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르~
엄마, 안녕?
키멥에 다녀 왔어.
마침 토요일(3일)이 Open House Day 라고 해서
키멥측에서 교수며 임직원들을 식당에 앉혀놓고
키멥에 입학을 희망하고 있는 녀석들은 free 하게 다가가서
궁금한 걸 물어볼 수 있게끔 해 놨었어.
신방과 코너에 가서 거기 앉아있는 교수님 같은 분한테
궁금했던 것들을 이것 저것 여쭤 봤는데...
Q. 신방과에선 주로 어떤 매체를 교재로 삼는지?
A. 교수님들의 다수가 유럽이나 미국등 서방에서 오신 분들로 이루어져 있고
대부분은 영어로만 강의를 하시기 때문에 영어로 작성된 international 한 신문이나 방송을 주로 다루게 된다.
Q. 그렇다면 카자흐스탄 현지의 흐름을 쫓는 일은 어떻게 되는것인가?
카라반 같은 local(카자흐스탄의) newspaper 도 강의 교재로 사용 되는가?
A. 물론. 교수님들 중에는 현지분들도 많고 학생들은 적절히 국제 매체와
현지 매체를 접하게 될 것이다.
Q. (이건 궁금해서 물어 봤음) 만약 1년 정도를 교환학생의 자격으로 영국이나 해외에서
공부하고 싶다면 카자흐스탄 국적이 아닌 학생이라도 자격이 주어지는가?
A. 물론이다. 중요한 것은 키멥의 학생이라는 것이지 카자흐스탄 국적과는 관계가 없다.
Q. 후일 어떤 직업에 종사하고자 하는 학생에게 잘 맞는가?
A. 매스미디어나 (국제)언론. (이것밖에 기억이 안 난다;)
Q. 신방과 입학 시에는 다른 과와는 별개로 에세이를 써야 한다고 들었는데,
그게 무슨 말인지?
A. 신방과에 입학할 학생들은 입학시험 당일에 입학시험+2장 정도로 구성된
에세이를 써야 한다. 여러가지의 주제가 주어질 것이고,
그 중 하나를 골라 지원자가 앉은 자리에서 써낸 것을
우리 교수진이 검토하게 될 것이다.
Q. 덜덜덜. 무슨 주제?
A. 예컨대 키멥 신방과에 지원한 이유, 같은 주제가 나올 것이다.
그런 경우엔 크게 어려운 것은 아니고 자신의 소견과 이유있는 열정을 보여주면 된다.
문법이나 글의 논리적인 배치, 글쓰기에 대한 basic한 감각과 기술이 있는지를 본다.
Q. 키멥 신방과를 졸업한 학생중 국제적인 매체에서 일하고 있는 학생들이 있는지?
A. 그렇다. 한 명이 아니라 엄청나게 많다. (라고 하긴 하는데.)
이 정도… -_-
내가 가서 질문공세를 했던 그 교수님이라는 아저씨가 에세이를 직접 검사할 거라더라.
에세이 건은 문제 없을 거 같아.
뭐 최소한 현지 애들보단 잘 쓸 수 있을 거 같거든.
또 나 같은 경우엔 글쓰기가 말하기보단 훨씬 안정됐고,
또 어느 정도 그들이 원하는 바를 썩썩 적어낼 자신도 있기 때문에...
그 아저씨, force가 너무 강력해서 (덩치는 산타만 한데 눈매가 진짜 무서운 할아버지였어ㅠ_ㅠ 어헝헝)
생각보다 물어본 게 적은 것 같다;
하지만 궁금한 건 다 듣고 왔어.
국제관계학과에도 약간 미련이 있었는데,
역시 이론만이라면 굳이 4년을 걸고 배우지 않아도 책을 통해
중요한 것만 머리에 넣음 될 거 같아.
이제 서류 준비해서 내야지...
아 엄마, 나 1~6학년때까지의 성적표 공증 된 걸로 러시아어버전은 없어?
학교에서 그거 갖고 오지 않으면 재학증명서 안 떼어 준대.ㅠ_ㅠ
키멥에 내야 되는데.
학교에 있는 건 영어판이라고 하고...
집에 찾아봐도 없는 거 같길래 학교에서 가져온 영어판 들고
노타리우스에 번역해 달라고 갔더니 한장에 1500KZT! 미칠 노릇이지.
내가 직접 할까 하다가, 인증, 이라는 게 필요한 거라서…
흠~ 그럼 난 이만 들어가야겠다.
하루에 연대별로 삼백 문제씩 외우고 있어, 카작 역사...
재밌더라 ㅋㄷㅋㄷ
빨리 시험 끝났으면 좋겠다.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
비단 노는 것만이 아니라, 운동, 아랍댄스나 재즈댄스
(필요할 것 같아. 뭐 대외용 사교활동이라던가 그런 거...),
읽고 싶어서 샀는데 못 읽고 있는 책...
그리고 있어.
또 피아노&첼로도 10곡&minimum5곡씩 외워둘 필요가..
갑자기 추워져서 어쩔 줄을 모르겠어.
봄이 왔으면 좋긴 좋겠는데, 시험은 싫어.
빨리 시험을 끝냈으면 좋긴 좋겠는데, 무서붜.
요즘 영어 점수를 보면-_- 수석과는 좀 거리가 있어 보여서 벙~하긴 하지만
해 봐야지!!
뭐 정말 붙잡고 열씸히 한다면 수석이 아니더라도
나 자신에게 많은 지식이 남는 건 맞을 테니 손해 볼 거 없지 뭐.
그걸로 토플준비도 하는 셈이고~
그럼 안녕~!
추신:: 엄마!
키멥 신방과 입학 시험 에세이 주제 중에
제일 나올 법한 것이 '왜 신방과를 지망했느냐' 혹은
'왜 journalist가 되려하느냐' ... 이런 건데,
..나 같은 경우엔 정말 기자가 되려 들어가는 건 아니니
어떻게 해도 딴소리만 나와.
분명 채점하는 교수님은 언론인으로서의 프라이드etc 때문에라도
진짜 기자 지망하는 애들한테 플러스를 줄텐데.
어떻게 써야 할지 아이디어 좀 줘~!!
나도 일단 도전은 해볼텡께..
밑에는 할무니 한테 편지! 편지 전해줘-!!! ↓
할머니, 안녕하셨어요!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벌써 새해 된지도 한참 됐는데 지금 와서 새해 인사하는 게 웃기지만
한국은 아직 구정이 남아있잖아~ 히히히.
작년에는 새해를 한국에서 보냈었는데~
다같이 아빠 엄마 삼촌이 만든 트리도 보고.
그로부터 벌써 1년이나 지났어.
달라진 것이라면 우리들 모두 나이를 한 살씩 더 먹었다는 것,
우리 집이 광주의 집으로 이사했다는 것,
그리고 작은 집이 이사했다는 거!
이 정도겠지?
그러고 보니 나이 하니까 말인데,
나도 한 살씩 먹을 때마다 감회가 남달라 지는 것 같아!
옛날엔 빨리 어른이 됐으면 좋겠단 생각뿐이었는데
이젠 가는 해를 보낼 때마다 마음이 착잡해져!
이제 이런 식으로 몇 년 더 있다가 오빠가 결혼하면 난 벌써 고모가 되는 거잖아.
그럼 할머니는 증조할머니, 엄마 아빠는 할아버지 할머니…
뭐야! 실감이 안 난단 말이야~
(정작 오빠는 가만 있는데 내가 벌써 이런 생각을 하니까 이상하다)
음… 이제 내 고교시절도 거진 끝나가고 있고,
이제야 뭔가 인생의 하나를 해냈다는 느낌이 들어.
옛날 옛날 초등학교 1학년 때,
어느 날 학교를 다녀 오면서 생각했었어.
‘아직 1년도 못 채웠네… 어느 세월에 15년을 채워?’
(1학년이었던 주제에 그때부터 대학교 4년까지 학창시절에 포함 시켜
’앞으로 15년’ 이라고 생각했었어.)
다른 애들은 어떤 마음으로 학교를 다녔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한국에서 학교를 다니는 내내 그 생각만 했던 것 같아.
1학년때부터 그랬으니 전혀 애답지 않았지. ^ ^
그렇다고 학교가 딱히 지겨웠던 건 아니었는데,
그냥 하루 하루 가서 발 도장 찍고 온다는 느낌이었어.
특히 아침에 일어나야 한다는 건 제일 고통이었구.
지금 생각해보면 한참 때에 유치원을 다녀 버릇 하지 않아서 더 힘들게 느껴졌던 것 같아.
(하지만 지금도 그때 등교거부 했던 것을 후회하진 않는다.
학원비를 내고 안 다닌 게 아깝고, 안타까울 뿐.)
그리고 그때 학교를 다니면서, 또 계속 생각했어.
제기럴, 옛날이 좋았어… 라고 말야.
어째 지금도 하나도 변하지 않은 것 같아, 옛날을 자꾸 떠올리는 건.
집에서 조용히 책 읽거나 그림 그리고,
가끔 할머니가 방금 막 빨은 이불보 위를 질근질근 밟으면서 다리고,
할머니 발바닥 밟아주고,
같이 여유롭게 민화투 치던 때가 지금도 생각나.
지금은 내가 너무 무거워져서(!) 할머니 발바닥 위에 올라가는 건
할머니를 괴롭게 하는 일이 되어버렸고,
내가 한국에 가지 않으면 같이 민화투를 즐길 수 없게 되었어.
(할머니가 내 사부님인데.)
지금 할머니랑 떨어져 지내는 게 제일 속상해.
물론 난 여기 카자흐스탄을 좋아하고, 이젠 한국과 거의 똑같이 편하게 느끼지만,
항상 한국에 갈 때를 기다리고 있어.
꼭 그게 한국이어서가 아니라, 우리 가족들이 있는 곳이라서야.
만약 다들 중국에 있었다면 난 여름마다 한국이 아니라 중국에 갔을 것이고,
다들 여기 있었다면 아무데도 안 갔을 거야.
그리고 가족 중에 우위를 따지고 싶진 않지만
아빠를 비롯해서 순위놀이에 집착하니까 새삼 말할께!!
할머니는 나한테 항상 첫번째야.
작게는 내 미래를 위해,
마음 같아서는 내가 우리 식구들에게 꼭 필요한 존재가 되기 위해서
여기서 공부하고 있는 거지만,
할머니가 계속 보고 싶고 또 언제나 너무 너무 사랑하고 있다는 거 꼭 알고 있어야 해, 할머니!
나는 엄마랑 아빠랑 삼촌이랑 고모가 아무리 누가 1등이냐고 물어봐도
언제나 할머니가 1등이라고 말했어.
진짜로 나한텐 할머니가 1등이니까 입에 침도 바를 필요가 없었어요.
그래서 그 사람들, 이젠 1등은 안 물어보고 2등만 물어봐…
1등자린 어떻게 해도 안된다는 걸 알거든!
(아시다시피 셧보 삼촌만 빼고. 셧보는 독불장군~)
할머니,
정말 모든 것에 할머니한테 항상 감사하고, 사랑해요.
올해도 건강하시고, 만수무강하셔야 해요.
“아니야, 이젠 할머니도 갈 때가 되었어…” 라고는 말 마세욧!!
왜인지 이유는 위에 다 적었으니까 또 안 말할 거야.
모두들 할머니를 너무 사랑한다는 거!
올해도 모두 열심히! 행복하기로 해요~~!
언제나 보고 싶어하고 할머니의 안녕을 바라는 지선이가,
추신: 새해 인사를 멋들어지게 드리고 싶었는데, 편지를 다시 읽어보니…
만으로 18년도 다 못 채운 이 인생이
할머니 앞에서 계속 옛날 생각난다고 칭얼거리는 꼴이,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는 꼴이 되버렸다. 나름대로 쓰면서 눈물 찔끔 했는데.
첫댓글 ㅎㅎㅎ 어른 다 됐네. 알마티 가면 함 보고 맛있는거 사주고 싶네요. ㅎㅎㅎ
예, 고맙습니다. 어쩌면... 저도 2월 말이나 3월 초, 알마타에 가게 될지 모르겠네요.
똑똑하고 착하고 예쁜 딸!!!
엊그제 친정 아버님 말씀: 애한테 학비 보내기 얼마나 힘드니. 이제 대학가면 거기서 알바를 하던 뭘 하든 해서 지가 벌어 쓰라고 해라... 아버지한테는 제가 "딸"이니까... 물론 저는 펄쩍 뛰며 무슨쏘리! 하고 아버지께 뭐라고 해 댔지만, 부모 마음이란 모두 같은 걸까요.
다 좋은데... 신방과에 가는 것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 같은데... 적성을 찾아가는 것인지? 아니면 적당히 취직을 위한 것인지가 모르겠지만... 언론인은 사명감 없으면 못하는데. 유능한(?) 기자가 되려면 비윗살이 좋고 철면피(?)가 되어야 합니다. 체력도 엄청 좋아야 합니다. 제가 알기로는 그런 3D업종이 없습니다. 정상적인 가정생활은 포기해야 합니다(밤낮이 없고 휴일이 없습니다. 예외적인 경우는 있지만). 물론 여기에서 말하는 언론인은 취재기자를 뜻합니다. 기자를 안하면 미칠 것 같은, 목숨과도 바꿀만한 욕심이나 이유가 있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다면 인생을 걸만한 직종은 아닙니다. 기회가 되면 보완해드리겠습니다.
음~ 신방과를 택한 것은, 일단, 적성이 제일 맞아서 입니다. 가고자 하는 대학에 선택할 수 있는 학과가 몇 안 되고, 그 중 맞는 것이 신방과 같아서요. 사명감, 괜찮고, 비윗살이나 철면피는 이 나이에 벌써 그런 모습을 보여줄 리가 없으니 아직 모르겠고, 체력은 빠지진 않습니다. 건강한 편이에요. 언론계, 특히 기자들의 생활은 별로 아는 게 없습니다. 좋은 조언, 부탁드릴께요.... 직접 체험하신 것 같네요. 고맙습니다. ^ ^
비윗살이나 철면피는... 타고난 기질이나 그런 것을 극복할 만한 특별한 이유(자기가 정립한 기준이나 가치를 뛰어넘을 만한)가 있어야 가능할 정도를 의미합니다. 일단 최악은 아니네요. ^^ 좋은 결실 있기 바랍니다. 대견한 따님을 두셔서 부럽습니다.
제 생각에, 이 녀석은 취재 기자, 보다는 편집기자 쪽이 맞는 거 아닌가 싶습니다. 아직은 모르겠고요. 문화 인류학 방향으로 코드가 맞거든요. 더 커봐야 알겠지요, 뭐. 필요하면 뭐든 보강을 해 나가며 클 거 라고 믿습니다. 현재로서는 최악, 이 아닌 정도면 좋은 출발, 이지요? 앞으로 몇년동안은, 정말 많이 신경쓰고 잘 키워야지, 라고 결심하고 있답니다. 막판 스파트,라고나 할까... 많이 도와주세요~
제 친구가 미국 스탠퍼드(Stanford university) 국제언론학과를 갔습니다.. 제가 그 친구를 분석해 보았는데요, 우선, 자국에 대한 절실한 안목(critics of internal matter),세계를 크게 볼 수 있는 비젼(visions of internation affairs),끊임 없는 호기심(continual curiosity), 지치지 않는 체력(non-abandoning physical capacity) 등 "다방적인 분야에서 거의 수준급이 되야겠다"라고 판결이 나왔습니다.. 아직 저두 학생이지마는, 엄청난 투지 의식이 요구될거예요^^ 하지만, 자녀님의 편지내용을 보니까 그런 역경의 고지를 하나하나 천천히 넘을거라고 생각됩니다.
정말 그렇네요. 잘 해 낼 수 있을까 걱정도 되지만, 기대하고 싶습니다. 하나 하나,,, 이겨 나가야 할텐데... 여기 대학은 공부를 세게 시키는 편이 아니라 본인의 분발과 의지, 노력이 더욱 절실한데, 기대 반, 걱정 반입니다. 그리고 정말 적절한 분석이네요. 딸에게 유용하게 써 먹겠습니다. 4가지... 고맙습니다.