 너무 광범위하기 때문에 '수요자 중심의 교육'이라는 표현보다는 교육을 직접 받고 있는 학생이라는 협의의 뜻과 함께 교육적인 표현인 '학습자 중심의 교육'이라는 표현을 선호하는 학자들이 많다. 이렇게 표현되었을 때, '학습자 중심의 교육'과 대조되는 개념인 '교사 중심의 교육'을 일직선 상의 양 극에 놓고 논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미국 교육과정사에서 보면 학습자 중심의 교육이라는 표현이 많이 등장했던 시대는 1970∼80년대일 것이다. 이는 미국에서 1950∼60년대에 세력을 형성했던 학문중심 교육이 지나치게 교사 중심이라고 비판을 받아 왔으며, 1960년대 후반부터 학문중심 교육에 대한 비판과 함께 인간주의를 표방했던 인간중심 교육을 많은 학자들이 학습자 중심 교육(Pinar, Reynolds, Slattery, & Taubman, 1995)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통주의적 교육은 교사중심의 교육이 될 수밖에 없었고, 진보주의적 교육은 자연스럽게 학습자 중심의 교육이 될 수 있었다.
학습자 중심(learner-centered education; child-centered; student-centered)의 교육은 학습자에게 교육의 초점을 맞춘 것으로서, 일반적으로 학자들 사이에서는 학습자들에게 학습 선택의 권한을 부여하는 것을 말한다(황윤한, 1999). 즉 학습자들의 요구(needs)는 물론 이들의 경험과 흥미와 관심사를 반영한 교육으로, 학습 목표의 설정에서부터 내용의 선정, 방법, 평가에 이르기까지 학습자들에게 참여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리고, 학습자 중심 교육의 최종 목표는 학습자가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학습 방법을 터득하여 자기 학습자가 되도록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학습자에게 학습 참여의 권한을 부여하는 방법은 학습 내용의 선정에서부터 시작된다. 우리 나라와 같이 국가수준의 교육과정을 편성·운영하는 국가에서는 학습자들이 배울 내용을 국가가 정하게 된다. 이는 학습자들의 보편적 발달 수준을 고려하여 교육과정을 개발하기 때문에, 학습자 개개인이 갖고 있는 특성, 즉 그들의 흥미, 적성, 호기심, 관심사 등을 반영하기 어렵다. 따라서, 학습자 중심의 교육이 되기 위해서는 가장 우선적으로 교육과정이 학습자들의 얼굴을 보면서 교실 현장에서 만들어져야 한다. 수업에서도 학습자가 주체가 되어 프로젝트나 주제단원을 자신들이 선정하고, 계획하고, 실행하여, 평가하고, 교사는 학습자들의 수업을 안내하는 안내자 또는 조언자로서의 역할을 한다. 평가에 있어서도, 최근에는 학습자들이 평가 기준을 설정하고 자신들이 직접 자신들의 학습 정도를 평가하는 학습자 중심의 교육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
2. 학습자의 필요(needs) 반영
학습자에게 필요한 교육을 의미하는 말로 학습자의 '요구'나 '필요'라는 말을 혼용하여 쓰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필자도 종종 혼용하는 경우가 있었음을 고백함.) 별 의미 구별없이 쓰는 용어이겠지만, 그 용어 뒤에 needs라는 영어 단어를 달면 그 뜻이 달라진다. 학습자가 무엇을 가르쳐 달라고 요구(ask for)하는 것이라는 뜻으로 '학습자의 요구'라고 자주 혼용하여 쓰는 경우가 있으나, 만약 needs라는 영어 단어가 들어가면면 필자는 '학습자의 필요'로 번역하여 쓰고싶다. 여기서 쓰인 필요(needs)는 교육학적인 용어로서 '학습자의 연령 수준에 맞는 교육'이라는 개념과 '같은 연령의 학습자와의 차이(gap difference)'라는 개념을 지니고 있다(Tyler, 1949). 따라서, 학습자의 필요는 학습자들이 그 나이에 맞는 마땅히 받아야 할 교육 내용을 가르킨다고 해야할 것이다. 열 살이면 열 살의 아이들이 일반적으로 받는 교육임과 동시에 이 아이와 평균 아이와의 학력차를 의미한다. 학습자의 필요가 가장 잘 반영되지 못하고 있는 사례는 특수학급이나 특수학교에 가면 종종 볼 수 있다. 나이는 20세에 가까운데, 문자 해득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로 초등학교 1, 2 학년 국어 책을 반복적으로 읽게 하거나 기본 덧셈·뺄셈이 들어 있는 수학 익힘책을 반복적으로 풀게하면서도 성교육이라든지, 직업교육은 시키지 않는 경우이다.
학습자의 필요를 '학습자의 연령에 맞는 교육'과 같은 연령의 평균 학습자들과의 차이'라고 했을 때, 학부모의 요구나 지역사회의 요구도 정의되어져야 한다. 대게 학부모의 요구나 지역사회의 요구는 공식적인절차나 문서 등을 통해 학교에 전달되는 것은 아니다. 학부모들의 교육 철학이나 생활 환경과 지역사회의 전통과 문화에 의해 다르게 나타난다. 어떤 부모는 학력을 강조하는가 하면, 다른 부모는 학력보다는 특기·적성 개발 또는 인성개발 등을 강조하기도 한다. 농어촌이나 도서·벽지에 가면 학업적인 교육보다는 직업교육을 강조하는 학부모들도 있다. 지역사회의 전통과 문화를 계승 발전해 나가기 위해서 지역적인 문화 행사 등에 학생들의 참여를 요구하기도 한다. 따라서 학부모의 요구나 지역사회의 요구는 학생들이 그 사회에서 삶을 영위하는데 필요한 내용이라 할 수 있다.
3. 학습자의 특기, 호기심, 관심사 반영
일찍이 듀이(1916)는 학습자 자신들에게 의미있고 그들에게 중요한 경험을 제공하는 상황에서 지식과 아이디어가 창출된다고 하였다. 이는 최근 구성주의자들이 주장하는 지식 구성의 모습에서도 볼 수 있다. 구성주의자들은 지식은 기존 경험으로부터 개개인의 마음 속에서 구성되며, 지식 구성은 자신이 속한 사회의 구성원들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고 하였다(황윤한, 1999). 그래서 듀이는 교사를 학습자들이 심리적 상태에서 출발하여 논리적 구조에 이르기까지 안내하는 안내자로 보았다. 또, 그렇게 되었을 때 교육의 최상의 효과가 나타난다고 믿었다. 최근의 구성주의자들은 학습이 일어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학습자들의 특기, 호기심, 관심사 등이 반영되었을 때 지식 구성이 보다 활성화되고 창의적인 사고가 일어난다고 믿는다. 학습자 중심의 교육은 학습자들의 어린 시절 뿐만 아니라 이들의 개별적인 차이와 다양성에 관심을 갖는 교육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